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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1장

”하현 아닙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하현이 오른쪽에 있는 대하 선수 쉼터로 가려고 했을 때 브라흐마 파만이 마침 샤르마 카비 일행을 데리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브라흐마 파만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열정이 충만한 모습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내가 인도에서 오자마자 매일 당신의 이름을 몇 백번 들었습니다. 아주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라니까요!”“그런데 이렇게 오늘 처음 공식적으로 만났군요!”“역시 듣던 대로 젊고 유능해 보입니다. 대하의 대들보, 용문의 희망이라고 할 만하군요!”“다만 당신네 대하 말이 맞아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걸출한 인재는 늘 사람들의 주요 견제 대상이 되는 거죠.”“당신의 명성은 높지만 예로부터 명장은 명이 길지 않은 법이죠.”“아, 이런. 내가 당신 면전에서 내 속마음을 드러내고 말았군요! 하하!”“대하는 반만년 문명이고 예의지국이라고 생각하는데, 뭐 이런 말에 별로 개의치 않겠죠?”거침없이 내뱉는 브라흐마 파만의 얼굴에는 능청스러운 미소가 그득했다.샤르마 카비 일행도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하현에 대한 자료를 많이 보았지만 바로 앞에서 사람을 마주해 보니 별로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브라흐마 커크를 죽인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아마 그들은 자신이 평범한 사람을 봤을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괜찮습니다.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개 입에서 상어가 나올 리 없잖습니까? 뭐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렸다.“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따름입니다.”“며칠 일찍 만났더라면 이렇게 수고롭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그렇죠?”“뭐,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스스로 능력이 있으니 아무려면 어떻습니까?”“공연할 큰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을 주지 않고서 어떻게 스스로가 광대임을 깨닫게 할 수 있겠습니까?”하현의 말속에 뼈가 있었다.며칠 전에 브라흐마 파만이 하현 앞에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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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2장

”브라흐마 성녀님, 인도의 하고많은 실력자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가장 높이 여기는 사람도 당신입니다!”하현은 조금도 숨김없이 호감을 드러내었다.“듣자 하니 당신은 인도 무학에서 미모로도 실력으로도 단연 최고라도 하더군요!”“당신을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행운입니다!”“내 명의로 된 국술당이라는 무도관이 체임점으로 수십 개의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혹시 브라흐마 성녀님이 총교관이 되는 데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아, 걱정하지 마세요.”“국술당 지분 3할과 연봉 이백억 드리겠습니다!”“그리고 장담하건대 인도인이 감히 이 일로 당신을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브라흐마 성녀가 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우리에겐 큰 영광이겠습니다!”“앞으로 연봉은 계속 올라갈 것이고 심지어 나중에 국술당이 상장하게 되면 당신의 재산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하현은 정말로 브라흐마 로샨을 끌어들이려는 듯 진지하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샤르마 카비와 다타 구쉬는 자신들도 모르게 브라흐마 로샨을 쳐다보았다.그녀가 하현의 손을 바로 뿌리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들의 안색은 점점 더 굳어졌다.어찌 되었든 브라흐마 로샨은 인도 무학에서 가장 미인이었고 젊은 세대들 모두가 그녀를 흠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브라흐마 로샨이 하현의 손을 거부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들은 갑자기 의아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브라흐마 로샨은 눈썹을 펄쩍이며 황급히 하현에게서 손을 빼내 멋쩍은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이렇게 날 높게 평가해 주니 고맙습니다!”“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당신들의 국술당에 몸담을 수 없습니다.”그러나 하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브라흐마 로샨의 눈빛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하현은 연예인만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귀티 나는 자태와 용감한 기상이 말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었다.각자 자기 위치가 다르지만 브라흐마 로샨은 인도 젊은 세대 중 하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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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장

