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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계속 입을 열지 않던 슬기가 드디어 고개를 들고 이욱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 시집 안가요.”

이욱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안성이 이때 쏘아 붙이며 말했다.

“이슬기, 할머니 앞에서 네가 할 소리야?”

“너는 이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야. 항성 이가 세자가 너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 이미 이렇게 운이 좋은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거절을 하는 거야?”

주리아는 차가운 얼굴로 슬기에게 고함을 질렀다.

“새 언니, 제 일은 제가 알아서 결정해요. 다른 사람이 말할 게 아니에요.”

“퍽!”

주리아는 한 발 앞으로 나가더니 슬기의 뺨을 갈기며 노호하며 말했다.

“방자한 것! 네가 거역을 해! 설마 할머니 말도 듣지 않으려는 거야?”

슬기가 얻어맞는 것을 보고 입구에 서 있던 하현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때 하현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식당으로 들어서며 차갑게 말했다.

“시집을 안가고 싶으면 안가도 돼! 왜냐면 슬기는 나 하현의 사람이니까!”

“믿을 수가 없네. 아직도 강남에서 내 사람을 감히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다니?”

슬기는 몸을 약간 떨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 회장님, 가세요. 여기는 회장님이 오실 곳이 아니에요. 연경 이씨 집안은 회장님도 건드릴 수 없어요.”

슬기는 연경 이씨 집안이 하현에게 화를 낼까 봐 이 일에 대해 하현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연경 이씨 집안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로 재력과 권력 모두 비할 바가 안됐다.

하현이 천일그룹의 회장이고 하 세자라고 불린다고 해도 말이다.

슬기가 보기에 그는 여전히 연경 이씨 가문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현은 슬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건드릴 수 있냐 없느냐가 중요한가?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은 내 사람이고, 그게 누구든 네가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나 하현이 만약 주변 사람조차 지켜내지 못한다면 나는 세자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아.”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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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973장

    “작은 어머니, 이 일은 회장님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놔주세요.”이때 슬기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는 것을 원치않았다. 작은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 중년 부인의 이름은 이여민으로 이슬기의 계모다.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여민은 그의 명목상 육친이 되었다. 이때 이여민은 사정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망할 년, 너는 아직도 내가 네 작은 어머니냐?” “왜 내가 네 내연남을 때리니 마음이 아파?”“너는 네 뻔뻔한 아비처럼 염치를 모르고 밖에서 사람들을 훔치고 다니는 구나!”말을 마치고 이여민은 또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소위 세자라는 녀석이 감히 여자 뒤에 숨으려고? 역시 전설의 폐물답다!”하현은 이여민을 깊이 쳐다보고 나서 슬기를 그의 뒷 편에 두고는 속삭이며 말했다.“괜찮아. 이 일은 내가 해결하면 돼.”하현과 슬기 두 사람의 젊은 부부와 같은 모습을 보고 이여민은 화가나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좋아! 너희 이 뻔뻔한 놈들, 우리 앞에서 감히 지껄이다니. 너희들 우리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지?”주리아는 지금 냉담한 얼굴로 비꼬았다.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당신들이 이슬기의 가족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슬기에게 말을 했다면 당신들은 벌써 죽었어.”“허! 다른 재주는 하나도 없으면서 큰 소리 치는 거 하나는 정말 잘 하네! 나는 강남의 3분의 1이나 되는 땅에서 누가 감히 우리 연경 이씨 집안 사람들을 건드릴 수 있는지 한 번 보고 싶네!”“강남의 1인자 이준태도 우리 연경 이씨 집안에서는 중위권에 불과한데 너 소위 세자라는 놈은 뭐 하는 놈이야?”주리아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현을 보며 빈정거렸다.“그만해.”바로 이때 홀 한복판에 앉아 손에 염주를 들고 있던 이씨 집안 할머니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한 마디를 내뱉자 억척스러운 주리아나 꾀가 많은 이여민이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몸서리가 쳐

