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541 - Chapitre 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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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1장

진홍두는 총기를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순간 움츠러들었다.하현은 최문성에게만 의지해야 위세를 떨칠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었다.그러나 순간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런 생각이 허물어졌고 그 자리에 절망이 가득 들어찼다.무카이 세이이치로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이따금씩 욱신거리며 찾아오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동시에 그의 자존심, 무사도 정신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생채기가 나서 미치도록 쓰라렸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꼼꼼히 닦으며 위엄 있는 어조로 말했다.“당신은 안 돼.”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서려던 무카이 세이이치로는 심드렁하게 내뱉은 하현의 말을 듣고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을 만나기 전에 그는 이미 하현의 실력을 알고 있다고 장담했다.하현의 곁에 병왕급 호위가 있다고 해도 스스로 그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하현에게 뺨을 맞고 나서야 그는 깨달았다.섬나라 음류든, 무카이 집안이든, 고수든, 병왕이든.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모든 것은 의미를 잃고 만다는 것을.다만 마음이 무너져도 무카이 세이이치로는 마지막 자존심을 꼿꼿이 세우며 고개를 치켜든 채 이를 악물고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듣던 대로 대단하군.”“하지만 당신이 나를 이긴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난 섬나라 사람으로서 항성에 다니러 왔는데 당신이 나를 죽이면 상부에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천하의 하현이라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냔 말이야?”“결국 당신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날 죽일 수 없어!”“아무리 솜씨가 좋다고 해도 마음대로 다 휘두를 수는 없는 거니까!”“하현, 시대가 변했어!”“그래?”하현은 웃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당신이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도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당신 무시하는 처사지, 안 그래?”하현의 웃음 속에 살의가 그득하게 퍼지자 진홍두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시도했다.“겁대가리 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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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2장

다른 무카이 가문 사람들은 하현을 잘 알지 못했다.그러나 무카이 마키는 하현을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용문 대구 지회장이었고 대구에서 섬나라 신당류에게 일격을 가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그러나 마도에서 그를 맞았을 때 섬나라 신당류는 전쟁의 신급은 아니었다.그래서 무카이 마키는 하현이 자신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무카이 마키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의 아들이 죽은 개처럼 뺨을 얻어맞은 꼴을 보면서도 화를 내지 않고 더욱 냉정한 표정으로 일관했다.하현은 무카이 마키를 흥미로운 듯 유심히 쳐다보았다.무카이 마키를 바라보면서도 어떤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궁금했을 뿐이었다.누가 이놈에게 대하에 와서 함부로 행동하도록 힘을 보태주었을까?“젊은이,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지.”“나오토의 일은 이미 알고 있어. 대사관 측에 전달했네. 항성 경찰서에는 철저한 조사를 해 달라고 따로 당부의 말도 덧붙였지.”“당신 말대로라면 그래, 당신은 무죄야.”“우리 무카이 집안을 대표해서 말씀드리지. 다시는 당신에게 원한을 품지 않겠어.”“인터폴 수배 신청도 하지 않을 거야.”무카이 마키는 엄중한 표정으로 거물급 아우라를 한껏 뽐내며 말을 이었다.“난 무카이 마키야!”“무카이 가문의 주인, 섬나라 음류 장로.”“내 말 한마디면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해!”“그러니 당신은 이제 가도 돼.”“하지만 떠나기 전에 내 아들에게 조금의 성의는 보여야지.”“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여놓고 조금의 성의도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거야?”무카이 마키는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고귀한 신분을 가진 자신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면 적어도 하현이 자신의 체면을 세워 줄 거라고 무카이 마키는 생각했다.수많은 무카이 가문 정예들의 죽음 앞에서 하현이 적당하게 머리를 숙여준다면 받아줄 의향이 있었다.“성의?”“당신들 섬나라 사람들이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습니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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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3장

