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흐마 성녀님, 인도의 하고많은 실력자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가장 높이 여기는 사람도 당신입니다!”하현은 조금도 숨김없이 호감을 드러내었다.“듣자 하니 당신은 인도 무학에서 미모로도 실력으로도 단연 최고라도 하더군요!”“당신을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행운입니다!”“내 명의로 된 국술당이라는 무도관이 체임점으로 수십 개의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혹시 브라흐마 성녀님이 총교관이 되는 데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아, 걱정하지 마세요.”“국술당 지분 3할과 연봉 이백억 드리겠습니다!”“그리고 장담하건대 인도인이 감히 이 일로 당신을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브라흐마 성녀가 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우리에겐 큰 영광이겠습니다!”“앞으로 연봉은 계속 올라갈 것이고 심지어 나중에 국술당이 상장하게 되면 당신의 재산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하현은 정말로 브라흐마 로샨을 끌어들이려는 듯 진지하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샤르마 카비와 다타 구쉬는 자신들도 모르게 브라흐마 로샨을 쳐다보았다.그녀가 하현의 손을 바로 뿌리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들의 안색은 점점 더 굳어졌다.어찌 되었든 브라흐마 로샨은 인도 무학에서 가장 미인이었고 젊은 세대들 모두가 그녀를 흠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브라흐마 로샨이 하현의 손을 거부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들은 갑자기 의아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브라흐마 로샨은 눈썹을 펄쩍이며 황급히 하현에게서 손을 빼내 멋쩍은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이렇게 날 높게 평가해 주니 고맙습니다!”“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당신들의 국술당에 몸담을 수 없습니다.”그러나 하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브라흐마 로샨의 눈빛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하현은 연예인만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귀티 나는 자태와 용감한 기상이 말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었다.각자 자기 위치가 다르지만 브라흐마 로샨은 인도 젊은 세대 중 하현과
브라흐마 로샨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하현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브라흐마 로샨, 만약 대우가 충분하지 않다면 다시 얘기하면 됩니다!”“이백억이 모자라면 삼백억!”“삼백억이 모자라면 사백억!”“브라흐마 성녀가 내 체면을 세워 준다면 무성에 있는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브라흐마 로샨의 발걸음이 비틀거렸고 그녀는 도망치듯 서둘러 걸음을 떼었다.하현이 지금 내뱉은 말이 언젠가는 비난의 화살로 돌변해 그녀에게 돌아올 것임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하현이 일부러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도 젊은 실력자 두 사람은 하나같이 수상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던 것이다.한편 하현이 이렇게 브라흐마 로샨을 추켜세우는 것은 거꾸로 다른 인도인들을 한없이 비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들이 정말로 승리한다고 해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아마도 브라흐마 로샨의 얘기일 것이 뻔했다.하현이 너무 비싸게 불렀다는 둥 자신이라면 이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둥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그래서 다들 브라흐마 로샨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추측하느라 속이 뒤숭숭했다.“하현, 이 파렴치한 소인배!”브라흐마 파만은 결국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그는 하현의 몇 마디 때문에 철통같았던 인도 젊은 실력자들이 이미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지금 브라흐마 로샨은 어느새 고립되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하현이 제시한 연봉 때문에 브라흐마 파만도 이렇게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세상 물정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브라흐마 로샨은 더 말할 것도 없다.“브라흐마 파만, 당신 이러면 안 되죠!”“비록 각자 자기 입장이 다 있겠지만 무도에는 국경이 없어요.”“브라흐마 성녀를 칭찬하는 게 어때서요? 좋아하는 게 어때서요?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훗날 인도 무림의 지존이 될 운명인 그녀를 칭찬하지 않고 설마 당신 같은 요승을 추켜세우란 말인가요?”하현은 인도인쪽으로 다가
