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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장

설동수와 설민혁 부자 두 사람은 얼굴이 금세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은 오늘 거대한 뜻을 품고 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설씨 가문은 파산 절차를 밟게 생겼다. 어쩌란 말인가? 그러더니 이 담당자는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안색이 달라지더니 웃는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원래 서울의 설씨 회사 사람들이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깜빡 했네요. 귀사의 설은아 아가씨는 오셨습니까?” “네!?”이 말에 설민혁 부자 두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왜 지금 갑자기 설은아 얘기를 꺼내는 걸까?설민혁은 깊이 생각한 뒤에야 조심스레 말했다. “담당자님, 저는 설민혁이라고 합니다. 설씨 회사의 부사장이에요.”“설은아는 전에 저희 회사의 재무부 부장이었어요. 하지만 그녀가 큰 잘못을 저질러서 그녀는 이미 해고가 된 상태입니다.”“담당자님께서 그녀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 건지 모르겠네요?”담당자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잘 됐네요. 그녀가 해고가 된 이상, 이 일은 잘 처리가 될 겁니다.”설동수와 설민혁은 기쁜 얼굴이었다. 설마 이렇게 막다른 곳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인가?!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이 담당자는 직접적으로 말했다. “설은아 아가씨는 이미 귀사에 보직이 없어졌으니 내일 빨리 파산 절차를 밟으세요. 제가 내일 사람을 보내드리겠습니다.”설민혁과 설동수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기…… 이…… 이게……”설민혁은 벌벌 떨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설은아 아가씨와 하 세자님의 비서 이슬기씨는 절친이에요. 이 비서님이 특별히 당부하셨으니 신중하게 처리를 해야 합니다.”“지금 설은아 아가씨가 회사에 없으니 아무 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빨리 파산 절차를 밟아야겠습니다.” 담당자가 이번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설명해주었다. 쉽게 말해 설씨 회사는 설은아가 없으면 파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설은아가 있었다면 흥정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직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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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장

곧 설동수와 설민혁 두 사람은 쫓겨났다.회사 밖 큰 길에 서 있는 두 부자의 안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설은아 이년은 분명 그 하 세자와 한통속 일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 담당자가 왜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하겠어!?”“은아가 슬기의 절친이라고? 귀신을 속여라!”설민혁은 지금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설동수는 머리를 쥐어짜며 말했다. “이번에 일이 아주 성가시게 됐네. 설은아가 새롭게 권력을 잡지 않는 이상 그녀는 분명 우리 사정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우리가 그 식구들을 짓밟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해야 하는 건가?”“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설씨 회사는 내일 바로 파산하게 되고 우리의 재산을 빼돌릴 겨를도 없어……”두 부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서로 씁쓸해 했다.남원에 온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설은아가 다시 그들 머리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를 설씨 집안에서 쫓아낸 지 하루도 안돼서 그들은 또 설은아에게 부탁을 하러 가야 하게 생겼다. 그들은 남원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별장으로 돌아갔다. 설씨 어르신은 계속 거기에 머무르며 지금 설민혁 부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바로 다가가 물었다. “민혁아, 일은 어떻게 됐어? 천일그룹이 너희들을 곤란하게 한 건 아니지?”설동수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방금 일어난 일을 모두 말할 수밖에 없었다.“뭐? 우리 설씨 집안이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게다가 사정을 하려면 설은아만 보내야 한다고?”이때 설씨 어르신의 안색이 어찌나 안 좋아 졌는지 말도 말아라. 설동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버지, 그 책임자가 확실하게 말했어요. 만약 내일 설은아를 보내지 않으면 우리는 파산절차를 밟게 될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남은 49%도 지킬 수 없어요!”“설씨 회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설은아가 가서 사정하는 것 밖에는 없어요! 다른 사람은 안돼요!”“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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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장

