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설씨 집안에 관심 없지만, 제 아내의 성씨가 설씨입니다.” 하현은 태연해 보였다. “부부가 되면 관계가 깊어진다는 말이 있죠. 이게 제일 간단한 논리입니다.”“만약 어르신께서 별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제 아내가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요.”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수정에게 은은하게 웃어 보인 후 뒤돌아서 가버렸다.흥섭은 그를 막아서지 않았고, 그저 수시로 바뀌는 표정으로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 남자가, 그것도 이렇게나 젊은 남자가 돈, 권력과 미녀의 유혹 앞에서 이정도로 덤덤할 수 있다니. 이런 남자의 자신감은 얼마나 충만하고 마음은 얼마나 견고할까?그가 원한다면 돈이든 권력이든 모두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지금 그가 이것들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단순히 그가 원하지 않아서였다.이건 자신감인가? 아님 지나치게 자만하는 건가?흥섭은 지금 이 남자를 조금 알지 못했다. 비록 그도 젊은 시절에 무서운 남자였지만, 자신에게 되물어봤을 때 그는 이렇게 기세등등하지 않았다.눈앞에 있는 이 데릴사위가, 남에게 머저리라고 불리는 이 남자가, 도대체 어디서 이런 배짱을 얻은 건가?무예가 뛰어나고, 골동품을 감정하는 안목도 훌륭하다고 해도, 명문 집안 사람 눈에는 별 것 아니었다.그렇다면 이 남자에게는 아직 몇 개의 비밀이 있는 건가?잠시 후, 흥섭이 담담하게 웃으며 수정에게 말하는 것도 같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도 같게 입을 열었다. “이 녀석아, 어디서 온 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신감이 가득하니 나도 지켜보겠구나, 어디까지 가는지. 그렇지만 자네도 언젠가 백년 묵은 가문이 갖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거라고 나는 믿어. 그때 되면 자네도 나를 찾아와서 빌겠지.”흥섭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수정을 바라보았다. “착한 우리 손녀, 자신감을 가져야 해. 어떤 일은 낚시하는 것과 같이, 할수록 재미있어져. 물고기가 낚인 순간, 제일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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