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기 전 설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현, 내 생각엔 우리가 할아버지께 그들이 한 말을 말씀 드려야 할 거 같아. 우리가 설씨 집안의 대표로 가야만 합의서에 서명을 할 수 있다고.”“내 생각엔 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천일 그룹 쪽에서 네가 서명을 하도록 지정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도 소용이 없을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전화 한 통 할게. 할아버지를 존중해드려야지.”설은아는 정말 효성이 지극하다.곧 그녀는 설씨 어르신께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애써 전화기를 들고 있는 것이 전해졌다. “은아야! 무슨 일이야?”“할아버지, 저 지금 천일 그룹에 합의서 사인하러 간다고 말씀 드리려고요.”설은아가 공손히 말했다.“아아, 그 일로 전화한 거야? 민혁이랑 지연 두 사람이 벌써 갔어. 너는 갈 필요 없어!”설씨 어르신은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너는 빨리 출근해. 회사에 네 사무실을 마련해 뒀으니까.”말이 끝나자 마자 설씨 어르신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설은아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왜 그래?”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할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민혁이랑 지연이가 벌써 나 대신 사인하러 갔대! 그들이 어떻게 감히!”설은아는 지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서울에 있을 때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러고 있다니, 그들은 천일 그룹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두렵지도 않나?설씨 어르신이 이 정도까지 어리석을 줄이야?“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설은아는 며칠 동안 설씨네 별장에 가지 않았고, 설씨네 식구들은 또 그녀에게 애써 숨기려 했기에 그녀는 누가 찾아와 귀찮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이 생겼든, 무슨 이유이든, 설씨 집안의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이건 너에게 속한 거야. 어떤 사람도 가져갈 수 없고,
이때 다들 왜 그렇게 좋은 프로젝트와 자원을 설씨 회사에 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원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회사였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감히 아무 말도 못하고 큰 소리로 축하해주었다. 심지에 그 자리에 있던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일어서서 주위의 축하를 받았다. “다음으로 설씨 회사의 대표가 기본 합의서에 서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최종적으로 합의서에 서명하는 담당자는 전에 그 영업부 부주임이었다. 그 임원은 천일 그룹을 대표해서 결과를 발표했을 뿐이었다.“어? 설은아 아가씨는요?”부주임이 고개를 내밀고 앞에 있던 몇 사람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은아는 지금 다른 일로 바빠서 저희가 은아 대신 서명을 하러 왔습니다.”설민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지연도 옆에 서서 말했다.“고위 임원들 앞에서 이미 결과를 발표하셨고 어차피 최종적으로 프로젝트는 저희 설씨 집안에 주시는 것이니 누가 사인을 해도 똑같지 않나요?”부주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 은아 아가씨가 일이 있으시다면 당신들이 서명하세요. 잘못 쓰시면 안됩니다.”“네네, 감사합니다!”설민혁은 격양된 얼굴로 합의서를 받아 들고 진지하게 쳐다보고는 ‘쓱쓱쓱‘하며 ‘설민혁’ 세 글자를 적었다.“먼저 앉아계세요. 제가 도장 하나 들고 올게요……”부주임은 기본합의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 장면을 지켜본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민혁아, 나는 방금 이 부주임이 우리에게 서명하지 못하게 할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우리 설씨 회사를 좋게 본거 같아!”“그러니 설은아가 오든 말든 상관이 없었던 거지!”“빨리 할아버지께 전화 드려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자.”설지연이 부추기며 말했다. 설민혁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었다. 물론 이 결과가 설지연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전에 왕태민과 협력하지 않았더
천일그룹.30분 정도를 초조하게 기다린 후 그 영업부의 부주임이 다시 돌아왔다. 지금 이 부주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설민혁과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며 말했다.“설 부사장님, 번거로우시겠지만 돌아가셔서 설 회장님께 말씀 드려주세요. 이런 업무는 어르신께서 직접 오실 필요가 없고 필요하시면 전화 한 통만 주시면 됩니다. 제 번호는 은아 아가씨가 자기고 있습니다.”“그 밖에 이건 제가 특별히 준비한 성의입니다. 이것도 전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말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예쁜 상자를 하나 꺼내더니 설민혁에게 건네주었다. 뭐?천일 그룹의 임원이 우리 설씨 가문의 회장에게 선물을 준다고?이게 무슨 일인가?천일 그룹을 나설 때 설민혁은 선물 상자를 들고 어질어질했다. 멍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지연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한참 동안 선물상자를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민혁아 이게 뭘까? 우리 한 번 열어보자.”설민혁도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주저하며 말했다.“별로 좋지 않을 거야!”“뭐가 무서워. 사람들이 어르신께 전해드리라고 했지 열어보지 말라는 말은 안 했잖아. 우리가 보지도 않고 이게 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설지연이 말했다. 설민혁도 생각해 보더니 바로 이 아름다운 상자를 열어보았다. 선물 상자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보았을 때 그들 두 사람은 모두 몹시 놀랐다.별장 한 채! 이 선물이란 게, 뜻밖에도 단독 별장 한 채였다! 거기다 남원 강변의 부자 동네라니!이 동네에는 남원의 진정한 상류층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많은 대가문들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천일 그룹에서 이런 선물을 보내주다니.만약 다른 선물이었다면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아마 탐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장 한 채라니! 가격이 몇 백억은 되겠지?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이 두 사람은 열쇠를 들고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우리 할아버지께 가서 보고 드
