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똑바로 말해!” 설 씨 어르신이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 테이블을 힘껏 내리치더니 소리쳤다.은아는 지연을 보다가 민혁을 보았다. 그녀가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는데, 심지어 민혁이 일을 꾸몄을 확률이 아주 크다.설 씨 어르신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혹독했고 차가웠다.원래 그녀는 민혁에게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하현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참지 못하고 민혁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이 두 사람 중에 대체 누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가? 민혁의 태도를 봤을 때 민혁일 가능성이 더 큰 듯 싶은데?“할아버지, 문제를 이미 해결했습니다.” 은아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킨 다음 입을 열었다.“우리도 다 알아, 근데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해결했냐는 거지!” 지연은 더 기다릴 새도 없이 말했다.“어젯밤에 그 농촌 민박집을 떠나지 않았죠? 누나, 그 처가살이 남편이랑 어울려 지내지 않아도 상관없고, 밖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것도 상관없어요. 근데 조금이라도 우리 설씨 집안의 체면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외간 남자를 찾을 거면 이혼 먼저 하면 안 돼요? 우리 설씨 집안의 이미지를 망가뜨려놓고 그 책임을 질 수 있어요?” 민혁이 큰소리를 쳤다.민혁이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걸 듣자, 은아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보아하니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은 역시 민혁이었다. 은아 자신과 규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민혁은 생각한 것이다.“설민혁,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어? 증거 있어? 나는 어젯밤 8시 넘어서 집에 돌아왔어!” 은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엄마랑 유아 모두 집에 있었으니까, 못 믿겠으면 가서 물어봐.”“그 사람들? 그 사람들은 누나 가족이니까 한통속이겠죠. 그 둘의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 민혁이 반문했다.규천이 은아를 손에 넣은 이상, 그녀가 다치지 않고 그곳
"백범 씨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우리 설씨 집안은 항상 백범 씨를 존경해왔고, 감히 대접을 소홀히 할 엄두가 없습니다.” 설 씨 어르신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했다. 상대방이 무슨 일 때문에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죄를 묻는 태도는 설 씨 어르신을 바짝 긴장하게 했다.오늘 자칫하다가 설씨 집안에서 어마무시한 양의 돈이 또 빠져나갈까 봐 걱정이다.“존경? 존경이라는 게 당신 설 씨들이 나를 속일 수 있게 하는 겁니까?” 백범은 코웃음을 치고 테이블 위에 있던 사람의 마대자루를 한손으로 휙 벗겼다.민혁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보자 낯빛이 순식간에 극도로 창백해졌다. 이건 조규천 아닌가? 이래 봬도 길바닥 대장인데, 어떻게 백범이 그를 손에 넣게 된 걸까?백범은 규천을 발로 걷어차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감히 내 동생을 이용해서 하엔 그룹에 문제를 일으키게 해요? 당신들이 살기 싫다고 해도 나 변백범은 아직 살고 싶어요!”설 씨 어르신은 온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 “백범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네가 말해!” 백범이 또 한 번 발로 찼다.규천은 어젯밤 내내 백범과 있었기에 이제 자신이 백범의 부하라는 걸 인정했다.그는 재빨리 말했다. “형님, 어르신, 최근 이틀 동안 SL 그룹 쇼핑몰 프로젝트를 방해한 사람은 접니다. 하지만 저도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설민혁이 3억 원을 주면서 저한테 시킨 겁니다!”“이상한 소리 하시네!” 민혁이 세차게 일어서서 규천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당신이 누구든 간에 남을 함부로 모독하지 마요. 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규천이 고개를 들었고 그의 흉악한 얼굴은 증오로 가득 찼다. 설민혁 이 자식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런 결말을 맞이했을까? 백범의 배후 세력이 얼마나 강한 지는 모르지만, 이런 끝을 보게 되었는데도 자신의 배후 세력은 나서지도 않았으니 아주 많은 문제점들을 대변해주었다.살고 싶다면, 한때 거물이었던 자신도 백범의 부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설민혁, 너무했다. 모두 한 가족인데 어떻게 그런 비열한 짓을 할 수가 있어?”“은아가 힘들게 설씨 집안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은아한테 해를 끼칠 수가 있어?”