이 모습을 본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의아한 얼굴이었다. TV를 보던 설유아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언니 지금 집에 없어요.”설지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유아야, 은아 언니가 어디 갔는지 말해줄래?”유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몰라요. 아침 일찍 하현이랑 나갔어요. 어디 갔는지 몰라요.”“그렇구나. 삼촌, 숙모, 그리고 유아야. 우리 먼저 갈게요.”“은아가 돌아오면 우리에게 전화하는 거 잊지 마세요!”비록 어색하기 그지 없었지만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물건을 두고 바로 떠났다. 설유아는 별 생각 없이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과 마주 보고는 온통 의문스러운 얼굴빛을 띄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에게 선물까지 보내고? 우리한테 아부하는 거야?”설재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이번에 또 그 폐물이 말한 대로 딱 들어맞은 건가? 설씨 어르신이 우리한테 구걸을 하다니? 나는 조금도 그를 꿰뚫어보지 못하겠어!”희정은 궁금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선물 상자를 열어보고 놀랐다. “여보, 이건 금장식, 양주, 그리고 제비집 요리, 상어 지느러미, 동충하초……”“이것들을 다 합치면 2천만 원은 넘을 거야. 그 집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시원스러워졌지?”“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부부 두 사람은 백 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됐다. 은아에게 전화를 했더니 어젯밤 충전을 안 해놔서 지금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그러나 은아도 핸드폰이 꺼져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현에게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자 두 부부를 더 안개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이때, 하현과 은아는 이미 가장 번화한 쇼핑몰, 그랜드 하얏트에 왔다. 그랜드 하얏트, 부자들의 쇼핑천국으로 불리는 곳. 듣기로 돈만 있으면 어떤 사치품이든, 당신이 꿈꾸며 바라왔던 물건들을 그랜드 하얏트에서 살 수 있었다. 설은아는 줄곧 이곳에 대해 들어왔었는데 직접 온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그녀는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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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장

설은아의 핸드폰은 꺼져있었고 하현은 전화를 끊었다. 이쯤 되자 설민혁과 사람들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들은 분명 설은아 식구들에게 조금 잘 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으면 오늘 이 지경까지 떠들썩하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때 설씨 어르신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설민혁은 안 좋은 기색이었지만 전화를 받고 상황을 보고해야 했다. “할아버지. 우리가 일 처리를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그 폐물 녀석이 은아를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를 모르겠어요.”“전화를 했는데 받지도 않고, 핸드폰이 꺼져있어요!”“삼촌과 숙모도 어디 갔는지 모른데요!”이 말을 듣자, 설씨 어르신의 핸드폰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다. 만약 설은아를 찾지 못하면 설씨 집안은 파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이렇게 되면 그의 반평생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빨리 찾아와! 다 나가서 찾아. 내일 아침 전까지 그녀가 반드시 돌아와야 해!”“만약 그녀를 찾지 못하면 우리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서북풍을 마시러 가야 해!”“이 결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설민혁은 당연히 이런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 설씨 집안이 일단 파산하고 나면 그가 어떻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는가!그에게는 하인 같은 생활을 하라고 하느니 차라리 강물에 빠지라고 하는 편이 낫다! 계속해서 설씨 집안 사람들은 벌떼처럼 설은아와 하현 두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그들은 남원이 낯설었고 또 남원은 너무 컸다.이런 곳에서 짧은 시간에 어디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설씨 집안 사람들을 보았을 때 하나같이 어두운 얼굴이었다. “설은아가 홧김에 일자리를 구하러 남원을 떠난 건 아니겠지? 우리가 그녀를 해고시켜 버려서?”어떤 사람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컸다. 집세가 끊겼으니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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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장

이날 밤 설은아가 둘러본 가게는 백 군데가 넘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모두 입어 보았지만 가격표를 보고는 포기했다.그랜드 하얏트 물건들은 다 고가 브랜드라 싼 물건들이 없었다. 하지만 설은아는 이런 옷을 입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현은 계속 참을성 있게 설은아 곁에 있었고, 설은아가 입어본 옷들을 다 기록해 두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가게를 둘러 보았을 때 설은아는 일종의 미션을 끝낸 기분이었다. 그녀는 하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 옷만 입어보고 돌아가자.”“그러자.”하현은 웃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게에 들어가 옷을 입어보려고 할 때였다. 이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여자의 몸매는 요염하고 얼굴은 화장이 두꺼워 원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남자는 슬리퍼 차림에 열쇠 꾸러미를 허리에 두르고 있었는데 딱 봐도 남원 토박이 일수꾼 같아 보였다. 여자가 들어 와서는 마음에 드는 옷은 가격표도 보지 않고 바로 구매하도록 시켰다. 이런 대범한 모습은 자연히 그곳의 점원들의 얼굴에 어색한 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를 하도록 했다. “이 옷 나도 할래!”요염한 여자가 설은아 앞으로 오더니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안내원은 고개 끄덕이며 굽실거렸다. 필경 설은아는 벌써 여러 벌의 옷을 입어봤지만 하현이 돈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연히 설은아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손님, 옷 좀 빨리 벗어주세요. 이쪽 여자분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네요!”이 안내원은 비록 공손한 표정을 지었지만 말 속에는 일종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맛이 배어 있었다. 설은아는 여전히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이때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솔직히 이 옷은 마음에 들긴 했지만 아까 가격표를 보고는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 안내원이 옷을 벗도록 했다. “이 옷이 마음에 드는데 아니면 창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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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장

