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누구를 데리러 가시게요? 왜 제일 망가진 차를 타고 가세요?”슬기는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런걸 요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현이 말했다.“넌 몰라. 그 사람은 아무일 없이 전쟁터로 달려가는 사람이야. 제일 좋아하는 게 낡아빠진 차야. 고급차를 몰고 가면 타려고 하지를 않아.”하현이 도대체 누구를 데리러 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요청한 이상 슬기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곧, 10년 된 봉고차 한 대가 천일그룹 앞에 도착했다. 하현은 우윤식을 운전사로 부른 뒤 두 사람은 바람처럼 쏜살같이 남원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윤식도 눈 앞의 광경을 보고 놀랐다. 공항은 안의 3층, 밖의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고급차가 둘러싸여 있었는지 모른다. 무슨 마이바흐, 벤틀리, 롤스로이스 없는 게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무슨 고급차 전시회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현과 우윤식이 낡은 봉고차를 몰고 오자 순간 그곳의 기사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이 사람 뭐야?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오늘은 장북산 선생님이 귀국하는 날이야. 대 가문들이 여기에 선생님을 뵈러 왔어. 선생님의 눈에 들려고 모두 집에서 제일 비싼 차를 몰로 왔다고.”“지금 뜻밖에도 봉고차를 몰고 온 사람이 있다니!”하현이 조수석에서 내려 낡아빠진 봉고차 앞에 ‘장북산 선생님, 남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플랜카드를 내걸었을 때 누군가 그를 알아보았다. “허허허, 그 설씨 집안 데릴사위 하현 아니야? 작은 회사에서 부서진 봉고차를 가지고 와서 어르신을 모시겠다고? 장난해?”“하하하하, 웃겨 죽겠네. 어쩜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다 있냐?”“전에 사람들이 하현이 머리가 없는 데릴사위라고 할 때는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믿기네!”“정말 직접 보니까 명성대로네!”곧 설은아의 남편이 봉고차를 몰고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중들 속에서 설민혁과 설지연은 정천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
정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여기에 서 있는 이상 그 사람한테 무슨 기회가 있겠어?”대구 정가는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다. 비록 9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정천은 여기 있는 어중이 떠중이들 보다는 그가 높다고 생각했다. 설민혁은 이때 원한을 품은 얼굴로 말했다. “정천 도련님, 아니면 제가 사람을 데리고 가서 그 놈을 잡아올까요?”“급하지 않아. 지금 잘 하고 있어. 여자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정천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이때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시급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잘 가려냈다. 정천과 멀지 않은 곳에 구기승, 나성곤과 최준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하현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최준이 갑자기 인상을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폐물 뭐 하러 온 거야? 망신살 뻗치게!”하현은 최가의 외손녀 사위인데 그가 이곳에 와서 망신을 당하면 분명 최가도 망신을 당할 것이다. 나성곤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최군, 너무 조급해 하지마. 이 외손녀 사위가 편파적이라 어르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되면 그 때 우리도 잘 봐줘야 돼!”이 말을 듣고 나성곤과 구기승은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그들 세 가문이 모인 목적은 간단했다. 바로 장북산 선생을 모시고 가는 것이다. 더 멀리에는 이준태와 공문수가 와 있었고, 안흥섭도 왔다. 요컨대 오늘 남원 공항에는 남원의 명망 있는 거물들이 모두 모였는데, 다른 곳에서 온 귀인들까지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는 더욱 미지수다.군중의 최전방에서 이장성은 뒷짐을 지고 서 있었고 표정은 냉담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하현의 정체를 모를 수도 있지만, 그는 이분이 데릴사위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는 아마 전설의 하 세자 일 것이다. 다만 이장성은 그 분에 대한 거리낌이 그다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항성 이씨 집안의 세자니까! 대하 10대 탑 클래스 가
하현의 이 말이 나오자 온 장내는 깜짝 놀랐다!원래 조금 시끌벅적했던 공항은 이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모두들 놀란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이게 무슨 일이야?우리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항성 이씨 가문에게 도발을 하다니?게다가 이씨 집안의 세자 앞에서!이장성이 처음 남원에 왔을 때 상류층들이 거의 마중을 나왔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사람의 신분은 어떻겠는가? 그의 지위는 또 어떻겠는가?감히 누가 항성 이씨 가문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협박을 하겠는가?이때, 암암리에 하현의 신분을 알고 있던 이준태 같은 사람들 조차 이때 표정이 굳어졌다. 항성 이씨 집안은 항성 4대 최고 가문 중 하나고, 그들이 가진 부로는 국가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하 10대 최고 가문을 건드리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을까?근데 지금 뜻밖에도 누가 이런 말을 한 거지?많은 사람들은 이미 알아봤다. 이 말을 한 사람, 설은아의 남편 아닌가?