“내가 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 모든 게 다 네가 꾸민 짓이었다니!”“정말 실망이야!”아까 먼저 뛰쳐나와 은아를 헐뜯은 지연도 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일에 그녀가 앞장섰는데, 만약 어르신이 나중에 책임을 묻는다면 그녀 역시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할아버지, 저는 이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저랑 아무 상관없어요!” 지연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아버지, 이 일은 민혁이 잠시 어떻게 되었던 거니까 화내지 마세요. 지금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제가 꼭 돌아가서 민혁이를 제대로 혼내겠습니다.” 동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른 사람들은 민혁을 대변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친아들이기에 동수는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정말 이것 때문에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면 그에게도 좋은 날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설 씨 어르신의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 이 일이 커지면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까?한편으로는 은아에게 해명을 해야 했다. 만약 해명조차 없다면, 다른 설씨 집안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민혁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내정된 후계자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을 수는 없지 않나? 어르신은 이 돈이 많이 드는 계집애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이외에도 백범에게 해명을 해야 한다. 민혁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설씨 집안을 건드린 건 별 거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건 하엔 그룹의 투자 안건과 관련된 일이다. 잘못해서 백범이 미쳐 날뛰기라도 하면 설씨 집안은 그 뒷감당을 못할 것이다.그러나 설 씨 어르신의 마음 속에 민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고, 그가 보기에 그 세대의 아이 중에 민혁만이 쓸모있었다. 은아도 설 씨 집안에 큰 이익을 불러들였지만, 그녀는 돈이 많이 드는 여자였을 뿐이니 가업을 물려받게
이 순간, 민혁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그가 이번에 친 사고가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렇다 한들 그는 그저 반성하라는 목적으로 반년 동안 월급을 못 받을 뿐이었다.이 일을 겪고 나니, 설씨 집안 내에서 그의 위치는 여전히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설은아 이 썩을 계집애,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어? 어림없지!’ 민혁이 마음 속으로 욕을 퍼부은 후, 비위를 맞추고 후회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잠시 못된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저는 그동안 꼭 진심으로 반성해서 나중에 돌아와 설씨 집안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그런 태도를 보이니 안심이 되는구나.” 설 씨 어르신이 덤덤하게 말했다.“이 일은 우리 설씨 집안의 수치이니, 퍼지기라도 하면 소식이 계속 와전되면서 우리 설씨 집안에게 좋을 게 없을 거야. 그러니 오늘 일은 모두 뱃속으로 집어삼켜야 해. 한마디라도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설 씨 어르신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쓱 훑은 다음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적나라한 편애였다. 일말의 숨김도 없는.은아는 깊게 한숨을 들이마시고 어금니를 깨질세라 악물었다. 어르신을 보고 있는 그녀의 마음 속에는 억울함이 잔뜩 쌓여 있었지만, 그녀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내비칠 수 없었다.설 씨 어르신이 뒷짐 진 채 회의실을 떠나고 나서야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환심을 사려는 미소를 지었다.“민혁아, 아까 우리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였어. 그런 상황에서 네 편을 들어주면 어르신께서 더 화나셨을 지도 몰라!”“맞아, 어르신은 그런 분이셔. 너를 도와줄수록 어르신께서 체면이 깎일까 봐 너를 봐주지 못했을 거야!”“절대 우리 탓하면 안 돼!”민혁은 웃어 보이더니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나서 그는 일어서서 득의양양한 얼굴로 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나, 이번에 운이 좋았어서 잘 빠