설씨네.지금 설씨 집안은 한자리에 모였다. 하현과 설은아까지 모두 불렀다. 이전에 임시로 세 들어 있는 별장에 모인 것이 아니라 부자 동네의 새로운 별장에 모여 있었다. 설민혁이 집에 돌아와 보고를 한 후 설씨 어르신이 제일 먼저 와서 확인을 하였다. 별장에 도착했을 때 설씨 가족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전형적인 서양식 단독 별장이었다. 별장 한 채의 부지 면적이 500평 정도 되었고 3층으로 되어 있었다. 남원에서는 이런 별장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설씨 집안에서 이런 별장은 그들의 신분을 증명하고도 남는다.설씨 어르신은 벌벌 떨면서 별장을 바라보았고, 눈동자 속은 모두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설민혁은 이 순간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 별장 괜찮죠? 근데 제가 듣기로 남원의 일류 가문은 모두 백운산에 있대요.” “하씨 가문도 거기에 산대요.”“우리 설씨 집안도 지금 이렇게 잘 발전하면 언젠가 그런 곳에 가서 살 수 있을 거에요.”이 말을 마친 설민혁은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그는 설은아가 성가시게 굴 시간을 주지 않았고, 직접 기본 합의서에 서명한 것과 다음으로 별장 일에 대해 보고했다. 설씨 어르신은 몹시 놀랐고 설은아에게는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더니 설씨 어르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민혁아, 이 별장이 천일 그룹측에서 우리에게 보낸 선물이라는 거야?”“네.”설민혁이 말했다.“물론 그 부주임이 말하기로는 그가 주는 거라고 했는데 이 별장이 몇 백억은 되지 않겠어요? 어떻게 그가 이걸 선물로 줄 수 있었겠어요?”“그렇구나, 보아하니 천일 그룹이 정말 우리 설씨 집안을 좋게 본 모양이야!”“근데, 왜지?”설씨 어르신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전에 설은아와 이슬기의 관계를 생각했다. 심지어 다른 것도 생각해봤다. 설은아가 하 세자에게 기대어 있는 여자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관건은 그도 부자라는 것이다. 그는 부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설씨 어르신의 이 말을 듣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몇몇 여자들이 흥분하며 얼굴이 빨개졌다!전에 그들은 설지연이 왕가의 왕태민에게 시집갈 것을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지금 전설의 하 세자가 청혼을 했다!만약 왕씨 집안이 호족이라면 하씨 가문은 호족 중의 호족이다! 전설의 하 세자, 한 손으로 20조의 그룹을 만들고 혼자 힘으로 황혼으로 기울어진 하씨 가문을 다시 최정상으로 만든 사람! 이런 사람은 모든 소녀들에게 진정한 백마 탄 왕자, 진정한 이상형이다!그녀들은 감히 이런 만남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건 완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중들 속에서 설은아의 안색이 약간 창백해졌다. 전에 그녀가 하 세자의 내통녀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녀도 이 소문을 들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일이니 그녀 자신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 세자와 자신은 반푼어치도 관계가 없었다. 지금 하 세자가 직접 사람을 보내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 흔들 만큼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보내온 것도 그가 한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하 세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절대 그녀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설지연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사실상 설지연은 왕씨 집안 사람과 접촉해본 적도 없었다. 그녀도 아직 기회가 있었다. 설은아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설유아는? 올해 그녀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계집애라 지금 바로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했다.“저는 그저 총 관리자 일뿐, 세자의 일은 모릅니다.” 하 매니저는 이 말을 내 뱉고는 쏜살같이 가버렸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고, 그는 감히 하현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가 바로 떠나고 난 후 설씨 가족은 금빛 찬란한 황금옥과 알록달록한 지폐를 보고 이 순간 군침을 흘렸다.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그들이 몸을 담고 있는 별장도 예물의 일부였다. 이 예물은 아마 남원 역사상