브라흐마 로샨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하현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브라흐마 로샨, 만약 대우가 충분하지 않다면 다시 얘기하면 됩니다!”“이백억이 모자라면 삼백억!”“삼백억이 모자라면 사백억!”“브라흐마 성녀가 내 체면을 세워 준다면 무성에 있는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브라흐마 로샨의 발걸음이 비틀거렸고 그녀는 도망치듯 서둘러 걸음을 떼었다.하현이 지금 내뱉은 말이 언젠가는 비난의 화살로 돌변해 그녀에게 돌아올 것임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하현이 일부러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도 젊은 실력자 두 사람은 하나같이 수상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던 것이다.한편 하현이 이렇게 브라흐마 로샨을 추켜세우는 것은 거꾸로 다른 인도인들을 한없이 비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들이 정말로 승리한다고 해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아마도 브라흐마 로샨의 얘기일 것이 뻔했다.하현이 너무 비싸게 불렀다는 둥 자신이라면 이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둥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그래서 다들 브라흐마 로샨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추측하느라 속이 뒤숭숭했다.“하현, 이 파렴치한 소인배!”브라흐마 파만은 결국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그는 하현의 몇 마디 때문에 철통같았던 인도 젊은 실력자들이 이미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지금 브라흐마 로샨은 어느새 고립되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하현이 제시한 연봉 때문에 브라흐마 파만도 이렇게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세상 물정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브라흐마 로샨은 더 말할 것도 없다.“브라흐마 파만, 당신 이러면 안 되죠!”“비록 각자 자기 입장이 다 있겠지만 무도에는 국경이 없어요.”“브라흐마 성녀를 칭찬하는 게 어때서요? 좋아하는 게 어때서요?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훗날 인도 무림의 지존이 될 운명인 그녀를 칭찬하지 않고 설마 당신 같은 요승을 추켜세우란 말인가요?”하현은 인도인쪽으로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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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4장

진주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하현은 정정당당하게 계략을 쓰는 거지 얼굴도 내밀지 않은 어둠 속의 음모나 계략과는 달랐다.만약 브라흐마 로샨이 정말 이런 이유로 인도인들에게 냉대를 받는다면 그녀의 처지가 고달픔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왜 인도에 태어나 이런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나?곧이어 양측 선수들이 모두 도착하는 것을 보고 극동무맹 대표가 단상에 올라 이번 시합의 규칙을 선포했다.이번에 인도인이 열여덟 명 출전했으므로 공평함을 기해 용문 쪽에서도 열여덟 명의 실력자들을 내보낼 수 있었다.다만 이 열여덟 명의 실력자들은 모두 이번 용문대회에 참가한 사람이어야 한다.용문 내부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 차출된 셈이었다.인도인들은 원래 용문대회에 오기 위해 왔기 때문에 모두 실력자들로 구성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양측이 각각 열여덟 명씩 나온 상황에서 매일 세 차례씩 경기를 치른다.링 위에서 상대를 물리치거나 직접 링 위에서 내치거나 하는 사람이 이긴다.이긴 쪽은 계속 경기를 하거나 혹은 격일로 다시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하지만 진 쪽은 바로 탈락해서 더 이상 출전할 자격을 잃는다.간단히 말해서 이번 대결은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질 것이다.어느 한쪽이 강해서 계속 싸울 수 있다고 해도 6일 동안 상대를 몰아붙여야 되는 것이다.이렇게 한 것은 인도 측이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의 정체를 철저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그들은 극동무맹, 남양무맹, 유라시아무맹에 이런 제안을 했던 것이다.3대 무맹은 이미 한쪽으로 잣대가 기울어져 있었으니 당연히 인도 쪽을 지지할 게 뻔했다.규칙을 선포한 뒤 사회자와 심판을 맡은 대표는 큰소리로 외쳤다.“첫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한 사람씩 링에 올라와 대결을 펼치겠습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곁눈질을 하며 뒤를 살폈다.세 사람의 젊은 실력자 외에도 용문에는 14명의 선수가 준비하고 있었다.하지만 이 14명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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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5장

