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521 - 챕터 2530

3671 챕터

2521장

동정감은 서서히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며 계속 힘을 주었다.나중에는 거의 모든 힘을 다 쏟아 하현의 손을 꽉 쥐었다.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한 힘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손아귀가 희미하게 아파지기 시작하면서 곧이어 찢어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는 걸 깨달았다.“나쁘지 않아. 좋아, 좋아.”동정감은 드디어 손을 거두었다.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머리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몸놀림과 심성도 모두 최상급이군.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네!”말을 마치며 동정감이 하인에게 손짓을 하자 하인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탁자와 의자를 두 사람 가까이로 옮겨왔다.하현에게 앉으라고 손짓한 후 동정감은 하현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었고 뒤이어 맛깔스러운 항성식 다과가 탁자 위에 놓였다.동리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하현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아침은 분명 동정감이 하현을 염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는데 갑자기 이제야 만나게 된 걸 아쉬워하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간 것이다.동정감은 찻잔에 입을 갖다 대고 한 모금 음미한 다음 줄곧 의아해하는 표정을 하고 서 있는 동리아를 힐끔 보며 웃었다.“리아야, 내가 오늘 하현을 때려죽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예의 바르게 대접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 거지?”동리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동정감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원래 하현과 밥 한 끼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어서였단다. 내가 가까이 소중하게 두어도 될 사람인지 어떤지 알고 싶었거든.”“이 사람이 가까이 소중하게 둘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고 어젯밤 사건은 그냥 운이 좀 나빴다고 치더라도 난 이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했을 거야.”“그랬다면 아마 그냥 밥 한 끼에 불과했겠지.”동정감의 말을 듣고 동리아는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나서 그녀는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보석으로 풀려난 사람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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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장

”둘째, 항도 하 씨 가문이 홍성을 뒤에서 움직여 항독을 압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지금 각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이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그들은 당장 항독을 이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할 겁니다.”“그리고 오늘 이 식사를 빌어 다른 사람들에게 아직 항독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구요.”“셋째는 동맹할 사람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어쨌든 제가 항성과 도성에 온 후 용전 항도 지부를 흔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하구천을 여러 번 공격하게 되었죠.”“항독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저력은 얼마나 탄탄한지 손을 잡아도 될 사람인지 가늠하고 싶으셨던 겁니다.”예리하게 분석한 하현의 말을 듣고 동리아는 정신이 혼미해졌다.어젯밤 사건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 큰 소용돌이에 직면할 줄은 몰랐다.뜻밖에 외부인의 입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듣게 될 줄이야.하현의 빈틈없는 분석에 동리아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동정감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하현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앞의 두 가지는 확실히 내 생각과 일치하네만 세 번째는 나도 잘 몰랐던 것이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하현, 나한테도 좀 가르쳐 주세요”어느새 하현에 대한 동리아의 말투가 공손하게 바뀌어 있었고 이는 하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동정감은 이미 하현을 자신과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지 않습니다. 백성에게는 두 왕이 있을 수가 없죠.”“이전의 항도 하 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지만 하구천은 다릅니다.”“용전의 떠오르는 전쟁의 신으로 불릴 뿐만 아니라 항성과 도성의 젊은 세대 중 일인자에 9대 병부 총교관감이라는 말도 있죠.”“하지만 항독께서는 하구천이 9대 병부 총교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구천은 바로 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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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3장

정오가 되어서야 하현은 동정감의 집을 나왔다.동정감은 직접 하현을 문밖까지 배웅했다.동 씨 집안에선 보기 드문 일이었다.줄곧 집에서 조용히 지내던 항독이 직접 나와서 배웅을 하다니!도대체 하현에게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러는 것인가?동 씨 집안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의아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어떻게 해서라도 하현과 친해질 기회를 찾느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갔다.어쨌든 그들이 보기에 동정감이 이렇게 극진히 대접하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이다.동정감이 저택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아까 뾰로통해 있던 동리아가 그에게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저도 아버지가 하현을 왜 집까지 이렇게 초대한 건지는 이제 알겠는데요.”“마음에 들면 그냥 마음에 든다고 하면 되지 뭘 이렇게 크게 벌이세요? 지지한다니요? 그럴 필요까지 있어요?”“항도 하 씨 가문에서 아버지 태도를 눈치챈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항도 하 씨 가문은 항성과 도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주시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미움을 사면 우리 집안도 시끄럽게 될 거라구요!”동리아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었다.동 씨 집안사람이 항독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항도 하 씨 가문은 항성과 도성을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하고 있었다.몇 년 동안 동정감이 이 깊은 산속 같은 집에 칩거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우리 동 씨 집안도 거북이처럼 움츠린 채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구요.”“그런데 어젯밤 일로 인해 우리 집안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게 생겼어요.”동정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현은 경찰서에 신고를 한 뒤 바로 언론에 제보했어.”“우리 집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거지.”“우리 동 씨 집안이 권력자의 편에 서서 그와 같은 선량한 시민에게 칼을 들이댄다면 어떻게 되겠니? 그러니 날 믿어 봐. 오늘 이 자리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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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4장

