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돈이 없으시면 지금 돌아가셔도 늦지 않습니다.”안내원도 하현과 낭비하는 시간을 계속 기다려 주지는 못했다. 거기다 직접적으로 나가라며 쫓아냈다.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 하현은 말하면서 가게를 나왔다. “허허허, 전화를 한다고? 돈이 없으면 돈 있는 척을 하질 말지, 무슨 전화를 하겠다는 거야? 내가 보니 이 전화는 오래 걸릴 거 같은데?”요염한 여자는 팔짱을 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은 전화한다는 핑계로 도망간 거 같았다. 설은아도 민망한 얼굴이었다. 돈이 없으면 없다고 말을 하면 되지. 왜 전화한다는 핑계를 대는 건지. 지금 그녀는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한 동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 30분쯤 지나자 가게 안에서 누군가 하이힐을 신고 급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그 가게 점장이 빠른 걸음으로 나와 핸드폰을 쥐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점장님, 여기 어떤 사람이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그 안내원은 자신의 점장을 보자 마자 알랑거리는 얼굴로 건너갔다. “탁_____”쟁쟁거리는 소리가 나자 점장은 안내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뺨을 한 대 갈겼다. 그리고는 설은아 앞으로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아가씨, 저희 안내원의 서비스가 좋지 않아 쇼핑에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변상하는 뜻으로 지금 입고 계신 옷은 저희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점장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랜드 하얏트 역시 이전에 하현이 사들인 것으로 최근 천일그룹에 통합되고 있었다. 방금 그랜드 하얏트의 총매니저가 이 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이 그 가게에 쇼핑을 하러 갔는데 카드를 놓고 왔으니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 하였다. 이 점장은 줄곧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연히 알 수 있었다. 딱 봐도 집 부자인 남자는 아무리 봐도 그들의 회장일 리가 없었다. 이 남자 말고 가게에
지금 이 집 부자는 점장과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이 이 순간만큼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요염한 여자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 한 사람은 하현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하현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 이 큰 일이 별일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미련한 여인은 아직도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고 있었다!이건 그들을 죽이려는 거다! 그런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이 벌써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지금 그 역시 그 졸부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점장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방금 천주환씨한테 전화를 했는데 조금 있으면 와서 결제 해줄 거예요.”‘천주환’이 세 글자를 들었을 때 이 점장의 머리가 ‘쿵’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이 세 글자가 무엇을 의지하는지 몰랐지만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사장님, 이건 그 그랜드 하얏트 사장의 이름이었다!웬만한 사람은 사장의 성도 뭔지도 모른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사장의 이름을 그대로 말할 수 있다니.게다가 방금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다니, 이건 모든 것은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빠짐없이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이 점장은 겨우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선생님, 마음에 드시는 물것이 있으시면 가져가셔도 됩니다. 제 성의라고 봐주세요……”“성의?”하현은 웃었다.“내가 돈이 모자라서?”“네네, 안 부족하시죠, 저저……”점장은 ‘저’라는 말만 한참 하다가 이 한 글자 밖에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때 바로 양복 차림에 하현과 비슷한 젊은이가 가게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하현 앞에 이르자, 그는 황송한 얼굴로 말했다. “하……”하현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 젊은이는 숨을 깊이 들이 쉬며, ‘세자’라는 두 글자는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난 후 곤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현금 인출 할 수 있죠?”하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럼 저 4천만 원만 뽑을게요.”천주환은 감히 묻지도 못하고 달려가더니 잠시 후 봉투를 하현에게 건넸다. 하현은 쳐다보지도 않고 정문 쪽을 향해 봉투를 든 손을 흔들었다. 봉투 안에 있던 돈 뭉치들이 전부 쏟아져 나와 사람들의 주위를 끌었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여기 4천만 원이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슬그머니 빠져나갈 채비를 하던 집 부자와 요염한 여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방금 이 젊은이가 그들에게 4천만 원을 줄 테니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까짓 돈이 뭐? 내가 거진 줄 아니? 꼴랑 이 4천만 원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요염한 여자는 불만이 가라앉지 않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현은 말 없이 그저 그 집 부자를 바라보았다. 