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누나가 조규천이랑 뭘 했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밤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건 사실일 거예요… 그게…” 민혁이 일부러 곤란한 척하며 말을 더듬더니 이어서 말했다. “할아버지,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저는 누나를 대변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설씨 집안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간 것이니, 그, 누나를 탓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쨍그랑!”설 씨 어르신이 손에 들려 있던 물컵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쳐 거대한 소리가 났다. 이후에 어르신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이건 프로젝트 문제가 아니야! 이미지는 한 가문의 존재의 근본이야! 은아가 정말 가문을 망신시키는 일을 저질렀다면, 무슨 이유 때문이었던 간에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할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은아가 이런 방식으로 조규천을 달랬을 지라도 설씨 집안을 위해서 그런 거예요!”“맞아요, 할아버지. 이해해줘야죠! 여자로서 참 쉽지 않아요. 남편은 그렇게 쓸모없는데, 은아가 뭘 더 기대하겠어요?”“흥! 남편을 말하자니 또 재수가 없네요. 이 불운덩어리 때문에 우리 설씨 집안이 근 몇 년 간 얼마나 많은 체면을 잃었던가요? 그런데 지금 또 이런 문제가 터지다니, 정말 가문의 불행이에요!”“제가 일찍이도 말했죠, 여자가 무슨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 SL 그룹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겠다고요? 일을 성공시키지는 못할 망정 망치고 있잖습니까!”“그 처가살이 남편도 머저리인데, 은아가 더 머저리예요!”“이 일을 민혁이에게 해결하라고 맡겨야겠어요. 민혁이야말로 우리 설씨 집안의 희망입니다!”“에휴, 지금 문제가 이미 발생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조규천 같은 사람은 분명 이 일을 널리 퍼뜨릴 거예요. 이걸 이용해서 자신의 능력을 자랑할 겁니다. 이번에 우리 설씨 집안은 정말 끝장이에요. 서울의 제일 큰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설 씨 집안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민혁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많은
“설지연, 그게 무슨 말이야!” 은아는 이미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그녀가 현재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였기에 설씨 집안 내에서의 위치도 이전과 달랐다.이 순간, 은아는 화난 얼굴로 지연을 노려보며 상대의 죄를 묻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지연은 가볍게 웃으며 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하찮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냐니? 언니, 잘 알고 있잖아!”“원래 그 처가살이 남편이 너무 쓰잘데기 없어서 그래도 너를 불쌍하게 여기고 종종 너 대신에 나서서 말했는데, 네가 그런 여자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남편이 손도 못 잡아봤다며. 원래 믿기지가 않았는데 이제 믿겨지네! 네가 바깥에서 바람 피니까!”바람을 핀다고?!은아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 이 일은 매우 심각했다. 이건 그녀의 결백을 모욕하는 것이다!“설지연, 아침에 양치 안 했어? 어떻게 하는 말이 화장실이랑 같아? 남의 명예를 회손하는 건 범법인 거 몰라?” 은아가 화를 내며 말했다.지연이 몸을 일으키더니 떳떳하다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일을 저지를 엄두는 있고 인정하지는 못해? 그럼 언니가 말해봐, 그 쇼핑몰 프로젝트 문제는 해결했어?”“당연히 해결했지!” 은아가 말했다.“그래?” 지연이 조소를 지었다. “그럼 말해봐, 어떻게 해결했는데? 돈을 얼마나 썼어?”“돈을 안… 안 썼어…” 은아가 잠시 멍하게 있더니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하현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희정과 유아는 모두 하현이 조규천이랑 손을 잡고 은아를 속인 거라고 생각했다. 은아도 이 일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증거가 없었다.그러나 사실이 어떻든 간에, 은아는 아침에 이미 공사장에 전화했다. 본래 공사 작업을 방해하던 자들이 이미 며칠동안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제 공사장의 각종 작업들도 정상으로 돌아갔다.“하하하!” 지연은 손을 허리에 걸치고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돈도 안 쓰고 해결했다고? 언니는 정말 능력