설은아는 말할 것도 없고, 설씨 집안이라 해도 남원의 2류 가문일 뿐이라 이제 막 상류사회에 발을 들여놓았을 뿐이었다. 이런 가문은 항성 이씨 가문 앞에서는 땅강아지만도 못하다. 지금 설씨네 데릴사위가 감히 이가의 세자 이장성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허______”이장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항성 이씨 가문이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누가 우리를 이렇게 깔보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이장성이 살아온 한 평생, 누가 나보고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라고 하는 말은 처음이야.”“너 참 괜찮네!”하현이 차갑게 말했다.“같은 말은 난 딱 한번만 할 뿐이야. 듣든지 말든지는 네 마음대로 해.”이장성 측근이 화를 내며 말했다.“하현, 너 뭐 하는 물건이야? 너는 우리 세자의 신발조차 들 자격이 없어! 네가 감히 우리 세자를 협박하다니?”“우리 세자보고 너한테 사과를 하라고? 해
같은 시각. 남원 공항 입구에 포르쉐 한 대가 가까스로 주차 공간을 찾았다. 설은아는 운전석에서 내려 눈앞의 상황을 바라보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아빠, 엄마. 우리가 정말 장북산 선생님을 모시러 온 건가?”설은아는 조금 망설였다.오늘 아침 집에서 장북산 선생님이 남원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희정과 재석 두 사람은 그녀에게 꼭 와야 한다고 부추겼다. 이때 희정이 웃으며 말했다.“딸아, 지금 네 회사가 대모산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잖아. 공사 진행 상황을 보니 한두 달만 더 있으면 판매할 수 있겠지?”설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거의 그렇겠지.”희정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그러니까! 지금 너는 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전에 엄마가 어디 가서 대변인을 찾아야 되나 고민을 했었거든. 근데 지금 마침 사람이 생긴 게 아니겠어?”“무슨 뜻이야?”은아는 이해가 안 갔다.“장북산 선생님 말이야! 만약 그분이 우리 대모산 리조트 공사현장에 오셔서 한번 봐주시면, 우리는 장선생님이 이곳을 요양하기 좋은 장소라고 칭찬했다고 홍보할 수 있잖아.” “그렇게 되면 우리 리조트 가격이 쑥쑥 올라가지 않겠어?”희정이 좀 억척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대 가문 출신이라 비즈니스 마인드가 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설은아는 눈앞이 번쩍 뜨였지만 잠시 후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이렇게 하면 분명 효과가 좋을 거 같긴 한데, 엄마 아빠도 봤듯이 여기에 고급차를 몰고 온 대 가문, 대기업이 이렇게나 많은데 우리같이 작은 회사가 무슨 자격으로 장북산 선생님을 모셔올 수 있겠어?”이때 재석은 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딸아, 함부로 자신을 비하하지 마. 너 하 세자가 청혼한 여자라는 거 잊지마!”“이따가 너는 하 세자가 청혼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돼.”“하 세자는 강남 1인자니까 누가 감히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어?”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둘 다 꼭 얻어
같은 시각.남원 국제공항의 귀빈 통로 밖에는 수천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고 계속해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다. 자격이 있든 없든 지금 이 순간은 출구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람들은 모두 각자가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때 공항 내부에서 누군가 소식을 전해왔다. 장북산이 탑승한 개인 비행기는 이미 착륙을 했고 장 선생님이 곧 나올 것이다. 이장성과 사람들은 하나같이 숙연한 표정으로 간절히 기대하는 눈빛을 띠며 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현은 사람들 가장자리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냉소를 연발했다. 보아하니 데릴사위도 조금은 자신을 알고 있는 거 같네. 장북산 선생을 모실 수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나 봐.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장성 같은 이씨 집안의 세자가 이 자리에 있는데 누가 그와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약 3분정도가 지나고 귀빈 통로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앞서 나오시는 분이 바로 장북산 선생님 이시다!장 선생은 비록 나이가 70세에 가까웠지만 원기가 왕성했고, 사람들을 놀래 킬 만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듣기로 장 선생은 의술에 있어서 유례 없이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전통 무술에도 능하다고 한다. 무슨 태권도, 택견, 태극, 영춘권, 홍권 같은 것들을 다 할 줄 안다.심지어 젊은 시절에는 이름을 숨긴 채 국가급 대회에 몇 차례 출전해 우승하기도 했다. 이런 인물은 전 국민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그가 해외에 나갔던 것은 듣기로 가난한 나라에서 전 국민적인 전염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북산 선생은 자비를 들여 해외로 나갔고, 그 나라의 전염병을 해결하는데 몇 년이 걸렸다고 한다.그러나 이런 거물은 매우 조용하다. 하얗게 세탁된 셔츠를 입고 서른 살쯤 돼 보이는 보좌관 한 명만 옆에 두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는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귀빈통로로