”설령 그가 본토에서 이룬 것이 보잘것없는 일이라고 해도 너 생각을 해 봐. 하현이 항성과 도성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니?”“그가 손을 뻗자 항성과 도성은 완전히 국면이 바뀌었어. 화 씨 집안은 더 이상 왕이 아니야.”“대립각을 세워야 할 화 씨 집안과 최 씨 집안은 서로 악수는 하지 않았지만 모두 하현의 편에 서 있어.”“최 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하현을 등에 업은 최영하는 용전 항도 지부장 자리를 꿰찼어. 그 순간 최 씨 가문은 하현과 생사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그리고 화 씨 집안은 말이야. 화풍성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든 간에 어젯밤 하현은 영웅처럼 화풍성의 딸을 구했어.”“화풍성이 금이야 옥이야 아끼는 딸을 두 번이나 구해줬다고.”“화풍성이 어떻게 하현의 편에 서지 않을 수가 있겠니?”“하현이 아직 도성에서 이렇다 할 만한 일을 벌이진 않았지만 이 두 집안의 지지가 있는 한 그리 멀지 않았어.”“지금까지 애비의 말을 듣고도 아직 하현이 평범한 사람처럼 여겨지느냐?”동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흠칫 놀랐다.하현이 항성과 도성에 온 후 여기저기서 미움을 사는 일을 벌였다.그렇지만 불과 한두 주 만에 그는 은밀하고 치밀하게 무서운 세력으로 떠올랐다!아주 무서운 속도로 강력한 회오리를 일으키며 폭풍우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런 이유로 우리 집안이 하현의 편에 서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가 정말 하구천을 상대할 만한 능력이 된다고 보세요?”동정감은 남은 커피를 홀짝이고는 의미심장하게 동리아를 쳐다보았다.동리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 집안은 앞으로 뭘 해야 하죠?”“선명하게 깃발을 그에게 꽂는 건가요?”동정감은 동리아의 원색적인 표현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누가 이런 일에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다더냐?”“리아야, 잘 기억해 둬. 어젯밤 일을 조사한 후 하현이 섬나라 사람들을 자극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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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5장

동 씨 집안 조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맞아요. 살해당했어요. 그의 목에 칼자국이 있었다니까요.”“아마 당도 자국인 것으로 추정됩니다.”“다른 단서는 아직 없어서 계속 찾고 있는 중이에요.”“하지만 현재 수사선상으로 볼 때 어젯밤 사건도 있고 해서 모든 추적의 화살이 하현을 향해 있어요.”동정감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그는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손을 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은 몰랐다.그는 방금 하현에게 좋은 시민상을 주려고 궁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라니.항도 하 씨 가문은 분명 하현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계략을 꾸몄을 것이다.이런 일을 저지른 가장 큰 이유는 동정감에게 항도 하 씨 가문과 하구천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기 위함이니라.상대가 손을 쓰지 않았을 뿐 손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 결과는 반드시 죽음으로 끝나야 한다는 메시지였다.간단히 말해 무카이 나오토의 죽음은 결국 하현이 진범이라는 올가미를 단단히 씌운 셈이다.동정감이 직접 나서서 하현의 증언을 받은들 아무 소용이 없다.증거만큼 분명한 단서는 없다.동정감은 시름에 잠긴 얼굴로 손을 들어 양미간을 문질렀다.그리고 동리아에게 시선을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하구천한테 갔다 와.”“왜요?”동리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가서 우리 동 씨 집안의 입장을 알려.”동정감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마당 너머로 보이는 바다 위로 시선을 내렸다.저 멀리 지평선과 수평선이 거의 맞닿은 곳에서 구름이 몽글몽글 엉키고 있었다.항성에 또 한 번 폭풍우가 몰아칠 기세였다.이번 폭풍우가 지나간 후에 과연 이 항성에는 뭐가 남아 있을지 동정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퍽!”오후 3시 정각 빅토리아 항구의 고급 오피스텔 문이 소란스러운 빗소리를 뚫고 거칠게 소리를 내며 열렸다.동리아는 긴 다리를 뻗으며 프런트에 있던 직원들을 무시하고 바로 안쪽 사무실로 들어갔다.이곳은 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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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장

