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 하현입니다.” 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이 말이 흘러나오자, 규천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이 폭소를 터뜨렸다. 부인할 수 없이, 하현 이 머저리 데릴사위가 워낙 유명해 서울에서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쯧쯧쯧, 그래도 격에 맞지 않게 기생오라비 같이 생겨가지고는, 어째서 데릴사위나 돼서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버리는 거야? 이 자식이, 설마 내시는 아니겠지?” 규천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규천 형님, 이놈이 너무 역겨워서 한 대 때리고 싶네요!”“내가 할게, 너는 힘이 너무 세서 한 방에 훅 갈 것 같아. 내가 좀 더 부드러우니까 내가 할게!”“부드럽기는 개뿔, 여자도 아닌데 뭐가 부드럽다는 거야? 이런 약골은 내가 맡을게.”주위에서 난리 난 동생들을 보자, 규천이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 “그만해, 뭐하는 짓들이야? 상대가 어린 놈인 거 안 보이니, 간도 조그만 것이? 이놈을 놀래켜서 바지에 오줌이라도 싸면, 얼마나 역겹고 꼴보기 싫겠니?”“하하하…”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은아는 어금니를 부셔질 것처럼 악물며 규천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나서 그녀가 말했다. “저는 오늘 일 애기 하러 왔어요, 내 남편을 조롱하는 걸 들으러 온 게 아니라.”“네, 네, 일 얘기하시죠, 그게 급한 것이니. 모두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규천이 제자리에 앉았으며, 하현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의 눈에 이런 데릴사위는 개만도 못해서 존중 받을 가치가 없었다.“어떻게 해야 우리 설씨 집안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건가요?” 은아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규천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이 길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서 돈이 필요할 뿐이에요. 돈만 있으면 우리는 누구든지 위해서 일을 하죠. 당신들 설씨 집안은 이번에 제대로 복 터졌더라고요. 돈이 있으면 다같이 써야죠. 당신들도 돈을 뿌리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내 말 이해했죠?”“얼마를 원하는데요?” 은아의 얼굴
250억!은아의 안색이 서서히 변했다. 설씨 집안의 자산이 천억은 됐지만, 이렇게나 많은 유동자산을 꺼낼 수 있었다면 하엔 그룹의 투자가 필요했겠나? 게다가 하엔 그룹이 1차로 송금한 금액은 90억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규천은 250억을 달라고 하니, 명백히도 제대로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설씨 집안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돈이 그렇게나 많았다면, 우리 설씨 집안은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겠죠. 조규천 씨,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건지 그냥 말하세요. 우리 설씨 집안은 당신과 아무 관계도 없었고 원한을 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건가요?” 은아가 억지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했다.“내가 당신들을 괴롭히는 건 당신들 체면을 세워주는 일인 거 아세요? 언제부터 내가 당신들에게 이유나 핑계를 대야 했습니까? 설씨 집안이 뭐라고 나한테 설명을 하라는 거예요?” 규천이 인상 쓰며 불쾌한 얼굴로 은아를 바라보았다.은아는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함을 억지로라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녀가 말을 이었다. “조규천 씨, 오늘 제가 이곳을 찾은 건 상당한 성의를 보인 겁니다. 당신도 성의를 보였으면 하네요.”“음, 저는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좋아요.” 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의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의가 아닌 것 같게 말했다. “성의를 논하신다면, 당신의 성의를 저에게 보여주세요. 이 뒤에 괜찮은 방이 하나 있는데, 목욕물은 이미 준비해 뒀으니 아마 마음에 드실 거예요.”이 말을 듣자, 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규천이 이렇게 뻔뻔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감히 이런 선 넘고 무례한 요구를 하다니, 은아는 절대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이때, 옆에 있던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더니 은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조규천, 당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설 씨 집안을 괴롭힐 리가 없어. 이 일의 배후가 따로 있지? 당신 같은 서울 길바닥 1대 거물도 남의
