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저녁에 일찍 집에 들어왔다.어젯밤에도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하현이 한량 같아서 은아는 화가 나 하현을 노려보더니 뒤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장모님, 무슨 일이에요?” 하현은 어리둥절했다. 은아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아내 걱정을 할 줄도 알아? 말해봐, 이틀 동안 저녁에 어디 간 거야? 옷빨래도 안 하고 화장실 청소도 안 하고 요리도 안 해, 나더러 뭘 먹으라는 거야?” 희정이 때마침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하현이 왔다는 소리를 듣자 그를 째려보았다.하현이 만 원으로 은아가 하엔 그룹의 투자를 다시 받도록 도와준 이후로, 희정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많이 나아지지도 않았다.“일하느라 바빴어요.” 하현이 설명했다.“네가 뭘 바빠! 썩을 중고차를 몰면서 남의 운전기사 노릇이나 하고 있다고 우리 딸이랑 걸맞은 줄 알아? 우리 딸이 봐 달라고 빌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일찌감치 너를 쫓아냈을 거야!” 희정이 쌀쌀맞게 말했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우리 딸이 요즘 미쳐서 왜 너한테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 눈에 너는 그저 쓰잘데기 없는 놈일 뿐이야!”하현은 황당했다. 어째서 포르쉐가 썩을 중고차가 된 건가. 그래도 하현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장모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너한테 말해서 뭐하게? 네가 해결할 수 있어?” 희정이 꾸짖었지만 그래도 말은 했다. “어제 은아가 담당하는 쇼핑몰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행된 거 알고 있지?’“알고 있습니다.”“퍽이나 알겠네! 그럼 어젯밤부터 끊임없이 방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아? 건축자재를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인부들을 때리고 방화까지 해서 은아는 이 일 때문에 골치가 아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부탁했는데도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지 못했어.” 여기까지 말하고 희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쩜 이리 쓸모없는 사위가 있을까? 이런 일은 보통 남자들이 해결하는 거
“괜찮을까?” 하현은 겉으로 덤덤해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미 엉망이 되어있었다. 설마 오늘 밤 3년 전 신혼 첫날 밤에 내딛지 못한 그 한 발자국을 내딛는 건가? 매우 흥분되었다.“먼… 먼저 씻어. 밑에 욕실은 고장 났는데 아직 안 고쳤어.” 은아는 재빨리 핑계를 댔다.하현도 군말없이 얼른 샤워하러 갔다. 은아가 옷을 껴안고 욕실로 들어간 걸 보자, 그는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름 준비운동이었다.30분도 안 돼서 은아가 욕실에서 나왔다.그녀는 곰이 그려져있는 귀여운 잠옷을 입고 있었고 피부 위에 송골송골 맺힌 투명한 물방울이 보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연꽃과 같았다.하현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잠시동안 은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귀엽다!”“뭐라고?’ 은아는 머리카락을 털며 말했다.“아니야, 잠옷이 귀엽다고.” 하현이 멋쩍게 웃었다. 그는 염치없이 물었다. “여보, 그럼 나 오늘 밤에 안에서 자, 밖에서 자?”“안이랑 밖은 무슨?” 은아가 구석을 가리켰다. “오늘 밤은 저기에 매트리스 깔아!”하현은 눈을 뒤집어보일 뻔했다. 아까 샤워를 하고 나온 뒤, 은아가 적지 않게 차분해진 듯하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절대 그녀가 씻지 못하게 해야겠다.한숨을 내쉰 후, 하현은 억지로 은아의 다리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화제를 바꿨다. “솔직히, 이번에 쇼핑몰에 문제가 생긴 게 민혁이랑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들어.”조금 전에 하현이 백범에게 전화했지만, 자세히 알아봐도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백범조차 쓸모있는 정보를 얻지 못했는데 민혁이 알고 있다니, 이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큰 힌트였다.하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큰 가능성은 민혁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가 어떻게 배후가 누군지 알고 있겠나?“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한테 불만을 품은 건 맞지만, 쇼핑몰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설씨 집안이 위약금을 아주 많이 물어야 해서 곧바로 파산할 수도 있는데
“하하하, 좋은 형제는 의리를 중시하지!” 규천이 손을 뻗어 민혁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건 아주 좋은 일이야. 얼른 모두에게 알리고 싶네, 그때 그 서울 여신을 내가 차지하게 됐다고! 그리고 그 데릴사위한테도 알릴 거야, 자신이 손도 못 잡아본 여자가 내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는 것을!”“걱정하지 마, 설은아가 명예를 잃어야 나를 고분고분 따를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설은아를 차지할 수가 없어!” 규천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내일이 지나면 수많은 남자들이 형님을 부러워할 겁니다. 어쨌거나 우리 누나는 서울에서 제일 예쁜 여신이거든요! 여기서 형님을 매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매형의 신혼을 미리 축하드려요! 즐거운 시간 보내셔야 해요?”민혁이 매형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규천은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지금 그의 얼굴에는 변태 같은 웃음이 가득했고, 그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기대했다.이튿날 아침, 민혁은 은아의 사무실에 일찍 도착했다.“시간과 장소는 이미 잡아놨어요. 여러 사람에게 부탁해 연락할 수 있었던 거니까, 절대 내가 곤란해지게 뒷걸음질 치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다음 번에는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민혁이 팔짱 끼며 거만하게 굴었다.출근 복장을 입고 있는 은아를 보자, 민혁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그는 미친듯이 웃고 싶었지만 미친듯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 어쨌든 간에 민혁의 계획은 은아의 명예를 실추시킨 후 설씨 집안에서 내쫓는 거였으니, 그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은아는 민혁의 갑작스러운 관심을 일찌감치 경계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젯밤에 하현이 이 일은 민혁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은아는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쇼핑몰은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야, 아무도 내 손에서 빼앗아갈 수 없어. 나는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이 일이 나의 웃음거리로 보인다면 미안
