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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1장

순간 박나진은 피를 토하고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어려서부터 그녀는 자신을 세상 유일의 암술 기법을 익힌 천재로 여겼고 그 기법으로 천하를 발아래 둘 수 있을 거라 여겼다.하지만 지금 남선을 만나고 보니 자신은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았을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남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묘수를 쓸 필요가 없었다.그저 방금 눈으로 보고 배운 수법을 이용해 상대가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제압해 버리면 그만이었다.자신만만하던 브라흐마 파만이 손에 쥔 찻잔을 던지며 산산조각을 내었다.그의 얼굴에는 극도의 분노가 넘실거렸다.“방금 마지막 그 은침, 사실은 당신 미간 한가운데 떨어질 수 있었어.”남선은 박나진을 행해 빙그레 웃으며 뒤돌아 링 아래로 내려갔다.박나진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남선이 함부로 말한 것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방금 남선은 자신이 원하면 얼마든지 마지막 은침을 박나진의 얼굴에 명중시켜 그녀를 죽일 수도 있었다.상대가 사정을 봐준 이상 박나진은 가타부타 할 말이 없었다.게다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고수들도 더 이상 트집을 잡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꼈는지 잠자코 있었다.결국 계속 싸운다면 박나진 자신과 천수사가 더 창피해질 뿐이다.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자 박나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졌어.”말을 마친 후 그녀는 얼굴이 검게 타들어간 채 링에서 내려왔다.이번 승부로 인도인들의 얼굴빛은 완전히 잿빛으로 변했다.패배를 인정한 박나진은 브라흐마 파만에게 뺨을 한 대 맞았다.어쨌든 인도인 쪽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승부였기 때문이다.경기 규칙에 따라 점심시간이 되어 조금 쉴 수 있게 된 것이 천만다행일 지경이었다.브라흐마 파만은 멀리서 하현을 향해 목을 베는 손짓을 한 후 사람들을 데리고 대기실로 갔다.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심히 마음이 무거웠다.그러나 하현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빙그레 웃으며 모두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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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2장

샤르마 나한의 우람한 모습을 보고 브라흐마 파만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나한, 인도의 명성은 너한테 달렸어. 이 싸움에서 무조건 이겨야 해! 반드시 전력을 다해 싸워!”샤르마 나한은 별다른 표정 없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스승님, 반드시 임무 완수하겠습니다!”그러고 나서 샤르마 나한은 냉랭한 표정으로 링 한가운데로 걸어와 하현 일행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이번 판은 절대 내 줄 수 없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나정봉이 옅은 미소를 띠며 상의를 벗어던지고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무대에 올랐다.이어 샤르마 나한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당신도 조만간 당신 동료들과 같은 길을 갈 거야.”“당신을 너무 힘들게는 하지 않을게.”“난 여기 서 있을 테니까 주먹 세 대로 날 흔들어 봐. 내가 한 발짝이라도 뒤로 물러선다면 내가 진 걸로 하지!”뭐라고?사회자조차도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지금 이 녀석이 뭐라고 떠드는 것인가?아직 아무 설명도 안 했는데 혼자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주먹 세 대로 흔들어 보라고?게다가 한 발짝만 물러서도 진 걸로 하겠다고?허풍도 무슨 이런 가당치도 않은 허풍이 다 있는가?진주희와 다른 용문 사람들은 나정봉이 한 말이 이해되지 않는 듯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이 녀석이 정말 이렇게 자신만만하단 말인가? 아니면 기선제압을 위해 허세를 부리는 건가?손엄명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나정봉, 링에 올라가서 제대로 보여줘!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당신이 이러는 건 인도인에 대한 무례야!”맞은편에 있던 브라흐마 파만은 잠시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파안대소했다.“손엄명, 무슨 그런 말씀을!”“이 친구가 이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우리도 상대편 뜻에 같이 놀아줘야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샤르마 나한, 사양하지 말고 바로 밀어붙여.”“주먹 세 대로 상대를 흔들지 못하면 우리가 지는 거야!”“나한, 원하는 대로 해 줘!”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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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3장