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 이렇게 속물이에요? 이 여자는 손님이고, 나는 손님이 아닌가요?”솔직히 이 옷은 설은아가 아주 마음에 들어 했는데 거기다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옷을 벗으라고 하니 그녀는 정말 굴욕감을 느꼈다. 맞은편 안내원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아가씨, 손님들도 상중하로 나뉜다는 걸 아셔야 해요.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이 분의 구매력을 당신과 견줄 수 있겠어요?”“아마 이 분이 한 번 사는 옷이 당신이 평생 사는 것보다 더 많을 걸요!”이 말을 듣고 그 요염한 여자도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분수를 확실히 알아야 돼요. 망신당하지 않으려면……”“자신의 분수를 좀 가늠해보고 다시 나랑 비교해 볼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구요!”이때 그 열쇠를 허리에 차고 있는 남자가 요염한 여자 곁으로 다가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 가난뱅이들과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서 뭐해?”“요즘은 돈이면 다 돼!”“이놈들 아무리 봐도 돈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날뛰고 싶다면 돈이라도 좀 보여줘봐!”설은아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 여자는 딱 봐도 셋째 마누라 같아 보였는데 이지경이 되도록 날뛰고 있다니. 그녀 역시 한숨을 쉬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집안이 이런 상황이라 옷 한 벌 사고 나면 끝이다. 그 다음 방세와 숙식은 어떻게 하지?“당신……”설은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이 갑자기 일어서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 가게에서는 누가 많이 사냐에 따라 물건을 누구에게 팔지 결정합니까?”아까 그 남자가 하현을 경멸하듯 쳐다보며 말했다. “왜? 너 나랑 겨뤄볼래?”“이 어르신이 가진 집 한 채는 너희 같은 가난뱅이들이 평생 고군분투해도 얻을 수 없는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열쇠 꾸러미를 흔들자,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남원의 집값으로 따지면 이런 집 한 채는 적어도 6억에서 10억 정도 됐는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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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장

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녀는 이 때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이 요염한 여인은 오래 전부터 이런 모습에 익숙했던 것 같았고 그녀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 가난뱅이야. 내 남편은 아주 대범한 사람이야. 4천 만원이면 네 몇 년치 월급이지.”“만약 내가 너라면 지금 당장 이 여동생은 놔두고 돈 받고 꺼지겠다!”한쪽에 있던 안내원도 일이 생길까 싶어 지금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이고, 저도 저의 이런 불쌍함을 알아봐 줄 수 있는 큰 오라버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었어요……”“아가씨,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이 오빠가 너를 위해서 4천 만원을 낼 테니까.”하현은 점점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안내원과 집 부자를 담담히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기왕 쇼핑몰에 왔으니 당신들 규정에 따라서 하지.”“돈만 있으면 되는 거죠? 이 상점에 있는 옷 전부 살게요……”“그리고 당신! 4천만 원은 내가 줄게. 근데 네 여자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나는 단지 이 여자가 내 여자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기를 바랄 뿐이야……”하현의 말투는 담담하기 그지 없었지만 오히려 의심할 여지 없이 압도적이었다. 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그녀는 하현이 의외로 이런 기세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가장 관건은 그가 뜻밖에도 전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가게의 물건들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을까?전부 다 산다면 몇 천만 원으로도 안될 것이다. “하현, 너 너무 정신이 없는 거 아니야? 너 여기 있는 옷들이 얼만지 알아?”설은아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는 그저 데릴사위일 뿐이었다!이전에 서울에서 일할 때 모아둔 돈이 있다 해도 문제는 빌린 돈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어떻게 가게 안의 그런 물건들을 살 수 있을까? 그 집 부자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잠시 후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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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장

