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해자면 남선은 그저 아무렇게나 서 있는데도 마치 온몸에서 신선 같은 기질이 풍겨 나왔다.박나진은 아름다운 몸매로 자신감 있게 남선 앞에 섰지만 기품이 떨어져서인지 어떤지 왠지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해 버린 듯한 인상이었다.그러나 박나진의 얼굴에는 한기가 가득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흥! 내가 충고 하나 할게. 지금 당장 패배를 인정하는 게 좋을 거야.”“난 암살 무기를 쓴 천수관음의 기법을 터득했거든.”“일단 손을 쓰면 그 위력은 나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야.”“만약 실수로 당신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날 원망하지 마.”박나진은 한껏 도발하는 표정을 지었다.분명 차조지의 패배로 인도 쪽은 적의를 숨길 뜻이 없는 듯 보였다.박나진이 등판하자마자 물불 가리지 않고 기선을 제압할 예정이니 상대가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없다는 듯 거만하게 굴었다.박나진의 표정과 말을 듣고 인도인들은 다시 자신감이 치솟기 시작했다.어쨌든 그들은 천수관음의 기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예전에 천수관음 기법을 한 번 사용했을 때 순식간에 수십 개의 과녁을 명중시켰다고 했다.장내의 사람들은 천수관음 기법이라는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천수관음이라는 기법을 그들도 들어 본 적이 있다.대하 무림에서는 유일하게 무학의 성지 공작 산장의 공작 수법만이 이 기법과 비교될 수 있다고 했다.무학의 성지에서도 정수로 불리는 기법을 박나진이 쓴다는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란 것이다.손엄명 일행은 처음에 박나진이 천수관음 기법을 쓴다는 말을 듣고도 별로 믿지 않았다.하지만 도발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박나진을 보며 그녀의 실력이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설마 이번 판에서 인도인이 이길 수 있단 말인가?진주희도 약간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이 여자가 정말 천수관음 기법을 쓴다구요?”“소문에 의하면 인도 천수사에서는 극비여서 핵심 제자가 아니면 배울
은침이 핏발 선 듯 앞으로 휙휙 날아왔다.동시에 은침들은 일종의 진형을 형성하며 휙휙 소리를 냈다.속도도, 기세도 놀라웠다.주위의 구경꾼들이 모두 놀란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박나진이 어쩐지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라니!암살 수법의 솜씨가 가히 상상을 초월해다!그러나 충격에 휩싸인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남선은 싸늘한 표정만 지으며 조용히 은침을 주목했다.이 모습을 보고 박나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야 네가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안 거야? 그래서 깨끗하게 포기하고 죽겠다는 거야?”“하긴 어차피 반항해도 안 될 거 깨끗하게 포기하고 죽는 게 차라리 영리한 생각이지.”천정국은 마음이 급해서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남선! 빨리 반격해! 정 안되면 피하기라도 해!”설마 다른 사람과 맞붙어 본 경험이 없는 남선이 긴장해서 얼어붙었단 말인가?천정군은 초조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진주희도 눈썹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남선이 지금 뭐하는 걸까요? 만약 상대의 은침에 맞는다면 그녀는 아마 질 거예요!”“남선이 지금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모르는 걸까요?”하현도 지금 남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눈썹을 찌푸리고 있던 그 순간...갑자기 남선이 오른손을 한 번 휙, 또 한 번 크게 휙 휘두르자 어디선가 은침이 날아와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촹! 촹!”은침들은 방금 박나진이 쏜 은침들과 맞부딪혔다.순간 장내 곳곳에서 낭랑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고 수많은 은침들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완벽하게 막아낸 것이다.남선의 솜씨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다가 갑자기 어리둥절해했다.어디서 봐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천수관음?”맞은편에 서 있던 박나진이 안색이 급격히 변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네가 어떻게 우리 천수관음 기법을 알고 있어?!”장내는 충격에 휩싸였다.모두들 믿을 수 없