이 말을 듣자, 하현은 이마를 살며시 찌푸리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민혁이가 그렇게 심각한 일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해서든 좌천시켜야죠. 최소한 다른 설씨 집안 사람들한테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큰일에 반성만 하라니, 웃기지 않나요?”“게다가 단순히 어르신이 민혁이를 편애하는 정도로 간단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은아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아를 아예 눈에도 담지 않은 셈이잖아요…”“얼씨구? 심리분석가야? 아주 논리적으로 분석하시네? 문제는 소용이 있냐고?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희정이 따지면서 물었다. “오늘은 뭘 하러 나갔어? 왜 은아랑 같이 회사에 안 갔어? 그랬으면 최소한 은아를 대변할 수 있었잖아! 이 쓰레기야!”하현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희정의 성격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가 유일하게 안타까워하는 것은 설 씨 어르신이 은아를 잡아먹으려고 한 듯하다.어르신은 은아가 절대 설씨 집안과 얼굴을 붉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부심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됐어요, 이 일은 그만 얘기해요.” 은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 맞다, 어젯밤에 당신을 오해했어…”“오해? 오해한 게 뭐가 있다고? 이 쓰레기가 음모를 꾸민 게 아니었다고 해도 이놈이 머저리여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지. 안 그랬으면 설민혁 그 멍청이가 어딜 감히 널 때릴 생각을 했겠어!”희정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만약 자신의 사위가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자신의 딸이 이런 곤경에 처했을까? 지금 설씨 집안 사람들이 그렇게나 은아를 괴롭히는데, 희정이 보기에 제일 큰 원인은 바로 하현이 너무 쓰잘데기 없었기 때문이다.시집을 잘 가는 것은 여자에게 매우 중요하다!“엄마, 하현을 비난하지 말아요. 어제 저를 구해주기까지 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결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은아는 이 말을 하면서도 온몸에 소름
이튿날 아침, 은아가 서재에서 자고 있던 하현을 깨웠다. “하현, 할아버지 쪽에서 설씨 집안 사람들을 긴급 모집했어. 당신도 가야 해!”“알았어.” 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젯밤에 그토록 신신당부했으니, 슬기의 일처리 스타일대로라면 어젯밤에 설씨 집안 측은 아마 하엔 그룹의 경고장을 받았겠지?오전 9시, 설씨 집안 사람들은 빌라 홀에 속속이 모여들었다. 설 씨 어르신은 상석에 앉아있었지만 그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웠다.어제 한밤중에 하엔 그룹이 보낸 경고장을 받았는데 그 의미는 아주 간단했다. 설씨 집안 쪽에서 감히 사람을 구해 설씨 집안과 하엔의 투자 안건을 망친다면, 하엔은 설씨 집안이 이 틈을 타 하엔의 돈을 갖고 장난질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하엔은 지금 설씨 집안의 해명을 원했고, 이전에 투자한 금액의 10배인 5000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이번에 하엔 측에서 아무런 고위직 관리도 오지 않았지만, 이런 차가운 태도는 오히려 하엔의 그 신비로운 대표가 미쳐 날뛰었을 거라는 것을 대변해주었다.하지만 이것 또한 정상이었다.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2류 가문이 감히 자신의 돈을 갖고 장난 친다면 하엔 같은 대기업은 분명 미쳐 날뛸 것이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쓱 훑어본 뒤, 설 씨 어르신은 냉랭하게 말했다. “어제 내가 이미 말했지, 아무도 절대 그 일을 바깥에 알릴 수 없다고. 그런데 하엔 그룹 쪽에서 알게 돼서 지금 벌써 우리한테 경고장을 보냈어. 다들 눈 크게 뜨고 똑바로 봐!”말을 하던 중, 설 씨 어르신은 경고장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았다. 설씨 집안 사람들은 경고장을 들고 가 다 읽어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졌다.경고장 내용은 간단했다. 설씨 집안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계약 조건대로 5000억 원의 배상을 해야 한다.하지만 문제는, 설씨 집안이 어디서 이런 큰 돈을 구해오겠나?“할아버지, 분명 누군가 일부러 그 일을 퍼뜨린 것 같아요. 혹시 알아요,