”이번에는 용문 사람들이 질 것 같아.”“하 씨라는 사람은 그렇게 기고만장하더니 왜 첫판에 안 나오는 거야?”“첫판은 사기가 걸린 경기인데 지면 안 되니까 그런 거 같아. 아무래도 하 씨가 자신이 별로 없나 보지!”천심낙과 차조지가 링 한가운데로 올라서자 장내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이 경기에서 누가 이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사회자가 ‘시작'을 알리자 장내는 이내 조용해졌다.이때 차조지가 천심낙 쪽을 향해 싱긋 웃으며 천천히 실크 장갑을 꺼냈다.그리고 오른손을 뻗어 어서 덤벼 보라는 듯 천심낙을 향해 검지를 까딱거렸다.간단한 동작에도 자신감이 넘쳐났다.손엄명 일행은 이 모습을 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차조지가 결코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여러분,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브라흐마 파만이 벌떡 일어나 모두를 향해 웃었다.“차조지는 인도 선봉사 출신으로 일곱 살 때 무예를 익히고 열일곱 살 때 병왕에 올랐습니다!”“그 뒤로 5년 동안 문을 내걸고 수련에만 몰두하며 실력을 쌓았습니다!”“그리고 또 5년 후 그는 세상에 본인만의 권법을 창안해 냈습니다!”“나 브라흐마 파만이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닙니다!”“차조지가 만든 권법은 무학의 경지를 벗어난 것입니다!”“무학의 성지, 무학의 종가, 무학의 대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문을 내걸고 수련에만 몰두하며 탄생한 권법이 얼마나 무서운 위력이 있는지 여러분도 잘 알 겁니다.”“그러니 손엄명, 당신들은 이번 판에 절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이미 정해져 있어요!”브라흐마 파만은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차조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차조지를 가장 먼저 내보낸 것이다.브라흐마 파만의 목표는 1차전에서 전력을 다해 천심낙을 제압하고 용문 쪽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손엄명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한참 후에야 냉소를 흘렸다.“브라흐마 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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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6장

이 광경에 현장에 있던 많은 대하 사람들이 모두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질렀다.천심낙은 용문 내외 팔당의 3대 실력자 중 하나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도 용문을 대표하는 실력자 세 명 중 한 명이 된 것이다.그런데 용문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천심낙이 첫 수에서 밀렸단 말인가?사람들은 보고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구양연과 천정국 같은 사람들조차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용문 진영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진주희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차조지가 꽤 실력이 있어 보입니다.”“차조지의 권법이 꽤 위협적이긴 합니다.”“천심낙이 질까 봐 걱정 안 되십니까?”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무도의 경지를 벗어나 스스로의 권법을 이룩했다니 정말 비범한 사람이군!”“인도 젊은 세대 중에서도 단연 최고야.”“그렇지만 상관없어.”“내가 여기 있는 한 천심낙을 비롯한 세 사람의 승패는 아무래도 상관없어.”“게다가 그들은 어차피 모두 링 위에 오를 텐데 내가 걱정해 봐야 뭐해?”하현의 말을 들은 진주희는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무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떠올리며 진주희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참.”진주희가 갑자기 뭔가 다른 일이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그날 국술당에서 우리가 황금궁의 체면을 밟은 뒤에 황금궁 쪽에서 틀림없이 뭔가 설욕할 준비를 단단히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심지어 사람을 보내 우리 국술당을 염탐하거나 이간질시키거나 할 수도 있을 정도였죠.”“무학의 성지의 명성이 더럽혀지는 걸 참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그런데 이상하게도 요 며칠 동안 바람 한 점 없어요. 아무 움직임도 없었어요.”“일부러 정탐꾼을 내보냈는데 황금궁 쪽에서는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황소군답지 않은 행동이에요. 전혀 황금궁답지 않아요!”“조심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하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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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7장