하현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기가 어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을 낚아채더니, 쨍그랑 소리가 나며 그 놈의 머리 위에서 병이 산산조각 났다.그 놈은 믿기지 않는 듯한 기색을 띠며 바닥 위에 픽하고 쓰러져 잠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이…”“제기랄, 이 머저리도 독한 놈이었어!”“이럴 수가? 그냥 쓰레기 아니었어?”“쫄기는 뭘 쫄아! 티비에서 맥주병 깨뜨리는 거 따라한 것뿐이잖아? 그냥 운이 좋았어…”이 순간, 부하들은 큰소리를 쳤지만 앞으로 나설 용기가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머저리 데릴사위는 아무 쓸모도 없었는데, 어떻게 자신들과 맞설 엄두가 있겠나? 이건 소문과 완전히 딴판이었다.은아도 잠시 멍해졌다. 하현이 설 씨네 집에서 강이준을 난폭하게 때린 적이 있지만, 강이준은 그저 헬스장을 몇 년 다녀본 자였기에 은아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다르다. 모두 길바닥에서 먹고 사는데다가 싸움을 하는 데 도가 트였다. 그런데 하현이 그중 하나를 손쉽게 무너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런 거대한 반전은 은아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은아는 자신의 쓰레기 남편에게 이렇게 강한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하현, 여기는 내 구역인 거 알고 있어? 내 구역에서 내 사람들을 다치게 하다니, 사는 게 싫어?” 규천이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하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무시와 업신여김으로 가득 찬 게 아니라, 엄숙함이 조금 추가되었다.이 데릴사위가 감히 이런 상황 속에서 먼저 나서다니, 그에게 용기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규천을 살짝 놀라게만 했을 뿐, 그가 겁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또 싸울 수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또 상대할 수가 있겠나? 아까 그 한 방도 운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조규천, 우리 거래 하나 하자. 일을 전부 자세히 설명해주면 내가 당신을 한번 살려줄게, 어때?” 하현이 재떨이를 만지작거리며 평온한 얼
“내 친구가 준 거야.” 하현이 대충 둘러댔다. “아무튼, 어쨌든 간에 우리가 오늘 배후가 누군지 알아내고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으면 된 거야. 다른 일은 중요하지 않아, 알겠어?”은아는 살며시 이를 악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비록 하현이 뜬금없이 꺼낸 영상이 은아의 의구심을 더 키웠지만, 지금 이곳이 매우 무서워 그녀는 빨리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반대편에 있던 규천의 얼굴이 변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당신이랑 거래할 수 있지만, 이 일이 진짜인지 확인해본 다음에야 당신들을 놓아줄게.”하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남을 테니까 우리 아내는 먼저 가게 해줘. 우리 아내가 집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알려줄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조규천, 내가 남아있는데 당신한테 알려주지 않을까 봐 무서워? 게다가 당신은 아마 그 일을 확인하고 나서야 배후가 누군지 말하겠지.”“그리고 우리 아내가 먼저 가야 내 마음이 놓여. 안 그러면 당신도 믿지 못 해…”규천의 낯빛이 바뀌더니 그가 갑자기 큰소리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시원시원하군. 그렇다면 형수님 먼저 보내지!”규천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전에 나쁜 생각에 두 눈이 가려져서 일처리를 조금 극단적으로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정했다.지금 규천에게 여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현의 소식이 더 중요했다.만약 규천이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의 결말이 지용과 같을지도 모른다.신분, 지위, 권력과 여자 중에 어느 게 더 중요하고 어떻게 결정해야 할 지, 규천 같이 야심 찬 사람은 당연히 일의 중요함을 구분할 수 있었다.“길을 터!” 규천이 손짓했다.그의 부하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길을 트고 문까지 열어줬다.“하현, 당신…” 은아는 멍해졌다. 어떻게 말 몇 마디로 그녀를 놓아주나, 그녀가 가면 하현은 어떡하나?“당신 먼저 집에 가, 걱정하지 마. 나는 금방 올 테니까 조심해서 운전하고.” 하현이 은아에게 차 열쇠를 떠밀어 넘