“선생님, 돈이 없으시면 지금 돌아가셔도 늦지 않습니다.”안내원도 하현과 낭비하는 시간을 계속 기다려 주지는 못했다. 거기다 직접적으로 나가라며 쫓아냈다.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 하현은 말하면서 가게를 나왔다. “허허허, 전화를 한다고? 돈이 없으면 돈 있는 척을 하질 말지, 무슨 전화를 하겠다는 거야? 내가 보니 이 전화는 오래 걸릴 거 같은데?”요염한 여자는 팔짱을 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은 전화한다는 핑계로 도망간 거 같았다. 설은아도 민망한 얼굴이었다. 돈이 없으면 없다고 말을 하면 되지. 왜 전화한다는 핑계를 대는 건지. 지금 그녀는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한 동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 30분쯤 지나자 가게 안에서 누군가 하이힐을 신고 급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그 가게 점장이 빠른 걸음으로 나와 핸드폰을 쥐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점장님, 여기 어떤 사람이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그 안내원은 자신의 점장을 보자 마자 알랑거리는 얼굴로 건너갔다. “탁_____”쟁쟁거리는 소리가 나자 점장은 안내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뺨을 한 대 갈겼다. 그리고는 설은아 앞으로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아가씨, 저희 안내원의 서비스가 좋지 않아 쇼핑에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변상하는 뜻으로 지금 입고 계신 옷은 저희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점장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랜드 하얏트 역시 이전에 하현이 사들인 것으로 최근 천일그룹에 통합되고 있었다. 방금 그랜드 하얏트의 총매니저가 이 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이 그 가게에 쇼핑을 하러 갔는데 카드를 놓고 왔으니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 하였다. 이 점장은 줄곧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연히 알 수 있었다. 딱 봐도 집 부자인 남자는 아무리 봐도 그들의 회장일 리가 없었다. 이 남자 말고 가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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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장

지금 이 집 부자는 점장과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이 이 순간만큼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요염한 여자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 한 사람은 하현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하현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 이 큰 일이 별일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미련한 여인은 아직도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고 있었다!이건 그들을 죽이려는 거다! 그런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이 벌써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지금 그 역시 그 졸부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점장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방금 천주환씨한테 전화를 했는데 조금 있으면 와서 결제 해줄 거예요.”‘천주환’이 세 글자를 들었을 때 이 점장의 머리가 ‘쿵’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이 세 글자가 무엇을 의지하는지 몰랐지만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사장님, 이건 그 그랜드 하얏트 사장의 이름이었다!웬만한 사람은 사장의 성도 뭔지도 모른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사장의 이름을 그대로 말할 수 있다니.게다가 방금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다니, 이건 모든 것은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빠짐없이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이 점장은 겨우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선생님, 마음에 드시는 물것이 있으시면 가져가셔도 됩니다. 제 성의라고 봐주세요……”“성의?”하현은 웃었다.“내가 돈이 모자라서?”“네네, 안 부족하시죠, 저저……”점장은 ‘저’라는 말만 한참 하다가 이 한 글자 밖에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때 바로 양복 차림에 하현과 비슷한 젊은이가 가게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하현 앞에 이르자, 그는 황송한 얼굴로 말했다. “하……”하현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 젊은이는 숨을 깊이 들이 쉬며, ‘세자’라는 두 글자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난 후 곤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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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장

“현금 인출 할 수 있죠?”하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럼 저 4천만 원만 뽑을게요.”천주환은 감히 묻지도 못하고 달려가더니 잠시 후 봉투를 하현에게 건넸다. 하현은 쳐다보지도 않고 정문 쪽을 향해 봉투를 든 손을 흔들었다. 봉투 안에 있던 돈 뭉치들이 전부 쏟아져 나와 사람들의 주위를 끌었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여기 4천만 원이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슬그머니 빠져나갈 채비를 하던 집 부자와 요염한 여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방금 이 젊은이가 그들에게 4천만 원을 줄 테니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까짓 돈이 뭐? 내가 거진 줄 아니? 꼴랑 이 4천만 원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요염한 여자는 불만이 가라앉지 않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현은 말 없이 그저 그 집 부자를 바라보았다. 집 부자는 하현의 표정을 보며 이 순간 자신의 솜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만약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가 반드시 그가 무릎을 꿇도록 도와줄 것을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랜드 하얏트 사장 천주환도 그 앞에서 공손하고 깍듯하게 하니 그 누구도 감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돈이 좀 있다고 그 앞에서 뭐라도 되겠는가?곧 이어 그 집 부자는 군소리 없이 바로 요염한 여자의 얼굴에 뺨을 때렸다. “어디서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 이 여자분께 무릎 꿇고 사과해!”요염한 여자는 어리둥절 했다. 이 순간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의 신분이 분명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집 부자가 이렇게 엉뚱하게 행동 했을 리 없다. 잠시 후 그녀는 ‘투둑’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설은아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가 사과를 마치자 이 집 부자는 그제서야 하현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선생님 다른 볼 일은 없어서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하현이 고개를 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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