진주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하현은 정정당당하게 계략을 쓰는 거지 얼굴도 내밀지 않은 어둠 속의 음모나 계략과는 달랐다.만약 브라흐마 로샨이 정말 이런 이유로 인도인들에게 냉대를 받는다면 그녀의 처지가 고달픔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왜 인도에 태어나 이런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나?곧이어 양측 선수들이 모두 도착하는 것을 보고 극동무맹 대표가 단상에 올라 이번 시합의 규칙을 선포했다.이번에 인도인이 열여덟 명 출전했으므로 공평함을 기해 용문 쪽에서도 열여덟 명의 실력자들을 내보낼 수 있었다.다만 이 열여덟 명의 실력자들은 모두 이번 용문대회에 참가한 사람이어야 한다.용문 내부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 차출된 셈이었다.인도인들은 원래 용문대회에 오기 위해 왔기 때문에 모두 실력자들로 구성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양측이 각각 열여덟 명씩 나온 상황에서 매일 세 차례씩 경기를 치른다.링 위에서 상대를 물리치거나 직접 링 위에서 내치거나 하는 사람이 이긴다.이긴 쪽은 계속 경기를 하거나 혹은 격일로 다시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하지만 진 쪽은 바로 탈락해서 더 이상 출전할 자격을 잃는다.간단히 말해서 이번 대결은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질 것이다.어느 한쪽이 강해서 계속 싸울 수 있다고 해도 6일 동안 상대를 몰아붙여야 되는 것이다.이렇게 한 것은 인도 측이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의 정체를 철저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그들은 극동무맹, 남양무맹, 유라시아무맹에 이런 제안을 했던 것이다.3대 무맹은 이미 한쪽으로 잣대가 기울어져 있었으니 당연히 인도 쪽을 지지할 게 뻔했다.규칙을 선포한 뒤 사회자와 심판을 맡은 대표는 큰소리로 외쳤다.“첫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한 사람씩 링에 올라와 대결을 펼치겠습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곁눈질을 하며 뒤를 살폈다.세 사람의 젊은 실력자 외에도 용문에는 14명의 선수가 준비하고 있었다.하지만 이 14명의 선
”이번에는 용문 사람들이 질 것 같아.”“하 씨라는 사람은 그렇게 기고만장하더니 왜 첫판에 안 나오는 거야?”“첫판은 사기가 걸린 경기인데 지면 안 되니까 그런 거 같아. 아무래도 하 씨가 자신이 별로 없나 보지!”천심낙과 차조지가 링 한가운데로 올라서자 장내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이 경기에서 누가 이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사회자가 ‘시작'을 알리자 장내는 이내 조용해졌다.이때 차조지가 천심낙 쪽을 향해 싱긋 웃으며 천천히 실크 장갑을 꺼냈다.그리고 오른손을 뻗어 어서 덤벼 보라는 듯 천심낙을 향해 검지를 까딱거렸다.간단한 동작에도 자신감이 넘쳐났다.손엄명 일행은 이 모습을 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차조지가 결코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여러분,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브라흐마 파만이 벌떡 일어나 모두를 향해 웃었다.“차조지는 인도 선봉사 출신으로 일곱 살 때 무예를 익히고 열일곱 살 때 병왕에 올랐습니다!”“그 뒤로 5년 동안 문을 내걸고 수련에만 몰두하며 실력을 쌓았습니다!”“그리고 또 5년 후 그는 세상에 본인만의 권법을 창안해 냈습니다!”“나 브라흐마 파만이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닙니다!”“차조지가 만든 권법은 무학의 경지를 벗어난 것입니다!”“무학의 성지, 무학의 종가, 무학의 대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문을 내걸고 수련에만 몰두하며 탄생한 권법이 얼마나 무서운 위력이 있는지 여러분도 잘 알 겁니다.”“그러니 손엄명, 당신들은 이번 판에 절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이미 정해져 있어요!”브라흐마 파만은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차조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차조지를 가장 먼저 내보낸 것이다.브라흐마 파만의 목표는 1차전에서 전력을 다해 천심낙을 제압하고 용문 쪽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손엄명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한참 후에야 냉소를 흘렸다.“브라흐마 파만
