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기가 어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을 낚아채더니, 쨍그랑 소리가 나며 그 놈의 머리 위에서 병이 산산조각 났다.그 놈은 믿기지 않는 듯한 기색을 띠며 바닥 위에 픽하고 쓰러져 잠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이…”“제기랄, 이 머저리도 독한 놈이었어!”“이럴 수가? 그냥 쓰레기 아니었어?”“쫄기는 뭘 쫄아! 티비에서 맥주병 깨뜨리는 거 따라한 것뿐이잖아? 그냥 운이 좋았어…”이 순간, 부하들은 큰소리를 쳤지만 앞으로 나설 용기가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머저리 데릴사위는 아무 쓸모도 없었는데, 어떻게 자신들과 맞설 엄두가 있겠나? 이건 소문과 완전히 딴판이었다.은아도 잠시 멍해졌다. 하현이 설 씨네 집에서 강이준을 난폭하게 때린 적이 있지만, 강이준은 그저 헬스장을 몇 년 다녀본 자였기에 은아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다르다. 모두 길바닥에서 먹고 사는데다가 싸움을 하는 데 도가 트였다. 그런데 하현이 그중 하나를 손쉽게 무너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런 거대한 반전은 은아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은아는 자신의 쓰레기 남편에게 이렇게 강한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하현, 여기는 내 구역인 거 알고 있어? 내 구역에서 내 사람들을 다치게 하다니, 사는 게 싫어?” 규천이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하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무시와 업신여김으로 가득 찬 게 아니라, 엄숙함이 조금 추가되었다.이 데릴사위가 감히 이런 상황 속에서 먼저 나서다니, 그에게 용기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규천을 살짝 놀라게만 했을 뿐, 그가 겁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또 싸울 수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또 상대할 수가 있겠나? 아까 그 한 방도 운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조규천, 우리 거래 하나 하자. 일을 전부 자세히 설명해주면 내가 당신을 한번 살려줄게, 어때?” 하현이 재떨이를 만지작거리며 평온한 얼
“내 친구가 준 거야.” 하현이 대충 둘러댔다. “아무튼, 어쨌든 간에 우리가 오늘 배후가 누군지 알아내고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으면 된 거야. 다른 일은 중요하지 않아, 알겠어?”은아는 살며시 이를 악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비록 하현이 뜬금없이 꺼낸 영상이 은아의 의구심을 더 키웠지만, 지금 이곳이 매우 무서워 그녀는 빨리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반대편에 있던 규천의 얼굴이 변했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당신이랑 거래할 수 있지만, 이 일이 진짜인지 확인해본 다음에야 당신들을 놓아줄게.”하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남을 테니까 우리 아내는 먼저 가게 해줘. 우리 아내가 집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알려줄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조규천, 내가 남아있는데 당신한테 알려주지 않을까 봐 무서워? 게다가 당신은 아마 그 일을 확인하고 나서야 배후가 누군지 말하겠지.”“그리고 우리 아내가 먼저 가야 내 마음이 놓여. 안 그러면 당신도 믿지 못 해…”규천의 낯빛이 바뀌더니 그가 갑자기 큰소리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시원시원하군. 그렇다면 형수님 먼저 보내지!”규천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전에 나쁜 생각에 두 눈이 가려져서 일처리를 조금 극단적으로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정했다.지금 규천에게 여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현의 소식이 더 중요했다.만약 규천이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의 결말이 지용과 같을지도 모른다.신분, 지위, 권력과 여자 중에 어느 게 더 중요하고 어떻게 결정해야 할 지, 규천 같이 야심 찬 사람은 당연히 일의 중요함을 구분할 수 있었다.“길을 터!” 규천이 손짓했다.그의 부하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길을 트고 문까지 열어줬다.“하현, 당신…” 은아는 멍해졌다. 어떻게 말 몇 마디로 그녀를 놓아주나, 그녀가 가면 하현은 어떡하나?“당신 먼저 집에 가, 걱정하지 마. 나는 금방 올 테니까 조심해서 운전하고.” 하현이 은아에게 차 열쇠를 떠밀어 넘
