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하현은 천천히 걸어오면서 무심한 듯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복도 끝 시체 안치실로 향했다.시체 안치실 입구에 항성 경찰서 수사관 두 명이 꼼짝 않고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을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하현을 맞이했다.시체 안치실에는 동리아가 하얀색 의료용 장갑을 끼고 짧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채 온 신경을 무카이의 사체에 쏟고 있었다.새하얀 목덜미가 갓 뽑은 겨울 무처럼 뽀얀 속살을 드러내었다.하현이 다가갔을 때 동리아는 무카이의 목에 난 상처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다만 시신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가슴골이 살짝 드러나 보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하얀 보호복을 입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그녀의 몸매와 아름다운 모습을 가라지는 못했다.그녀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던 하현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좀 더 다가서서 입을 열었다.“동리아, 당신이 왜 검시관의 일을 하고 있어? 그 사람들한테 시키면 될 것을.”동리아는 동작을 멈추고 곁눈으로 하현을 힐끔 보며 말했다.“검시관 결과가 나온 지는 좀 됐어요. 현장 증거도 다 수집했고.”“모든 증거들은 당신이 살인범이라고 가리키고 있어요.”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 시간에 여기 없었다는 거야.”“어젯밤 내내 구룡성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었어. CCTV 확인해 보면 될 거잖아.”“오늘 아침 난 당신 집에 있었어. 당신도 거기 있었으니 누구보다 더 잘 알 거 아니야!”하현은 말을 하면서 무카이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눈앞에서 보고도 하현은 믿기지가 않았다.그는 무카이가 무방비로 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동리아는 하현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어깨를 살짝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사실 지금 누가 진범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이 사건의 증거도 누군가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고요. 당신이 가서 따져 물을 수도 없을 거예요.”“하지만 문제는 우리
동리아는 법의관에게 사정했다.“법의관님, 이 사람은 내 친구인데요, 좀 봐 주시면 안 될까요?”“네? 좀 봐 주세요.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법의관은 차가운 목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동리아의 가슴팍에 있는 명찰에 눈길을 돌렸다.그제야 법의관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아, 당신이었군요.”“하지만 당신이라고 해서 규칙을 어길 수는 없어요!”“이 사람을 못 들인다는 건 아니에요. 정 들어오게 하고 싶다면 먼저 나가서 등록부터 하고 오세요.”하현은 태연스럽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었다.“문제없죠. 지금 당장 가서 등록하고 오겠습니다. 그런데 등록실이 어디죠?”법의관은 문을 나가더니 하현에게 직접 등록실 위치를 알려주었다.“저쪽에 등록실이 있어요. 위에 간판이 있으니 찾기 쉬울 거예요. 안에 등록을 담담하는 의사가 있어요. 이름은 송학민이구요.”“자, 가서 등록하세요.”“고맙습니다. 법의관님.”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돌아서서 텅 빈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하현이 유유히 복도로 사라지자 법의관의 시선은 곁에 서 있던 두 경찰관에게 향했다.“어멋!”법의관은 갑자기 발을 삔 듯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발에 손을 갖다 대었다.순간 두 경찰관의 시선은 법의관의 발목에 쏠렸다.“솨솩!”두 경찰관의 시선이 발목으로 쏠리는 틈을 타 법의관은 갑자기 자신의 소매 쪽에 손을 대었고 이내 하얀 연기가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두 경찰관은 갑자기 온몸이 휘청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안에서 시신을 다시 살펴보려던 동리아는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른 뒤돌아섰다.순간 눈앞의 광경에 동리아는 정신이 멍해졌다.“당신 누구야?”“우린 모르는 사이인 것 같은데. 우리 사이엔 아무런 원한도 없고.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누가 지시한 거야?”동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에 있던 총에 손을 갖다 대었지만 보호복을 입은 탓에 얼른