이때, 백범은 공손하게 하현 곁으로 가더니 두 팔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도련님, 이 녀석을 어떻게 할까요?”이 모습을 보자 규천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변백범, 너 미쳤어? 이런 데릴사위, 머저리를 도련님이라고 불러? 그래도 나랑 서울 길바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급이 높은 사람인데, 그러고 싶어? 이 자식이야말로 진정한 쓰레기 사위인 거 알아 몰라!”백범은 늘어뜨린 두 팔을 거두지 않고, 그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규천, 아직도 모르겠어? 죽어도 어리석은 귀신이 되겠네!”규천이 차가운 웃음을 연이어 터뜨렸다. 백범이 뜬금없이 왔고 부하들도 아주 많긴 했지만, 변백범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대겠나? 그럴 엄두가 있었다면 이미 손을 댔겠지,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나?“변백범, 나한테 겁줄 필요 없어. 나도 위에 누가 계셔,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오늘 손을 썼으면 너는 좋게 끝나지 않았을 거야. 내 일에 감히 끼어들어?” 규천은 하찮다는 표정을 내비쳤다.백범은 픽 웃더니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예전에 규천을 건드리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규천도 나름 배경이 있었으니, 그를 건드리면 큰일 났을 게 뻔하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제 하현이 그를 데려가 지용을 처리했으니, 이참에 조규천 하나도 처리하는 게 대수인가?비록 많은 사람의 눈에 하현은 그저 모두가 하찮게 보는 쓰레기 데릴사위였지만, 백범은 알고 있었다. 도련님의 출신은 결코 무시할 게 못 됐고, 그는 수년 전부터 이미 모든 것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그에게 얼마나 많은 패가 있을 지 누가 알겠나?이 순간, 백범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하현 앞에서 그는 말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백범이 침묵하는 걸 보자, 규천은 백범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걸로 착각하여 더더욱 자신만만해졌다. “너도 내 배경을 알고 있으니, 얼른 네 사람들을 데리고 꺼지지 그래? 꼭 내가 널 내다 버려야겠니?”이때, 하현이 느닷없이 일어서더니
“이 자식이 예전에 개그맨이었던 거 아니야? 너무 웃기잖아!”“빌어먹을 저런 꼴이면, 내 발차기 한 번에 바보가 되게 만들 수도 있어. 감히 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하다니!”“......”백범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싸늘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가라앉혀 말했다. “도련님, 제가 나설까요…”하현이 고개를 저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감히 내 아내를 때릴 생각을 했는데, 내가 직접 나설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남자라고 할 수가 있나?”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현은 규천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규천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더니 창피함이 분노로 변했다. 그가 소리쳤다. “이 쓰레기야, 뭘 어쩌려고?”부하 몇 명도 쇠파이프를 들어 규천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하현이 걸음을 멈추지 않자, 규천의 부하가 소리 치더니 모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먼저 하현을 때리러 나섰다. 하지만 하현은 그들이 휘두른 쇠파이프를 피해 여유롭게 걸어 나옴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재떨이를 무심하게 내리쳤다.“퍽, 퍽, 퍽…”부하들은 전부 머리를 부여잡거나 바닥에 쓰러졌다. 이들은 덩치가 매우 거대해 보였지만, 지금 1초라도 하현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막을 수 없는 기세의 하현을 보자, 규천도 놀라서 멍해졌다. 그는 조금 전에 하현에게 코웃음을 쳤지만, 이제 조금씩 믿음이 생겼다. 하현이 말한 일이 진짜일 가능성이 컸다.하현의 이런 실력으로 지용을 처리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앞으로 빌어먹을 누가 감히 하현이 쓰레기 데릴사위라고 하면, 규천이 먼저 그 사람의 뺨을 때릴 것이다. 이 실력이 쓰레기라면, 서울을 통틀어서 쓰레기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나!“퍽, 퍽, 퍽…”부하 몇 명이 또 하현에게 손쉽게 당해 바닥에서 낑낑거렸다. 규천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뒤로 물러섰다. 그에게 물러날 곳이 점차 없어지자,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현, 설씨 집안의 세력은 내 배후에 비하면 세 살짜리