“맞아, 은아야. 이전에 우리 설씨 집안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 네가 그래도 제일 능력 있으니까 네가 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너는 쇼핑몰 프로젝트 담당자야. 설마 거절하는 건 아니지?”“은아야, 나는 이 의견이 좋은 것 같아. 네가 하엔 그룹에 가서 한번 가보지 않을래?”화살은 순식간에 은아에게로 향했다. 이 순간, 모두 은아가 설씨 집안 대신 이 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기를 바랐다. 설씨 집안이 파산해서 그들이 편안히 지낼 날이 없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은아는 어이가 없었다. 어젯밤의 일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제일 중요한 것은, 어제 이 사람들은 민혁이야말로 설 씨 집안의 희망이라고 구구절절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은아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언니,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지? 쇼핑몰 프로젝트도 나름 언니 거야. 지금 언니 프로젝트 때문에 우리 설씨 집안이 전무후무한 위기에 닥쳤는데,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않을 거지?” 지연의 얼굴에 냉기가 감돌았다. 어제의 일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 오늘 어떻게든 은아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아주 귀찮아질 것이다.희정은 은아 옆에 앉아있었지만, 그녀도 약간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아를 대변할 마음이 없었다. 만약 설씨 집안이 정말 파산하기라도 하면, 희정 역시 편히 지낼 날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은아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희정이 유일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은아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막대한 일은 은아의 책임이 될 것이다.설 씨 어르신은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다고 해도, 지금 이 제안이 은아에게 아주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르신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은아야, 이번에 네가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면, 쇼핑몰 프로젝트의
설씨 집안 사람들은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이럴 때 어르신의 기분을 좋게 할 말 몇 마디를 하는 게 마땅했다.은아는 얼굴이 사색이 되도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민혁은 정말 뻔뻔했다. 애초에 그가 문제를 일으켰으면서 수습하지도 못하고 정의로운 척을 하니, 아주 뺨을 때리고 싶었다.“그럼 우리 설씨 집안의 후계자에게 부탁하죠. 이 사태를 수습해주세요.” 은아가 냉랭하게 말했다.“쳇, 내가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도 아닌데 참견할 일인가! 누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5000억 원의 빚은 전부 누나 거예요!” 민혁이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하엔 그룹의 문제를 그가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빚을 은아에게 넘기는 것이다.이게 바로 큰일을 이루기 위해 조그마한 희생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민혁은 조금 자신만만해졌으며 자신의 총명함에 감탄했다. “이것도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맞아요! 우리 설 씨 집안에만 빚이 없으면 되잖아요!”“차라리 쇼핑몰 프로젝트를 관두고 은아한테 돈이나 갚으라고 해요! 이게 바로 은아의 책임이에요!”“동의합니다! 계약서에 서명한 것도 은아니까 은아가 당연히 책임져야죠!”이 순간, 거의 모든 설씨 집안 사람들의 눈앞이 반짝였다.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은아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쇼핑몰 프로젝트를 잃고 설씨 집안도 1류 가문이 될 기회를 잃을 것이다.하지만 설씨 집안이 파산하지만 않으면, 그들은 계속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조그마한 희생이 대수인가? 큰 문제라도 되나?설 씨 어르신도 눈빛이 반짝였다. 만약에 은아가 이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민혁이 말한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쨍그랑!”이때, 앉은 채로 입을 다물고만 있던 하현이 갑자기 재떨이를 만지작거리더니 세차게 내리쳤다.“악! 하현 이 빌어먹을…” 민혁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울먹거렸다. 이 데릴사위가 미친 거 아닌가? 난데없이 사람을 때리다
경찰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여자의 말이 틀린 데가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하현은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깁스를 했다고 불법은 아니지. 하지만 깁스 안에 규조토를 섞으면 불법이지.”하현은 천천히 손에 든 홍차를 깁스 위에 뿌렸다.하현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여자의 안색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규조토는 매우 특별한 화학 물질이었기 때문에 약용이나 C4 총기의 원료로만 쓰인다.“규조토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 물질이 필요하지. 게다가 그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야. 바로 알코올이지!”