”그리고 걱정하지 마. 난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 없어.”“하구천이 이미 경고했거든. 비록 당신네 동 씨 집안과 하현이 공수동맹을 맺었지만 하구천의 체면을 봐서 당신은 인질로 삼기만 하되 조금도 건드리지 않기로.”“그러니 당신은 나한테 협조하기만 하면 돼. 반항할 생각은 하지 마.”“혹시라도 반항했다가 내가 실수로 당신 아름다운 얼굴에 생채기를 내더라도 날 원망하지 마! 알았어?”무카이 루미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하면서 어느새 칼을 꺼내 동리아의 눈앞에서 눈알을 희번덕거렸다.“퍽!”바로 그때 무카이 나오토의 시신이 놓인 침상 아래로 누군가가 굴러 나오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카이 루미코의 복부에 칼을 꽂았다.“팍!”갑자기 무카이 루미코가 피를 한가득 뿜어내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이 방에 자신과 동리아 외에 다른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무카이 루미코는 후회할 겨를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안치실을 떠나려고 했다.그녀가 시체 안치실에서 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뺨을 때렸다.순간 무카이 루미코의 얼굴이 붉어졌고 몸은 튕겨 나가 벽 모서리에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그녀는 일어서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기세가 기운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문밖에서 냉랭한 얼굴로 들어온 하현은 무카이 루미코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무카이 루미코?”“쯧쯧쯧, 무카이 집안에 일손이 부족한 모양이지?”“어떻게 킬러가 할 짓을 손수 이렇게 나설 수가 있어?”“돈이 없으면 말을 해. 내가 대신 킬러 몇 명 고용해 줄 테니까!”“그렇지 않으면 무카이 집안이 나 하나 죽이려는 데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줄 알잖아. 그건 너무 체면 구기는 일이지 않아?”“내가 너무 뻔뻔한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하며 상대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사정없이 끌어내렸다.무카이 나오토와 닮은 예쁘장한 얼굴이었다.“내가 동리아를 억류하고 있을 줄 어떻
”그래서 난 동정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능수능란한 동정감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르겠어?”“처음 당신이 법의관 행세를 하며 문을 두드렸을 때 난 당신이 킬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지 않았지.”“나머지 일은 당신이 직접 본 것 그대로야.”하현은 거침없이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읊었다.“아무도 당신을 미리 알아챈 사람은 없었어. 다만 섬나라 사람들의 머리가 너무 어리석었기 때문에 들키고 만 거지, 알겠어?”“당신...으...”무카이 루미코의 얼굴은 충격에 휩싸였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처음부터 하현에게 간파당했다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그럼 자신이 한 모든 일이 깡패들이 하는 짓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저리 꺼져!”하현에게 호되게 당하긴 했지만 무카이 루미코는 전혀 굽힐 뜻이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당신은 내 동생을 죽였어. 그리고 지금은 날 죽이려 하고 있어. 잘 들어. 우리 무카이 집안은 당신을 끝까지 쫓아가 죽일 거야!”“능력이 있으면 어디 날 죽여 보시든지!”“지금 날 죽이지 않으면 천군만마를 데리고 반드시 당신을 멸망시켜 버릴 거야!”“우리 무카이 집안사람들은 절대 욕되게 죽을 수 없어!”“자! 어서 죽여! 능력이 있거든 죽여 보라구!”하현은 무카이 루미코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날 자극해서 당신을 죽이게 만들려는 거야?”“아쉽지만 난 지금 당신을 죽일 생각이 없어.”“당신네 무카이 집안이 아무 이유도 없이 나한테 덤볐으니 나도 당신네들에게 응당한 보답을 해 줘야 하지 않겠어?”말을 하면서 하현은 동리아에게 손짓을 했고 그녀는 수갑을 꺼내 바로 무카이 루미코의 손목에 감았다.그리고 동 씨 집안 주치의를 불러와 무카이 루미코의 상처를 봉합하고 지혈하라고 사람들에게 지시했다.“아무 이유도 없이 당신한테 덤빈다고?”무카이 루미코는 험악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하현, 당신이 내 동생을 죽였는데 어떻게 뻔