코피가 팡 터져 나왔으며, 규천은 얼굴을 부여잡고 돼지를 잡는 것과 같은 비명을 질렀다.이 장면을 민혁에게 들킨다면, 그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민혁도 하현에게 재떨이로 맞은 적이 있으니. 하지만 그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규천 같은 사람을 상대로도 하현은 재떨이를 휘둘렀고 조금의 체면도 살려주지 않았다.이 순간, 규천은 조금 의심이 됐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말 아내의 발을 씻기고 장모의 화장실을 청소해준다는 그 전설의 데릴사위가 맞는지.그 전설의 데릴사위는 설씨 집안 내에서 개만도 못한 지위를 갖고 있다는데, 그가 어떻게 이렇게 강하겠나?“이 일, 뒤에서 지시한 사람이 누구야?” 하현은 손에 있던 재떨이를 던져버리고 왼손으로 규천의 목을 조였다. 그의 말투가 굉장히 차가웠다.규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그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현, 우리 같은 길바닥 놈들은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해. 때릴 수 있으면 죽도록 때려보든가, 안 그러면 내일 내가 설씨 집안 전체를 매장 시켜버릴 거야!”“당신은 정말 막무가내야. 우지용을 처리한 사람이 누군지 알려줬는데도 배후가 누군지 알려주지를 않잖아. 당신 좀 실망이야.” 하현이 고개를 저으며 왼손을 놓았다. “패버려, 이 자식이 말할 때까지 패버려!”백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히더니, 직접 규천 앞으로 걸어가 그를 발로 확 걷어찼다. 이건 하현 앞에서 잘 보이는 것과 관련된 일이니, 백범은 부하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규천의 부하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했다. 이 데릴사위가 머저리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손이 이렇게 맵나? 변백범은 이래 봬도 길바닥의 대장이었다. 하지만 하현 앞에서 그는 그저 동생 같았다.도대체 누가 그가 쓰레기라고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건가? 이건 장난질 치는 거잖아?“변백범, 똑똑히 기억해! 내 배후는 절대 네가 건드려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변백범, 내가 복수할까 봐 무섭지 않아? 빨리 멈춰!”“지금이라도 멈추길 늦지 않
규천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정말 백범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어떤 느낌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하현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 하현은 백범보다 백배는 무섭다는 것.규천은 몸을 떨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씨 집안을 괴롭히는 것은 설민혁의 생각이야. 나한테 3억 원을 줬어, 이 일을 하라고…”설민혁!역시 설민혁이었다!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이 일이 설민혁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었지만, 주범이 설민혁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재벌 2세가 무슨 짓을 하든 잘 해내지 못하더니, 이런 음모를 꾸밀 때는 굉장히 똑똑하구나.핸드폰을 켜서 규천 앞에 던진 후, 하현은 싸늘하게 말했다. “더 자세히 말해, 한 글자도 빼먹지 말고.”규천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은아를 강제로 독점할 계획을 짰던 것은 규천이었기에, 그는 하현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다. 만약 하현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아마 죽음보다도 못하겠지?“말 안 하면 계속 팰게.”“말할게! 말할게!” 규천은 안절부절못하며 재빨리 말했다. “설민혁이 나를 이용해서 SL 그룹 쇼핑몰 건설을 망치려고 했어. 게다가 나랑 설은아가 관계를 맺게 해서 이 사실을 서울에 퍼뜨리려고 했어. 그렇게 하면 설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을 수 있으니까!”하현의 낯빛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SL 그룹 쇼핑몰을 상대하는 그런 사소한 일이었다면 하현은 눈에 넣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일로 설민혁을 봐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일은 이미 해결되었으니.하지만 이 자식이 감히 설은아에게 화살을 돌리다니, 이건 절대적인 죽을 죄였다.하현은 절대 그 누구도 은아를 다치게 하길 용납하지 않았다.“저놈을 감금시켜. 오늘부터 서울 길바닥에 조규천이라는 사람은 없는 거야.” 하현이 덤덤하게 말하며 차가운 얼굴로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도련님, 사실을 전부 말했습니다. 저를 봐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