”뭐야? 이 녀석이 끄떡도 없어?”“입도 잘 놀리고 기운도 넘쳐. 분명 방금 그 주먹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여기 모니터에 재생 화면 한번 봐.”“물러서기는커녕 몸집 하나 흔들리지 않았어!”“못 본 사람들은 인도인이 그냥 간지럼 태운 줄 알겠어.”“그렇다면 저 인도인이 별로 실력이 없는 거 아니야?”“방금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저 정도 수준밖에 안 돼?”“이렇게 약한 실력으로 감히 천하의 무공을 자랑한다고? 퉤!”관중들이 저마다 수군거리며 샤르마 나한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빈정거렸다.샤르마 나한은 안색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이번에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꾹 다물고 나정봉의 가슴팍을 다시 한번 공격했다.젖 먹던 힘까지 다 쓰는 기분으로 전력을 다했다.인도인의 체면을 구길 수 없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샤르마 나한의 주먹이 날아갔다.그러나 그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기도 전에 온몸이 흠칫거리며 그대로 뒤로 날아가 링 아래로 툭 떨어졌다.“왈칵!”기어올라온 샤르마 나한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토했다.그러자 그는 손을 벌벌 떨며 말했다.“너, 너! 날 습격해? 감히 날?”샤르마 나한의 말을 들은 나정봉은 자신은 결백한 듯 눈썹을 찡긋 올렸다 내렸다.나정봉은 방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샤르마 나한은 순전히 자신의 날린 주먹의 반동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인도인들은 모두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졌다!나정봉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샤르마 나한이 혼자 뒤로 나자빠지며 땅에 떨어져 피를 토하고만 것이다.이 상태로 뭘 더 어떻게 상대에게 주먹을 날리겠는가?사회자도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쌍방이 약속했지만 샤르마 나한은 링에 떨어졌고 전력을 상실했습니다.”“대표단은 만장일치로 이번 판은 나정봉이 이겼다고 판정합니다!”결과를 들은 용문 고위층들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만면에 걸렸다.아주 좋은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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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4장

용문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일상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손엄명은 사람을 보내 많은 탕약과 귀중한 선물을 직접 보냈다.한편으로는 오늘 경기를 이긴 것에 대한 보상의 뜻을 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 명의 실력자와 하현이 계속 분발해 인도인을 완전히 제압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인도인의 발이 감히 용문의 얼굴을 칠 뻔했다.오늘 이 경기로 용문의 고위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뿐만 아니라 구겨졌던 체면도 다시 펼 수 있게 되었다.용문 쪽에서는 이미 온라인으로 홍보해 줄 사람들을 찾아 인터넷에 이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술과 밥을 배불리 먹은 후 하현은 남선 일행을 데리고 뒤뜰 화원으로 갔다.오늘 그들이 링 위에서 싸우고 있을 때 공해원, 조남헌 등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돈을 지불해 샤르마 나한을 비롯한 세 사람의 자료를 수집했다.하현은 직접 이 세 명의 인도 실력자들의 자료를 꺼내 남선 일행에게 자세히 보라고 했다.이번 경기에 있어 이 세 명의 인도 실력자들이 가장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다.이 세 사람의 인도인을 제압하지 않고는 최후의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이어지는 4일 동안 남선 일행은 다시 인도인들과 싸웠다.하현이 나설 필요도 없이 남선 일행은 교만한 인도인들을 산산조각 내버렸다.초반 세 경기까지 합치면 인도인들은 열다섯 경기 연속으로 패했고 마지막 세 경기만 남겨 놓게 되었다.그러나 인도의 3대 실력자들은 끝내 나서지 않았다.용문 쪽에서는 하현과 다른 사람들은 전혀 나설 필요가 없었다.매일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의 경기만 지켜보면 되었다.이렇게 용문 쪽이 승승장구하자 용문 고위층은 점점 더 흥분했고 원래부터 움직이고 있던 온라인 홍보팀은 더욱 열기를 올리며 짧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예전에 체면을 구겼던 용문이 완전히 살아난 것이다.대하 무학계는 온통 들끓었다.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이 보여준 천부적인 재능과 실력을 극찬하기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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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5장

”하현 같은 사람에게 미인계가 도움이 된다면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희생 못할 것도 없죠.”하현의 말에 브라흐마 로샨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며 준비된 방으로 하현을 안내했다.자리에 앉은 하현은 찻잔을 집어 들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브라흐마 성녀, 어쨌든 나도 남자야. 나랑 함께 하는 게 나라를 위한 희생이라고 말한 건 너무 한 거 아니야?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아무래도 미인계는 가망이 없을 것 같군.”브라흐마 로샨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희망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하현 당신의 태도에 달렸죠.”“태도?”하현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래도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닌 모양이군.”“날 죽이려는 수작이겠지?!”“브라흐마 성녀가 나를 찾는다? 도대체 무슨 일로?”“당신하고 나하고 여기서 희희낙락할 거였으면 이런 데 말고 그냥 직접 행동으로 보였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아냐?”브라흐마 로샨은 한숨을 내쉬며 마뜩잖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오늘 내가 왜 당신을 이곳으로 불렀는지 정말 모르겠어요?”“첫날 당신은 나한테 오명을 뒤집어씌워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했어요! 사람들이 날 따돌리고 시샘하게 만들었구요!”“지금 우리 인도는 열다섯 경기를 연속으로 졌어요. 인도 측 전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많은 사람들이 내가 인도에게 해를 입혔다고 말하고 있어요. 심지어 내가 당신한테 매수당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구요!”“브라흐마 스승님을 포함한 내부에 대한 불만을 나한테 덮어씌우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무슨 죄예요? 난 날벼락을 맞은 거라고요!”여기까지 말한 브라흐마 로샨은 손을 뻗어 하현의 오른손을 누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하현. 이 억울함, 당신이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요?”“당신이 나한테 뭔가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하현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상황이 그렇게 된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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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6장

