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천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정말 백범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어떤 느낌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하현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 하현은 백범보다 백배는 무섭다는 것.규천은 몸을 떨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씨 집안을 괴롭히는 것은 설민혁의 생각이야. 나한테 3억 원을 줬어, 이 일을 하라고…”설민혁!역시 설민혁이었다!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이 일이 설민혁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었지만, 주범이 설민혁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재벌 2세가 무슨 짓을 하든 잘 해내지 못하더니, 이런 음모를 꾸밀 때는 굉장히 똑똑하구나.핸드폰을 켜서 규천 앞에 던진 후, 하현은 싸늘하게 말했다. “더 자세히 말해, 한 글자도 빼먹지 말고.”규천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은아를 강제로 독점할 계획을 짰던 것은 규천이었기에, 그는 하현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다. 만약 하현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아마 죽음보다도 못하겠지?“말 안 하면 계속 팰게.”“말할게! 말할게!” 규천은 안절부절못하며 재빨리 말했다. “설민혁이 나를 이용해서 SL 그룹 쇼핑몰 건설을 망치려고 했어. 게다가 나랑 설은아가 관계를 맺게 해서 이 사실을 서울에 퍼뜨리려고 했어. 그렇게 하면 설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을 수 있으니까!”하현의 낯빛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SL 그룹 쇼핑몰을 상대하는 그런 사소한 일이었다면 하현은 눈에 넣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일로 설민혁을 봐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일은 이미 해결되었으니.하지만 이 자식이 감히 설은아에게 화살을 돌리다니, 이건 절대적인 죽을 죄였다.하현은 절대 그 누구도 은아를 다치게 하길 용납하지 않았다.“저놈을 감금시켜. 오늘부터 서울 길바닥에 조규천이라는 사람은 없는 거야.” 하현이 덤덤하게 말하며 차가운 얼굴로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도련님, 사실을 전부 말했습니다. 저를 봐주세요, 제발
SL 빌라에서 은아는 안절부절못했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옆에 있던 희정은 쌀쌀맞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초조해? 한낱 쓰레기 데릴사위일 뿐인데. 그 놈이 죽었다고 해도 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 됐어.”“그리고 죽으면 더 좋지,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니까…”“엄마, 하현이 없었으면 나는 오늘, 오늘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 은아는 두려움에 가득 찼다. 만약 하현이 손을 써서 그녀가 떠나게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하현이 있었다고 해도 뭐 어쩌라고? 오늘 너를 구하긴 했지만 쇼핑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 했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네 안전도 일시적일 뿐이야!” 희정은 까칠한 사람이었지만 조금도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정곡을 찔렀다.옆에 있던 유아도 말을 덧붙였다. “언니, 괜한 걱정하지 마. 하현 그 쓰레기가 자작극을 벌인 걸 수도 있어. 언니가 자기랑 이혼할까 봐 길바닥 사람들을 찾아서 연기한 걸지도 몰라, 언니가 자기한테 감사함을 느끼게 하려고. 절대 속지 마, 금세 돌아올 수도 있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하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유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 예상이 맞았나 보네!”희정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지금 유아의 말을 조금 믿게 되었다. 조규천은 무슨, 전부 하현이 벌인 자작극일 지도 모른다. 이 데릴사위는 정말 역겨웠다.은아는 자신의 엄마와 동생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직접 겪지 않았으면서 함부로 추측했다. 하지만 은아는 몸소 겪었으니 아까 하현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하현이 거실로 걸어오는 걸 보자, 은아는 재빠르게 뛰쳐나갔다. 그녀는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보고 그의 몸에 상처가 없는 걸 확인한 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일은 잘 해결됐어?”“괜찮아.” 하현이 미소를 지
