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551 - 챕터 2560

3671 챕터

2551장

하현은 옆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저녁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푹 쉬고 싶은 마음에 무음으로 설정해 놓고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동리아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열 통은 넘게 와 있었다.이렇게까지 전화를 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결국 통화가 되지 않자 동리아가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동리아의 신분과 역량으로 항성에서 못 찾아낼 사람은 없었다.하현은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방문을 열었다.문 앞에 선 동리아는 샤넬 검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짧은 헤어스타일이었지만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누구보다 요염하고 섹시하고 이국적인 풍모까지 풍겼다.하현은 눈앞에서 반짝반짝 매력을 풍기고 있는 동리아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동리아, 마침 룸서비스 요청하려던 참이었어. 같이 식사나 해.”하현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음식을 주문했다.오래지 않아 음식이 도착했고 그는 음식을 먹으며 동리아에게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동리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현, 하루 종일 잠만 자다 보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거예요.”“오늘 용문 집법당에서 사람이 왔어요. 제일 앞에 앞장선 사람이 당주 바로 아래 사람인 부당주였어요.”“항성의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가 직접 우리 항성 관청으로 서한을 들고 왔더라구요. 그 사람이 당신을 만나길 원해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난 용문 대구 지회장이야. 그들은 왜 나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당신한테 가서 소란을 피워?”“참, 재미있군!”“당신네 동 씨 집안은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니까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잘 알잖아?”동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용전, 용문, 용위, 용옥의 주요 인사들이 정식으로 서한을 보내니 도저히 그들을 등한시할 수 없었어요.”“내 짐작이긴 하지만 용문 집법당은 이 기회에 우리 동 씨 집안을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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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장

저녁 8시, 항성 중심부 한 오피스텔.이곳은 동 씨 집안 소유로 매년 놀라운 임대료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이 오피스텔 꼭대기에는 공중 정원이 있는데 사계절 내내 화려한 꽃과 녹음이 어우러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지는 풍경을 자랑한다.동 씨 집안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된 곳이기도 해서 동리아는 이곳을 약속 장소로 삼았다.이렇게 하면 상대가 어떤 수단을 쓰든 반드시 적절한 맞대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녀는 확신했다.하현은 항성 관청의 업무용 차를 타고 이 오피스텔에 도착한 뒤 예리한 눈빛으로 사방을 훑어보았다.이곳은 밤이 되었는데도 많은 차량들로 붐볐다.도로에는 많은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하현은 눈을 번뜩이며 미소를 지은 뒤 동리아에게 말했다.“동리아, 기가 막힌 입지로군, 돈이 저절로 모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니!”“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그냥 우리 집안이 여기서 좀 먹고 살 뿐이에요.”동리아는 깔끔한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었을 뿐인데도 지나가는 남자들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남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지며 힐끔힐끔 그녀를 훔쳐보았다.안타깝게도 동리아는 이 남자들에게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동리아는 공손한 자세와 상냥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다 왔어요. 오늘 8시 정각에 여기서 공송연을 만나기로 했어요. 늦어도 상관없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쇼핑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층 면세점을 천천히 둘러봐도 되고.”말을 끝내자마자 동리아는 자연스럽게 하현의 팔짱을 끼고는 다정한 한 쌍처럼 오피스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동 씨 집안사람들은 동리아의 이런 다정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저 콧대 높은 아가씨가 언제 저렇게 상냥하고 공손했을까?“면세점은 물론이고 난 쇼핑을 좋아하지 않아.”하현은 담담하게 말하며 오피스텔 안으로 향했다.“공송연이 온다고? 그녀가 감히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고?”“왜? 다시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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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3장