이때, 백범은 공손하게 하현 곁으로 가더니 두 팔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도련님, 이 녀석을 어떻게 할까요?”이 모습을 보자 규천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변백범, 너 미쳤어? 이런 데릴사위, 머저리를 도련님이라고 불러? 그래도 나랑 서울 길바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급이 높은 사람인데, 그러고 싶어? 이 자식이야말로 진정한 쓰레기 사위인 거 알아 몰라!”백범은 늘어뜨린 두 팔을 거두지 않고, 그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규천, 아직도 모르겠어? 죽어도 어리석은 귀신이 되겠네!”규천이 차가운 웃음을 연이어 터뜨렸다. 백범이 뜬금없이 왔고 부하들도 아주 많긴 했지만, 변백범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대겠나? 그럴 엄두가 있었다면 이미 손을 댔겠지,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나?“변백범, 나한테 겁줄 필요 없어. 나도 위에 누가 계셔,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오늘 손을 썼으면 너는 좋게 끝나지 않았을 거야. 내 일에 감히 끼어들어?” 규천은 하찮다는 표정을 내비쳤다.백범은 픽 웃더니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예전에 규천을 건드리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규천도 나름 배경이 있었으니, 그를 건드리면 큰일 났을 게 뻔하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제 하현이 그를 데려가 지용을 처리했으니, 이참에 조규천 하나도 처리하는 게 대수인가?비록 많은 사람의 눈에 하현은 그저 모두가 하찮게 보는 쓰레기 데릴사위였지만, 백범은 알고 있었다. 도련님의 출신은 결코 무시할 게 못 됐고, 그는 수년 전부터 이미 모든 것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그에게 얼마나 많은 패가 있을 지 누가 알겠나?이 순간, 백범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하현 앞에서 그는 말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백범이 침묵하는 걸 보자, 규천은 백범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걸로 착각하여 더더욱 자신만만해졌다. “너도 내 배경을 알고 있으니, 얼른 네 사람들을 데리고 꺼지지 그래? 꼭 내가 널 내다 버려야겠니?”이때, 하현이 느닷없이 일어서더니
“이 자식이 예전에 개그맨이었던 거 아니야? 너무 웃기잖아!”“빌어먹을 저런 꼴이면, 내 발차기 한 번에 바보가 되게 만들 수도 있어. 감히 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하다니!”“......”백범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싸늘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가라앉혀 말했다. “도련님, 제가 나설까요…”하현이 고개를 저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감히 내 아내를 때릴 생각을 했는데, 내가 직접 나설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남자라고 할 수가 있나?”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현은 규천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규천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더니 창피함이 분노로 변했다. 그가 소리쳤다. “이 쓰레기야, 뭘 어쩌려고?”부하 몇 명도 쇠파이프를 들어 규천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하현이 걸음을 멈추지 않자, 규천의 부하가 소리 치더니 모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먼저 하현을 때리러 나섰다. 하지만 하현은 그들이 휘두른 쇠파이프를 피해 여유롭게 걸어 나옴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재떨이를 무심하게 내리쳤다.“퍽, 퍽, 퍽…”부하들은 전부 머리를 부여잡거나 바닥에 쓰러졌다. 이들은 덩치가 매우 거대해 보였지만, 지금 1초라도 하현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막을 수 없는 기세의 하현을 보자, 규천도 놀라서 멍해졌다. 그는 조금 전에 하현에게 코웃음을 쳤지만, 이제 조금씩 믿음이 생겼다. 하현이 말한 일이 진짜일 가능성이 컸다.하현의 이런 실력으로 지용을 처리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앞으로 빌어먹을 누가 감히 하현이 쓰레기 데릴사위라고 하면, 규천이 먼저 그 사람의 뺨을 때릴 것이다. 이 실력이 쓰레기라면, 서울을 통틀어서 쓰레기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나!“퍽, 퍽, 퍽…”부하 몇 명이 또 하현에게 손쉽게 당해 바닥에서 낑낑거렸다. 규천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뒤로 물러섰다. 그에게 물러날 곳이 점차 없어지자,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현, 설씨 집안의 세력은 내 배후에 비하면 세 살짜리
코피가 팡 터져 나왔으며, 규천은 얼굴을 부여잡고 돼지를 잡는 것과 같은 비명을 질렀다.이 장면을 민혁에게 들킨다면, 그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민혁도 하현에게 재떨이로 맞은 적이 있으니. 하지만 그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규천 같은 사람을 상대로도 하현은 재떨이를 휘둘렀고 조금의 체면도 살려주지 않았다.이 순간, 규천은 조금 의심이 됐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말 아내의 발을 씻기고 장모의 화장실을 청소해준다는 그 전설의 데릴사위가 맞는지.그 전설의 데릴사위는 설씨 집안 내에서 개만도 못한 지위를 갖고 있다는데, 그가 어떻게 이렇게 강하겠나?“이 일, 뒤에서 지시한 사람이 누구야?” 하현은 손에 있던 재떨이를 던져버리고 왼손으로 규천의 목을 조였다. 그의 말투가 굉장히 차가웠다.규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그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현, 우리 같은 길바닥 놈들은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해. 때릴 수 있으면 죽도록 때려보든가, 안 그러면 내일 내가 설씨 집안 전체를 매장 시켜버릴 거야!”“당신은 정말 막무가내야. 