은아가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희정이 코웃음을 쳤다. “하현, 남 탓할 거면 제대로 해. 조규천이 겨냥한 건 우리 설씨 집안의 프로젝트야. 만약 정말 망치기라도 하면 설씨 집안은 끝이야. 그럼 설민혁도 끝일 텐데 이런 일을 벌이겠니?”하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설민혁의 목적은, 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는 거예요.”“웃기고 있네! 은아가 있어야 쇼핑몰 프로젝트가 있고 하엔 그룹의 투자가 있는데, 설민혁이 바보도 아니고 은아도 자기 사촌 누나인데 그런 일을 벌이겠어!” 희정은 불신으로 가득 찼다. “하현,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마. 이 일은 99% 네가 한 일이야. 은아랑 이혼하지 않으려고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지금 당장 꺼져! 얼른! 빨리! 네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유아도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 설씨 집안은 당신 같이 더러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데가 아니니까 얼른 꺼져요. 할망구가 왜 그때 당신 같은 머저리를 우리 집안 사위로 받아들였는지 몰라!”“하현, 가봐.” 은아도 다소 실망했다. 생각할수록 이 일이 하현과 관련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깊은 눈으로 은아를 쳐다보았다. 그는 지금 뭐라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 한숨만 내쉬고 뒤돌아서 떠났다. 보아하니 오늘 밤에 또 슬기네 집에 가서 신세를 져야하는 것 같다.......그날 밤, 민혁은 집에서 핸드폰을 들고 왔다갔다 제자리걸음을 했으며, 속으로는 흥분하면서도 초조했다.핸드폰에는 규천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걸기만 하면 현재 상황이 대체 어떤지 알 수 있었지만, 민혁은 이 순간 몹시 고민이 되었다. 만약에 이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만약에 무슨 변수라도 생기면 어떡하지?한 시간 여를 망설이다가 민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핸드폰에서 통화 중 신호가 울리더니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민혁은 잠깐 멍해졌다가 얼굴에 괴상한 미소가 드러났다. 밤 10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규천 같은
“헛소리하지 마!”“할아버지가 계시는데 그 일을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말을 가려서 해!”민혁이 미리 부탁한 친척들이 모두 입을 열며 이 일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민혁이 일찌감치 설 씨 어르신의 성격을 파악한 게 뻔했다. 어르신은 집안의 이미지에 관한 일을 굉장히 중요시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일을 너무 티 나게 진행하면 안된다. 반드시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일을 크게 만들 수 있다.그러나 민혁은 애초에 증거를 손에 넣었다고 말했고 은아는 어젯밤에 규천과 밤을 보냈으니, 이런 상황에서 못할 말이 어디 있겠는가?“뭐가 그렇게 급해요? 설마 제가 이런 일로 장난치게요?” 지연이 냉랭하게 말했으며 그녀의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았다.이런 말이 나오자, 다른 친척들은 민혁이 부탁했든 안 했든 모두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장난이 아니라면, 이 일이 진짜라는 건가?설은아 그 계집애에게 진짜 외간 남자가 있다고? 설씨 집안의 이미지를 망쳤다고?“설지연, 그게 무슨 소리인지 똑바로 말해.” 설 씨 어르신은 어두워진 안색을 띤 채 말했다.설씨 집안 같은 2류 가문이 1류 가문으로 높이 올라가려면 돈과 인맥뿐만 아니라 좋은 이미지도 필수였다.설씨 집안은 절대 이런 집안 이미지를 망치는 일을 용납하지 않았다. 만약 은아가 정말 그런 부적절한 짓을 저질렀다면, 하엔 그룹의 투자를 포기하더라도 그녀를 집안에서 쫓아내야 했다. 이건 이미 설씨 집안의 선을 넘은 문제였다.“할아버지, 저는 헛소리하지 않아요. 제가 증거도 없이 이런 큰일을 함부로 떠들 수가 있나요?” 지연이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이 일은 민혁이가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민혁한테 물어보세요!”이 말을 듣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민혁에게로 집중되었다. 이건 절대 작은 문제가 아니었고, 만약 진짜인 게 확실하면 은아는 집에서 쫓겨날 것이다.