“규조토 위에 소주, 보드카 등 독한 술을 한 잔만 뿌려도 끔찍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그 폭발의 위력은 아주 무서워!”“이론적으로 깁스 형태로 만들 정도로 규조토를 썼다면 그 폭발력은 어마어마해. 아마 이 비행기는 중간 어느 지점에서 두 동강이 나고도 남아!”“아마도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공중에서 폭발했을 거야!”“그러면 이 비행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죽는 거지!”“뼈도 하나 못 추릴 만큼 가루가 되어서 흩어지는 거야!”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스튜어디스에게 비상 탈출구를 열라고 지시한 다음 작은 깁스 부스러기를 집어서 떨어뜨리며 보드카 한 잔을 뿌렸다.“쾅!”보드카와 깁스 부스러기가 닿는 순간 굉음과 함께 불꽃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이다송과 양효리는 모두 아연실색했다.만약 정말로 비행 중인 비행기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모두 죽는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하현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듯했지만 그의 행동이 모두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깁스를 한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이 자신의 계략을 모두 간파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중년 형사는 식은땀을 쫙 흘렸다.신고가 들어온 비행기를 자신이 살핀 뒤에
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흥미로운 듯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분명 하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려는 심사인 듯했다.“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여러분의 시야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뭔가를 숨기는 사람도 많으니까요.”하현은 홍차를 한 잔 따라 마시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공항 경찰이라 그런가? 별로 프로답지 못하시군요들!”“내가 경찰서장이라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당신들 해고하는 일부터 할 겁니다!”“당신들은 스스로가 다 찾아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C4 총기를 가장 잘 숨기기 좋은 곳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거예요!”말을 하면서 하현은 들고 있던 홍차를 여자의 다친 왼손에 부었다.“아!”여자는 뜨거운 찻물에 데여 비명을 지르며 하현을 향해 버럭 화를 냈다.“개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다친 손인데 조사할 게 뭐 있다는 거야?”“내가 정말 C4 총기를 숨기고 있는 줄 알아?”“설마 나 스스로 내 목숨을 끊고 당신들과 이 자리에서 죽으려고 한다고 거야?”“난 연봉 수억을 받는 임원이야. 내 목숨은 누구보다 소중해!”말을 하면서 여자는 수사대장에게 지갑에 든 명함을 꺼내 신분을 증명하려고 제시하려고 했다.그러자 제일 앞에 있던 중년의 수사대장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젊은이, 여기서 이렇게 함부로 굴지 마. 우쭐대고 싶어서 주위의 시선을 좀 모으려나 본데!”“방금 우리가 확인했어. C4 총기 같은 건 전혀 없었어!”하현은 중년 형사의 경고를 무시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왼손을 다쳤다고 했지만 몸에서는 아무 약 냄새도 나지 않아.”“그리고 지금 보니 당신은 얼굴에 아주 풀메이크업을 했군. 분명 본인이 한 거겠지.”“그런데 말이야. 한 손으로는 이렇게 완벽한 화장을 할 수 없어.”“무엇보다 팔을 다친
곧이어 사복을 입은 여자 경찰이 쏜살같이 앞으로 나와 여자의 온몸을 뒤졌다.잠시 후 여자 경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여자의 몸을 수색했지만 지갑과 핸드폰 외에는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고 이상한 단서라고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여자 경찰은 여기서 단념하지 않고 또 한 번 빠르게 수색했다.이번엔 여자의 발바닥까지 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여자 경찰은 어두운 표정으로 중년의 사복 경찰을 향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 수밖에 없었다.중년의 경찰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일등석 바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이다송, 양효리. 당신들 둘 다 죽고 싶어?”“이 여자한테서 C4 총기가 발견되었다고 하지 않았어?”“당신들 말 때문에 귀한 일등석 손님들한테 피해를 줬잖아? 이제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할 거야?”양효리와 이다송 두 사람은 창백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그늘진 그녀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보통 이런 일을 발견하면 공을 세운 만큼 큰 보상을 받게 된다.그것이 적어도 수천만 원이나 된다.