전에 설은아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들은 이제 자연히 사라졌다. 이것은 설은아가 절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하하하하, 민혁이 말이 맞아. 우리는 경쟁상대가 하나 줄었네!”“하현아! 너는 과연 우리 집 좋은 사위구나!”“우리는 정말 너에게 감사해. 앞으로 누가 감히 너를 괴롭힐 수 있겠니? 내가 제일 먼저 반대할게!”하현은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그는 전혀 이런 일들을 준비하지 않았다. 슬기도 분명 이런 일들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씨 집안에서 감히 누가 자신의 허락이 없이 이런 일을 했단 말인가?하민석인가?그는 생각이 깊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꾀를 잘 쓴다. 마치 어린아이가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수단은 그가 써낸 것 일리가 없다. 그럼 쌍둥이인가?그럴 리가 없다. 그 쌍둥이는 항상 조용해서 하씨 가문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비록 하씨 대문호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현재 하씨 가문에서 진정한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하민석이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가능한 건 바로 그 여자다.자신도 잘 모르는 그 여인. 고혹적인 그녀의 모습이 하현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무런 기색을 띄지 않았고, 일종의 희미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씨 집안 전체에서 그가 가장 꺼려하는 것은 사실 하수진이었다. 하수진은 세상 남자들을 멸시했다!이 여자만이 그가 상대의 목적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이상하게 행동했다. 비위를 맞추는 건가?아니면 단순히 설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본격적으로 엮이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말 의도하는 바를 알 수가 없었다. 이 여자, 너무 위험하다!……“싸우지 마! 이 물건들은 내가 먼저 보관하고 있을게! 하 세자가 정식적으로 나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도대체 우리 집의 어떤 여자에게 마음이 있는지 알게 되면 내가 자연히 이 예물들을 그녀에게 줄게!”설씨 어르신은 결정을 내렸다. 별장 일에 대
설재석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온 큰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고, 딸의 기본 합의서는 다른 사람이 서명을 해버렸다.지금 다른 설씨 식구들의 딸들이 모두 부잣집에 시집 가는 것을 보면서 그의 마음속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보아하니, 하현 이 폐물과 은아는 반드시 이혼을 시켜야 해. 그렇지 않으면 살 필요가 없어. 우리의 삶은 더욱 비참해질 뿐이야!”희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재석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나는 안 시키고 싶은 줄 알아? 어르신이 경고하셨잖아. 설씨 집안의 경삿날인데 만약 무슨 불길한 일이라도 생기면 그건 내 책임이라고!”“설씨 어르신은 은아가 다른 사람의 자리를 뺏을까 봐 두려워하고 계셔. 이런 상황에서 은아가 이혼하기를 원치 않으실 거야!”희정은 ‘짝’하고 설재석의 뺨을 때리며 매섭게 말했다. “설재석, 너는 설씨 어르신이 말하면 뭐든지 다 그대로 하니? 너는 네 의견도 없어?” “먼저번에는 왕세자, 그 다음은 하 세자야!”“만약 우리 딸이 그 폐물에게 시집을 가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건 다 우리 것이 될 수 있었어!”“지금 우리 딸은 아무것도 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힘들게 얻은 것조차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넌 이게 공평한 거 같아?”설재석은 탄식하며 말했다.“나도 불공평한 거 알아, 하지만……”“됐어. 이 일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은아와 폐물은 반드시 이혼 시킬 거야. 이번에는 계속 그들을 가만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을 거야!”희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전에 너무 부드러웠다고 여겼다. 비록 계속 말로는 그들에게 이혼하라고 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이 바로 가서 이혼을 하도록 호되게 독촉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딸은 아마 하 세자에게 시집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남원의 하늘! 진정한 최상급 가문! 일단
한 30분 정도를 기다린 뒤에야 하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음식을 손에 들고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방금 시장에 갔다가 할인하는 음식을 좀 사왔어요. 오늘 저녁 같이 먹어요.”은아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희정과 설재석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절대적인 실망감이 넘쳐났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설은아가 이혼하고 싶어하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두자. 결국 그들도 단념했다. 이때 그들의 마음은 이미 설유아를 향해 있었다.……다음날 설은아는 회사에 출근을 해야 했고 하현도 함께 나갔다. 떠나기 전 희정은 부탁하며 말했다.“은아야, 이제 곧 국경일 휴일이잖아. 네 동생이 막 전학을 와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적응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네가 휴일에 가서 유아 좀 집으로 데리고 와.”희정은 지금 완전히 단념을 하고 큰 딸은 쓸모가 없으니 작은 딸을 키우려고 하였다. 자신의 막내딸을 잘 키워서 이번엔 꼭 귀한 사위를 데리고 와야 한다.“알겠어, 엄마.”설은아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사실 요 며칠 그녀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씨 회사는 지금 남원에서 모든 업무를 다시 시작해서 잘하고 있었고, 회사 건물 부지도 선정이 잘 되었다. 천일그룹측에서는 수시로 시찰을 하러 오고 있는데 매번 태도가 아주 좋은 걸로 봐서 하 세자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설은아는 더욱 더 소외되어 갔다. 원래 설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한 자리를 주기로 했지만, 지금은 아예 회사 후방에 있는 부서에서 일을 하도록 지시하셨다. 이 부서로 말할 것 같으면 듣기에는 좋으나 사실상 아무 할 일도 없는, 돈도 없고 권리도 없는 그런 자리였다. 하지만 설은아는 이런 상황에서 싸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저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이 모든것을 지켜보고 있는 하현이였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치 아무 생각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