우지용을 처리한 사람이 누군지 알려줬는데도 배후가 누군지 알려주지를 않잖아. 당신 좀 실망이야.” 하현이 고개를 저으며 왼손을 놓았다. “패버려, 이 자식이 말할 때까지 패버려!”백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히더니, 직접 규천 앞으로 걸어가 그를 발로 확 걷어찼다. 이건 하현 앞에서 잘 보이는 것과 관련된 일이니, 백범은 부하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규천의 부하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했다. 이 데릴사위가 머저리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손이 이렇게 맵나? 변백범은 이래 봬도 길바닥의 대장이었다. 하지만 하현 앞에서 그는 그저 동생 같았다.도대체 누가 그가 쓰레기라고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건가? 이건 장난질 치는 거잖아?“변백범, 똑똑히 기억해! 내 배후는 절대 네가 건드려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변백범, 내가 복수할까 봐 무섭지 않아? 빨리 멈춰!”“지금이라도 멈추길 늦지 않
규천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정말 백범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어떤 느낌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하현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 하현은 백범보다 백배는 무섭다는 것.규천은 몸을 떨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씨 집안을 괴롭히는 것은 설민혁의 생각이야. 나한테 3억 원을 줬어, 이 일을 하라고…”설민혁!역시 설민혁이었다!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이 일이 설민혁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었지만, 주범이 설민혁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재벌 2세가 무슨 짓을 하든 잘 해내지 못하더니, 이런 음모를 꾸밀 때는 굉장히 똑똑하구나.핸드폰을 켜서 규천 앞에 던진 후, 하현은 싸늘하게 말했다. “더 자세히 말해, 한 글자도 빼먹지 말고.”규천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은아를 강제로 독점할 계획을 짰던 것은 규천이었기에, 그는 하현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다. 만약 하현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아마 죽음보다도 못하겠지?“말 안 하면 계속 팰게.”“말할게! 말할게!” 규천은 안절부절못하며 재빨리 말했다. “설민혁이 나를 이용해서 SL 그룹 쇼핑몰 건설을 망치려고 했어. 게다가 나랑 설은아가 관계를 맺게 해서 이 사실을 서울에 퍼뜨리려고 했어. 그렇게 하면 설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을 수 있으니까!”하현의 낯빛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SL 그룹 쇼핑몰을 상대하는 그런 사소한 일이었다면 하현은 눈에 넣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일로 설민혁을 봐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일은 이미 해결되었으니.하지만 이 자식이 감히 설은아에게 화살을 돌리다니, 이건 절대적인 죽을 죄였다.하현은 절대 그 누구도 은아를 다치게 하길 용납하지 않았다.“저놈을 감금시켜. 오늘부터 서울 길바닥에 조규천이라는 사람은 없는 거야.” 하현이 덤덤하게 말하며 차가운 얼굴로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도련님, 사실을 전부 말했습니다. 저를 봐주세요, 제발
SL 빌라에서 은아는 안절부절못했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옆에 있던 희정은 쌀쌀맞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초조해? 한낱 쓰레기 데릴사위일 뿐인데. 그 놈이 죽었다고 해도 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 됐어.”“그리고 죽으면 더 좋지,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니까…”“엄마, 하현이 없었으면 나는 오늘, 오늘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 은아는 두려움에 가득 찼다. 만약 하현이 손을 써서 그녀가 떠나게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하현이 있었다고 해도 뭐 어쩌라고? 오늘 너를 구하긴 했지만 쇼핑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 했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네 안전도 일시적일 뿐이야!” 희정은 까칠한 사람이었지만 조금도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정곡을 찔렀다.옆에 있던 유아도 말을 덧붙였다. “언니, 괜한 걱정하지 마. 하현 그 쓰레기가 자작극을 벌인 걸 수도 있어. 언니가 자기랑 이혼할까 봐 길바닥 사람들을 찾아서 연기한 걸지도 몰라, 언니가 자기한테 감사함을 느끼게 하려고. 절대 속지 마, 금세 돌아올 수도 있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하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유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 예상이 맞았나 보네!”희정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지금 유아의 말을 조금 믿게 되었다. 조규천은 무슨, 전부 하현이 벌인 자작극일 지도 모른다. 이 데릴사위는 정말 역겨웠다.은아는 자신의 엄마와 동생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직접 겪지 않았으면서 함부로 추측했다. 하지만 은아는 몸소 겪었으니 아까 하현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하현이 거실로 걸어오는 걸 보자, 은아는 재빠르게 뛰쳐나갔다. 그녀는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보고 그의 몸에 상처가 없는 걸 확인한 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일은 잘 해결됐어?”“괜찮아.” 하현이 미소를 지