하지만 지금은?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녀들은 웃음거리가 되었다.경찰서에서든 회사에서든 피해를 일으킨 것에 배상하기 위해 본보기로 두 사람을 해고할 것이다.모든 책임을 두 사람에게 떠넘기는 셈이다.“수사대장님, 죄송합니다. 저희도 신고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승객 한 분이 이 여자한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저희도 사실대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이다송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중년 경찰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승객이 그따위 소리를 해? 누구야? 우리와 함께 경찰서에 좀 가 줘야겠어!”“그 사람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일에 책임을 져야지!”“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말을 하면서 중년 경찰은 바닥에 쓰러진 여자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이 일은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제대로 처리하겠다고요?”여자는
하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가 나한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난 이미 냄새를 맡았다구요!”“냄새요?”“당신이 무슨 개코인 줄 아세요?”“그렇게 예리한 후각을 가졌다구요?!”두 스튜어디스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가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다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분명 여기저기서 허세나 부리며 날뛰는 미친놈이라 생각한 듯했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어서 지금 바로 자리로 돌아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불러 당신을 잡아가라고 할 겁니다!”늘씬한 스튜어디스가 거만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수백 명이 탑승한 비행이 안입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곳이라구요!”“당신이 아무리 일등석 고객이라도 소용없어요!”스튜어디스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당신 코가 그렇게 예리한 후각을 가졌다니 그럼 이것도 좀 맡아 보세요? 내가 무슨 향수를 썼는지 알아맞춰 보시라구요!”하현은 눈앞에 곱게 화장한 두 스튜어디스의 얼굴에서 그녀들의 가슴에 달려 있는 이름표로 눈길을 돌렸다.그리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양효리, 당신은 어젯밤에 우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샤넬 5호 향수를 뿌렸어요. 그런데 평소 근검절약하는 습성 때문에 아끼고 아끼던 향수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나버려서 지금은 거의 베이스 향만 남았군요.”“그리고 이다송, 당신은 어젯밤에 두 명의 남자랑 함께 보냈군요. 한 명은 값싼 향수를 쓰는 한량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좀 신분이 있는 남자였을 겁니다. 에르메스 향수를 쓴 것 보니...”“두 가지 향수가 당신 몸에 섞여 있어요. 아마도 어젯밤 당신은 너무 피곤해서 샤워할 틈도 없이 바로 오늘 아침 출근한 것이 틀림없어요...”하현의 말을 듣고 두 스튜어디스의 얼굴이 갑자기 추위에 얼어붙은 고목처럼 얼어붙었다.이다송은 하현이 어떻게 자신의 비밀을 알아챘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바로 기장을 찾아 허둥지둥 뒷걸음질쳤다.두 사람이
이 모습을 본 일등석의 스튜어디스가 열정적으로 다가와 그녀를 도와주었다.여자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남은 자리에 앉았다.주변 승객들은 힐끔 쳐다볼 뿐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은 살짝 찡그린 얼굴로 그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깁스를 한 그녀의 손에 자꾸 시선이 갔던 것이다.뭔가 미심쩍은 냄새가 진동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하현은 수년 동안 전쟁터에서 굴러온 사람이라 이런 낌새에 기가 막히게 촉각이 발달해 있었다.순간 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곧장 몸을 돌려 일등석을 떠났고 힐끔 뒤를 돌아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러나 그 여자는 하현의 움직임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하현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하현은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이것은 상대방이 자신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이때 아리따운 용모의 스튜어디스가 하현에게 다가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손님, 비행기가 곧 이륙합니다. 죄송하지만 자리로 돌아가 앉아 주시겠어요?”또 다른 스튜어디스가 거들며 나섰다.