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은아야. 이전에 우리 설씨 집안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 네가 그래도 제일 능력 있으니까 네가 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너는 쇼핑몰 프로젝트 담당자야. 설마 거절하는 건 아니지?”“은아야, 나는 이 의견이 좋은 것 같아. 네가 하엔 그룹에 가서 한번 가보지 않을래?”화살은 순식간에 은아에게로 향했다. 이 순간, 모두 은아가 설씨 집안 대신 이 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기를 바랐다. 설씨 집안이 파산해서 그들이 편안히 지낼 날이 없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은아는 어이가 없었다. 어젯밤의 일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제일 중요한 것은, 어제 이 사람들은 민혁이야말로 설 씨 집안의 희망이라고 구구절절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은아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언니,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지? 쇼핑몰 프로젝트도 나름 언니 거야. 지금 언니 프로젝트 때문에 우리 설씨 집안이 전무후무한 위기에 닥쳤는데,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않을 거지?” 지연의 얼굴에 냉기가 감돌았다. 어제의 일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 오늘 어떻게든 은아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아주 귀찮아질 것이다.희정은 은아 옆에 앉아있었지만, 그녀도 약간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아를 대변할 마음이 없었다. 만약 설씨 집안이 정말 파산하기라도 하면, 희정 역시 편히 지낼 날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은아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희정이 유일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은아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막대한 일은 은아의 책임이 될 것이다.설 씨 어르신은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다고 해도, 지금 이 제안이 은아에게 아주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르신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은아야, 이번에 네가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면, 쇼핑몰 프로젝트의
설씨 집안 사람들은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이럴 때 어르신의 기분을 좋게 할 말 몇 마디를 하는 게 마땅했다.은아는 얼굴이 사색이 되도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민혁은 정말 뻔뻔했다. 애초에 그가 문제를 일으켰으면서 수습하지도 못하고 정의로운 척을 하니, 아주 뺨을 때리고 싶었다.“그럼 우리 설씨 집안의 후계자에게 부탁하죠. 이 사태를 수습해주세요.” 은아가 냉랭하게 말했다.“쳇, 내가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도 아닌데 참견할 일인가! 누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5000억 원의 빚은 전부 누나 거예요!” 민혁이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하엔 그룹의 문제를 그가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빚을 은아에게 넘기는 것이다.이게 바로 큰일을 이루기 위해 조그마한 희생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민혁은 조금 자신만만해졌으며 자신의 총명함에 감탄했다. “이것도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맞아요! 우리 설 씨 집안에만 빚이 없으면 되잖아요!”“차라리 쇼핑몰 프로젝트를 관두고 은아한테 돈이나 갚으라고 해요! 이게 바로 은아의 책임이에요!”“동의합니다! 계약서에 서명한 것도 은아니까 은아가 당연히 책임져야죠!”이 순간, 거의 모든 설씨 집안 사람들의 눈앞이 반짝였다.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은아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쇼핑몰 프로젝트를 잃고 설씨 집안도 1류 가문이 될 기회를 잃을 것이다.하지만 설씨 집안이 파산하지만 않으면, 그들은 계속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조그마한 희생이 대수인가? 큰 문제라도 되나?설 씨 어르신도 눈빛이 반짝였다. 만약에 은아가 이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민혁이 말한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쨍그랑!”이때, 앉은 채로 입을 다물고만 있던 하현이 갑자기 재떨이를 만지작거리더니 세차게 내리쳤다.“악! 하현 이 빌어먹을…” 민혁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울먹거렸다. 이 데릴사위가 미친 거 아닌가? 난데없이 사람을 때리다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쏘아보았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하현이 아무 말도 없이 민혁의 얼굴을 내리칠 줄 생각지도 못했다.민혁이 매우 재수 없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데, 매번 피하지 못했다.그런데 하현도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언제 물건을 휘두를지 어떻게 아나? 이 가족회의에 그를 부르면 안 됐다!“하현, 내가 빌어먹을 당신을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아요? 믿거나 말거나, 내가 사람을 불러서 당신을 없앨 수도 있어요!” 민혁이 코를 부여잡으며 펄쩍펄쩍 뛰었다.“조규천이라도 부르게?” 하현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래요, 규천 형님을 부르려고요. 나랑 규천 형님은 의형제예요. 형님이…” 우레와 같이 화를 내던 민혁은 다급하여 거의 말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말하자, 그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더니 얼굴이 금세 새파랗게 질렸다.