“설은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똑바로 말해!” 설 씨 어르신이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 테이블을 힘껏 내리치더니 소리쳤다.은아는 지연을 보다가 민혁을 보았다. 그녀가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는데, 심지어 민혁이 일을 꾸몄을 확률이 아주 크다.설 씨 어르신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혹독했고 차가웠다.원래 그녀는 민혁에게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하현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참지 못하고 민혁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이 두 사람 중에 대체 누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가? 민혁의 태도를 봤을 때 민혁일 가능성이 더 큰 듯 싶은데?“할아버지, 문제를 이미 해결했습니다.” 은아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킨 다음 입을 열었다.“우리도 다 알아, 근데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 해결했냐는 거지!” 지연은 더 기다릴 새도 없이 말했다.“어젯밤에 그 농촌 민박집을 떠나지 않았죠? 누나, 그 처가살이 남편이랑 어울려 지내지 않아도 상관없고, 밖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것도 상관없어요. 근데 조금이라도 우리 설씨 집안의 체면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외간 남자를 찾을 거면 이혼 먼저 하면 안 돼요? 우리 설씨 집안의 이미지를 망가뜨려놓고 그 책임을 질 수 있어요?” 민혁이 큰소리를 쳤다.민혁이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걸 듣자, 은아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보아하니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은 역시 민혁이었다. 은아 자신과 규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민혁은 생각한 것이다.“설민혁,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어? 증거 있어? 나는 어젯밤 8시 넘어서 집에 돌아왔어!” 은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엄마랑 유아 모두 집에 있었으니까, 못 믿겠으면 가서 물어봐.”“그 사람들? 그 사람들은 누나 가족이니까 한통속이겠죠. 그 둘의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 민혁이 반문했다.규천이 은아를 손에 넣은 이상, 그녀가 다치지 않고 그곳
"백범 씨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 우리 설씨 집안은 항상 백범 씨를 존경해왔고, 감히 대접을 소홀히 할 엄두가 없습니다.” 설 씨 어르신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했다. 상대방이 무슨 일 때문에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죄를 묻는 태도는 설 씨 어르신을 바짝 긴장하게 했다.오늘 자칫하다가 설씨 집안에서 어마무시한 양의 돈이 또 빠져나갈까 봐 걱정이다.“존경? 존경이라는 게 당신 설 씨들이 나를 속일 수 있게 하는 겁니까?” 백범은 코웃음을 치고 테이블 위에 있던 사람의 마대자루를 한손으로 휙 벗겼다.민혁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보자 낯빛이 순식간에 극도로 창백해졌다. 이건 조규천 아닌가? 이래 봬도 길바닥 대장인데, 어떻게 백범이 그를 손에 넣게 된 걸까?백범은 규천을 발로 걷어차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감히 내 동생을 이용해서 하엔 그룹에 문제를 일으키게 해요? 당신들이 살기 싫다고 해도 나 변백범은 아직 살고 싶어요!”설 씨 어르신은 온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 “백범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네가 말해!” 백범이 또 한 번 발로 찼다.규천은 어젯밤 내내 백범과 있었기에 이제 자신이 백범의 부하라는 걸 인정했다.그는 재빨리 말했다. “형님, 어르신, 최근 이틀 동안 SL 그룹 쇼핑몰 프로젝트를 방해한 사람은 접니다. 하지만 저도 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설민혁이 3억 원을 주면서 저한테 시킨 겁니다!”“이상한 소리 하시네!” 민혁이 세차게 일어서서 규천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당신이 누구든 간에 남을 함부로 모독하지 마요. 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규천이 고개를 들었고 그의 흉악한 얼굴은 증오로 가득 찼다. 설민혁 이 자식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런 결말을 맞이했을까? 백범의 배후 세력이 얼마나 강한 지는 모르지만, 이런 끝을 보게 되었는데도 자신의 배후 세력은 나서지도 않았으니 아주 많은 문제점들을 대변해주었다.살고 싶다면, 한때 거물이었던 자신도 백범의 부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설민혁, 너무했다. 