은아가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희정이 코웃음을 쳤다. “하현, 남 탓할 거면 제대로 해. 조규천이 겨냥한 건 우리 설씨 집안의 프로젝트야. 만약 정말 망치기라도 하면 설씨 집안은 끝이야. 그럼 설민혁도 끝일 텐데 이런 일을 벌이겠니?”하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설민혁의 목적은, 은아를 설씨 집안에서 내쫓는 거예요.”“웃기고 있네! 은아가 있어야 쇼핑몰 프로젝트가 있고 하엔 그룹의 투자가 있는데, 설민혁이 바보도 아니고 은아도 자기 사촌 누나인데 그런 일을 벌이겠어!” 희정은 불신으로 가득 찼다. “하현,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마. 이 일은 99% 네가 한 일이야. 은아랑 이혼하지 않으려고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지금 당장 꺼져! 얼른! 빨리! 네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유아도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 설씨 집안은 당신 같이 더러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데가 아니니까 얼른 꺼져요. 할망구가 왜 그때 당신 같은 머저리를 우리 집안 사위로 받아들였는지 몰라!”“하현, 가봐.” 은아도 다소 실망했다. 생각할수록 이 일이 하현과 관련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깊은 눈으로 은아를 쳐다보았다. 그는 지금 뭐라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 한숨만 내쉬고 뒤돌아서 떠났다. 보아하니 오늘 밤에 또 슬기네 집에 가서 신세를 져야하는 것 같다.......그날 밤, 민혁은 집에서 핸드폰을 들고 왔다갔다 제자리걸음을 했으며, 속으로는 흥분하면서도 초조했다.핸드폰에는 규천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걸기만 하면 현재 상황이 대체 어떤지 알 수 있었지만, 민혁은 이 순간 몹시 고민이 되었다. 만약에 이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만약에 무슨 변수라도 생기면 어떡하지?한 시간 여를 망설이다가 민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핸드폰에서 통화 중 신호가 울리더니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민혁은 잠깐 멍해졌다가 얼굴에 괴상한 미소가 드러났다. 밤 10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규천 같은
경찰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여자의 말이 틀린 데가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하현은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깁스를 했다고 불법은 아니지. 하지만 깁스 안에 규조토를 섞으면 불법이지.”하현은 천천히 손에 든 홍차를 깁스 위에 뿌렸다.하현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여자의 안색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규조토는 매우 특별한 화학 물질이었기 때문에 약용이나 C4 총기의 원료로만 쓰인다.“규조토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 물질이 필요하지. 게다가 그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야. 바로 알코올이지!”“규조토 위에 소주, 보드카 등 독한 술을 한 잔만 뿌려도 끔찍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그 폭발의 위력은 아주 무서워!”“이론적으로 깁스 형태로 만들 정도로 규조토를 썼다면 그 폭발력은 어마어마해. 아마 이 비행기는 중간 어느 지점에서 두 동강이 나고도 남아!”“아마도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공중에서 폭발했을 거야!”“그러면 이 비행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죽는 거지!”“뼈도 하나 못 추릴 만큼 가루가 되어서 흩어지는 거야!”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스튜어디스에게 비상 탈출구를 열라고 지시한 다음 작은 깁스 부스러기를 집어서 떨어뜨리며 보드카 한 잔을 뿌렸다.“쾅!”보드카와 깁스 부스러기가 닿는 순간 굉음과 함께 불꽃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이다송과 양효리는 모두 아연실색했다.만약 정말로 비행 중인 비행기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모두 죽는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하현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듯했지만 그의 행동이 모두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깁스를 한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이 자신의 계략을 모두 간파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중년 형사는 식은땀을 쫙 흘렸다.신고가 들어온 비행기를 자신이 살핀 뒤에