어찌 되었든 간에 무카이 마키는 영웅급 인물이었다.비바람과 큰 파도를 수없이 겪었다.그런데 자신의 친아들이, 자신이 지정한 후계자가 자신의 면전에서 죽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의 기백과 냉철함, 그리고 담담함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만 가득 남았다.그는 무카이 세이이치로가 느꼈던 것처럼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적당히 선을 그으면 하현이 자신의 체면을 봐 줄 줄 알았다.이렇게 무참히 자신의 아들을 죽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무카이 마키는 온몸이 끓어올라 분노로 전율했다.눈앞에 있는 하현을 산 채로 목 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수십여 명의 섬나라 남녀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고 그들의 손에 있는 섬나라 장도는 언제든 칼집에서 나와 하현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오직 하현만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최문성은 일찌감치 칼을 휘두르며 하현의 앞을 비호하고 나섰다.진홍두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한시라도 빨리 빈소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발걸음을 떼려고 했다.홍성 정예들도 모두 얼굴이 창백해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하늘도 땅도 두려울 것이 없던 이들은 이 상황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한 모양이었다.그때 진홍두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친놈, 저놈은 미치광이야. 절대 건드릴 수 없어! 절대 건드릴 수 없다구!”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항성 감옥에 있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감옥에 갇혀 있었다면 이런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빌어먹을 놈!”“하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이다니!”“네 가족을 모두 멸하고 말 것이야!”“네 조상 무덤을 모조리 파헤쳐 이 수모를 반드시 되갚아 주고야 말겠어!”“뼈를 태워 천지 사방에 네놈의 재를 날려 버릴 거야!”무카이 마키가 섬나라 장도를 뽑아 들고 뛰쳐나오려고 했다.하현은 섬나라 장도를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자식이 아비를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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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4장

무카이 마키는 음흉한 미소를 떠올리며 하현을 쏘아보았다.과연 하현의 식견은 생각보다 넓었다.그러나 무카이 마키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섬나라 장도를 뽑아 들고 순식간에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나머지 수십 명의 섬나라 고수들은 함성을 지르며 최문성이 있는 곳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최문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방금 진홍두가 땅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재빨리 집어 들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여러 명의 섬나라 고수들이 피바다 위에 쓰러졌다.그러나 나머지 섬나라 고수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진홍두는 밖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도망쳐 나가려고 했지만 발바닥이 땅에 붙었는지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얼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이 순간 무카이 마키와 하현이 정면으로 맞붙었다.“솩!”무카이 마키의 칼이 날카로운 은빛 광채를 뽐내며 하현을 향해 허공을 갈랐다.하현은 칼을 휘두르며 무카이 마키의 칼을 되받았다.‘쨍그랑'하는 쇳소리와 함께 섬나라 장도가 서로 부딪히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무카이 마키는 세 걸음 물러서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그러나 하현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예리한 눈을 반짝이며 무카이 마키를 바라보았다.“전신급이군.”하현도 조금은 놀랐다.무카이 마키가 방금 그 검은 종이를 이용해 음양술을 부린 이후 그의 실력은 전쟁의 신급으로 탈바꿈한 것이다.비록 그 기운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실로 대단한 실력이었다.전신급 실력은 확실히 병왕급 실력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변백범과 최문성은 모두 그들 세대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인물들이었다.그러나 하현이 옆에서 내리는 지시를 그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돌파구를 마련해 전쟁의 신이 될 수는 없었다.무카이 마키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섬나라 음양술이 아주 오랜 세월 존재해 왔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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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5장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마치 환각이 보이는 듯했다.무카이 마키는 하얀 이빨을 드러낸 귀신을 등에 업은 채 장도를 들고 정면을 향해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웬만한 장수가 와도 도저히 그의 칼을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다.마침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홍두는 그야말로 오금을 저렸다.“솨솩!”어둠 속에서 도깨비불 같은 한 점의 빛이 반짝였다.그 짧은 순간 한 점의 빛은 어느새 서슬 퍼런 칼날이 되어 귀신을 등에 업은 듯한 무카이 마키의 칼을 막아내었다.“촤랑!”하현은 몸을 뒤로 젖히며 땅에 착지했고 무카이 마키는 세 걸음 뒷걸음질치며 칼에 쏟았던 절정의 에너지를 다시 거두었다.“점점 재미있어지는군. 이건 단순히 전신급의 실력이 아니야.”하현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음양술에 의지해 여기까지 오다니. 당신 섬나라 병부의 전신들도 지금은 당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하지만 병왕에서 전신급으로 실력이 상승했고 강력한 전력도 가지고 있는데 그 실력으로 죽음을 뒤쫓고 있다니!”“아마 이 전투가 끝나면 당신의 육신은 무너져 있지 않을까?”하현은 호기로운 표정으로 무카이 마키를 바라보았다.그는 이 사악한 방법의 말로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듯했다.음양술, 주술 등으로 무리하게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 자신의 잠재력을 미리 다 써 버리는 셈이다.특히 무리하게 실력을 끌어올리면 그 후환은 더욱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무카이 마키의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이 전투가 끝나면 아마도 그의 육신은 바로 무너져 버릴 것이 분명했다.죽지 않더라도 폐인의 몰골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하 씨, 당신을 죽일 수만 있다면 난 죽어도 아무 상관없어!”무카이 마키가 노기를 가득 띤 눈으로 소리쳤다.그의 얼굴은 무자비하고 음산한 기운에 휩싸였다.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 그는 다시 칼을 들고 죽자고 덤볐다.“솨솩!”또 한 번의 총력전을 펼쳤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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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6장