“아빠는 정말 내가 진심으로 누나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 민혁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 말은, 이건 함정이라는 거야?” 동수가 물었다.민혁은 아빠 앞에서 감출 것도 없어 그저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나에게 깨달음을 준 사람도 아빠니까 내가 진실을 말해줄게. 설씨 집안을 괴롭힌 사람은 내가 지시한 거야.”동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민혁을 쳐다보고 말했다. “외부인을 이용해서 은아를 괴롭히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면 너도 나서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되는 거 아니야? 왜 은아를 도와주는 건데?”“아빠, 잘못을 바로잡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데? 설은아 그 여자가 계속해서 쇼핑몰 프로젝트를 손에 쥐고 있는 게 우리한테 좋을 게 뭐가 있어? 내가 하려는 건 이 여자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거야. 그래야 내가 나중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장애물이 없어!”민혁은 의기양양했다. 이 일을 외부인에게 말할 수 없어 자랑할 곳이 없었는데, 지금 자신의 아빠 앞에서 말하니 속이 뻥 뚫렸다.은아를 처리한 다음, 민혁은 순조롭게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그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게 바로 일석삼조였다!이 순간, 민혁은 자신이 제갈량의 환생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했다.“도대체 무슨 술수를 준비한 거야?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동수가 추궁했다.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면 그는 정말 안심할 수가 없었다.“아빠, 조규천이라는 사람 들어봤지?”“조규천은 서울 길바닥 출신 아니야?”“맞아, 그 사람이야. 내가 부탁한 거물이 바로 그 사람이야. 원래 쇼핑몰 프로젝트만 조금 방해해서 누나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려고 했는데, 어쩌다 우연히 조규천이 누나를 마음에 들어해서 갖고 싶어하는 걸 알게 되었어.”“그래서 오늘 밤에 누나가 약속된 장소에 가기만 하면, 조규천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야. 게다가 나는 이미 조규천이랑 약속을 했어. 오늘 밤에
그날 오후, 하현은 약속대로 포르쉐를 몰고 은아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본래 그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지만, 협상 자리에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않겠나?은아를 태운 후, 하현은 네비게이션의 동선을 따라 교외에 있는 농촌 민박집으로 향했다.은아는 조금 걱정이 돼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은아가 말했다. “하현, 오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일이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민혁이가 일부러 나를 욕먹이려는 거 아니야? 이따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하현이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그 누구든 내 시체 위를 걸어가야지만 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거야.”말을 하던 하현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든 은아를 때리려는 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하현의 말을 듣자, 이런 상황일지라도 은아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마치 하현이 있으면, 모든 불안정한 요소들이 사라지거나 분해될 것만 같았다.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조용했다. 곧이어 차가 농촌 민박집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쪽에는 두 줄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들 모두 대머리에 민소매 런닝을 입고 있었고, 온몸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문신으로 가득해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다.포르쉐가 들어오는 걸 보자, 그들은 차가 마당으로 들어오도록 손짓했다.......“규천 형님, 도착했습니다.” 부하 한 명이 식당 안에서 규천 옆으로 달려갔다.규천은 소주를 찔끔찔끔 삼키고 있었는데, 은아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자 눈앞이 반짝였다. 그는 잔 안에 있던 술을 단번에 삼키고 박수 치며 말했다. “너희들 형수님이 오셨다. 내가 직접 마중을 나가지, 오늘 저녁은 신혼 첫날밤이니까, 하하하!”“규천 형님, 형수님 옆에 남자 한 명이 같이 왔습니다.” 부하가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남자? 혼자 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규천이 살며시