이에 고무된 차조지는 동작이 점점 빨라졌고 그의 권법은 더욱더 거세졌다.대하 쪽 관중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천심낙이 물러서자 마음속에 한없는 초조함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손엄명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링 위를 바라보며 혹시라도 첫판이 이렇게 끝날까 봐 노심초사했다.오직 진주희만이 하현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차조지의 권법이 더해지면 경기는 이대로 끝날 것 같습니다.”“그다음엔 어떻게 하죠?”하현은 여전히 눈을 희미하고 뜨고 천심낙을 바라본 뒤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권법에는 일종의 규칙이 있지. 한 번에 힘을 다 쏟은 뒤엔 쇠퇴하게 되고 그다음엔 완전히 기력을 소진하게 되지.”“인도인이 만든 권법은 빠르고 강해.”“한번 내뿜으면 도저히 당해낼 방법이 없어.”“그래서 이런 권법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리하게 피하다가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는 거야.”“천심낙이 그걸 간파했다면 차조지는 결국 이기지 못해!”하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링 위에서 차조지는 마지막 힘을 쏟아 주먹을 날렸다.그가 음흉하게 웃으며 자세를 바꾸려고 할 때였다.줄곧 뒷걸음질치던 천심낙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움직여 손바닥을 내동댕이쳤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기세를 몰아붙이던 차조지가 몸을 움찔하면서 뒤쪽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그대로 링 위에 내려앉았다.이어서 천심낙은 그의 뺨을 내리친 후 손바닥을 툭툭 털며 링 아래로 내려와 심드렁한 눈빛으로 차조지를 쳐다보았다.“뭐야?”“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눈만 꿈뻑거렸다.방금까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차조지가 왜 갑자기 천심낙에게 뺨을 맞고 쓰러졌을까?손엄명 일행은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았다.지금 뒷짐을 진 채 링에서 내려온 천심낙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자 브라흐마 파만이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젊은이가 실력자라면서 상대가 전력을 잃기도 전에 링에서 내려가면 자신이 진다는 것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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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8장

용문 진영에서 진주희는 넋이 나간 듯 이 장면을 보고 있다가 잠시 후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다.“대표님, 이 녀석이 겨우 7일 동안만 대표님과 함께 수련했다는 걸 내가 몰랐다면 아마도 이 수법을 대표님이 가르쳤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내가 사람 뺨만 때리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군.”하현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천심낙은 결국 해냈어. 첫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고.”“둘째는 국전이라는 무게야. 첫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도 잘 알고 있거든.”“그는 이기는 것도 이기는 것이지만 힘을 덜 들이고 이겨야 했어.”“천심낙은 그걸 너무도 잘 해냈어!”“인도 쪽에서 샤르마 카비를 비롯한 세 사람이 함께 나서지 않는 한 천심낙의 적수는 없어.”하현은 예리한 혜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때 총교관으로서 사람들의 실력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눈은 있었다.과정을 볼 필요도 없이 하현은 첫판 대결에서 인도인이 이길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것을 이미 짐작했었다.인도인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천심낙 일행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말을 하면서 하현은 멀리 있는 브라흐마 로샨을 향해 손을 흔들며 그녀를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든지 줄 수 있다는 듯 환한 미소를 보였다.브라흐마 로샨은 얼굴이 점점 냉랭해졌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말할 수 없이 복잡해 보였다.하현이라는 개자식이 자신에게 계속 도발하는 것이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하현에게 몸을 의탁할지 말지 마음속으로 고심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샤르마 카비는 브라흐마 로샨에게 눈을 흘기며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었다.그는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주고받는 눈길을 막아버렸다.이에 더해 그는 엄중한 목소리로 브라흐마 로샨을 호통쳤다.그러자 그녀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이 장면이 진주희의 눈에 띄었고 그녀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하현에게 말했다.“대표님, 사람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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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9장