”철퍼덕!”무카이 마키는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피만 토해낼 뿐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듯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순간 그는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더 늙고 초췌한 모습에 힘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패잔병의 모습만이 남았다.창백하게 가라앉은 무카이 마키는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지만 몸부림치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 천천히 무릎을 꿇은 채 섬나라 장도를 움켜쥐고 있었다.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의 목숨은 지금 하현의 손에 넘어간 것 같았다.하현의 손바닥 한 방이면 그대로 저세상 문턱을 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안 돼!”이 모습을 보고 있던 섬나라 고수들은 마치 그들 마음속에 있던 커다란 태산이 무너진 것처럼 큰소리로 외쳤다.아무런 표정 없이 물끄러미 무카이 마키를 바라보는 하현의 모습에 섬나라 남녀들은 이를 갈았다.그러나 태산이 무너지는 듯 원통해하던 그들은 섬나라 장도를 쥐고 있을 힘조차 잃은 듯 땅바닥에 힘없이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동력을 잃은 듯 허망해하는 섬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진홍두는 도무지 이 광경이 믿기지가 않았다.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하현이 무카이 마키까지 이렇게 쉽게 무너뜨릴 줄이야!온갖 치장을 한 섬나라 여자들은 자신들의 입을 가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일단 무슨 소리라도 내면 하현에게 당할까 봐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당신, 졌어!”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무카이 마키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말했잖아, 가만히 있으면 체면치레라도 한다고.”“물론 지금도 늦진 않았지만.”“퍽!”하현은 오른발로 길이가 짧은 칼을 걷어찼고 그 칼은 무카이 마키 앞에 떨어졌다.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섬나라 무사가 싸움터에서 패하면 그 자리에서 자결한다는 말을 들었어.”“당신들 섬나라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칼 두 자루 중 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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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7장

도요타 랜드크루저는 난폭한 소리를 내며 들어선 뒤 누군가 거칠게 문을 열고 나왔다.이십여 명의 젊은 남녀가 동시에 쏟아져 나와 앞을 향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고 모두 거만하고 차가운 얼굴로 일관했다.키가 1미터 7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장발의 미녀가 눈에 띄었다.그녀는 조각한 듯한 유려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며 마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내려다보듯 눈을 내리깔고 도도하게 사람들을 쳐다보았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 PC를 들고 하현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하현 지회장님, 당신은 대구도 아닌 항성에서 왜 이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용문 대구 지회장이 이렇게 날뛰는 모습을 나 공송연은 처음 보네요!”“하지만 이렇게 온 이상 마음대로 도망갈 순 없어요!”“죽기 싫으면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어요!”“죽은 사람은 죄를 면할 수 있지만 산 사람은 죄를 면하기 어렵죠!”하현은 이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들 누구야?”“용문 집법당!”공송연은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당주께서 일찍이 제보를 해 주셨어요. 당신은 용문 대구 지회장의 안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섬나라 귀빈들을 사사로이 도발하고 있다구요!”“게다가 항성으로 달려가 사람들을 죽이고 소란을 피웠다죠!”“항성 관청에서는 당신같이 나쁜 짓을 일삼는 소인을 용납할 수 있는지 몰라도 우리 용문에선 어림도 없죠!”“뭐라고?”하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아! 용문 4대 장로가 후원하는 집법당 사람이었군!”“어쩐지 날뛰는 꼴이라니.”하현은 희미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그가 용문 대구 지회장을 맡은 것은 용인서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서였다.그렇지 않으면 문주가 그에게 부탁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관심이 없었다.몇몇 용문 집법당 제자들이 무슨 능력으로 그 앞에서 비위를 맞출 수 있겠는가?“이렇게 하지. 당신들 마침 잘 왔어. 잠시 후에 무카이 마키가 죽으면 당신들은 여기를 깨끗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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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8장