집 부자는 하현의 표정을 보며 이 순간 자신의 솜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만약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가 반드시 그가 무릎을 꿇도록 도와줄 것을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랜드 하얏트 사장 천주환도 그 앞에서 공손하고 깍듯하게 하니 그 누구도 감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돈이 좀 있다고 그 앞에서 뭐라도 되겠는가?곧 이어 그 집 부자는 군소리 없이 바로 요염한 여자의 얼굴에 뺨을 때렸다. “어디서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 이 여자분께 무릎 꿇고 사과해!”요염한 여자는 어리둥절 했다. 이 순간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의 신분이 분명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집 부자가 이렇게 엉뚱하게 행동 했을 리 없다. 잠시 후 그녀는 ‘투둑’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설은아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가 사과를 마치자 이 집 부자는 그제서야 하현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선생님 다른 볼 일은 없어서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하현이 고개를 끄덕이
여자는 천성이 쇼핑광이라고들 한다. 이 밤, 설은아는 이 옷들 속에 빠져있었다. 심지어 잠도 드레스 룸에서 잤다. 하현은 발등에 돌이 찍힌 느낌이었다. 하지만 쓴웃음을 짓고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설은아의 관심을 이렇게 돌렸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하현이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는지 묻는 것을 잊어 버렸다.왜냐하면 그녀는 방금 핸드폰 충전을 마쳤고, 벨소리가 다급하게 울렸기 때문이다. 설은아는 아직 어리둥절했고 하현이 전화를 받으며 한마디 욕을 했다. “이렇게 아침 일찍 누가 전화를 합니까? 지금이 몇 신지 보지도 않은 거에요?”전화가 연결되자 상대방은 놀라며 또 기뻐했다. 하현과 은아는 밤새 옷을 입어봤다. 설민혁과 두 사람은 모두 어디 가지도 않고 설은아의 집 아래층에 쳐 박혀서 밤새 전화를 했었다. 지금 전화가 연결되자 세 사람은 뛸 듯이 기뻤다. 설동수는 설민혁이 화를 낼 까봐 황급히 핸드폰을 뺏어갔다. “하현아. 나 네 큰 아버지 설동수야!”“어? 그러세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안 주무세요? 정신이 어디 이상해진 거 아니에요!?”하현이 이렇게 입을 열자 전화 맞은편에 있던 설동수는 거의 화가 폭발할거 같았다. 하지만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차분한 마음으로 말했다. “하현아, 은아는? 바꿔줄 수 있어? 내가 급하게 말할 게 있거든!”하현은 아직 잠이 덜 깬 은아를 한 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아내가 아직 자고 있어서 전화 받기가 어려우니 무슨 일인지 저한테 말해보세요.”설동수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현아, 전에 너희 집 식구들을 제명하고, 설은아를 해고 시킨 건 실수였어!”“어르신께서 방금 은아한테 재무부장을 새롭게 맡기기로 결정 하셨어!”“정말 좋은 소식이지? 은아한테 빨리 일어나 보라고 해. 별장으로 건너오라고. 어르신이 직접 결정하신 일이야.”지금 이 일은 분명 축하할 일이었다. 필경 설동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일하는 거 안 좋아해요. 저는 제 아내가 저를 돌봐주는 걸 좋아해요.”하현의 말투는 담담했고, 맞은편에 있던 설동수와 두 사람은 화가 나서 거의 흰자위가 뒤집힐 뻔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는 들어봤지만, 정말로 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도 이렇게 당당한 남자는 처음 봤다. “좋아, 그럼 도대체 너희들이 원하는 조건이 뭐야?”설동수는 계속 성질을 참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말투가 안 좋아서 하현이 또 전화를 끊을까봐 무서웠다. “조건은 아주 간단해요. 누군가 그녀를 해고 했으니, 그 누군가가 직접 그녀를 구하러 오면 돼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좋아. 내가 그녀를 해고 했으니 내가 직접 부탁할게!”설동수가 서둘러 말했다.하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큰 아버지, 정말 저를 바보로 아세요?”설씨 집안에서 그런 권력이 있었다면 지금 저에게 전화를 하셨겠어요?”“설씨 어르신께 청하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는 안 돌아갑니다.”“뚜뚜뚜……”하현의 태도는 비할 데 없이 완강했다. 설동수는 시간을 보았고 이미 아침 8시가 넘었다. 그는 지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 보고 할 수밖에 없었다. 설씨 어르신 역시 밤을 꼬박 샜다. 지금 설동수의 보고를 듣고 숨을 헐떡거리다 거의 기절할 뻔 했다. “뭐? 그 데릴사위가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우리에게 순식간에 쓸려갈 수 있는 놈이 감히 이런 조건을 내 놨다고!”“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이때 설씨 어르신은 일종의 치욕스러움을 느꼈다.그의 손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는데 한쪽은 그의 자존심이었고, 한쪽은 그의 가업이었다.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이미 그의 마음속에 답이 있었다. ……같은 시각, 그랜드 하얏트의 드레스 룸. 쉬고 있던 은아는 이미 깨어났다. 이때 그녀는 조금 이상한 듯 하현을 쳐다봤다. 남원에 온 후로 하현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게다
설은아는 일찌감치 설씨 집안의 이중잣대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과거 서울에 있었을 때 설씨 어르신이 직접 물러서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그는 높은 신분과 권위를 유지했다.그런데 이번에 뜻밖에도 자신이 직접 나서다니? 상상을 초월했다. “그의 이익이 걸려 있으니 그가 안 올 수가 있겠어?”하현은 웃었다. 설은아는 신기한 듯 하현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하현, 솔직히 말해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아무것도 안 했어. 맞춰봐.”하현이 말했다. “그날 하 세자의 환영 만찬에서 이슬기 비서가 너한테 오지 않았어?”“그녀가 너한테 가서 천일 그룹 출범식 때 왕림해달라고 초대했었잖아.”“네가 설씨 집안을 대표하지 않으면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갈 사람이 누가 있겠어?”