간단히 말해자면 남선은 그저 아무렇게나 서 있는데도 마치 온몸에서 신선 같은 기질이 풍겨 나왔다.박나진은 아름다운 몸매로 자신감 있게 남선 앞에 섰지만 기품이 떨어져서인지 어떤지 왠지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해 버린 듯한 인상이었다.그러나 박나진의 얼굴에는 한기가 가득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흥! 내가 충고 하나 할게. 지금 당장 패배를 인정하는 게 좋을 거야.”“난 암살 무기를 쓴 천수관음의 기법을 터득했거든.”“일단 손을 쓰면 그 위력은 나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야.”“만약 실수로 당신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날 원망하지 마.”박나진은 한껏 도발하는 표정을 지었다.분명 차조지의 패배로 인도 쪽은 적의를 숨길 뜻이 없는 듯 보였다.박나진이 등판하자마자 물불 가리지 않고 기선을 제압할 예정이니 상대가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없다는 듯 거만하게 굴었다.박나진의 표정과 말을 듣고 인도인들은 다시 자신감이 치솟기 시작했다.어쨌든 그들은 천수관음의 기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예전에 천수관음 기법을 한 번 사용했을 때 순식간에 수십 개의 과녁을 명중시켰다고 했다.장내의 사람들은 천수관음 기법이라는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천수관음이라는 기법을 그들도 들어 본 적이 있다.대하 무림에서는 유일하게 무학의 성지 공작 산장의 공작 수법만이 이 기법과 비교될 수 있다고 했다.무학의 성지에서도 정수로 불리는 기법을 박나진이 쓴다는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란 것이다.손엄명 일행은 처음에 박나진이 천수관음 기법을 쓴다는 말을 듣고도 별로 믿지 않았다.하지만 도발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박나진을 보며 그녀의 실력이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설마 이번 판에서 인도인이 이길 수 있단 말인가?진주희도 약간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이 여자가 정말 천수관음 기법을 쓴다구요?”“소문에 의하면 인도 천수사에서는 극비여서 핵심 제자가 아니면 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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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0장

은침이 핏발 선 듯 앞으로 휙휙 날아왔다.동시에 은침들은 일종의 진형을 형성하며 휙휙 소리를 냈다.속도도, 기세도 놀라웠다.주위의 구경꾼들이 모두 놀란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박나진이 어쩐지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라니!암살 수법의 솜씨가 가히 상상을 초월해다!그러나 충격에 휩싸인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남선은 싸늘한 표정만 지으며 조용히 은침을 주목했다.이 모습을 보고 박나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야 네가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안 거야? 그래서 깨끗하게 포기하고 죽겠다는 거야?”“하긴 어차피 반항해도 안 될 거 깨끗하게 포기하고 죽는 게 차라리 영리한 생각이지.”천정국은 마음이 급해서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남선! 빨리 반격해! 정 안되면 피하기라도 해!”설마 다른 사람과 맞붙어 본 경험이 없는 남선이 긴장해서 얼어붙었단 말인가?천정군은 초조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진주희도 눈썹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남선이 지금 뭐하는 걸까요? 만약 상대의 은침에 맞는다면 그녀는 아마 질 거예요!”“남선이 지금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모르는 걸까요?”하현도 지금 남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눈썹을 찌푸리고 있던 그 순간...갑자기 남선이 오른손을 한 번 휙, 또 한 번 크게 휙 휘두르자 어디선가 은침이 날아와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촹! 촹!”은침들은 방금 박나진이 쏜 은침들과 맞부딪혔다.순간 장내 곳곳에서 낭랑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고 수많은 은침들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완벽하게 막아낸 것이다.남선의 솜씨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다가 갑자기 어리둥절해했다.어디서 봐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천수관음?”맞은편에 서 있던 박나진이 안색이 급격히 변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네가 어떻게 우리 천수관음 기법을 알고 있어?!”장내는 충격에 휩싸였다.모두들 믿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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