“제 남편 하현입니다.” 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이 말이 흘러나오자, 규천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이 폭소를 터뜨렸다. 부인할 수 없이, 하현 이 머저리 데릴사위가 워낙 유명해 서울에서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쯧쯧쯧, 그래도 격에 맞지 않게 기생오라비 같이 생겨가지고는, 어째서 데릴사위나 돼서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버리는 거야? 이 자식이, 설마 내시는 아니겠지?” 규천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규천 형님, 이놈이 너무 역겨워서 한 대 때리고 싶네요!”“내가 할게, 너는 힘이 너무 세서 한 방에 훅 갈 것 같아. 내가 좀 더 부드러우니까 내가 할게!”“부드럽기는 개뿔, 여자도 아닌데 뭐가 부드럽다는 거야? 이런 약골은 내가 맡을게.”주위에서 난리 난 동생들을 보자, 규천이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 “그만해, 뭐하는 짓들이야? 상대가 어린 놈인 거 안 보이니, 간도 조그만 것이? 이놈을 놀래켜서 바지에 오줌이라도 싸면, 얼마나 역겹고 꼴보기 싫겠니?”“하하하…”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은아는 어금니를 부셔질 것처럼 악물며 규천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나서 그녀가 말했다. “저는 오늘 일 애기 하러 왔어요, 내 남편을 조롱하는 걸 들으러 온 게 아니라.”“네, 네, 일 얘기하시죠, 그게 급한 것이니. 모두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규천이 제자리에 앉았으며, 하현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의 눈에 이런 데릴사위는 개만도 못해서 존중 받을 가치가 없었다.“어떻게 해야 우리 설씨 집안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건가요?” 은아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규천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이 길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서 돈이 필요할 뿐이에요. 돈만 있으면 우리는 누구든지 위해서 일을 하죠. 당신들 설씨 집안은 이번에 제대로 복 터졌더라고요. 돈이 있으면 다같이 써야죠. 당신들도 돈을 뿌리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내 말 이해했죠?”“얼마를 원하는데요?” 은아의 얼굴
250억!은아의 안색이 서서히 변했다. 설씨 집안의 자산이 천억은 됐지만, 이렇게나 많은 유동자산을 꺼낼 수 있었다면 하엔 그룹의 투자가 필요했겠나? 게다가 하엔 그룹이 1차로 송금한 금액은 90억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규천은 250억을 달라고 하니, 명백히도 제대로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설씨 집안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돈이 그렇게나 많았다면, 우리 설씨 집안은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겠죠. 조규천 씨,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건지 그냥 말하세요. 우리 설씨 집안은 당신과 아무 관계도 없었고 원한을 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건가요?” 은아가 억지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했다.“내가 당신들을 괴롭히는 건 당신들 체면을 세워주는 일인 거 아세요? 언제부터 내가 당신들에게 이유나 핑계를 대야 했습니까? 설씨 집안이 뭐라고 나한테 설명을 하라는 거예요?” 규천이 인상 쓰며 불쾌한 얼굴로 은아를 바라보았다.은아는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함을 억지로라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녀가 말을 이었다. “조규천 씨, 오늘 제가 이곳을 찾은 건 상당한 성의를 보인 겁니다. 당신도 성의를 보였으면 하네요.”“음, 저는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좋아요.” 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의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의가 아닌 것 같게 말했다. “성의를 논하신다면, 당신의 성의를 저에게 보여주세요. 이 뒤에 괜찮은 방이 하나 있는데, 목욕물은 이미 준비해 뒀으니 아마 마음에 드실 거예요.”이 말을 듣자, 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규천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감히 이런 선 넘고 무례한 요구를 하다니, 은아는 절대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이때, 옆에 있던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더니 은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조규천, 당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설 씨 집안을 괴롭힐 리가 없어. 이 일의 배후가 따로 있지? 당신 같은 서울 길바닥 1대 거물도 남의
하현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기가 어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을 낚아채더니, 쨍그랑 소리가 나며 그 놈의 머리 위에서 병이 산산조각 났다.그 놈은 믿기지 않는 듯한 기색을 띠며 바닥 위에 픽하고 쓰러져 잠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이…”“제기랄, 이 머저리도 독한 놈이었어!”“이럴 수가? 그냥 쓰레기 아니었어?”“쫄기는 뭘 쫄아! 티비에서 맥주병 깨뜨리는 거 따라한 것뿐이잖아? 그냥 운이 좋았어…”이 순간, 부하들은 큰소리를 쳤지만 앞으로 나설 용기가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머저리 데릴사위는 아무 쓸모도 없었는데, 어떻게 자신들과 맞설 엄두가 있겠나? 이건 소문과 완전히 딴판이었다.은아도 잠시 멍해졌다. 하현이 설 씨네 집에서 강이준을 난폭하게 때린 적이 있지만, 강이준은 그저 헬스장을 몇 년 다녀본 자였기에 은아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다르다. 모두 길바닥에서 먹고 사는데다가 싸움을 하는 데 도가 트였다. 그런데 하현이 그중 하나를 손쉽게 무너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런 거대한 반전은 은아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은아는 자신의 쓰레기 남편에게 이렇게 강한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하현, 여기는 내 구역인 거 알고 있어? 내 구역에서 내 사람들을 다치게 하다니, 사는 게 싫어?” 규천이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하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무시와 업신여김으로 가득 찬 게 아니라, 엄숙함이 조금 추가되었다.이 데릴사위가 감히 이런 상황 속에서 먼저 나서다니, 그에게 용기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규천을 살짝 놀라게만 했을 뿐, 그가 겁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또 싸울 수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또 상대할 수가 있겠나? 아까 그 한 방도 운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조규천, 우리 거래 하나 하자. 일을 전부 자세히 설명해주면 내가 당신을 한번 살려줄게, 어때?” 하현이 재떨이를 만지작거리며 평온한 얼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