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흥미로운 듯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분명 하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려는 심사인 듯했다.“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여러분의 시야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뭔가를 숨기는 사람도 많으니까요.”하현은 홍차를 한 잔 따라 마시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공항 경찰이라 그런가? 별로 프로답지 못하시군요들!”“내가 경찰서장이라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당신들 해고하는 일부터 할 겁니다!”“당신들은 스스로가 다 찾아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C4 총기를 가장 잘 숨기기 좋은 곳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거예요!”말을 하면서 하현은 들고 있던 홍차를 여자의 다친 왼손에 부었다.“아!”여자는 뜨거운 찻물에 데여 비명을 지르며 하현을 향해 버럭 화를 냈다.“개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다친 손인데 조사할 게 뭐 있다는 거야?”“내가 정말 C4 총기를 숨기고 있는 줄 알아?”“설마 나 스스로 내 목숨을 끊고 당신들과 이 자리에서 죽으려고 한다고 거야?”“난 연봉 수억을 받는 임원이야. 내 목숨은 누구보다 소중해!”말을 하면서 여자는 수사대장에게 지갑에 든 명함을 꺼내 신분을 증명하려고 제시하려고 했다.그러자 제일 앞에 있던 중년의 수사대장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젊은이, 여기서 이렇게 함부로 굴지 마. 우쭐대고 싶어서 주위의 시선을 좀 모으려나 본데!”“방금 우리가 확인했어. C4 총기 같은 건 전혀 없었어!”하현은 중년 형사의 경고를 무시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왼손을 다쳤다고 했지만 몸에서는 아무 약 냄새도 나지 않아.”“그리고 지금 보니 당신은 얼굴에 아주 풀메이크업을 했군. 분명 본인이 한 거겠지.”“그런데 말이야. 한 손으로는 이렇게 완벽한 화장을 할 수 없어.”“무엇보다 팔을 다친
곧이어 사복을 입은 여자 경찰이 쏜살같이 앞으로 나와 여자의 온몸을 뒤졌다.잠시 후 여자 경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여자의 몸을 수색했지만 지갑과 핸드폰 외에는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고 이상한 단서라고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여자 경찰은 여기서 단념하지 않고 또 한 번 빠르게 수색했다.이번엔 여자의 발바닥까지 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여자 경찰은 어두운 표정으로 중년의 사복 경찰을 향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 수밖에 없었다.중년의 경찰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일등석 바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이다송, 양효리. 당신들 둘 다 죽고 싶어?”“이 여자한테서 C4 총기가 발견되었다고 하지 않았어?”“당신들 말 때문에 귀한 일등석 손님들한테 피해를 줬잖아? 이제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할 거야?”양효리와 이다송 두 사람은 창백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그늘진 그녀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보통 이런 일을 발견하면 공을 세운 만큼 큰 보상을 받게 된다.그것이 적어도 수천만 원이나 된다.하지만 지금은?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녀들은 웃음거리가 되었다.경찰서에서든 회사에서든 피해를 일으킨 것에 배상하기 위해 본보기로 두 사람을 해고할 것이다.모든 책임을 두 사람에게 떠넘기는 셈이다.“수사대장님, 죄송합니다. 저희도 신고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승객 한 분이 이 여자한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저희도 사실대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이다송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중년 경찰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승객이 그따위 소리를 해? 누구야? 우리와 함께 경찰서에 좀 가 줘야겠어!”“그 사람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일에 책임을 져야지!”“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말을 하면서 중년 경찰은 바닥에 쓰러진 여자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이 일은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제대로 처리하겠다고요?”여자는