모두 한 가족인데 어떻게 그런 비열한 짓을 할 수가 있어?”“은아가 힘들게 설씨 집안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은아한테 해를 끼칠 수가 있어?”“내가 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 모든 게 다 네가 꾸민 짓이었다니!”“정말 실망이야!”아까 먼저 뛰쳐나와 은아를 헐뜯은 지연도 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일에 그녀가 앞장섰는데, 만약 어르신이 나중에 책임을 묻는다면 그녀 역시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할아버지, 저는 이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저랑 아무 상관없어요!” 지연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아버지, 이 일은 민혁이 잠시 어떻게 되었던 거니까 화내지 마세요. 지금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제가 꼭 돌아가서 민혁이를 제대로 혼내겠습니다.” 동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른 사람들은 민혁을 대변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친아들이기에 동수는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정말 이것 때문에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면 그에게도 좋은 날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설 씨 어르신의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 이 일이 커지면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까?한편으로는 은아에게 해명을 해야 했다. 만약 해명조차 없다면, 다른 설씨 집안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민혁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내정된 후계자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을 수는 없지 않나? 어르신은 이 돈이 많이 드는 계집애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이외에도 백범에게 해명을 해야 한다. 민혁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설씨 집안을 건드린 건 별 거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건 하엔 그룹의 투자 안건과 관련된 일이다. 잘못해서 백범이 미쳐 날뛰기라도 하면 설씨 집안은 그 뒷감당을 못할 것이다.그러나 설 씨 어르신의 마음 속에 민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고, 그가 보기에 그 세대의 아이 중에 민혁만이 쓸모있었다. 은아도 설 씨 집안에 큰 이익을 불러들였지만, 그녀는 돈이 많이 드는 여자였을 뿐이니 가업을 물려받게
이 순간, 민혁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그가 이번에 친 사고가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렇다 한들 그는 그저 반성하라는 목적으로 반년 동안 월급을 못 받을 뿐이었다.이 일을 겪고 나니, 설씨 집안 내에서 그의 위치는 여전히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설은아 이 썩을 계집애,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어? 어림없지!’ 민혁이 마음 속으로 욕을 퍼부은 후, 비위를 맞추고 후회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잠시 못된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저는 그동안 꼭 진심으로 반성해서 나중에 돌아와 설씨 집안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그런 태도를 보이니 안심이 되는구나.” 설 씨 어르신이 덤덤하게 말했다.“이 일은 우리 설씨 집안의 수치이니, 퍼지기라도 하면 소식이 계속 와전되면서 우리 설씨 집안에게 좋을 게 없을 거야. 그러니 오늘 일은 모두 뱃속으로 집어삼켜야 해. 한마디라도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설 씨 어르신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쓱 훑은 다음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적나라한 편애였다. 일말의 숨김도 없는.은아는 깊게 한숨을 들이마시고 어금니를 깨질세라 악물었다. 어르신을 보고 있는 그녀의 마음 속에는 억울함이 잔뜩 쌓여 있었지만, 그녀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내비칠 수 없었다.설 씨 어르신이 뒷짐 진 채 회의실을 떠나고 나서야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환심을 사려는 미소를 지었다.“민혁아, 아까 우리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였어. 그런 상황에서 네 편을 들어주면 어르신께서 더 화나셨을 지도 몰라!”“맞아, 어르신은 그런 분이셔. 너를 도와줄수록 어르신께서 체면이 깎일까 봐 너를 봐주지 못했을 거야!”“절대 우리 탓하면 안 돼!”민혁은 웃어 보이더니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나서 그는 일어서서 득의양양한 얼굴로 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나, 이번에 운이 좋았어서 잘 빠