“천일 그룹도 하 세자가 세운 건데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러니까 내가 추측하기로 설씨 어르신은 요즘 분명 천일 그룹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고 있는 거 같아.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러 오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 하현의 분석이 그럴 듯 하게 들리자 설은아도 빙그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네가 설명하는 걸 들으면 네가 하 세자인 줄 알겠다!”하현은 으쓱해 하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내가 하 세자라고. 근데 문제는 네가 믿지 않는다는 거야!”하현은 진지하게 진실을 말했다. 하지만 설은아는 ‘피식’웃어 넘겼다.“그래, 우리 둘만 있을 때는 말해도 괜찮아. 밖에서는 절대 이런 농담하지마!” “만약 이 말이 하 세자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해져.”하현은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을 말해도 믿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 30분쯤 지나자 서울 번호판을 단 차 한대가 그랜드 하얏트 입구에 멈춰 섰다. 설씨 어르신도 뒷좌석에서 내리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눈앞에 있는 호화로운 쇼핑몰을 보았다. 하현은 창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좋아, 설
아침 10시가 되기 몇 분전에 하현과 은아 두 사람은 천일그룹이 있는 곳까지 왔다. 안내 데스크 아가씨가 매우 친절하게 어제 설민혁이 왔던 사무실로 데려다 주었다. 사무실의 담당자는 설은아를 보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공손한 얼굴로 다가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이 분이 설은아 아가씨죠? 앉으세요. 여기까지 왕림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커피가 좋으세요? 차가 좋으세요?”설은아는 좀 어리벙벙해졌다. 눈앞에 이 사람은 양복에 가죽신을 신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었다. 손목에는 롤렉스의 커다란 금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고위급 인물인 것 같았다. 방금 차에 탔을 때 설씨 어르신은 이 고위급 임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호랑이라고 하면서 설은아에게 거듭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상대방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어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랐다. 뒤에 있던 하현은 대범하게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물 한잔 줘요. 내 아내한테는 기운 좀 차리게 커피 좀 갖다 주고요.”“자, 두 분 앉으세요. 준비하겠습니다.”이 담당자는 더할 나위 없이 공손했다. 직접 두 사람을 모시고 가서 자리를 안내하고는 커피를 타러 갔다. 물을 따라서 두 사람 앞으로 가져왔다. 이런 태도는 어제의 태도와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만약 설민혁이 여기 있었다면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이 담당자는 공손한 얼굴로 앉아서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앉을 때도 의자에 엉덩이만 살짝 걸터앉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얼굴의 웃음은 금세 굳어졌다. 지금 그는 심지어 하현의 눈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하현의 다리만 쳐다볼 뿐이었다. 이 분이 바로 전설의 그 분이다!설은아는 멍해 있다가 잠시 후에야 일어서서 살짝 웃음을 띄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설씨 집안의 설은아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설씨 회사의 관련된 일을 논의해 보려고
설은아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우두커니 서있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부주임님, 그럼 저희 설씨 집안은 파산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할 필요 없습니다. 그룹 쪽에서 당신들에게 추가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하지만 합의서를 작성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어서 3일 이후에 서명을 해야 해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다시 한 번 와주실래요?”이 부주임은 더 할 나위 없이 친절했고 다른 고위층 임원들도 하나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설은아는 말했다.“여러분들의 배려에 감사 드립니다.”하현 역시 일어선 김에 말했다. “수고했어요.”그 부주임은 온몸을 떨며 인삼차를 마신 것처럼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한 일이죠! 천만에요! 다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이 부주임은 지금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뜨거운 눈물을 글썽였다. 이 분이 수고했다고 말씀을 하시다니, 이 얼마나 큰 영광인가?……천일그룹을 떠난 뒤, 설은아는 잠시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밖에서 기다리던 설씨 어르신과 사람들은 지금 뜨거운 솥 위에 있는 개미처럼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설은아가 나오는 것을 보자 설씨 어르신이 제일 먼저 앞으로 나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은아야, 일은 어떻게 됐어?”설은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문제가 해결됐어요!”“천일그룹 쪽에서 우리 설씨 회사의 실적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잠시 보류한 상태에요. 파산 절차는 밟지 않겠대요.” “거기다 우리에게 추가적으로 투자도 하고 업무도 주겠다고 했어요.”“다만 3일 뒤에 기본합의서에 서명을 하러 와야 한대요……”설은아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그 부주임은 설씨 회사가 자기가 운영하게 되면 반드시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은 윗사람에게 해야 하는 말 아닌가?설은아는 여전히 착하고 효성이 지극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