“규천 형님이라, 아주 친근하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잊지 마, 설 씨 집안이 이런 문제에 부딪힌 건 너랑 네 규천 형님 때문이야. 네가 먼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지도 않고, 설씨 집안이 쇼핑몰 프로젝트를 버리게 하려고 하다니. 설마 하엔 그룹이 우리 설씨 집안에 심어놓은 스파이는 아니지?”“제기랄, 당신이야말로 스파이지! 당신 온 가족이 스파이야!” 민혁이 욕을 퍼부었다.“아니라면 제일 좋고.” 하현은 민혁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설 씨 어르신을 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어르신, 사실 경고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셨어요. 이 문제는 다른 해결 방안이 있어요. 꼭 돈으로 배상해야 할 필요 없습니다.”말을 하던 하현은 그의 손에 전해진 경고장을 만지작거리며 의미심장한 얼굴을 내비쳤다.“무슨 방법이 있는데, 말해봐 봐! 돈만 쓸 필요 없다면 뭐든지 가능해.” 설 씨 어르신은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흥분한 듯했다.사실 어르신도 쇼핑몰을 지을 그 땅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그도 민혁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은아에게로 집중되었고, 은아의 분노심이 활활 타고 있었다.한편, 하현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설 씨 어르신은 어떤 이유든 간에 쇼핑몰 사건 때문에 민혁을 처벌하지 않을 거라는 걸 하현은 알아차렸다.그의 눈에,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이렇게나 컸다.일이 이 지경까지 다다른 가운데, 하현은 적당한 정도에서 멈춰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아내가 처한 상황이 더 복잡해질지도 모른다.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하현은 은아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몸을 살짝 떨었다. 하현이 그녀에게 이 사태를 직접 해결하는데 동의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조건을 걸어야 한다.은아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걸 보자, 하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날 믿어.”은아는 그저께 일어난 일을 떠올리더니 그를 믿기를 선택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후 일어서서 말했다. “할아버지, 이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모두들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제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다시 한 번 하엔 그룹에 갔다오겠습니다…”이 말이 들리자, 민혁은 연이어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설은아 네가 무슨 하엔 그룹을 창립했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건가? 네가 간다고 소용이 있겠나? 하지만 지금은 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한 방에 내쫓을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 비록 손실이 막대하겠지만, 향후에 은아가 자신의 후계자 신분을 빼앗으려 하는 것에 비하면, 민혁은 오히려 이 손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네가 가겠다고?” 설 씨 어르신이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지만 여전히 걱정했다. 이번 일이 아주 심각했기 때문이다.“할아버지도 아실 거예요. 정이라는 패를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시도를 해볼 수는 있으나, 제가 반드시 해낼 거라고는 장담 못합니다.” 은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쳇, 그런 말을 누가 못해요? 해
솔직히 말하면, 설 씨 어르신도 회사의 재무를 은아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설씨 집안 내에서 은아의 위치는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올라갈 것이고, 민혁의 위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선택사항이 없는 듯했다. 은아가 선뜻 나서서 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설씨 집안은 파산의 변두리에 놓일 것이다.“할아버지, 절대 누나를 믿지 마세요! 어떻게 누나가 이런 큰일을 해결하겠어요? 하엔 그룹은 경고장까지 보내왔다고요! 저는 이 여자가 애초에 하엔 그룹과 손잡고 이 기회를 이용해 우리 설씨 집안의 권력을 빼앗아가려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민혁은 매우 다급해 보였다. 얼마 전에 은아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어 안달이 났었는데, 지금 설 씨 어르신이 또 은아의 요구사항을 들어줄까 봐 겁이 났다.은아가 재무를 관리하게 된다면, 민혁은 설씨 집안에서 일어서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후계자 자리도 불안정해질 것이다.“언니, 그런 꼼수로 감히 할아버지 앞에서 장난을 쳐? 정말 할아버지가 그렇게 잘 속을 것 같아?” 지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제법이네. SL 그룹의 재무를 관리하고 싶으면 적어도 이건 말해야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건데?” 동수도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은아가 재무 관리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은아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단해요. 제가 슬기한테 전화하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놀랍게도 하현이 말하고 있었다.“하현, 당신이 대화에 낄 자리가 있나? 슬기 씨랑 동창이라고 이런 큰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5000억이 뭔지는 알아? 50만 원도 얼마인지 모르지? 맨날 내 앞에서 허세나 부리면서, 벼락 맞을까 봐 무섭지 않아?!” 민혁이 하현을 노려보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5000억은 하엔 그룹한테도 작은 숫자가 아니야. 슬기 씨가 대표님의 비서이긴 하지만, 이런 중대한 사항의 결정권은 없을 걸?”