하현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성이 용 씨라고?”“대하 10대 가문 중 하나인 그 용 씨 가문?”“그래서 좀 일이 복잡해졌어요. 용 씨 가문일 뿐만 아니라 항렬상 용문주와 같은 연배이고 심지어 용문주가 형님이라고 불러야 한대요.”하현은 동리아의 설명을 듣고 헛웃음을 터뜨렸다.“이것 참 재미있군. 용문주의 일가 형님이 집법당의 부당주라니. 관계 한번 복잡하군.”“하지만 공송연은 이 용문주의 형님뻘 되는 사람을 앞세워 지금 우릴 상대하려 하고 있어.”“그녀는 내가 집법당의 체면을 봐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는 거지. 정말로 이런 상황을 끝내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이런 수작부터 멈추어야지.”“그런데 그녀는 굳이 용오정을 항성으로 오게 만들어 용오정의 신분으로 우릴 제압하려 하고 있어!”“아쉽게도 공송연은 너무 쉽게 생각했어. 용오정 같은 인물이 날 제압할 수 있었다면 난 벌써 몇 번이고 죽었을 거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공송연이 그릇이 그리 큰 사람은 못 되는 모양이야.”“용문의 공송연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참.”“정말 별것 아니군.”동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런데 하현, 당신은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해요.”“공송연이 하는 짓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용오정은 일찍부터 항성에서의 인맥이 두터워요.”“용문에서 출세해서 권세를 좀 잡았다 싶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한다고요.”“그리고 용문 항도 지부도 있으니 그들을 무시해서는 안 돼요. 항성과 도성은 지리적으로 특별한 관계에 있으니까요.”“용오정이 체면을 차리지 않고 용문 항도 지부의 인원과 역량을 뽑아 당신을 상대한다면 일이 정말 복잡해져요.”동리아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가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그렇지만 하현, 당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 동 씨 집안이 당신 편에서 든든하게 지원해 줄 테니까.”하현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리아야, 너야말로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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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4장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노국의 황실을 위해 일을 했다고?”“황실의 공주라고 해도 난 봐 주지 않았어. 그런데 그 밑에서 일하던 신하가 감히 내 면전에서 거만하게 행패를 부리다니. 절대 체면 따위 세워 주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먼저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 나왔다.두 사람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있는 공중 정원에 도착했다.이곳은 5,600 평방미터나 되는 면적에 주변은 온통 식물로 둘러싸여 울창함을 자랑했다.가운데 자리에는 200평 정도의 응접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안쪽 벽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사방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전통 문양 가구들이 병풍처럼 쭉 놓여 있었다.근래 보기 드물게 분위기가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응접실이었다.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인테리어 소품들과 우아한 분위기가 눈을 즐겁게 했다.그러나 원래는 있을 곳에 제자리를 지키며 안정감 있게 들어차 있던 소품과 가구들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값비싼 소파와 테이블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깨진 유리잔 파편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한가운데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옛풍의 옷을 입고 백발 수염을 훈장 삼아 내걸고 있는 네모난 얼굴의 노인이 용오정 같았다.그는 화도 내지 않고 아무런 위세도 부리지 않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다른 한 노인은 서양 턱시도를 입고 눈두덩이 깊게 패어 과도한 주색을 띠고 있었지만 몸은 다부져 보였다.아마도 이 사람은 항독으로 일하면서 제국의 황실을 위해 일했다는 그 장남백일 것이다.그들의 뒤에는 십여 명의 남녀가 서 있었고 선두에 공송연이 서 있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집법당 사람들일 것이다.다들 거만하고 기고만장한 표정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 같았다.특히 용오정을 앞세운 공송연의 표정은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이봐, 하현과 동리아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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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5장

”공송연, 우리 지회장님한테 그렇게 무례하게 굴면 안 되지.”팽팽한 긴장감을 깨고 나온 사람은 장남백이었다.그는 하현과 동리아가 들어왔을 때는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쌍방은 이번이 첫 대면이었지만 장남백이 용오정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발걸음을 한 것이라면 당연히 하현에 관한 정보도 미리 알아봤을 터였다.장남백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공송연, 이 분은 전설로만 전해지던 그 하 지회장 아닌가? 듣자 하니 강남 하 세자라던데 신분이 아주 놀랍군그래!”“당신네 집법당 제자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장남백은 공송연을 나무라는 것 같았으나 말투만 그랬을 뿐 실상은 하현이 들으라고 일부러 슬쩍 도발한 것이었다.하현의 신분이 높다고 말하면서도 존중하려는 마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항성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강남 하 세자,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그리 대단한 신분이 아닌 것이다.항성에서는 그들이 실세요, 주도권을 쥔 사람들이다.누구라도 자신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허리를 굽신거려야 마땅했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오늘 그들이 상대해야 할 사람이라는 걸 들은 용오정은 시선을 들어 올려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에 대해서는 공송연에게서 보고도 받았고 직접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그러나 실제로 눈앞에서 직접 그를 대하니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옷차림이나 기질, 모두 너무나 평범했다.하구천 같은 인물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런 평범한 모습의 하현이 어떻게 공송연의 면전에서 무카이 일가를 일거에 죽였는지 용오정으로서는 정말 상상하기 어려웠다.용오정은 생각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공송연, 어서 우리 하 지회장에게 사과해. 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하 지회장을 화나게 해서야 쓰나. 하 지회장이 발끈해서 손이라도 쓴다면 어쩌려고 그러나? 이 늙은이도 늙어서 자네를 지켜줄 수 없어!”“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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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6장