동리아는 허민설의 도발을 무시한 채 눈살을 찌푸리며 유유히 차를 마시고 있는 하구천을 바라보았다.“하구천, 당신한테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요!”“동리아, 여차하면 날 경찰서로 데려가서 취조라도 할 태세군, 어? 난 어젯밤 일에 대해 이미 분명히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러나저러나 잘 왔어.”“쌍방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 전념하는 것도 항성의 치안을 위해서 좋은 일이지.”“좋은 시민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나한테 누명을 씌우진 않겠지, 안 그래?”자신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듯 하구천은 담담하게 말했다.평소 같으면 하구천의 말에 화가 났을 테지만 동리아는 지금 당장 그것을 따져 물을 수 없었다.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하구천, 내가 묻고 싶은 건 왜 무카이를 죽이고 하현에게 누명을 씌우는 거냐는 거예요.”“무카이가 죽었다고?”하구천은 깜짝 놀라는 얼굴을 했다.그 얼굴엔 조금의 거짓도 보이지 않았다.“어젯밤 이미 항도 하 씨 가문에서 많은 의사들을 에드워드 병원에 보냈는데 어떻게 죽어? 치료되지 않았어?”“어떻게 그가 죽을 수 있어?”동리아는 하구천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잠시 후 침착하게 말했다.“내 말은 무카이가 호흡이 멎어서 숨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거예요.”“아무리 의사가 많아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죠.”“탁!”“말도 안 돼!”화가 난 하구천은 벌떡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내가 무카이를 살리려고 그렇게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을 보냈는데 어떻게 그가 죽을 수 있어?”“동리아, 이 일은 당신네 항성 경찰서에서 반드시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해! 섬나라 대사관에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그렇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당신들에게 그 죄를 물을 거야!”노발대발하는 하구천의 얼굴은 아무리 보아도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오히려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관청 사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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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장

그러나 지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하민석 앞에서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허지강은 사람 좋은 미소로 일어서며 말했다.“하구천, 이 일은 내가 이미 우리 허 씨 집안 경로를 통해 섬나라 음류 쪽에 알렸어.”“섬나라 음류 장로인 무카이 마키가 오늘 밤 항성에 도착한다고 해.”“그는 자신의 혈육인 무카이 나오토를 위해 정의를 되찾으려고 할 거야.”하구천은 능청스럽게 허지강의 말을 되받았다.“에이 너무 안 됐어. 원래 정의를 되찾는 일은 관청이 나서서 해 줘야 하는 건데, 스스로 되찾으려 하다니.”“섬나라 친구들한테 좀 미안해지는군.”“허지강, 날 대신해서 섬나라 손님들을 잘 대접해 줘.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아, 물론 뒷수습은 분명히 깨끗하게 처리해야 해. 절대 아무런 단서도 남겨서는 안 돼.”허지강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구천, 걱정하지 마. 우리 허 씨가 운송으로 가세를 키운 집안이야. 어떤 것이 유출되었다손 치더라도 절대 그 경로를 알 수 없어.”하구천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 후 일어서서 하민석을 힐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하민석, 정말 하현이 무카이를 죽인 것이 확실하지?”하민석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이지. 오늘 아침 병원 CCTV에 그의 모습이 찍혔고 현장에 남은 칼에 그의 지문이 확실히 찍혔어.”“하지만 실증이 아니라서 살인자를 감옥에 가게 할 수는 없어.”“그래도 섬나라 손님들의 마음속 울분을 가라앉혀 주기에는 충분한 복수야.”하구천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돼. 증거는 증거일 뿐이야. 그게 실증인지 아닌지 무슨 상관이야?”“우리가 할 일은 섬나라 손님들에게 알고 있는 것을 알릴 뿐이지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들의 몫이야.”“참, 한 가지 더.”하구천은 곽영준을 보며 말했다.“곽 씨 가문 수하에 거물급 변호사가 여럿 있지 않았어?”“그들이 함께 나서서 진홍두를 보석으로 좀 빼왔으면 좋겠는데.”“섬나라 손님이 왔는데 우리 진홍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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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8장

”뚜벅뚜벅!”하현은 천천히 걸어오면서 무심한 듯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복도 끝 시체 안치실로 향했다.시체 안치실 입구에 항성 경찰서 수사관 두 명이 꼼짝 않고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을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하현을 맞이했다.시체 안치실에는 동리아가 하얀색 의료용 장갑을 끼고 짧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채 온 신경을 무카이의 사체에 쏟고 있었다.새하얀 목덜미가 갓 뽑은 겨울 무처럼 뽀얀 속살을 드러내었다.하현이 다가갔을 때 동리아는 무카이의 목에 난 상처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다만 시신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가슴골이 살짝 드러나 보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하얀 보호복을 입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그녀의 몸매와 아름다운 모습을 가라지는 못했다.그녀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던 하현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좀 더 다가서서 입을 열었다.“동리아, 당신이 왜 검시관의 일을 하고 있어? 그 사람들한테 시키면 될 것을.”동리아는 동작을 멈추고 곁눈으로 하현을 힐끔 보며 말했다.“검시관 결과가 나온 지는 좀 됐어요. 현장 증거도 다 수집했고.”“모든 증거들은 당신이 살인범이라고 가리키고 있어요.”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 시간에 여기 없었다는 거야.”“어젯밤 내내 구룡성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었어. CCTV 확인해 보면 될 거잖아.”“오늘 아침 난 당신 집에 있었어. 당신도 거기 있었으니 누구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하현은 말을 하면서 무카이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눈앞에서 보고도 하현은 믿기지가 않았다.그는 무카이가 무방비로 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동리아는 하현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어깨를 살짝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사실 지금 누가 진범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이 사건의 증거도 누군가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고요. 당신이 가서 따져 물을 수도 없을 거예요.”“하지만 문제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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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9장

