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 같은 사람에게 미인계가 도움이 된다면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희생 못할 것도 없죠.”하현의 말에 브라흐마 로샨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며 준비된 방으로 하현을 안내했다.자리에 앉은 하현은 찻잔을 집어 들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브라흐마 성녀, 어쨌든 나도 남자야. 나랑 함께 하는 게 나라를 위한 희생이라고 말한 건 너무 한 거 아니야?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아무래도 미인계는 가망이 없을 것 같군.”브라흐마 로샨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희망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하현 당신의 태도에 달렸죠.”“태도?”하현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래도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닌 모양이군.”“날 죽이려는 수작이겠지?!”“브라흐마 성녀가 나를 찾는다? 도대체 무슨 일로?”“당신하고 나하고 여기서 희희낙락할 거였으면 이런 데 말고 그냥 직접 행동으로 보였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아냐?”브라흐마 로샨은 한숨을 내쉬며 마뜩잖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오늘 내가 왜 당신을 이곳으로 불렀는지 정말 모르겠어요?”“첫날 당신은 나한테 오명을 뒤집어씌워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했어요! 사람들이 날 따돌리고 시샘하게 만들었구요!”“지금 우리 인도는 열다섯 경기를 연속으로 졌어요. 인도 측 전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많은 사람들이 내가 인도에게 해를 입혔다고 말하고 있어요. 심지어 내가 당신한테 매수당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구요!”“브라흐마 스승님을 포함한 내부에 대한 불만을 나한테 덮어씌우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무슨 죄예요? 난 날벼락을 맞은 거라고요!”여기까지 말한 브라흐마 로샨은 손을 뻗어 하현의 오른손을 누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하현. 이 억울함, 당신이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요?”“당신이 나한테 뭔가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하현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상황이 그렇게 된 거군.
”의미가 있죠! 그것도 아주 큰 의미가 있어요!”브라흐마 로샨은 아름다운 미소를 그리며 테이블 아래에서 금속 상자를 천천히 꺼내 하현 앞에 내밀었다.상자를 내놓는 순간 그녀의 어깨에 걸쳐 있던 외투가 흘러내려 아찔한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 인도 황실은 당신이 우리 인도에 합류하길 바라고 있어요!”“황실에서 복을 내려 주셔서 하 씨를 제1 계급으로 봉했어요!”“대대손손 후손들이 이 영광을 누릴 거예요!”‘제 1 계급'이라는 말을 듣고 하현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인도인은 역시 간단치 않은 사람들이다.그들은 하현이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다른 쪽으로 거절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브라흐마 로샨, 브라흐마 파만, 브라흐마 아부, 브라흐마 아샴과 같은 인물들은 인도에서 두 번째 계급에 불과하다.인도 측이 하현에게 제시한 조건은 뜻밖에도 제1 계급이었다!간단히 말해서 지금 하현이 고개만 끄덕거린다면 그는 제1 계급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인도에서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함부로 굴 수 없는 지위를 얻는 것이다.두 번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심지어 인도에서 황실의 가족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그의 후손들도 인도 황실과 우호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다.이런 신분, 이런 지위는 보통 사람들이 거절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일반적으로 이런 일은 나라를 세 번은 구해야 올까 말까 한 기회가 아닐까?인도 측이 제시한 조건은 실로 비할 바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제 1 계급을 하사하는 것 외에도 당신이 인도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미화 백억을 정착비로 드리겠어요.”“국가 핵심 지역에 당신이 머물 수 있는 넓은 부지를 드리고요.”“인도 삼대사, 선봉사, 천수사, 금강사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법으로 옹호하는 장로로 모셔질 겁니다!”“앞으로 인도에서의
”당신의 능력도, 당신의 실력도 모두 당신이 이런 후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죠!”브라흐마 로샨은 보드라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서 당신이 진심으로 우리 인도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로 우리가 제시한 제1계급을 받아들이고 귀화의 뜻을 분명히 해주길 원하죠.”“우리 13억 인도인들은 모두 제1 계급이 되고 싶어 해요.”“인도가 당신에게 이런 큰 혜택을 주었으니 우리 인도인들 모두에게 당신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걸 이해시켜야 해요!”“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설득하겠어요?”“귀화?”하현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뭐라는 거야? 내일이 바로 경기야?”“역시 하현 당신은 똑똑하시군요. 조금만 말해도 다 알아차린다니까요.”브라흐마 로샨은 살며시 웃었다.“브라흐마 파만 스승님이 말씀하셨어요. 내일 만약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이 지기만 한다면.”“그 자리에서 미화 100억을 주고 제1계급을 상징하는 영패도 드리겠다고 합니다!”“그 외 부수적인 선물들도 있으니 따로 준비해 놓을 거예요!”“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대하를 떠나 우리 위대한 인도로 바로 갈 수 있도록 전용기를 준비할 거구요!”“데리고 가고 싶은 가족과 친구가 있다면 다 함께 가셔도 됩니다. 준비는 우리 쪽에서 다 할게요!”“당신은 인도에서 편안하게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보장합니다!”“심지어 당신이 인도를 위해 공을 세웠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그저 세상이 아는 것은 용문과 대하가 그동안의 당신 노고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는 것뿐입니다!”“하현,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은 지금 당신을 매우 신뢰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뭔가를 하는 건 당신한테는 식은 죽 먹기잖아요?”“당신이 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오늘 밤부터 난 당신 사람입니다!”브라흐마 로샨의 말에 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러니까 당신들이 원하는 건 내가 남선 일행을 죽이