장남백은 자신이 나서면 용오정이 진정할 거라 생각했다.항성에서의 자신의 위세와 인맥, 그리고 용오정의 권력을 합치면 하현 하나쯤 밟아 죽이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어쨌든 죽일 때 죽이더라도 중요한 일부터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동리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네, 두 어르신. 진정하세요. 우리 동 씨 집안사람들 일부러 부르셨는데 싸우려고 부르신 건 아니잖아요?”“우선 얘기부터 나누는 게 어떨까요?”동리아까지 거들고 나서자 용오정의 노여움이 점차 누그러졌다.하지만 여전히 그는 언짢은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차갑게 노려보았다.“하 씨, 자네 오늘 운 한번 억세게 좋은 날이군. 장 어르신이 이렇게까지 말하고 동리아도 거드니 내가 하는 수없이 참는 걸세.”“그렇지 않았으면 당장 뺨이라도 때려서 자네의 그 불손한 버르장머리를 고쳤을 것이야!”“요 몇 년 동안 내 손에 죽어 나간 젊은이가 어디 한 둘인 줄 알아?”말을 하면서 용오정은 자신의 거무스름한 오른손 손바닥을 보여주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자, 이제 그만하시죠!”“용 씨 성을 가진 어르신,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비아냥거렸다.“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하세요. 없으면 가 보겠어요.”“아직 배가 다 안 차서 얼른 야식 먹으러 나가야 하니까!”“저 자식이!”한 무리의 집법당 제자들이 모두 화가 나서 눈을 부릅뗬다.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여럿 봤지만 이렇게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뛰는 놈은 본 적이 없었다.이런 행동은 용오정의 체면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였다.“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용오정은 애써 노여움을 억누르고 공송연을 비롯한 집법당 제자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그리고 나서 그는 차가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용문 대구 지회장의 이름을 믿고 항성과 도성에서 행패를 부리고 남녀를 불문하고 괴롭히고 다닌다고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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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7장

”난 무카이 마키가 자네를 죽일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결국 자네가 용문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제압한 뒤 그가 눈치채지 못하는 틈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살해했지!”“하 씨, 정말 뻔뻔하군! 정정당당하지 못하게 상대 몰래 기습적으로 치다니!”용오정은 하현을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하현은 용오정의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공송연을 힐끔 쳐다보았다.공송연과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집법당 제자들은 하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들을 노려보자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공송연은 옹오정 일행을 모셔오기 위해 분명 일부 진실을 숨긴 것임에 틀림없었다.예를 들어 하현이 무카이 가족을 일망타진했던 일은 일부러 숨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하현이 화려한 발재간으로 무카이 집안사람들을 죽였다.무카이 마키를 포함해 무카이 일가가 그 자리에서 바로 저세상으로 갔다.물론 공송연은 이러한 사실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하현이 용문의 이름으로 무카이 집안을 제압한 뒤 얍삽한 수를 써서 무카이 집안을 쳤다고 말했을 것임이 분명하다.만약 그렇지 않고 하현이 무카이 집안사람들을 일망타진한 사실을 용오정이 알았다면 감히 나서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부당주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무카이 일가는 할복자살한 것입니다. 그 용기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섬나라 천황도 그들의 용기를 추켜세울 거라고 했습니다!”하현은 내심 상대를 놀리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이것은 이미 항성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섬나라 대사관 측에서도 이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부당주님,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시면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항성 사람들을 다 고소하면 됩니다!”“다 끝난 얘기를 가지고 자꾸 왈가왈부해 봐야 무슨 소용있습니까?”“자네!”용오정은 기가 막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현이란 놈은 능력도 역량도 출중할 뿐만 아니라 말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그는 하현이 섬나라 대사관까지 들먹이자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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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8장