장북산은 뜻밖에도 이장성을 거절했다. 게다가 윤리적인 인질로 잡힐 염려도 없어 보였다. 이장성은 살짝 얼굴이 창백해졌고, 지금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자신이 방금 장북산 선생을 윤리적 인질을 삼은 일로 장북산은 항성 이씨 집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장 선생님, 저는 강남 관청의 제1비서입니다. 이 어르신께서 선생님을 식사에 초청해 저희 강남 의학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으시다고 합니다!”이준태는 나서지 않았지만 그의 제1비서가 장북산을 초청하려고 다가왔다. “이 어르신의 성의에는 감사하지만, 강남 관청에는 내 제자들이 몇 명 있어서 내가 마음대로 관청 연회에 참석했다가 혹시 사적으로 공익을 취한다는 혐의가 생길 것 같네요. 이 어르신께서는 개의치 말아주시길 부탁 드립니다.”장북산은 웃으며 바로 완강하게 거절했다. 이어 각 정상급 가문을 대표하는 대리인들도 장북산을 앞다투어 초청했다. 각 사람마다 생각해낸 이유는 기발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장성과 사람들은 모두 약간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장북산 선생님은 왜 오신 거지?그는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다. 설마 이 분을 능가하는 신분을 가진 거물이 여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그 자리에 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때 사람들 맨 끝에서 희정은 은아를 밀었고, 은아는 몇 걸음 앞으로 나와 마침 장북산의 가는 길을 막아 섰다.‘쓱’하는 소리와 함께 그 곳에 있던 수많은 시선들이 설은아에게 쏠렸고 하나같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이장성이 처음 나섰을 때도 장북산 선생 옆에 서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 여자는 배짱도 좋지!감히 장북산 선생의 길을 가로 막다니.최준이 제일 먼저 은아를 알아보고 이때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을 걸었다.“은아야, 너 뭐 하는 거야? 빨리 돌아와. 길 막지 말고!”정천은 요괴급 미녀인 은아를 알아보고 관심 있게 쳐
은아는 욕을 먹자 얼굴이 창백해졌고 몸이 휘청거렸다. 희정은 원래 무지막지한 여자라 마침내 참지 못하고 이때 시원스럽게 앞으로 나와 사방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당신들이 뭔데 욕을 해?”“우리 집안이 장 선생님을 초청하는 게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야?”“게다가 우리 딸이 어떤 신분인지 당신들 잊었어? 우리 딸은 하 세자도 거절할 수 있는 여자야!”“당신들 중에 누가 감히 하 세자를 거절할 수 있겠어?”“내 딸이 지금 나와서 장 선생님을 우리 프로젝트 현장에 초청하는 게 장 선생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라는 걸 몰라?”말을 하는 동안 희정은 팔짱을 끼고, 장북산을 쳐다보며 말했다.“장 선생님, 하 세자라고 들어보셨죠? 제 딸은 아직 시집가지 않은 아내라고 할 수 있어요. 제 딸의 체면은 세워주지 않더라도 하 세자의 체면은 세워주셔야 하지 않겠어요?”이 말에 사방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장북산도 낯빛이 이상해졌다. 설은아는 이때 얼굴이 새 하얗고, 새 파랗게 질려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창피하다!정말 너무 창피하다!그녀는 자기 어머니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맞아 죽어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희정 자신은 스스로 오히려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녀는 하현 이 얼간이가 아직도 참아내고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 쓰레기가 이혼을 하도록 강요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자기 딸이 출세하려고 하는데 어찌 이 폐물 하나 때문에 평생을 기다릴 수 있겠는가?이때 장북산은 손을 들고 사람들에게 조용이 하라고 사인을 보냈다. 그의 카리스마는 너무 강해 간단한 손짓을 했을 뿐이었지만, 희정과 같은 억척스러운 여자조차도 갑자기 기세가 꺾여 그를 똑바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때 장북산은 생각에 잠긴 듯 설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씨, 하 세자의 약혼녀에요?”설은아는
모두의 눈빛이 매우 차갑다. 이 집안은 정말 대담하고 제멋대로다. 남자는 감히 항성 이씨 집안을 위협하고. 여자는 감히 장북산의 길을 가로막고.그리고 지금은 이 사위가 또 장 선생님의 길을 막아 섰는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이때 최준이 마침내 하현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하현, 너 이 폐물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경비원! 빨리 이 사람을 데리고 나가! 장 선생님을 괴롭히지 못하게 해!”다른 사람들도 입을 열었다. “너희 둘, 그만하면 됐어. 장 선생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너희 같은 사람들이 대담하게 길을 가로 막으면 어쩌라는 거야?”“빨리 꺼져! 더 이상 가로막지 말고. 우리보고 예의 없다고 뭐라 하지 마!”이때 하현은 오히려 이런 사람들을 무시하고 장 선생님을 향해 웃으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장북산 선생님 맞으시죠?”“저는 선생님께서 부르신 운전기사 입니다. 차는 밖에 있습니다.”장북산은 하현을 깊게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가격은 2천원 맞죠?”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근데 이건 바람 부는 대로 가는 순풍차라 아마 좀 돌아서 가겠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장북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순풍차를 불렀으니 당연히 기사가 말하는 대로 해야죠.”두 사람의 대화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후벼 파며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순풍차!?장 선생님 같은 신분으로 순풍차를 불렀다는 거야? 게다가 뜻밖에도 데릴사위보고 그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고?이때 다들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었다. 얼마나 많은 가문과 대기업에서 장북산 선생님에게 접근하려고 야단인가?그런데 결국 이 기사가 장북산 선생님을 모시고 가겠다고?이장성과 사람들은 벽에 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떤 사람이 재빨리 앞으로 나가서 말했다.“장 선생님, 차가 필요하시면 저희에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밖에 마이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