동리아는 법의관에게 사정했다.“법의관님, 이 사람은 내 친구인데요, 좀 봐 주시면 안 될까요?”“네? 좀 봐 주세요.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법의관은 차가운 목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동리아의 가슴팍에 있는 명찰에 눈길을 돌렸다.그제야 법의관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아, 당신이었군요.”“하지만 당신이라고 해서 규칙을 어길 수는 없어요!”“이 사람을 못 들인다는 건 아니에요. 정 들어오게 하고 싶다면 먼저 나가서 등록부터 하고 오세요.”하현은 태연스럽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었다.“문제없죠. 지금 당장 가서 등록하고 오겠습니다. 그런데 등록실이 어디죠?”법의관은 문을 나가더니 하현에게 직접 등록실 위치를 알려주었다.“저쪽에 등록실이 있어요. 위에 간판이 있으니 찾기 쉬울 거예요. 안에 등록을 담담하는 의사가 있어요. 이름은 송학민이구요.”“자, 가서 등록하세요.”“고맙습니다. 법의관님.”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돌아서서 텅 빈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하현이 유유히 복도로 사라지자 법의관의 시선은 곁에 서 있던 두 경찰관에게 향했다.“어멋!”법의관은 갑자기 발을 삔 듯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발에 손을 갖다 대었다.순간 두 경찰관의 시선은 법의관의 발목에 쏠렸다.“솨솩!”두 경찰관의 시선이 발목으로 쏠리는 틈을 타 법의관은 갑자기 자신의 소매 쪽에 손을 대었고 이내 하얀 연기가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두 경찰관은 갑자기 온몸이 휘청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안에서 시신을 다시 살펴보려던 동리아는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른 뒤돌아섰다.순간 눈앞의 광경에 동리아는 정신이 멍해졌다.“당신 누구야?”“우린 모르는 사이인 것 같은데. 우리 사이엔 아무런 원한도 없고.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누가 지시한 거야?”동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에 있던 총에 손을 갖다 대었지만 보호복을 입은 탓에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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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0장

”그리고 걱정하지 마. 난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 없어.”“하구천이 이미 경고했거든. 비록 당신네 동 씨 집안과 하현이 공수동맹을 맺었지만 하구천의 체면을 봐서 당신은 인질로 삼기만 하되 조금도 건드리지 않기로.”“그러니 당신은 나한테 협조하기만 하면 돼. 반항할 생각은 하지 마.”“혹시라도 반항했다가 내가 실수로 당신 아름다운 얼굴에 생채기를 내더라도 날 원망하지 마! 알았어?”무카이 루미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하면서 어느새 칼을 꺼내 동리아의 눈앞에서 눈알을 희번덕거렸다.“퍽!”바로 그때 무카이 나오토의 시신이 놓인 침상 아래로 누군가가 굴러 나오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카이 루미코의 복부에 칼을 꽂았다.“팍!”갑자기 무카이 루미코가 피를 한가득 뿜어내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이 방에 자신과 동리아 외에 다른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무카이 루미코는 후회할 겨를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안치실을 떠나려고 했다.그녀가 시체 안치실에서 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뺨을 때렸다.순간 무카이 루미코의 얼굴이 붉어졌고 몸은 튕겨 나가 벽 모서리에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그녀는 일어서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기세가 기운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문밖에서 냉랭한 얼굴로 들어온 하현은 무카이 루미코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무카이 루미코?”“쯧쯧쯧, 무카이 집안에 일손이 부족한 모양이지?”“어떻게 킬러가 할 짓을 손수 이렇게 나설 수가 있어?”“돈이 없으면 말을 해. 내가 대신 킬러 몇 명 고용해 줄 테니까!”“그렇지 않으면 무카이 집안이 나 하나 죽이려는 데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줄 알잖아. 그건 너무 체면 구기는 일이지 않아?”“내가 너무 뻔뻔한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하며 상대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사정없이 끌어내렸다.무카이 나오토와 닮은 예쁘장한 얼굴이었다.“내가 동리아를 억류하고 있을 줄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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