이 말을 듣자, 하현은 이마를 살며시 찌푸리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민혁이가 그렇게 심각한 일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해서든 좌천시켜야죠. 최소한 다른 설씨 집안 사람들한테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큰일에 반성만 하라니, 웃기지 않나요?”“게다가 단순히 어르신이 민혁이를 편애하는 정도로 간단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은아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아를 아예 눈에도 담지 않은 셈이잖아요…”“얼씨구? 심리분석가야? 아주 논리적으로 분석하시네? 문제는 소용이 있냐고?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희정이 따지면서 물었다. “오늘은 뭘 하러 나갔어? 왜 은아랑 같이 회사에 안 갔어? 그랬으면 최소한 은아를 대변할 수 있었잖아! 이 쓰레기야!”하현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희정의 성격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가 유일하게 안타까워하는 것은 설 씨 어르신이 은아를 잡아먹으려고 한 듯하다.어르신은 은아가 절대 설씨 집안과 얼굴을 붉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부심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됐어요, 이 일은 그만 얘기해요.” 은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 맞다, 어젯밤에 당신을 오해했어…”“오해? 오해한 게 뭐가 있다고? 이 쓰레기가 음모를 꾸민 게 아니었다고 해도 이놈이 머저리여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지. 안 그랬으면 설민혁 그 멍청이가 어딜 감히 널 때릴 생각을 했겠어!”희정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만약 자신의 사위가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자신의 딸이 이런 곤경에 처했을까? 지금 설씨 집안 사람들이 그렇게나 은아를 괴롭히는데, 희정이 보기에 제일 큰 원인은 바로 하현이 너무 쓰잘데기 없었기 때문이다.시집을 잘 가는 것은 여자에게 매우 중요하다!“엄마, 하현을 비난하지 말아요. 어제 저를 구해주기까지 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결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은아는 이 말을 하면서도 온몸에 소름
이튿날 아침, 은아가 서재에서 자고 있던 하현을 깨웠다. “하현, 할아버지 쪽에서 설씨 집안 사람들을 긴급 모집했어. 당신도 가야 해!”“알았어.” 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젯밤에 그토록 신신당부했으니, 슬기의 일처리 스타일대로라면 어젯밤에 설씨 집안 측은 아마 하엔 그룹의 경고장을 받았겠지?오전 9시, 설씨 집안 사람들은 빌라 홀에 속속이 모여들었다. 설 씨 어르신은 상석에 앉아있었지만 그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웠다.어제 한밤중에 하엔 그룹이 보낸 경고장을 받았는데 그 의미는 아주 간단했다. 설씨 집안 쪽에서 감히 사람을 구해 설씨 집안과 하엔의 투자 안건을 망친다면, 하엔은 설씨 집안이 이 틈을 타 하엔의 돈을 갖고 장난질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하엔은 지금 설씨 집안의 해명을 원했고, 이전에 투자한 금액의 10배인 5000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이번에 하엔 측에서 아무런 고위직 관리도 오지 않았지만, 이런 차가운 태도는 오히려 하엔의 그 신비로운 대표가 미쳐 날뛰었을 거라는 것을 대변해주었다.하지만 이것 또한 정상이었다.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2류 가문이 감히 자신의 돈을 갖고 장난 친다면 하엔 같은 대기업은 분명 미쳐 날뛸 것이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쓱 훑어본 뒤, 설 씨 어르신은 냉랭하게 말했다. “어제 내가 이미 말했지, 아무도 절대 그 일을 바깥에 알릴 수 없다고. 그런데 하엔 그룹 쪽에서 알게 돼서 지금 벌써 우리한테 경고장을 보냈어. 다들 눈 크게 뜨고 똑바로 봐!”말을 하던 중, 설 씨 어르신은 경고장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았다. 설씨 집안 사람들은 경고장을 들고 가 다 읽어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졌다.경고장 내용은 간단했다. 설씨 집안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계약 조건대로 5000억 원의 배상을 해야 한다.하지만 문제는, 설씨 집안이 어디서 이런 큰 돈을 구해오겠나?“할아버지, 분명 누군가 일부러 그 일을 퍼뜨린 것 같아요. 혹시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