“민혁아, 네가 똑바로 말해보거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할아버지, 누나가 조규천이랑 뭘 했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밤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건 사실일 거예요… 그게…” 민혁이 일부러 곤란한 척하며 말을 더듬더니 이어서 말했다. “할아버지,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저는 누나를 대변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설씨 집안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간 것이니, 그, 누나를 탓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쨍그랑!”설 씨 어르신이 손에 들려 있던 물컵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쳐 거대한 소리가 났다. 이후에 어르신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이건 프로젝트 문제가 아니야! 이미지는 한 가문의 존재의 근본이야! 은아가 정말 가문을 망신시키는 일을 저질렀다면, 무슨 이유 때문이었던 간에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할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은아가 이런 방식으로 조규천을 달랬을 지라도 설씨 집안을 위해서 그런 거예요!”“맞아요, 할아버지. 이해해줘야죠! 여자로서 참 쉽지 않아요. 남편은 그렇게 쓸모없는데, 은아가 뭘 더 기대하겠어요?”“흥! 남편을 말하자니 또 재수가 없네요. 이 불운덩어리 때문에 우리 설씨 집안이 근 몇 년 간 얼마나 많은 체면을 잃었던가요? 그런데 지금 또 이런 문제가 터지다니, 정말 가문의 불행이에요!”“제가 일찍이도 말했죠, 여자가 무슨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 SL 그룹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겠다고요? 일을 성공시키지는 못할 망정 망치고 있잖습니까!”“그 처가살이 남편도 머저리인데, 은아가 더 머저리예요!”“이 일을 민혁이에게 해결하라고 맡겨야겠어요. 민혁이야말로 우리 설씨 집안의 희망입니다!”“에휴, 지금 문제가 이미 발생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조규천 같은 사람은 분명 이 일을 널리 퍼뜨릴 거예요. 이걸 이용해서 자신의 능력을 자랑할 겁니다. 이번에 우리 설씨 집안은 정말 끝장이에요. 서울의 제일 큰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설 씨 집안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민혁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많은
“설지연, 그게 무슨 말이야!” 은아는 이미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그녀가 현재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였기에 설씨 집안 내에서의 위치도 이전과 달랐다.이 순간, 은아는 화난 얼굴로 지연을 노려보며 상대의 죄를 묻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지연은 가볍게 웃으며 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하찮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냐니? 언니, 잘 알고 있잖아!”“원래 그 처가살이 남편이 너무 쓰잘데기 없어서 그래도 너를 불쌍하게 여기고 종종 너 대신에 나서서 말했는데, 네가 그런 여자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남편이 손도 못 잡아봤다며. 원래 믿기지가 않았는데 이제 믿겨지네! 네가 바깥에서 바람 피니까!”바람을 핀다고?!은아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 이 일은 매우 심각했다. 이건 그녀의 결백을 모욕하는 것이다!“설지연, 아침에 양치 안 했어? 어떻게 하는 말이 화장실이랑 같아? 남의 명예를 회손하는 건 범법인 거 몰라?” 은아가 화를 내며 말했다.지연이 몸을 일으키더니 떳떳하다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일을 저지를 엄두는 있고 인정하지는 못해? 그럼 언니가 말해봐, 그 쇼핑몰 프로젝트 문제는 해결했어?”“당연히 해결했지!” 은아가 말했다.“그래?” 지연이 조소를 지었다. “그럼 말해봐, 어떻게 해결했는데? 돈을 얼마나 썼어?”“돈을 안… 안 썼어…” 은아가 잠시 멍하게 있더니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하현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희정과 유아는 모두 하현이 조규천이랑 손을 잡고 은아를 속인 거라고 생각했다. 은아도 이 일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증거가 없었다.그러나 사실이 어떻든 간에, 은아는 아침에 이미 공사장에 전화했다. 본래 공사 작업을 방해하던 자들이 이미 며칠동안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제 공사장의 각종 작업들도 정상으로 돌아갔다.“하하하!” 지연은 손을 허리에 걸치고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돈도 안 쓰고 해결했다고? 언니는 정말 능력
