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기 전 설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현, 내 생각엔 우리가 할아버지께 그들이 한 말을 말씀 드려야 할 거 같아. 우리가 설씨 집안의 대표로 가야만 합의서에 서명을 할 수 있다고.”“내 생각엔 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천일 그룹 쪽에서 네가 서명을 하도록 지정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도 소용이 없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전화 한 통 할게. 할아버지를 존중해드려야지.”설은아는 정말 효성이 지극하다.곧 그녀는 설씨 어르신께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애써 전화기를 들고 있는 것이 전해졌다. “은아야! 무슨 일이야?”“할아버지, 저 지금 천일 그룹에 합의서 사인하러 간다고 말씀 드리려고요.”설은아가 공손히 말했다.“아아, 그 일로 전화한 거야? 민혁이랑 지연 두 사람이 벌써 갔어. 너는 갈 필요 없어!”설씨 어르신은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너는 빨리 출근해. 회사에 네 사무실을 마련해 뒀으니까.”말이 끝나자 마자 설씨 어르신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설은아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왜 그래?”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할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민혁이랑 지연이가 벌써 나 대신 사인하러 갔대! 그들이 어떻게 감히!”설은아는 지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서울에 있을 때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러고 있다니, 그들은 천일 그룹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두렵지도 않나?설씨 어르신이 이 정도까지 어리석을 줄이야?“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설은아는 며칠 동안 설씨네 별장에 가지 않았고, 설씨네 식구들은 또 그녀에게 애써 숨기려 했기에 그녀는 누가 찾아와 귀찮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이 생겼든, 무슨 이유이든, 설씨 집안의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이건 너에게 속한 거야. 어떤 사람도 가져갈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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