저녁 무렵, 항성 호텔.이름상으로는 큰 호텔이었지만 사실 이곳은 항성 도시 전체에서 유일한 장례식장으로 숙식 등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주변에 단독 빌라들이 많았고 그곳은 높은 신분의 귀빈들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운영되었다.무카이 나오토의 시신은 부검이 끝난 직후 바로 이곳으로 보내졌고 구석에 있는 건물을 하나 차지하고 있었다.이 건물은 아주 조용하고 주변 환경도 아주 쾌적했다.무카이의 시신이 이곳으로 보내진 후 무카이 집안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무카이 마키와 그의 아들딸 외에도 무카이 집안의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이번에 무카이 나오토의 울분을 반드시 풀어주지 않으면 절대 물러서지 않을 분위기였다.저녁 7시.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하얀 등불이 걸린 빈소를 향해 소리 없이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차 문이 열리자 홍성 정예들이 내렸다.곧이어 다소 초췌한 얼굴의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하루 종일 심문을 받았지만 저녁 무렵에 홍성의 많은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보증을 선 관계로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초췌함과 피곤함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매력적인 분위기를 가리지는 못했다.그녀가 바로 홍성을 대표하는 얼굴, 진홍두였다.경찰서를 나와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곳에 와서 무카이 나오토를 향해 향불을 바치는 것이었다.세 가닥 가느다란 향이 모래 속을 파고든 후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며 빈소를 가득 채웠다.진홍두는 종이돈에 향불을 붙인 뒤 화로에 살며시 던졌다.다 타버린 검은 재에서 악마의 손아귀 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진홍두는 마지막 종이돈을 넣고는 많아 봐야 삼십 대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 다가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그녀가 허리를 굽히자 박꽃같이 하얀 그녀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무카이 세이이치로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눈길이 갔고 순간 그의 눈동자에 이상야릇한 빛이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진홍두의
무카이 세이이치로가 결연한 의지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옆에 납작하게 몸을 숙이고 있는 섬나라 장도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아무리 큰 뒷배를 가졌어도, 제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더라도 우린 끝까지 그에게 죄를 물을 거예요!”“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겁니다!”“하현은 죽어야 마땅해요!”“무카이 집안, 섬나라 음류의 영웅이 흘린 피를 헛되이 하지 않을 거예요!”무카이 세이이치로의 눈에 무카이 나오토는 분명 영웅으로 비친 듯했다.그의 말에 빈소 양쪽에 무릎을 꿇고 있던 섬나라 사람들이 하나같이 분노하며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다.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반드시 복수할 거라는 글귀가 새겨진 흰 두건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그들의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 하현을 찾아내 당장 도륙 내지 않고는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하현에 대한 섬나라 사람들의 깊은 증오를 몸소 눈으로 목격하고 있자니 진홍두의 마음속에 묵은 체증이 조금은 내려가는 것 같았다.이번 일로 홍성 쪽 사람들이 호되게 당했을 뿐만 아니라 라이온 킹도 죽었으니 진홍두 입장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홍성 쪽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고수가 없어서 조용히 처리했을 뿐이었다.진홍두는 원래 억울한 마음을 삼켜 버리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섬나라 사람들이 분기탱천하는 모습을 보니 하현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진홍두가 지금 하현을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섬나라 사람들이 하현을 어떻게 죽이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결국 이 일은 무카이 가문, 섬나라 음류, 양국의 외교와도 얽혀 있는 문제였다.어젯밤에는 하현이 전화 몇 통으로 미꾸라지처럼 사건에서 쏙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간단히 되지 않을 거라고 진홍두는 믿었다.하현, 기다려. 당신 목에 칼끝이 향할 때까지.마음속에 이런 그림이 그려지자 진홍두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심호흡을