  • 재벌 사위면 될까?   974장

    하현은 결코 앉지 않았다. 이욱도 개의치 않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할머니는 이런 성격이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상대도 안 하셔.”“슬기는 원래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던 손녀였는데, 당신 때문에 할머니는 이미 연경 상류층에서 웃음거리가 됐어. 당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 봐.” 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랑 슬기 사이는 결백해. 우리는……”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욱은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현, 다 같은 남자들인데 이런 일들을 그렇게 꼭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하나?”“비서가 할 일이 있으면 일을 시키고, 할 일이 없으면 비서가 괜찮다는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이욱의 말을 듣고 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됐다, 이것도 자업자득이다. 이슬기는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욱은 이어서 말했다.“기왕 너희 둘이 관계를 인정한 이상 너희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연경 이씨 가문은 체면이 서야 하는 가문이야.”“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봐.”“네가 우리 이씨 가문에게 만족할 만한 해명을 한다면, 아마 앞으로 우리 이씨 가문이 너를 하늘로 끌어올려줄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그렇지 않으면 하 세자는 똑똑한 사람이니 최고의 가문에게 미움을 사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잘 알 거야.”이 말을 듣고 슬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욱이 오빠, 정말 이건 오해에요. 저와 회장님 사이는 남녀관계의 선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그냥 친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일 뿐이에요.”“그런데 왜 이장성을 거절한 거야? 설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우리 책임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이씨 가문이 너한테 준 모든 건 다 받아 누리면서 이런 일을 거절할 자격이 있어?” 슬기는 침묵했다. 이것은 대 가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점이었다. 슬기의 표정을 보고 이욱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 재벌 사위면 될까?   975장

    “슬기야, 하현은 야심이 너무 크다고 내가 진작에 말했었지.”“그런 사람은 남에게 굽히질 않아.” “그런 사람을 선택하면 평생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이준태는 하현을 매우 좋아했기에 감탄하는 얼굴이었다. 왜냐면 그는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연경 이씨 가문이 하 세자의 신분을 무시하고는 있지만 그가 또 다른 신분으로 밝혀지면 연경 이씨 가문도 도망쳐 가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준태는 오히려 자신의 손녀가 계속 하현과 엮이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면 할아버지가 선택한 사람은 이장성 이죠? 아니면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할아버지가 원하기만 하면 높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잖아요.”“그 사람만은! 왜 안돼요!”이슬기는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저 사이에 예전부터 약속했던 거 잊지 마세요. 지금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는 약속을 깨는 거 아니에요?”완강한 슬기의 표정을 본 이준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어쨌든 보름간의 약속은 벌써 얼마 안 남았으니 그때 네가 그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지 두고 보자.”“네가 만약 할 수 있다면 그럼 나도 인정할게!”……남원 호텔 로얄 스위트룸. 이씨 집안 할머니는 부들 위에 반듯이 앉아 불경을 낭송하고 있었다. 그녀 앞에 멀지 않은 곳에서 이욱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는 잠시도 웃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30분정도가 지나서야 눈을 뜬 할머니가 천천히 말했다. “일은 어떻게 됐어?”이욱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벌써 할머니의 뜻을 전달했습니다.”“그런데 하현은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를 않아서 첫 번째 조건은 영원히 들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손자가 이해가 안됩니다……”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뭐가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이욱은 조용히 말했다.“대하 10대 최고의 가문 중에 우리 이씨 가문은

  • 재벌 사위면 될까?   976장

    천일그룹, 회장 사무실. 슬기가 자리를 비워 회장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게다가 깨끗했던 책상 위에는 지금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현은 이 장면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이전에 그는 자신이 주인이다 보니 슬기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떠맡았었는지를 잘 몰랐었다. 슬기의 자리를 바라보며 하현은 중얼거리며 말했다.“걱정 마. 이 세상에서 아무도 어떤 식으로든 널 강요할 수 없어.”“항성 이씨 가문은 그럴 수 없어!”“연경 이씨 가문 역시 안돼.”30분 정도 지났을 때 회장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나더니 우윤식이 공손한 얼굴로 들어왔다.“잘 알아봤어?”하현이 말했다. 우윤식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세자, 잘 조사해 봤습니다. 근데 사람을 보내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했다고 아마 눈치챘을 것 같습니다.”“상관 없어. 자료 줘봐.”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윤식에게 일을 맡겼을 때 그는 자신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곧 우윤식의 자료가 하현의 손에 들어왔고, 대하의 최고 기밀 자료들을 보면서 하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연경 이씨 집안은 10위였다. 하현은 한 때 대하의 10대 최고 가문들은 부와 영향력, 권력으로 정해지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자료들을 보고 하현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하의 사령관을 제외하고 9명의 대 장로들이 있는데, 이 9명의 대 장로들은 각각 하나의 분야를 관장했다. 예를 들어 병부 대 장로는 대하 총 병부와 9대 병부를 관장했다. 병부의 진정한 일언천금이었다. 병부 대 장로의 가문은 10대 최고 가문 중 2위였다. 대하 사령관이 있는 가문은 10대 최고 가문의 머리였다. 이씨 가문이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9명의 대 장로 중 최하위에 있던 한 분이 연경 이씨 집안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 재벌 사위면 될까?   977장