이 광경에 현장에 있던 많은 대하 사람들이 모두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질렀다.천심낙은 용문 내외 팔당의 3대 실력자 중 하나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도 용문을 대표하는 실력자 세 명 중 한 명이 된 것이다.그런데 용문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천심낙이 첫 수에서 밀렸단 말인가?사람들은 보고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구양연과 천정국 같은 사람들조차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용문 진영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진주희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차조지가 꽤 실력이 있어 보입니다.”“차조지의 권법이 꽤 위협적이긴 합니다.”“천심낙이 질까 봐 걱정 안 되십니까?”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무도의 경지를 벗어나 스스로의 권법을 이룩했다니 정말 비범한 사람이군!”“인도 젊은 세대 중에서도 단연 최고야.”“그렇지만 상관없어.”“내가 여기 있는 한 천심낙을 비롯한 세 사람의 승패는 아무래도 상관없어.”“게다가 그들은 어차피 모두 링 위에 오를 텐데 내가 걱정해 봐야 뭐해?”하현의 말을 들은 진주희는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무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떠올리며 진주희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참.”진주희가 갑자기 뭔가 다른 일이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그날 국술당에서 우리가 황금궁의 체면을 밟은 뒤에 황금궁 쪽에서 틀림없이 뭔가 설욕할 준비를 단단히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심지어 사람을 보내 우리 국술당을 염탐하거나 이간질시키거나 할 수도 있을 정도였죠.”“무학의 성지의 명성이 더럽혀지는 걸 참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그런데 이상하게도 요 며칠 동안 바람 한 점 없어요. 아무 움직임도 없었어요.”“일부러 정탐꾼을 내보냈는데 황금궁 쪽에서는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황소군답지 않은 행동이에요. 전혀 황금궁답지 않아요!”“조심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하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에 고무된 차조지는 동작이 점점 빨라졌고 그의 권법은 더욱더 거세졌다.대하 쪽 관중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천심낙이 물러서자 마음속에 한없는 초조함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손엄명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링 위를 바라보며 혹시라도 첫판이 이렇게 끝날까 봐 노심초사했다.오직 진주희만이 하현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차조지의 권법이 더해지면 경기는 이대로 끝날 것 같습니다.”“그다음엔 어떻게 하죠?”하현은 여전히 눈을 희미하고 뜨고 천심낙을 바라본 뒤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권법에는 일종의 규칙이 있지. 한 번에 힘을 다 쏟은 뒤엔 쇠퇴하게 되고 그다음엔 완전히 기력을 소진하게 되지.”“인도인이 만든 권법은 빠르고 강해.”“한번 내뿜으면 도저히 당해낼 방법이 없어.”“그래서 이런 권법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리하게 피하다가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는 거야.”“천심낙이 그걸 간파했다면 차조지는 결국 이기지 못해!”하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링 위에서 차조지는 마지막 힘을 쏟아 주먹을 날렸다.그가 음흉하게 웃으며 자세를 바꾸려고 할 때였다.줄곧 뒷걸음질치던 천심낙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움직여 손바닥을 내동댕이쳤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방금까지 기세를 몰아붙이던 차조지가 몸을 움찔하면서 뒤쪽으로 빙글빙글 돌다가 그대로 링 위에 내려앉았다.이어서 천심낙은 그의 뺨을 내리친 후 손바닥을 툭툭 털며 링 아래로 내려와 심드렁한 눈빛으로 차조지를 쳐다보았다.“뭐야?”“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눈만 꿈뻑거렸다.방금까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차조지가 왜 갑자기 천심낙에게 뺨을 맞고 쓰러졌을까?손엄명 일행은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았다.지금 뒷짐을 진 채 링에서 내려온 천심낙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자 브라흐마 파만이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젊은이가 실력자라면서 상대가 전력을 잃기도 전에 링에서 내려가면 자신이 진다는 것도 모르