순간 박나진은 피를 토하고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어려서부터 그녀는 자신을 세상 유일의 암술 기법을 익힌 천재로 여겼고 그 기법으로 천하를 발아래 둘 수 있을 거라 여겼다.하지만 지금 남선을 만나고 보니 자신은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았을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남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묘수를 쓸 필요가 없었다.그저 방금 눈으로 보고 배운 수법을 이용해 상대가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제압해 버리면 그만이었다.자신만만하던 브라흐마 파만이 손에 쥔 찻잔을 던지며 산산조각을 내었다.그의 얼굴에는 극도의 분노가 넘실거렸다.“방금 마지막 그 은침, 사실은 당신 미간 한가운데 떨어질 수 있었어.”남선은 박나진을 행해 빙그레 웃으며 뒤돌아 링 아래로 내려갔다.박나진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남선이 함부로 말한 것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방금 남선은 자신이 원하면 얼마든지 마지막 은침을 박나진의 얼굴에 명중시켜 그녀를 죽일 수도 있었다.상대가 사정을 봐준 이상 박나진은 가타부타 할 말이 없었다.게다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고수들도 더 이상 트집을 잡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꼈는지 잠자코 있었다.결국 계속 싸운다면 박나진 자신과 천수사가 더 창피해질 뿐이다.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자 박나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졌어.”말을 마친 후 그녀는 얼굴이 검게 타들어간 채 링에서 내려왔다.이번 승부로 인도인들의 얼굴빛은 완전히 잿빛으로 변했다.패배를 인정한 박나진은 브라흐마 파만에게 뺨을 한 대 맞았다.어쨌든 인도인 쪽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승부였기 때문이다.경기 규칙에 따라 점심시간이 되어 조금 쉴 수 있게 된 것이 천만다행일 지경이었다.브라흐마 파만은 멀리서 하현을 향해 목을 베는 손짓을 한 후 사람들을 데리고 대기실로 갔다.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심히 마음이 무거웠다.그러나 하현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빙그레 웃으며 모두를 데리고
샤르마 나한의 우람한 모습을 보고 브라흐마 파만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나한, 인도의 명성은 너한테 달렸어. 이 싸움에서 무조건 이겨야 해! 반드시 전력을 다해 싸워!”샤르마 나한은 별다른 표정 없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스승님, 반드시 임무 완수하겠습니다!”그러고 나서 샤르마 나한은 냉랭한 표정으로 링 한가운데로 걸어와 하현 일행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이번 판은 절대 내 줄 수 없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나정봉이 옅은 미소를 띠며 상의를 벗어던지고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무대에 올랐다.이어 샤르마 나한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당신도 조만간 당신 동료들과 같은 길을 갈 거야.”“당신을 너무 힘들게는 하지 않을게.”“난 여기 서 있을 테니까 주먹 세 대로 날 흔들어 봐. 내가 한 발짝이라도 뒤로 물러선다면 내가 진 걸로 하지!”뭐라고?사회자조차도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지금 이 녀석이 뭐라고 떠드는 것인가?아직 아무 설명도 안 했는데 혼자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주먹 세 대로 흔들어 보라고?게다가 한 발짝만 물러서도 진 걸로 하겠다고?허풍도 무슨 이런 가당치도 않은 허풍이 다 있는가?진주희와 다른 용문 사람들은 나정봉이 한 말이 이해되지 않는 듯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이 녀석이 정말 이렇게 자신만만하단 말인가? 아니면 기선제압을 위해 허세를 부리는 건가?손엄명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나정봉, 링에 올라가서 제대로 보여줘!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당신이 이러는 건 인도인에 대한 무례야!”맞은편에 있던 브라흐마 파만은 잠시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파안대소했다.“손엄명, 무슨 그런 말씀을!”“이 친구가 이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우리도 상대편 뜻에 같이 놀아줘야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샤르마 나한, 사양하지 말고 바로 밀어붙여.”“주먹 세 대로 상대를 흔들지 못하면 우리가 지는 거야!”“나한, 원하는 대로 해 줘!”샤르