말을 마치며 용오정은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그의 부하 몇 명이 한달음에 앞으로 나왔다.모두들 손에 번쩍이는 칼을 들고나와 잡아먹을 듯 하현을 노려보았다.순간 동리아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러나 하현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부당주님, 지회장 자리는 용문주가 저에게 직접 준 것이니 아무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섬나라 사람들에게 가서 사죄하라구요? 그게 가능한 얘기 같습니까?”“내가 뭣 때문에 섬나라 사람들에게 사죄를 해야 합니까?”“뭐라고? 저놈이 아직도 잘난 척을 해?”용오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잘 들어. 다른 사람을 시켜 자네 다리를 분질러 놓으라고 한 적 없네. 섬나라 사람들한테 가서 사죄만 하면 된다는데 뭐? 용문주의 체면을 봐서 그 정도로 끝내려고 했는데 지금 뭐라는 거야?”“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어?”“내가 지금 나이를 먹어서 이 정도로 끝나는 줄 알아. 젊은 시절의 나였다면 자넨 지금 이미 머리가 나가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거야!”순간 용오정은 언제라도 일어서서 하현을 때려죽일 것처럼 기세가 등등했다.“하 지회장, 당주는 용문 내부에서도 덕망과 권위가 높아. 그가 이렇게까지 한 건 충분히 자네의 체면을 고려한 거라고 볼 수 있어!”장남백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세상 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당주가 화를 내면 자네는 끝장이야!”“지회장 자리를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사지가 부러진 채 섬나라에 가서 사죄를 해도 모자를 거야!”“자네 가족, 조상들 모두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고!”“당주는 용문을 등에 업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용 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자네는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말을 마친 장남백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며 완고하게 말했다.“어서 지회장 자리를 내놓게.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지 마!”이때 공송연이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어서 지회장 영패를 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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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9장

하현에게 짓밟힌 용오정은 끊임없이 발버둥을 쳤다.얼굴이 짓눌려 더없이 낭패스럽고 처참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하현의 발아래서 벗어나질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멍하니 바라보았다.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자신의 얼굴을 때리거나 꼬집는 사람도 있었다.집법당 제자들은 말 그대로 넋이 나간 채 서 있었다.하현이 이렇게 대범한 행동을 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용오정의 뺨을 한 대 쳤으면 되었지 그의 얼굴을 짓밟다니!그야말로 인정사정 봐 주지 않는 하현의 행동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용오정을 짓눌렸다는 건 용문 장로회의 얼굴을 쳤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용 씨 가문의 얼굴을 가격한 거나 마찬가지였다.많은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가운데 제일 먼저 정신을 가다듬은 사람은 장남백이었다.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 씨, 당신 대체 뭐하는 짓이야?”“이런 방자한 놈!”“어디 배짱 한번 두둑하군!”“감히 용당주의 얼굴을 건드리다니!”공송연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용오정이 이렇게까지 나섰는데 그의 체면을 조금도 봐 주지 않는 하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하현에 대한 두려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화가 치밀어 올라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았다.분노에 휩싸인 그녀가 누군가에게 손짓을 하자 용문 집법당 제자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뽑아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이 뭔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동리아가 얼른 상대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재빨리 뛰어나와 용문 집법당 사람들을 막아섰다.용문 집법당 사람들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모두 출중하다.하지만 이곳은 동 씨 집안 구역이니 당연히 동 씨 집안사람들이 많고 세력도 더 크다.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쌍방이 잠시 교착상태에 빠진 것처럼 긴장감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공송연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저지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엄중한 목소리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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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0장

”네놈이...”용오정은 하현을 씹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그러나 지금은 가시덤불 속을 구르는 듯한 이 극심한 고통이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세웠다.그는 용문 집법당의 부당주이자 용 씨 가문 사람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무성과 용문 두 곳에서 모두 높은 자리를 차지해 왔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앙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외로운 눈빛으로 그를 대했던가.어디서나 누구를 만나든지 그의 이런 후광에 의지에 못할 것이 없었다.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분기탱천해 있었다.그런데 오늘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나 체면을 구기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생긴 것이다.겁 없는 젊은이의 발바닥에 얼굴이 짓눌릴 대로 짓눌려 옴짝달싹도 못하게 될 줄이야.속에서는 하현에 대한 분노가 활활 타올랐지만 하현이 더한 공격을 할까 봐 겁이 나서 용오정은 감히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이제야 좀 얌전해지셨군.”용오정이 억울한 표정을 짓자 하현은 다시 발로 그를 걷어찬 뒤 담담하게 말했다.“오늘은 이 정도 교훈을 주는 것으로 하죠. 오랫동안 두고두고 되새기세요.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땐 누구한테 또 머리를 맞을지 몰라요.”“내가 마음이 자비로워서 이 정도로 끝냈지 하구천이었으면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예요!”“무성으로 돌아가서 집법당 사람들에게 똑똑히 전하세요.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그것부터 파악하라고.”“섬나라 사람들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며 아부할 생각하지 말구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덤비는 족족 저세상으로 보내줄 거예요!”“알아들었어요?”용오정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일그러진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짓이겨진 얼굴에는 분노가 이글이글거렸다.하지만 그는 감히 하현에게 덤벼들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스스로의 안정을 되찾기 바빴다.“하현, 동리아. 당신들 정말 위아래도 없는 사람들이군!”용오정이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본 장남백이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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