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두는 총기를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순간 움츠러들었다.하현은 최문성에게만 의지해야 위세를 떨칠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었다.그러나 순간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런 생각이 허물어졌고 그 자리에 절망이 가득 들어찼다.무카이 세이이치로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이따금씩 욱신거리며 찾아오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동시에 그의 자존심, 무사도 정신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생채기가 나서 미치도록 쓰라렸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꼼꼼히 닦으며 위엄 있는 어조로 말했다.“당신은 안 돼.”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서려던 무카이 세이이치로는 심드렁하게 내뱉은 하현의 말을 듣고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을 만나기 전에 그는 이미 하현의 실력을 알고 있다고 장담했다.하현의 곁에 병왕급 호위가 있다고 해도 스스로 그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하현에게 뺨을 맞고 나서야 그는 깨달았다.섬나라 음류든, 무카이 집안이든, 고수든, 병왕이든.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모든 것은 의미를 잃고 만다는 것을.다만 마음이 무너져도 무카이 세이이치로는 마지막 자존심을 꼿꼿이 세우며 고개를 치켜든 채 이를 악물고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듣던 대로 대단하군.”“하지만 당신이 나를 이긴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난 섬나라 사람으로서 항성에 다니러 왔는데 당신이 나를 죽이면 상부에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천하의 하현이라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냔 말이야?”“결국 당신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날 죽일 수 없어!”“아무리 솜씨가 좋다고 해도 마음대로 다 휘두를 수는 없는 거니까!”“하현, 시대가 변했어!”“그래?”하현은 웃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당신이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도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당신 무시하는 처사지, 안 그래?”하현의 웃음 속에 살의가 그득하게 퍼지자 진홍두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시도했다.“겁대가리 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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