”뭐야? 이 녀석이 끄떡도 없어?”“입도 잘 놀리고 기운도 넘쳐. 분명 방금 그 주먹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여기 모니터에 재생 화면 한번 봐.”“물러서기는커녕 몸집 하나 흔들리지 않았어!”“못 본 사람들은 인도인이 그냥 간지럼 태운 줄 알겠어.”“그렇다면 저 인도인이 별로 실력이 없는 거 아니야?”“방금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저 정도 수준밖에 안 돼?”“이렇게 약한 실력으로 감히 천하의 무공을 자랑한다고? 퉤!”관중들이 저마다 수군거리며 샤르마 나한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빈정거렸다.샤르마 나한은 안색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이번에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꾹 다물고 나정봉의 가슴팍을 다시 한번 공격했다.젖 먹던 힘까지 다 쓰는 기분으로 전력을 다했다.인도인의 체면을 구길 수 없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샤르마 나한의 주먹이 날아갔다.그러나 그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기도 전에 온몸이 흠칫거리며 그대로 뒤로 날아가 링 아래로 툭 떨어졌다.“왈칵!”기어올라온 샤르마 나한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토했다.그러자 그는 손을 벌벌 떨며 말했다.“너, 너! 날 습격해? 감히 날?”샤르마 나한의 말을 들은 나정봉은 자신은 결백한 듯 눈썹을 찡긋 올렸다 내렸다.나정봉은 방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샤르마 나한은 순전히 자신의 날린 주먹의 반동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인도인들은 모두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졌다!나정봉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샤르마 나한이 혼자 뒤로 나자빠지며 땅에 떨어져 피를 토하고만 것이다.이 상태로 뭘 더 어떻게 상대에게 주먹을 날리겠는가?사회자도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쌍방이 약속했지만 샤르마 나한은 링에 떨어졌고 전력을 상실했습니다.”“대표단은 만장일치로 이번 판은 나정봉이 이겼다고 판정합니다!”결과를 들은 용문 고위층들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만면에 걸렸다.아주 좋은 스타
용문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일상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손엄명은 사람을 보내 많은 탕약과 귀중한 선물을 직접 보냈다.한편으로는 오늘 경기를 이긴 것에 대한 보상의 뜻을 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 명의 실력자와 하현이 계속 분발해 인도인을 완전히 제압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인도인의 발이 감히 용문의 얼굴을 칠 뻔했다.오늘 이 경기로 용문의 고위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뿐만 아니라 구겨졌던 체면도 다시 펼 수 있게 되었다.용문 쪽에서는 이미 온라인으로 홍보해 줄 사람들을 찾아 인터넷에 이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술과 밥을 배불리 먹은 후 하현은 남선 일행을 데리고 뒤뜰 화원으로 갔다.오늘 그들이 링 위에서 싸우고 있을 때 공해원, 조남헌 등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돈을 지불해 샤르마 나한을 비롯한 세 사람의 자료를 수집했다.하현은 직접 이 세 명의 인도 실력자들의 자료를 꺼내 남선 일행에게 자세히 보라고 했다.이번 경기에 있어 이 세 명의 인도 실력자들이 가장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다.이 세 사람의 인도인을 제압하지 않고는 최후의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이어지는 4일 동안 남선 일행은 다시 인도인들과 싸웠다.하현이 나설 필요도 없이 남선 일행은 교만한 인도인들을 산산조각 내버렸다.초반 세 경기까지 합치면 인도인들은 열다섯 경기 연속으로 패했고 마지막 세 경기만 남겨 놓게 되었다.그러나 인도의 3대 실력자들은 끝내 나서지 않았다.용문 쪽에서는 하현과 다른 사람들은 전혀 나설 필요가 없었다.매일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의 경기만 지켜보면 되었다.이렇게 용문 쪽이 승승장구하자 용문 고위층은 점점 더 흥분했고 원래부터 움직이고 있던 온라인 홍보팀은 더욱 열기를 올리며 짧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예전에 체면을 구겼던 용문이 완전히 살아난 것이다.대하 무학계는 온통 들끓었다.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이 보여준 천부적인 재능과 실력을 극찬하기 바