무카이 세이이치로는 서류를 받아들고 유심히 살펴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돌아가서 총교관에게 알려주세요. 우리 무카이 가문은 홍성을 영원한 친구로 삼겠다고!”“저희 아버지가 지금은 상심한 나머지 위층에서 쉬고 계셔요. 안 그랬으면 여기 와서 직접 감사 인사를 드렸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하지만 이 일이 마무리가 되면 꼭 찾아뵐 거예요!”진홍두는 고개를 약간 끄덕인 후 조심스럽게 무카이 세이이치로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제가 이렇게 온 것은 홍성뿐만 아니라 항도 하 씨 가문의 조의도 전달하려고 왔어요.”“하구천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 좀 어려운 일이 있다고 했는데 만약 섬나라 음류 쪽이 그분을 친구로 삼길 원한다면”“그렇다면 섬나라 음류가 항성과 도성에서 하는 모든 일엔 반드시 청신호가 켜질 거예요.”항도 하 씨 가문이라는 말을 듣고 무카이 세이이치로의 눈이 번쩍 뜨였다.그는 진홍두의 눈을 깊이 마주 보며 말했다.“하구천에게 꼭 전해주세요.”“우리 섬나라 음류는 항도 하 씨 가문이야말로 항성과 도성의 진정한 주인이라 생각한다는 것을요.”“그리고 하구천이야말로 항도 하 씨 가문의 주인이시죠!”진홍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구천의 능력에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냈다.겉으로 보기에는 홍성의 땅을 무카이 집안에 헌납함으로써 홍성은 땅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카이 가문과 섬나라 음류의 분노를 지렛대 삼아 결국 하현에게 더 가까이 칼끝을 들이댄 것이다.섬나라 음류와 돈독한 관계를 맺은 것은 덤이었다.이 돈독한 연줄은 훗날 하구천이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 자리에 앉을 때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무카이 가문과 진홍두 일행이 흐뭇한 미소를 주고받고 있을 때 갑자기 빈소 밖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렸다.“퍽퍽!”굉음을 듣고 달려 나온 섬나라 청년 몇 명은 도요타 차량의 거친 진격에 이미 몸이 날아가 버렸다.섬나라 사람들도 횡포하긴 어디 뒤지는 편이 아니었으나 지금 눈앞의 거친 소용돌
”하현!?”그 이름을 들은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놈이 바로 무카이 나오토를 죽인 그 하현이었던 거로군!넘어져 있던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하나둘 일어나 장도를 뽑아 들고는 순식간에 그를 포위했다.장내는 날카로운 빛을 뿜어내는 칼날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하현!”무카이 세이이치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매서운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이 내 동생을 죽인 장본인이로군!”“감히 내 동생 빈소에 겁도 없이 쳐들어오다니!”“그것도 차를 몰고?”“이렇게 겁 없이 낳아준 네 아버지를 욕해!”“우리는 절대 널 용서할 수 없어!”“네가 감히 우리 섬나라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는 거지?”“믿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칼을 한 번 휘두른다면 날고 긴다는 동정감이 와도 내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거야!”무카이 세이이치로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그가 두 눈 부릅뜨고 있는데 감히 겁도 없이 찾아오다니,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건 남을 업신여기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섬나라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였다.섬나라 사람들은 이런 수모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바로 그 순간 그들은 일제히 칼을 들고 하현을 갈기갈기 찢어 놓으려는 듯 음흉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진홍두도 거들었다.“하현, 당신 정말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군!”“동정감이 당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해? 당신은 항성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지!”“사람을 죽이고!”“빈소로 찾아와 고인을 모독하고!”“섬나라 사람들을 무시해?”“당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하현은 욕설을 퍼붓는 진홍두를 힐끔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무카이 나오토를 죽였다고?”“내가 그를 죽이려고 했다면 어젯밤에 그 자리에서 죽였을 거야!”“내가 그런 놈 때문에 뭐하러 내 손을 더럽히겠어? 그놈이 그럴 자격이라도 된다고 생각해?”말을 하는 동안에도 하현은 발로 사람을 걷어차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이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