“화장실에 가실 거면 이륙 후에 이용해 주십시오.”하현이 일등석에서 나왔기 때문에 스튜어디스들은 불만이 있어도 상냥하게 응대해야 했다.만약 다른 손님이 비행기 이륙에 방해를 했다면 아마 호되게 창피를 당했을 것이다.하현은 앞으로 나와 일등석의 유리문이 자동으로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기장님께 연락 좀 해 주십시오. 제가 기장님을 만나야 합니다.”하현의 표정을 본 스튜어디스는 상냥한 미소로 말했다.“손님, 아무리 일등석 손님이어도 마음대로 기장님을 볼 수 있는 없습니다.”“비행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희가 따로 등록을 해 드릴 수는 있어요. 괜찮으시겠습니까?”스튜어디스는 하현을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소위 인플루언서쯤으로 생각한 게 분명했다.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기장을 찾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차는 곧 항성 국제공항에 도착했다.하수진과 다정하게 포옹을 나눈 후 하현은 곧바로 공항으로 들어갔다.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일반 통로로 들어가지 않고 VIP 통로를 이용해 들어가 비행기 일등석 자리에 앉았다.지난번 페낭에 갈 때 비행기를 탔던 일이 떠올라 이번에는 번거로운 일을 피하기 위해 일등석을 선택했다.그는 앉자마자 스튜어디스에게 담요를 요청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스튜어디스를 찾기도 전에 하이힐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곧이어 향기로운 기운이 코끝을 스쳤다.그리고 검은 상의를 입은 여자가 여러 명의 남자들을 거느리고 일등석으로 들어섰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힐끔 그쪽을 쳐다보았다.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쯤 가린 채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롱부츠의 힐에 짧은 가죽바지를 입은 여자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서 한 번 눈길만 스쳐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만들었다.하얀 박꽃 같은 허벅지가 남자들의 심장에 방망이질을 해 대었다.이런 일에 무던한 하현도 저도 모르게 몇 번이나 눈길이 갈 정도였다.여자는 작은 입과 뾰족한 턱만 드러났는데도 예쁘다는 인상을 풍겼다.그녀의 옆에 서 있던 남자들이 하현을 매섭게 쏘아보았다.아마도 하현의 시선이 불만인 듯했다.이들의 시선은 일등석 안을 휘저었고 여자가 앉을 곳을 샅샅이 뒤져본 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게 확인되자 여자를 앉혔다.여자는 마침 하현의 앞자리에 앉았다.선글라스를 벗은 뒤 스카프를 벗은 그녀는 의자를 뒤로 조절한 뒤 고개를 돌려 하현을 쳐다보았다.“죄송하지만 조금만 뒤로 젖힐게요. 푹 쉬고 싶어서요.”하현은 상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금정까지 몇 시간이나 되니까요. 충분히 쉬고 싶은 게 정상이죠.”“여기 아직 공간이 있으니 괜찮습니다.”여자는 하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별말 없이 눈을 지그시 감고 좌석에 기대었다.은은한 향내가 뒤
”왜? 장생전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어?”하현이 뭔가 의아한 듯 눈이 동그래지며 하수진을 쳐다보았다.항도 하 씨 가문은 5대 문벌 중 하나였고 고대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온 집안이었으니 장생전에 대해 아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하수진이 드디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장생전의 뿌리가 어디인지는 지금도 알려진 것이 없어.”“왕조 말기부터 대하는 장생전이 가장 많이 활동한 곳이었지.”“그리고 또 다른 곳은 섬나라야.”“장생전의 목적은 간단해. 불로장생.”“그래서 그들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어.”“예를 들어 킬러가 되거나 권력자가 되거나. 그래서 듣기로는 남양 지역의 일부 소국에서는 정권 교체에도 장생전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구.”“간단히 말해서 불로장생을 위해서라면 그들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쟁취하려고 들지.”“하지만 그들은 역사의 어두운 이면에 오랫동안 숨어 있었어. 역사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추진했기 때문이야.”“그래서 우리 5대 문벌이든 10대 가문이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장생전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어.”“그렇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이 항성과 도성에 뿌리를 내린 이후로 장생전과 몇 번 부딪힌 적은 있었어.”“변변찮은 반격도 하지 못한 채 항상 항도 하 씨 가문이 열세였지.”여기까지 말하고 나자 하수진의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졌다.하현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대하의 오랜 5대 문벌 중 하나인 항도 하 씨 가문이 장생전과의 싸움에서 몇 번이나 밀렸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수긍이 가는 일이었다.장생전은 오랫동안 음지에서 이어져 온 조직이었다.강력하면서도 은밀하고 치밀한 조직이다.“그렇다면 내가 장생전을 상대하려고 하는 건 좀 위험하다는 얘기야?”하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수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