“이번에 언니는 정말 끝이야. 그 뭣도 아닌 능력으로 어떻게 하엔 그룹을 상대하겠어? 내가 알아본 적이 있는데, 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는 겸손하고 신비로워서 아무도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대.”설씨 집안 가족회의가 끝난 후, 지연과 민혁 두 사람은 같이 그곳을 떠났다. 지연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원래라면 누나는 분명 이 일을 해결하지 못했을 거야. 근데 문제는, 이전에 몇 번씩이나 투자 안건을 처리한 건 누나야. 무슨 변수라도 생겨서 누나가 SL 그룹의 재정권을 갖게 될까 봐 걱정되네. 그럼 우리 둘은 앞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될 거야.” 민혁이 매우 걱정했다.“걱정할 게 뭐가 있어? 하엔 그룹 대표랑 잤다면 모를까. 근데 머저리 남편을 둔 꼴에 부잣집 도련님이 그렇게 하길 원하겠어? 언니를 만지는 것도 재수 없어!” 지연은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이미 민혁과 한배에 탔다. 만약 은아가 권력을 쥐게 된다면, 그녀의 하루하루 역시 순탄치 못할 것이다.“그렇길 바라야지.” 민혁이 한숨을 내쉬었으며 그의 눈빛은 매우 음험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게 되면, 그는 다른 준비를 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한편, 은아의 포르쉐 안.은아는 살짝 얼떨떨했다. 아까 하현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 이 일을 해결하겠다고 말하라고 하고 조건도 걸으라고 했다. 조금 전에 그녀는 매우 강하게 대응했지만, 그곳에서 걸어 나오니 조금 어질어질했다.“하현, 슬기 씨한테 전화 한 통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진짜야?” 차 시동을 건 후, 은아는 불안한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뭐? 네가 은아한테 제안을 수락하라고 꼬드긴 거야? 이 불운덩어리야, 은아가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하기라도 하면 우리는 5000억 원의 빚을 감당해야 해! 그게 무슨 개념인지 알아? 너를 판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돈은 못 받아!” 희정은 원래 은아에게 자신감이 넘친다고 생각했었다. 무슨 비밀병기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하현이 시킨 거라니? 지금 그녀는 온몸에
잠시 후, 은아는 심호흡을 했다. “이 비서님께서 말씀하신 상황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믿어주시길 바라요. 저희 설씨 집안은 절대 고의적으로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닙니다. 이 쇼핑몰 프로젝트는 저희 설씨 집안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슬기는 잠깐 침묵하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 와서 이러한 부탁을 했다면, 저는 지금 이미 경호원을 불러서 그 사람을 끌어냈을 겁니다.”“그렇지만 제가 오기 전에 대표님께서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 전에 받은 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이 점을 봐서라도 설은아 씨의 체면을 세워주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설씨 집안이 한 수 배워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다음이 있다면, 대표님께서는 아마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실 겁니다.”일이 이렇게 풀린다고?대표님께서 체면을 세워주신다고?하현이 이전에 대충 언급한 적이 있었고, 은아는 그를 믿었지만 내심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엔 그룹 측에서 정말 때문에 이 일을 무마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이 비서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은아가 말했다.“당연히 아닙니다. 이건 대표님께서 분부하신 거라 제가 감히 뭐라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후에 제가 사람을 보내서 경고장을 회수하겠습니다. 설은아 씨는 안심하시고 쇼핑몰 프로젝트 일을 보세요. 저희 회사는 쇼핑몰이 다 지어질 날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슬기가 웃으며 말했다.슬기는 지금 매우 어지러웠고, 뭔가 현실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이래 봬도 5000억 원의 배상금이다. 이렇게 막대한 일을 그냥 이렇게 마무리한다고? 어떻게 이렇게 쉬울 수가 있나?“이 비서님, 그 가 정말 이렇게 큰 값어치를 하나요?” 은아가 소심하게 물었다.“물론이죠…” 슬기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래 봬도 세기의 명화입니다. 대표님께서는 그런 보물을 잘 간직하고 다른 나라로 유실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다행으로
이런 중요한 순간에, 지연은 갑자기 당황한 얼굴로 민혁의 사무실로 달려왔다. 그녀의 화장이 다 번질 정도였다.“설민혁, 큰일 났어! 소식 들었어?!”“귀신이라도 봤나 봐, 뭐가 그리 급해?” 민혁이 무심하게 말했다.“내가 아까 법무부에 갔다 왔는데, 하엔 그룹 측에서 이미 그 경고장을 회수했대!” 지연을 충격 받은 듯했다. 고작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이런 큰일이 일어난 건가?민혁은 이 말을 듣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야? 하엔 그룹 같이 큰 회사가 어떻게 이랬다저랬다 해? 그저께 보낸 경고장을 오늘 아침 일찍 회수했다고? 농담처럼 들리지 않아?”“진짜야, 지금 회사에서 모두 이 얘기를 하고 있어. 게다가 그 변호사가 굉장히 공손하게 굴었다던데, 이전에 거만한 태도랑은 완전 딴판이야!” 지연이 겁먹었다.“뭐?” 민혁이 흥분하여 의자 위에서 떨어졌다. 그는 허둥대며 일어서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럴 리가? 내가 어젯밤에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하엔 그룹 간부 쪽의 소식을 알아봤는데, 하엔 그룹 고위층이 다 화났다고 했어. 그런데 어떻게 오늘 경고장을 회수해? 말이 안 되잖아!”“나도 믿고 싶지 않지만, 법무부 쪽에서 틀릴 리가 없어.” 지연은 어제 은아가 이 일을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경고장이 회수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어떻게 가짜이겠나?민혁의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은아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또 이렇게 변수가 발생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만약 정말 은아가 회사의 재무를 관리하게 된다면, 민혁에게, 심지어 모든 설씨 집안 사람들에게 이는 악몽이 될 것이다.“가자, 법무부에 가서 그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자!” 민혁이 말을 끝마치자,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끊은 뒤, 민혁의 낯빛은 하수구 마냥 새까맣게 변했다.지연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왜?”“할아버지가 모두 회의실로 모여서 회의를 하재.” 민혁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