용문 진영에서 진주희는 넋이 나간 듯 이 장면을 보고 있다가 잠시 후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다.“대표님, 이 녀석이 겨우 7일 동안만 대표님과 함께 수련했다는 걸 내가 몰랐다면 아마도 이 수법을 대표님이 가르쳤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내가 사람 뺨만 때리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군.”하현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천심낙은 결국 해냈어. 첫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고.”“둘째는 국전이라는 무게야. 첫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도 잘 알고 있거든.”“그는 이기는 것도 이기는 것이지만 힘을 덜 들이고 이겨야 했어.”“천심낙은 그걸 너무도 잘 해냈어!”“인도 쪽에서 샤르마 카비를 비롯한 세 사람이 함께 나서지 않는 한 천심낙의 적수는 없어.”하현은 예리한 혜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때 총교관으로서 사람들의 실력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눈은 있었다.과정을 볼 필요도 없이 하현은 첫판 대결에서 인도인이 이길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것을 이미 짐작했었다.인도인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천심낙 일행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말을 하면서 하현은 멀리 있는 브라흐마 로샨을 향해 손을 흔들며 그녀를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든지 줄 수 있다는 듯 환한 미소를 보였다.브라흐마 로샨은 얼굴이 점점 냉랭해졌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말할 수 없이 복잡해 보였다.하현이라는 개자식이 자신에게 계속 도발하는 것이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하현에게 몸을 의탁할지 말지 마음속으로 고심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샤르마 카비는 브라흐마 로샨에게 눈을 흘기며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었다.그는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주고받는 눈길을 막아버렸다.이에 더해 그는 엄중한 목소리로 브라흐마 로샨을 호통쳤다.그러자 그녀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이 장면이 진주희의 눈에 띄었고 그녀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하현에게 말했다.“대표님, 사람 마음
간단히 말해자면 남선은 그저 아무렇게나 서 있는데도 마치 온몸에서 신선 같은 기질이 풍겨 나왔다.박나진은 아름다운 몸매로 자신감 있게 남선 앞에 섰지만 기품이 떨어져서인지 어떤지 왠지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해 버린 듯한 인상이었다.그러나 박나진의 얼굴에는 한기가 가득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흥! 내가 충고 하나 할게. 지금 당장 패배를 인정하는 게 좋을 거야.”“난 암살 무기를 쓴 천수관음의 기법을 터득했거든.”“일단 손을 쓰면 그 위력은 나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야.”“만약 실수로 당신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날 원망하지 마.”박나진은 한껏 도발하는 표정을 지었다.분명 차조지의 패배로 인도 쪽은 적의를 숨길 뜻이 없는 듯 보였다.박나진이 등판하자마자 물불 가리지 않고 기선을 제압할 예정이니 상대가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없다는 듯 거만하게 굴었다.박나진의 표정과 말을 듣고 인도인들은 다시 자신감이 치솟기 시작했다.어쨌든 그들은 천수관음의 기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예전에 천수관음 기법을 한 번 사용했을 때 순식간에 수십 개의 과녁을 명중시켰다고 했다.장내의 사람들은 천수관음 기법이라는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천수관음이라는 기법을 그들도 들어 본 적이 있다.대하 무림에서는 유일하게 무학의 성지 공작 산장의 공작 수법만이 이 기법과 비교될 수 있다고 했다.무학의 성지에서도 정수로 불리는 기법을 박나진이 쓴다는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란 것이다.손엄명 일행은 처음에 박나진이 천수관음 기법을 쓴다는 말을 듣고도 별로 믿지 않았다.하지만 도발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박나진을 보며 그녀의 실력이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설마 이번 판에서 인도인이 이길 수 있단 말인가?진주희도 약간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이 여자가 정말 천수관음 기법을 쓴다구요?”“소문에 의하면 인도 천수사에서는 극비여서 핵심 제자가 아니면 배울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