”의미가 있죠! 그것도 아주 큰 의미가 있어요!”브라흐마 로샨은 아름다운 미소를 그리며 테이블 아래에서 금속 상자를 천천히 꺼내 하현 앞에 내밀었다.상자를 내놓는 순간 그녀의 어깨에 걸쳐 있던 외투가 흘러내려 아찔한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 인도 황실은 당신이 우리 인도에 합류하길 바라고 있어요!”“황실에서 복을 내려 주셔서 하 씨를 제1 계급으로 봉했어요!”“대대손손 후손들이 이 영광을 누릴 거예요!”‘제 1 계급'이라는 말을 듣고 하현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인도인은 역시 간단치 않은 사람들이다.그들은 하현이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다른 쪽으로 거절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브라흐마 로샨, 브라흐마 파만, 브라흐마 아부, 브라흐마 아샴과 같은 인물들은 인도에서 두 번째 계급에 불과하다.인도 측이 하현에게 제시한 조건은 뜻밖에도 제1 계급이었다!간단히 말해서 지금 하현이 고개만 끄덕거린다면 그는 제1 계급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인도에서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함부로 굴 수 없는 지위를 얻는 것이다.두 번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심지어 인도에서 황실의 가족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그의 후손들도 인도 황실과 우호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다.이런 신분, 이런 지위는 보통 사람들이 거절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일반적으로 이런 일은 나라를 세 번은 구해야 올까 말까 한 기회가 아닐까?인도 측이 제시한 조건은 실로 비할 바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제 1 계급을 하사하는 것 외에도 당신이 인도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미화 백억을 정착비로 드리겠어요.”“국가 핵심 지역에 당신이 머물 수 있는 넓은 부지를 드리고요.”“인도 삼대사, 선봉사, 천수사, 금강사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법으로 옹호하는 장로로 모셔질 겁니다!”“앞으로 인도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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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7장

”당신의 능력도, 당신의 실력도 모두 당신이 이런 후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죠!”브라흐마 로샨은 보드라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서 당신이 진심으로 우리 인도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로 우리가 제시한 제1계급을 받아들이고 귀화의 뜻을 분명히 해주길 원하죠.”“우리 13억 인도인들은 모두 제1 계급이 되고 싶어 해요.”“인도가 당신에게 이런 큰 혜택을 주었으니 우리 인도인들 모두에게 당신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걸 이해시켜야 해요!”“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설득하겠어요?”“귀화?”하현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뭐라는 거야? 내일이 바로 경기야?”“역시 하현 당신은 똑똑하시군요. 조금만 말해도 다 알아차린다니까요.”브라흐마 로샨은 살며시 웃었다.“브라흐마 파만 스승님이 말씀하셨어요. 내일 만약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이 지기만 한다면.”“그 자리에서 미화 100억을 주고 제1계급을 상징하는 영패도 드리겠다고 합니다!”“그 외 부수적인 선물들도 있으니 따로 준비해 놓을 거예요!”“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대하를 떠나 우리 위대한 인도로 바로 갈 수 있도록 전용기를 준비할 거구요!”“데리고 가고 싶은 가족과 친구가 있다면 다 함께 가셔도 됩니다. 준비는 우리 쪽에서 다 할게요!”“당신은 인도에서 편안하게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보장합니다!”“심지어 당신이 인도를 위해 공을 세웠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그저 세상이 아는 것은 용문과 대하가 그동안의 당신 노고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는 것뿐입니다!”“하현,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은 지금 당신을 매우 신뢰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뭔가를 하는 건 당신한테는 식은 죽 먹기잖아요?”“당신이 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오늘 밤부터 난 당신 사람입니다!”브라흐마 로샨의 말에 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러니까 당신들이 원하는 건 내가 남선 일행을 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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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8장