“설은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똑바로 말해!” 설 씨 어르신이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 테이블을 힘껏 내리치더니 소리쳤다.은아는 지연을 보다가 민혁을 보았다. 그녀가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는데, 심지어 민혁이 일을 꾸몄을 확률이 아주 크다.설 씨 어르신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혹독했고 차가웠다.원래 그녀는 민혁에게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하현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참지 못하고 민혁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이 두 사람 중에 대체 누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가? 민혁의 태도를 봤을 때 민혁일 가능성이 더 큰 듯 싶은데?“할아버지, 문제를 이미 해결했습니다.” 은아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킨 다음 입을 열었다.“우리도 다 알아, 근데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해결했냐는 거지!” 지연은 더 기다릴 새도 없이 말했다.“어젯밤에 그 농촌 민박집을 떠나지 않았죠? 누나, 그 처가살이 남편이랑 어울려 지내지 않아도 상관없고, 밖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것도 상관없어요. 근데 조금이라도 우리 설씨 집안의 체면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외간 남자를 찾을 거면 이혼 먼저 하면 안 돼요? 우리 설씨 집안의 이미지를 망가뜨려놓고 그 책임을 질 수 있어요?” 민혁이 큰소리를 쳤다.민혁이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걸 듣자, 은아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보아하니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은 역시 민혁이었다. 은아 자신과 규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민혁은 생각한 것이다.“설민혁,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어? 증거 있어? 나는 어젯밤 8시 넘어서 집에 돌아왔어!” 은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엄마랑 유아 모두 집에 있었으니까, 못 믿겠으면 가서 물어봐.”“그 사람들? 그 사람들은 누나 가족이니까 한통속이겠죠. 그 둘의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 민혁이 반문했다.규천이 은아를 손에 넣은 이상, 그녀가 다치지 않고 그곳
"백범 씨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우리 설씨 집안은 항상 백범 씨를 존경해왔고, 감히 대접을 소홀히 할 엄두가 없습니다.” 설 씨 어르신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했다. 상대방이 무슨 일 때문에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죄를 묻는 태도는 설 씨 어르신을 바짝 긴장하게 했다.오늘 자칫하다가 설씨 집안에서 어마무시한 양의 돈이 또 빠져나갈까 봐 걱정이다.“존경? 존경이라는 게 당신 설 씨들이 나를 속일 수 있게 하는 겁니까?” 백범은 코웃음을 치고 테이블 위에 있던 사람의 마대자루를 한손으로 휙 벗겼다.민혁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보자 낯빛이 순식간에 극도로 창백해졌다. 이건 조규천 아닌가? 이래 봬도 길바닥 대장인데, 어떻게 백범이 그를 손에 넣게 된 걸까?백범은 규천을 발로 걷어차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감히 내 동생을 이용해서 하엔 그룹에 문제를 일으키게 해요? 당신들이 살기 싫다고 해도 나 변백범은 아직 살고 싶어요!”설 씨 어르신은 온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 “백범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네가 말해!” 백범이 또 한 번 발로 찼다.규천은 어젯밤 내내 백범과 있었기에 이제 자신이 백범의 부하라는 걸 인정했다.그는 재빨리 말했다. “형님, 어르신, 최근 이틀 동안 SL 그룹 쇼핑몰 프로젝트를 방해한 사람은 접니다. 하지만 저도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설민혁이 3억 원을 주면서 저한테 시킨 겁니다!”“이상한 소리 하시네!” 민혁이 세차게 일어서서 규천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당신이 누구든 간에 남을 함부로 모독하지 마요. 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규천이 고개를 들었고 그의 흉악한 얼굴은 증오로 가득 찼다. 설민혁 이 자식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런 결말을 맞이했을까? 백범의 배후 세력이 얼마나 강한 지는 모르지만, 이런 끝을 보게 되었는데도 자신의 배후 세력은 나서지도 않았으니 아주 많은 문제점들을 대변해주었다.살고 싶다면, 한때 거물이었던 자신도 백범의 부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