브라흐마 로샨의 몸이 굳어졌다.하현의 말을 듣고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마치 그녀는 자신이 제안한 조건을 그가 거절할 것이라 예상한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얼른 정신을 다잡고 빙긋 웃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우리의 세계로 들어온 걸 환영해요!”“다만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어요. 당신이 우리 인도에 도착하기만 하면 우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있을 거예요. 어때요?”브라흐마 로샨의 말에 하현은 약간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심호흡을 했다.“브라흐마 성녀, 지금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야?”“아무것도 못 얻었는데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겠어?”“나한테 조금은 짜릿한 맛을 보여줘야지. 아무것도 안 주면 어떻게 해?”“브라흐마 성녀가 오늘 불편하다면 다른 방식으로 할게.”“이거 내 카드야. 우선 미화 100억부터 여기로 넣어!”“아! 내가 돈만 받고 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 싶겠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어쨌든 지금 난 당신한테 더 관심이 있거든!”“인도에서 당신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있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말을 하면서 하현은 은행 카드를 꺼내 브라흐마 로샨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하현의 행동이 그녀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든 게 분명했다.불같이 화를 내고 거절을 할 것이라 예상했던 하현은 어디에도 없었다.그 대신 돈과 여색에 빠진 하현이 있었다.“지금은...너무 시간이 늦었네요.”“게다가 미화 100억은 함부로 움직이기에 너무 큰 금액이라 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브라흐마 로샨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그렇지만 하현,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해내면 돈은 반드시 입금될 거예요.”“미화 100억에서 한 푼도 빠지지 않고 정확히.”순간 하현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빼고 차갑게 말했다.“브라흐마 성녀, 나를 세 살짜리 꼬마로 아는 거야?”“인도가 이렇게 높은 계급을 나한테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건 당연히
”자, 브라흐마 성녀. 우리 식사는 여기까지야.”“돌아가서 브라흐마 파만한테 말해.”“모략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요즘 다들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처음부터 난 당신들의 그런 조건에는 관심도 없었어. 당신에게는 관심이 있었지만.”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브라흐마 로샨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은행 카드를 다시 가져오며 미소를 지었다.“브라흐마 성녀, 인도인이 나한테 약속한 것은 물속의 달 같은 거야.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거지.”“하지만 우리 국술당은 달라.”“난 당신이 마음만 고쳐먹는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악인의 길을 버리고 올바른 길을 찾아!”“내가 당신한테 약속한 것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브라흐마 로샨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그리고 오른손을 가방에 넣으려는 찰나 손끝에서 카드 한 장이 소리 없이 미끄러졌다.방금 하현이 카드를 가져간 줄 알았는데 여우 같은 하현은 다른 카드를 그녀의 손에 슬쩍 넣었던 것이다.브라흐마 로샨은 검은 골드 카드를 힐끔 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 망설이는 빛이 가득했다....브라흐마 로샨을 깊은 고민에 빠뜨린 채 하현은 아샴호텔을 떠난 뒤 구양연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브라흐마 로샨과의 만남에 대해 보고를 했다.아무도 이 일에 대해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한 것이었다.오늘 밤, 그가 처음부터 인도인이 제시한 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설레었다면 아마 브라흐마 파만 일당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결국 그는 손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오명만 뒤집어쓰고 영원히 비난받을 것이다.오늘 밤 이 일을 겪은 후 하현도 인도인의 정보력에 대해 더욱 경계하게 되었다.인도인이 제시한 조건들은 모두 하현이 의도적으로 만든 이미지에 따라 설계된 것이었기 때문이다.이것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조사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이건 인도인의 소행이 틀림없다.인도인들은 두 가지 계략을 동시에 진행할 만큼 음험하고 악랄했다.다만 인도인들도 세계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대하와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남선 일행을 완전히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걸 하현은 잘 알고 있었다.