”하현 같은 사람에게 미인계가 도움이 된다면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희생 못할 것도 없죠.”하현의 말에 브라흐마 로샨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며 준비된 방으로 하현을 안내했다.자리에 앉은 하현은 찻잔을 집어 들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브라흐마 성녀, 어쨌든 나도 남자야. 나랑 함께 하는 게 나라를 위한 희생이라고 말한 건 너무 한 거 아니야?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아무래도 미인계는 가망이 없을 것 같군.”브라흐마 로샨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희망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하현 당신의 태도에 달렸죠.”“태도?”하현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래도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닌 모양이군.”“날 죽이려는 수작이겠지?!”“브라흐마 성녀가 나를 찾는다? 도대체 무슨 일로?”“당신하고 나하고 여기서 희희낙락할 거였으면 이런 데 말고 그냥 직접 행동으로 보였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아냐?”브라흐마 로샨은 한숨을 내쉬며 마뜩잖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오늘 내가 왜 당신을 이곳으로 불렀는지 정말 모르겠어요?”“첫날 당신은 나한테 오명을 뒤집어씌워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했어요! 사람들이 날 따돌리고 시샘하게 만들었구요!”“지금 우리 인도는 열다섯 경기를 연속으로 졌어요. 인도 측 전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많은 사람들이 내가 인도에게 해를 입혔다고 말하고 있어요. 심지어 내가 당신한테 매수당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구요!”“브라흐마 스승님을 포함한 내부에 대한 불만을 나한테 덮어씌우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무슨 죄예요? 난 날벼락을 맞은 거라고요!”여기까지 말한 브라흐마 로샨은 손을 뻗어 하현의 오른손을 누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하현. 이 억울함, 당신이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요?”“당신이 나한테 뭔가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하현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상황이 그렇게 된 거군.
”의미가 있죠! 그것도 아주 큰 의미가 있어요!”브라흐마 로샨은 아름다운 미소를 그리며 테이블 아래에서 금속 상자를 천천히 꺼내 하현 앞에 내밀었다.상자를 내놓는 순간 그녀의 어깨에 걸쳐 있던 외투가 흘러내려 아찔한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 인도 황실은 당신이 우리 인도에 합류하길 바라고 있어요!”“황실에서 복을 내려 주셔서 하 씨를 제1 계급으로 봉했어요!”“대대손손 후손들이 이 영광을 누릴 거예요!”‘제 1 계급'이라는 말을 듣고 하현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인도인은 역시 간단치 않은 사람들이다.그들은 하현이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다른 쪽으로 거절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브라흐마 로샨, 브라흐마 파만, 브라흐마 아부, 브라흐마 아샴과 같은 인물들은 인도에서 두 번째 계급에 불과하다.인도 측이 하현에게 제시한 조건은 뜻밖에도 제1 계급이었다!간단히 말해서 지금 하현이 고개만 끄덕거린다면 그는 제1 계급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인도에서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함부로 굴 수 없는 지위를 얻는 것이다.두 번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심지어 인도에서 황실의 가족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그의 후손들도 인도 황실과 우호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다.이런 신분, 이런 지위는 보통 사람들이 거절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일반적으로 이런 일은 나라를 세 번은 구해야 올까 말까 한 기회가 아닐까?인도 측이 제시한 조건은 실로 비할 바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제 1 계급을 하사하는 것 외에도 당신이 인도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미화 백억을 정착비로 드리겠어요.”“국가 핵심 지역에 당신이 머물 수 있는 넓은 부지를 드리고요.”“인도 삼대사, 선봉사, 천수사, 금강사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법으로 옹호하는 장로로 모셔질 겁니다!”“앞으로 인도에서의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