    이날 밤, 이장성과 사람들에게 동시에 한 장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이장성은 이 붉은색의 편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 보더니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멋진 하 세자, 역시 날뛰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구나. 나보고 취소하라고 강요를 하다니!”“아니, 단지 취소하라고 강요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항성 이씨 가문 머리 꼭대기를 밟으려고 하고 있네. 그가 이럴 자격이 있어?”하은수는 맞은편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세자가 이번에 너무 충동적이었네.”“그가 소가와 홍인조를 해결하긴 했지만, 이 글은 나씨 집안을 비롯해서 3대 일류 가문을 우리 편으로 밀어낸 것이나 다름 없어.” “일이, 재미있어지네.”이장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재미있지. 나성곤과 사람들은 이미 대책을 의논하려고 나한테 연락이 왔어. 이번에 그들을 앞세우면 너랑 나 두 사람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거야!”말이 끝나자 이장성과 하은수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원래 소씨 가문의 일로 다른 3대 일류 가문은 벌써 움츠러들어 있었고, 천일그룹을 감히 마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현이 지금 3대 일류 가문을 그들 곁으로 직접 밀어 넣고 있으니 정말 인생은 연극 같다. 이장성은 이어서 말했다.“자, 이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 내가 방금 대하 의학계의 태산북두 장북산 선생님이 3일뒤에 귀국하신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뭐?” 장북산 선생님? 밖에서 들리는 소문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야?”침착하던 하은수는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모두가 알다시피 장북산의 의술은 뛰어나 심지어 화타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그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은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북산 선생은 5년전부터 자취를 감췄고 많은 거물들이 그의 행방을 수소문해 그에게 손을 써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지금 갑자기 남

  • 재벌 사위면 될까?   978장

    같은 시각, 남원 공항.사람들이 귀빈 통로를 빠져 나왔다.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이었다. 다만 과거에 날뛰던 두 사람은 지금은 오히려 하인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 뒤로 자수 양복을 입고 차가운 기색을 띤 젊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이때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설민혁, 설지연, 어르신이 너희들에게 기회를 안 줬다고 하지 마!”“이번에 너희들이 잘 하면 장북산 선생을 대구로 모시고, 정가는 너희들을 하인으로 삼을 거야!”“만약 잘 못하면 바로 꺼져버려! 우리 정가에는 개가 많거든. 한 두 마리가 모자라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 설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정천 도련님, 안심하세요. 저희는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원은 저희 바닥이니 이번에 임무를 잘 완수하겠습니다.”설지연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천 도련님, 여행에 지치셨을 텐데 오늘 밤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퍽______”정천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곁에 있던 여비서가 앞으로 나와 설지연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너는 개 한 마리일 뿐인데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감히 그럴 리가요! 저는 자격이 없지요!”설지연은 감히 아무런 불평도 하지 못하고 웃는 낯으로 대하며 허리를 굽힐 뿐이었다. 설민혁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눈빛에는 원망과 독기가 가득했다.하현, 설은아!너희들 생각도 못했을 거야!우리가 돌아왔다!너희를 밟아 죽일 수만 있다면 우리 둘은 남의 집 개가 되도 괜찮아!……대구 정가 외에도 크고 작은 많은 가문들이 남원에 왕림했다.도대체 누가 장북산 선생이 귀국한다는 소식을 퍼트렸는지 모르겠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대하 상류층 전체가 이 소식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학계의 태산북두는 줄곧 각 최고 가문의 귀빈으로, 듣기로 장북산 선생에게는 심지어 사령관이라도 깍듯하게 모셔야 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의학계에서 장북산 선생의 위상을