왜냐하면 그건 너무 뻔한 결말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는 별 걱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오늘 수상한 사람이나 외부인이 우리 국술당에 다녀간 적 없어?”“의심쩍은 사람은 없지만 전에 소란을 피우러 왔던 황금궁 사람들이 찾아왔었어요.”“그런데 그들은 소란을 피우러 온 게 아니라 세 명의 젊은 실력자들에게 사과하러 왔었어요.”“특히 그 까칠한 여자는 세 명의 젊은 실력자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머리를 조아렸어요...”“황금궁?”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래도 이 일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황금궁 사람들이 사과를 할 거였으면 진작에 왔을 것인데 이제 와서 사과라니?하필 이때?그는 재빨리 택시를 잡아타고 국술당으로 돌아갔다.30분도 채 되지 않아 하현이 국술당으로 돌아와 보니 국술당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경비를 맡은 집법당의 제자들조차도 모두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이 정말 혼수상태에 빠지면 내일은 경기를 할 필요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현은 여러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쏜살같이 뒤뜰로 향했다.루돌프 팀은 뒤뜰을 거의 응급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장비들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각종 기구들이 깜빡거리며 불안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모두 병상에 누워 있었고 루돌프는 그 옆에 앉아서 무거운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았다.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루돌프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하현, 이들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깨울 방법이 없어요!”“이미
”그런데 이게 정말 변약수라면 뭔가 마실 것에 몰래 탔다는 얘기예요.”“하지만 우리 국술당의 음식과 음료수는 모두 집법당 제자들이 책임지고 있어요. 잘못될 리가 없어요.”“세 사람이 혹시 남이 준 음식을 먹거나 마신 적이 있을까요?”“남이 준 음식...”남궁나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사과로 건네주었던 그 차?”“뭐?”하현이 자신도 모르게 남궁나연을 쳐다보았다.“아까 사과하러 온 황금궁 사람들, 그 까칠한 여자가 무릎을 꿇고 사과할 때 특별히 차를 세 잔 타서 세 명에게 대접했어요.”“이 차를 마시면 용서하는 걸로 알고 무릎을 꿇겠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무릎을 꿇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그런데 그게 찻잎이든 물이든 다 우리 국술당에 있던 건데 어떻게...”하현이 얼굴이 어두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이 독을 넣겠다 마음먹었으면 방법은 너무 쉽지.”“예를 들어 변약수 속에 손가락을 몇 시간 동안 담갔다가 차를 따를 때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슬쩍 찻물에 닿게 하면 누가 알아차릴 수 있겠어?”하현의 말을 들은 남궁나연은 안색이 일그러지며 몸을 벌벌 떨었다.“대표님, 다 제 잘못입니다. 저는 어쨌든 황금궁 사람이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요.”“그래서 그들을 들이고 여기 와 사과할 기회를 줬어요...”“다 제 잘못입니다...”남궁나연은 몹시 난처해하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혹시라도 하현이 자신을 내통자로 오해하고 황금궁 사람들과 협력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믿어.”하현은 남궁나연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정상인이라면 누구나 알 거야. 남선을 비롯한 이 세 사람의 안위는 이번 국전의 승패와 관련이 있다는 걸.”“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누가 이 세 사람을 해쳐서 나라를 망신시키겠어?”“남궁나연, 당신 너무 걱정할 필요없어. 이들 세 사람의 상황이 그리 심각하진 않아. 나
밤 10시, 황금궁 별장.이곳은 무학의 성지인 황금궁이 무성에 세운 별장으로 평소 황금궁의 중요 인사들이 출몰하는 거점이기도 했다.밖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황금궁 별장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불빛 아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황금궁 별장 한가운데 있는 홀에는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주변의 장식들도 눈부셨다.오늘은 무성 황금궁의 외문 제일 자제인 황소군의 약혼식이 있는 날이었다.그의 결혼 상대는 황금궁 외문 장로의 딸이었다.이로써 황금궁 외문에는 강력한 연합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황소군은 무성에 있는 무학계 인사들을 많이 초대했다.무성의 상류층 인물들은 이런 연회를 통해 서로를 알고 정을 나누며 연대를 모색한다.그래서 이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옷차림 하나하나가 모두 명품관을 방불할 만큼 화려했다.여자들은 하나같이 럭셔리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고 서로 몸에 걸친 한정판 액세서리와 가방을 자랑하기 바빴다.동시에 그들은 남자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이리저리 요염한 시선을 던졌다.남자들은 값비싼 시계를 찬 손으로 잔을 들고 이리저리 여자를 물색하고 있었다.다만, 겉으로는 화기애애해 보이는 사람들 뒤로 누가 어떻게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그들은 무성에서 최근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 뒤 작은 소리로 웃고 떠들며 여자들 몸매 품평회나 늘어놓기 일쑤였다.그야말로 황금궁 별장은 저마다 웃음꽃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로비 2층에 있는 VIP 룸에는 신분이 높은 남녀들이 모여 있었다.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신분을 무슨 권력처럼 자부하며 거들먹거렸다.“자자자, 우리 황소군을 위해 건배!”“이 잔을 비운 뒤 우리 황소군은 구 씨 가문과 약혼하는 거로군. 정말 강대강의 연합이야! 훗날 황금궁 외문 일은 당신이 다 결정하겠어! 하하!”“황소군이 무성에서 아니, 아니, 대하 남서쪽에서 원대한 계획을 펼칠 것을 미리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