하문준은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그들 부부가 또 아이를 임신했다는 좋은 소식도 함께 보냈다.지금 대하를 떠나 있는 것은 항도 하 씨 가문의 비바람을 피해 안심하고 뱃속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는 말도 덧붙였다.그들의 기쁜 소식에 하현도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래서 그는 문자를 받자마자 어떤 정보도 누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곧바로 삭제했다.그런 다음 하현은 하수진에게 부탁해 공항으로 좀 데려다 달라고 했다.오늘 밤 금정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다.길쭉한 롤스로이스에서 검은 스타킹을 신은 하수진이 샴페인 한 잔을 손에 쥐고 하현에게 건넸다.“오빠, 정말 항성에서 며칠 더 머물 생각 없어?”“문주께서도 말씀하셨어. 원한다면 아예 여기 남아도 괜찮다고.”“항도 하 씨 가문은 이제 내 것이기도 하고 오빠 것이기도 해.”샴페인 한 잔을 넘긴 하수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숨겨왔던 자신의 감정이 들킨 것 같아 얼른 얼굴을 돌렸다.하현은 못 본 척하며 싱긋 웃었다.“항도 하 씨 가문, 좋지. 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의 노부인은 나를 반기지 않아.”“이제 겨우 당신들이 가까스로 항성과 도성의 상황을 평온하게 유지했는데 내가 남으면 또 비바람이 몰아칠 거야.”하수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누가 감히 내 앞에서 딴소리를 하겠어? 겁도 없이.”“항성 S4네, 4대 규수네 뭐네 해도 지금 다들 내 밑에서 조용해!”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내가 감히 어떻게 항성과 도성에서 당신의 위세를 등에 업고 우쭐댈 수 있겠어?”“하지만 항성에 있는 대구 엔터테인먼트, 잘 좀 부탁해.”“그건 내 사업이니까 집안에서 누가 꿀꺽하지 않도록 말이야.”하현이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아는 하수진은 소리 없이 웃었다.도박왕 화풍성이 아무리 배짱이 좋고 담력이 세도 감히 대구 엔터테인먼트를 삼키지는 못할 것이다.게다가 만약 그녀의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대구 엔터테인먼트는 순조롭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마세요!”“장생전의 비밀이나 털어놓으시죠!”“그러면 그들에게 기회를 주겠습니다!”“그렇지 않으면 내 명령 한 마디면 저들은 상어 밥이 될 거예요!”하현은 단호하고 거침없이 내뱉었다.노부인과 계속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끌고 싶지도 않았다.어쨌든 하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이다.노부인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내가 장생전과 관계가 있다고 해서 많은 걸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외부 연락선일 뿐이야!”“그런 내가 어떻게 내부의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겠어?!”“내가 아는 건 이미 전부 다 말했어!”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장조림을 한 조각 집어 들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지금 그런 말을 믿었을 거예요.”“하지만 노부인 당신이 하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왜냐하면 당신 같은 인물은 계산에 아주 밝은 사람이니까요. 충분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양제명 어르신이 고분을 찾을 수 있도록 했겠습니까?”“만약 당신이 일정한 지위가 없다면 몇 번이고 전신을 죽이려고 했을 겁니다, 아닌가요?”“말하자면 장생전이 당신한테 아무런 담보도 대가도 주지 않고서야 어떻게 당신이 그렇게 기꺼이 그들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했겠어요?”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하현은 장생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은 단편적인 추측을 통해 얻은 것이다.그러나 그는 노부인이 장생전과 관련이 있다고 거의 확신했다.그리고 노부인도 계속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아서 하현은 그녀가 파악하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도록 유도를 하고 있었다.하현의 말을 들은 노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침묵에 빠졌다.이때 하현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황천화, 당신한테 한 가지 임무를 주겠어. 가서 양호남과 양신이의 배를 침몰시켜!”“그 일이 끝나면 당신은 바로 남양으로 돌아가도 돼!”하현의 말을 들은 황천화는 바로 몸을 돌려 곧바로 떠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