  • 재벌 사위면 될까?   979장

    “회장님, 누구를 데리러 가시게요? 왜 제일 망가진 차를 타고 가세요?”슬기는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런걸 요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현이 말했다.“넌 몰라. 그 사람은 아무일 없이 전쟁터로 달려가는 사람이야. 제일 좋아하는 게 낡아빠진 차야. 고급차를 몰고 가면 타려고 하지를 않아.”하현이 도대체 누구를 데리러 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요청한 이상 슬기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곧, 10년 된 봉고차 한 대가 천일그룹 앞에 도착했다. 하현은 우윤식을 운전사로 부른 뒤 두 사람은 바람처럼 쏜살같이 남원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윤식도 눈 앞의 광경을 보고 놀랐다. 공항은 안의 3층, 밖의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고급차가 둘러싸여 있었는지 모른다. 무슨 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 없는 게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무슨 고급차 전시회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현과 우윤식이 낡은 봉고차를 몰고 오자 순간 그곳의 기사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이 사람 뭐야?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오늘은 장북산 선생님이 귀국하는 날이야. 대 가문들이 여기에 선생님을 뵈러 왔어. 선생님의 눈에 들려고 모두 집에서 제일 비싼 차를 몰로 왔다고.”“지금 뜻밖에도 봉고차를 몰고 온 사람이 있다니!”하현이 조수석에서 내려 낡아빠진 봉고차 앞에 ‘장북산 선생님, 남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플랜카드를 내걸었을 때 누군가 그를 알아보았다. “허허허, 그 설씨 집안 데릴사위 하현 아니야? 작은 회사에서 부서진 봉고차를 가지고 와서 어르신을 모시겠다고? 장난해?”“하하하하, 웃겨 죽겠네. 어쩜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다 있냐?”“전에 사람들이 하현이 머리가 없는 데릴사위라고 할 때는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믿기네!”“정말 직접 보니까 명성대로네!”곧 설은아의 남편이 봉고차를 몰고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중들 속에서 설민혁과 설지연은 정천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

  • 재벌 사위면 될까?   980장

    정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여기에 서 있는 이상 그 사람한테 무슨 기회가 있겠어?”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다. 비록 9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정천은 여기 있는 어중이 떠중이들 보다는 그가 높다고 생각했다. 설민혁은 이때 원한을 품은 얼굴로 말했다. “정천 도련님, 아니면 제가 사람을 데리고 가서 그 놈을 잡아올까요?”“급하지 않아. 지금 잘 하고 있어. 여자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정천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이때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시급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잘 가려냈다. 정천과 멀지 않은 곳에 구기승, 나성곤과 최준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하현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최준이 갑자기 인상을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폐물 뭐 하러 온 거야? 망신살 뻗치게!”하현은 최가의 외손녀 사위인데 그가 이곳에 와서 망신을 당하면 분명 최가도 망신을 당할 것이다. 나성곤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최군, 너무 조급해 하지마. 이 외손녀 사위가 편파적이라 어르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되면 그 때 우리도 잘 봐줘야 돼!”이 말을 듣고 나성곤과 구기승은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그들 세 가문이 모인 목적은 간단했다. 바로 장북산 선생을 모시고 가는 것이다. 더 멀리에는 이준태와 공문수가 와 있었고, 안흥섭도 왔다. 요컨대 오늘 남원 공항에는 남원의 명망 있는 거물들이 모두 모였는데, 다른 곳에서 온 귀인들까지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는 더욱 미지수다.군중의 최전방에서 이장성은 뒷짐을 지고 서 있었고 표정은 냉담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하현의 정체를 모를 수도 있지만, 그는 이분이 데릴사위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는 아마 전설의 하 세자 일 것이다. 다만 이장성은 그 분에 대한 거리낌이 그다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항성 이씨 집안의 세자니까! 대하 10대 탑 클래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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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4470장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9장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8장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 재벌 사위면 될까?   4467장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 재벌 사위면 될까?   4466장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5장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4장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 재벌 사위면 될까?   4463장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 재벌 사위면 될까?   4462장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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