공송연은 하현을 가리키며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지금 난 집법당을 대표해서 당신한테 말하는 거예요.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어요. 그리고 무카이 선생에게 용서를 빌고 우리 용문 집법당의 처분을 기다리세요!”“제멋대로 행동하다가 당신 체면도 세워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멈춰요!”“어차피 당신은 무카이 나오토를 죽였고 무카이 세이이치로마저 죽였어요!”“증거도 확실하고 사실관계도 분명해요. 그러니 우리가 당신을 죽여도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죠!”말을 마치며 공송연은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그러자 갑자기 용문 집법당 사람들이 일제히 활을 들어 하현을 향해 겨누며 경멸하듯 노려보았다.하현은 그 모습이 흥미로운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공송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하현은 이 여자가 자신을 마뜩잖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아마 지금도 그 영향 때문에 더욱더 하현을 경멸하는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속한 집단이 집법당이라는 것을 떠올리자 그녀의 이런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자신이 용문 대구 지회장이 된 것이 아마도 기존의 기득권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언짢은 일이었을 것이다.지난번 지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문 집법당의 지위 높은 장로가 자신에게 맞고 스스로 모습을 감춘 일도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용문 집법당 사람들이 자신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자신이 용문 집법당의 지위 높은 장로를 일격한 상황에서 공송연이 감히 자신에게 당당히 맞서며 나타나다니!그녀가 이렇게 당당히 나선 이유는 바로 자신의 높은 신분 때문일 것이다.자신이 용문 장로의 후손임을 그녀는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평범한 용문 집법당 제자들은 자기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처지였다.이런저런 생각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던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공송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카이 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이 점은 증거도 확실해. 게다가 난 알리바이도 확실하다구.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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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9장

공송연의 편파적인 말에 무카이 마키는 얼씨구나 하고 숟가락을 얹었다.“그렇다면 제가 집법당에 가서 증언을 해 드릴 수도 있어요. 이놈이 내 자식들을 죽이고 두 나라의 우정을 파괴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아무 죄 없는 내 자식들을 이놈이 다 죽였으니 천벌을 받아야 해요!”“이놈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라구요!”“반드시 잡아서 처넣어야 해요!”“이런 사람이 벌을 받지 않으면 우리 두 나라 사이의 우정엔 분명 금이 갈 게 뻔해요!”무카이 마키는 섬나라의 진정한 무사도 정신은 잊은 지 오래였다.아니면 원래 그들 자체가 비열하고 저속하여 이른바 무사도 정신이란 것은 애초에 허울뿐인 외침에 불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다른 사람들은 믿어 주길 바라면서 정작 그들 자신에겐 그런 무사도 정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진심 어린 척 말하는 무카이 마키를 보며 공송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집법당에서는 반드시 당신에게 하늘의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드릴 겁니다!”“자기 사람 하나 관리 못 해서야 어떻게 우리 용문이 이 땅에 발붙일 수가 있겠어요?”공송연은 말을 마치며 싸늘한 눈동자를 하현에게 향했다.“하 지회장님, 정말 항명할 생각이에요?”하현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항명?”“만약 당신이 이렇게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고 선악을 분간하려는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으며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면, 그리고 이것이 당신들 집법당의 정신이라면 난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항할 거야!”“정말 겁을 상실하셨군.”“하 씨, 당신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요!”“감히 용문 집법당을 모욕하다니! 이러고도 우리가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해요?”공송연은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알아야 할 것은 이미 당신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는 거예요. 그것이 용문의 법이든 왕법이든 당신은 모두 어겼어요!”“순순히 죄를 인정해도 모자랄 판에, 언제까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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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0장

공송연 일행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들은 많은 결말을 상상했었다.하현이 꼼짝 못하고 잡힌다든가, 하현이 완강히 저항한다든가, 하현이 그들 집법당과 맞서기 위해 자기편 사람들을 불러들인다든가...하지만 그들이 상상한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결말이 눈앞에 펼쳐졌다.용문 집법당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경악하고 말았다.무카이 마키의 목숨을 살려서 섬나라 사람들의 진술만 받고 떠나게 하면 그뿐이었다.오늘 밤 당장 하현을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앞으로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공송연의 손에 수백 가지도 넘었다.그런데 인적 증거가 되어 줄 무카이 일행이 이렇게 하현의 손에 단숨에 사라지다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인적 증인이 없으면 어떻게 하현의 죄를 물을 수 있단 말인가?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하현을 감옥에 가둘 수 있단 말인가?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하현을 지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단 말인가?무력으로?하지만 방금 하현의 수법에 현장에 있던 용문 집법당 사람들은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한바탕 정적이 지난 후 공송연을 비롯한 사람들은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자신들의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런 수법이라면 하현이 자신들 모두를 몰살시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집법당 사람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앞으로 나서서 진홍두를 발로 걷어차고 바닥에 넘어뜨린 후 엷은 미소를 지었다.“진홍두, 무카이 일가는 자신들이 지은 죄가 두려워 할복을 하기로 결정했어.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당신은 날 위해 증언해 줄 수 있겠어?”진홍두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자신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는 하현을 보자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눈썹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그래.”“무카이 집안은 홍성의 귀한 손님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홍성의 거물 진홍두도 무카이 일가가 자결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잖아. 그들의 죄목과 나와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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