브라흐마 로샨의 몸이 굳어졌다.하현의 말을 듣고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마치 그녀는 자신이 제안한 조건을 그가 거절할 것이라 예상한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얼른 정신을 다잡고 빙긋 웃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우리의 세계로 들어온 걸 환영해요!”“다만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어요. 당신이 우리 인도에 도착하기만 하면 우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있을 거예요. 어때요?”브라흐마 로샨의 말에 하현은 약간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심호흡을 했다.“브라흐마 성녀, 지금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야?”“아무것도 못 얻었는데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겠어?”“나한테 조금은 짜릿한 맛을 보여줘야지. 아무것도 안 주면 어떻게 해?”“브라흐마 성녀가 오늘 불편하다면 다른 방식으로 할게.”“이거 내 카드야. 우선 미화 100억부터 여기로 넣어!”“아! 내가 돈만 받고 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 싶겠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어쨌든 지금 난 당신한테 더 관심이 있거든!”“인도에서 당신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있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말을 하면서 하현은 은행 카드를 꺼내 브라흐마 로샨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하현의 행동이 그녀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든 게 분명했다.불같이 화를 내고 거절을 할 것이라 예상했던 하현은 어디에도 없었다.그 대신 돈과 여색에 빠진 하현이 있었다.“지금은...너무 시간이 늦었네요.”“게다가 미화 100억은 함부로 움직이기에 너무 큰 금액이라 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브라흐마 로샨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그렇지만 하현,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해내면 돈은 반드시 입금될 거예요.”“미화 100억에서 한 푼도 빠지지 않고 정확히.”순간 하현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빼고 차갑게 말했다.“브라흐마 성녀, 나를 세 살짜리 꼬마로 아는 거야?”“인도가 이렇게 높은 계급을 나한테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건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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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9장

”자, 브라흐마 성녀. 우리 식사는 여기까지야.”“돌아가서 브라흐마 파만한테 말해.”“모략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요즘 다들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처음부터 난 당신들의 그런 조건에는 관심도 없었어. 당신에게는 관심이 있었지만.”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브라흐마 로샨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은행 카드를 다시 가져오며 미소를 지었다.“브라흐마 성녀, 인도인이 나한테 약속한 것은 물속의 달 같은 거야.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거지.”“하지만 우리 국술당은 달라.”“난 당신이 마음만 고쳐먹는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악인의 길을 버리고 올바른 길을 찾아!”“내가 당신한테 약속한 것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브라흐마 로샨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그리고 오른손을 가방에 넣으려는 찰나 손끝에서 카드 한 장이 소리 없이 미끄러졌다.방금 하현이 카드를 가져간 줄 알았는데 여우 같은 하현은 다른 카드를 그녀의 손에 슬쩍 넣었던 것이다.브라흐마 로샨은 검은 골드 카드를 힐끔 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 망설이는 빛이 가득했다....브라흐마 로샨을 깊은 고민에 빠뜨린 채 하현은 아샴호텔을 떠난 뒤 구양연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브라흐마 로샨과의 만남에 대해 보고를 했다.아무도 이 일에 대해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한 것이었다.오늘 밤, 그가 처음부터 인도인이 제시한 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설레었다면 아마 브라흐마 파만 일당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결국 그는 손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오명만 뒤집어쓰고 영원히 비난받을 것이다.오늘 밤 이 일을 겪은 후 하현도 인도인의 정보력에 대해 더욱 경계하게 되었다.인도인이 제시한 조건들은 모두 하현이 의도적으로 만든 이미지에 따라 설계된 것이었기 때문이다.이것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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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장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조사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이건 인도인의 소행이 틀림없다.인도인들은 두 가지 계략을 동시에 진행할 만큼 음험하고 악랄했다.다만 인도인들도 세계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대하와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남선 일행을 완전히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걸 하현은 잘 알고 있었다.왜냐하면 그건 너무 뻔한 결말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는 별 걱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오늘 수상한 사람이나 외부인이 우리 국술당에 다녀간 적 없어?”“의심쩍은 사람은 없지만 전에 소란을 피우러 왔던 황금궁 사람들이 찾아왔었어요.”“그런데 그들은 소란을 피우러 온 게 아니라 세 명의 젊은 실력자들에게 사과하러 왔었어요.”“특히 그 까칠한 여자는 세 명의 젊은 실력자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머리를 조아렸어요...”“황금궁?”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래도 이 일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황금궁 사람들이 사과를 할 거였으면 진작에 왔을 것인데 이제 와서 사과라니?하필 이때?그는 재빨리 택시를 잡아타고 국술당으로 돌아갔다.30분도 채 되지 않아 하현이 국술당으로 돌아와 보니 국술당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경비를 맡은 집법당의 제자들조차도 모두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이 정말 혼수상태에 빠지면 내일은 경기를 할 필요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현은 여러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쏜살같이 뒤뜰로 향했다.루돌프 팀은 뒤뜰을 거의 응급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장비들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각종 기구들이 깜빡거리며 불안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모두 병상에 누워 있었고 루돌프는 그 옆에 앉아서 무거운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았다.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루돌프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하현, 이들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깨울 방법이 없어요!”“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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