하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가 나한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난 이미 냄새를 맡았다구요!”“냄새요?”“당신이 무슨 개코인 줄 아세요?”“그렇게 예리한 후각을 가졌다구요?!”두 스튜어디스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가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다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분명 여기저기서 허세나 부리며 날뛰는 미친놈이라 생각한 듯했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어서 지금 바로 자리로 돌아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불러 당신을 잡아가라고 할 겁니다!”늘씬한 스튜어디스가 거만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수백 명이 탑승한 비행이 안입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곳이라구요!”“당신이 아무리 일등석 고객이라도 소용없어요!”스튜어디스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당신 코가 그렇게 예리한 후각을 가졌다니 그럼 이것도 좀 맡아 보세요? 내가 무슨 향수를 썼는지 알아맞춰 보시라구요!”하현은 눈앞에 곱게 화장한 두 스튜어디스의 얼굴에서 그녀들의 가슴에 달려 있는 이름표로 눈길을 돌렸다.그리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양효리, 당신은 어젯밤에 우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샤넬 5호 향수를 뿌렸어요. 그런데 평소 근검절약하는 습성 때문에 아끼고 아끼던 향수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나버려서 지금은 거의 베이스 향만 남았군요.”“그리고 이다송, 당신은 어젯밤에 두 명의 남자랑 함께 보냈군요. 한 명은 값싼 향수를 쓰는 한량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좀 신분이 있는 남자였을 겁니다. 에르메스 향수를 쓴 것 보니...”“두 가지 향수가 당신 몸에 섞여 있어요. 아마도 어젯밤 당신은 너무 피곤해서 샤워할 틈도 없이 바로 오늘 아침 출근한 것이 틀림없어요...”하현의 말을 듣고 두 스튜어디스의 얼굴이 갑자기 추위에 얼어붙은 고목처럼 얼어붙었다.이다송은 하현이 어떻게 자신의 비밀을 알아챘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바로 기장을 찾아 허둥지둥 뒷걸음질쳤다.두 사람이
이 모습을 본 일등석의 스튜어디스가 열정적으로 다가와 그녀를 도와주었다.여자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남은 자리에 앉았다.주변 승객들은 힐끔 쳐다볼 뿐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은 살짝 찡그린 얼굴로 그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깁스를 한 그녀의 손에 자꾸 시선이 갔던 것이다.뭔가 미심쩍은 냄새가 진동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하현은 수년 동안 전쟁터에서 굴러온 사람이라 이런 낌새에 기가 막히게 촉각이 발달해 있었다.순간 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곧장 몸을 돌려 일등석을 떠났고 힐끔 뒤를 돌아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러나 그 여자는 하현의 움직임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하현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하현은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이것은 상대방이 자신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이때 아리따운 용모의 스튜어디스가 하현에게 다가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손님, 비행기가 곧 이륙합니다. 죄송하지만 자리로 돌아가 앉아 주시겠어요?”또 다른 스튜어디스가 거들며 나섰다.“화장실에 가실 거면 이륙 후에 이용해 주십시오.”하현이 일등석에서 나왔기 때문에 스튜어디스들은 불만이 있어도 상냥하게 응대해야 했다.만약 다른 손님이 비행기 이륙에 방해를 했다면 아마 호되게 창피를 당했을 것이다.하현은 앞으로 나와 일등석의 유리문이 자동으로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기장님께 연락 좀 해 주십시오. 제가 기장님을 만나야 합니다.”하현의 표정을 본 스튜어디스는 상냥한 미소로 말했다.“손님, 아무리 일등석 손님이어도 마음대로 기장님을 볼 수 있는 없습니다.”“비행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희가 따로 등록을 해 드릴 수는 있어요. 괜찮으시겠습니까?”스튜어디스는 하현을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소위 인플루언서쯤으로 생각한 게 분명했다.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기장을 찾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차는 곧 항성 국제공항에 도착했다.하수진과 다정하게 포옹을 나눈 후 하현은 곧바로 공항으로 들어갔다.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일반 통로로 들어가지 않고 VIP 통로를 이용해 들어가 비행기 일등석 자리에 앉았다.지난번 페낭에 갈 때 비행기를 탔던 일이 떠올라 이번에는 번거로운 일을 피하기 위해 일등석을 선택했다.그는 앉자마자 스튜어디스에게 담요를 요청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스튜어디스를 찾기도 전에 하이힐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곧이어 향기로운 기운이 코끝을 스쳤다.그리고 검은 상의를 입은 여자가 여러 명의 남자들을 거느리고 일등석으로 들어섰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힐끔 그쪽을 쳐다보았다.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쯤 가린 채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롱부츠의 힐에 짧은 가죽바지를 입은 여자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서 한 번 눈길만 스쳐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만들었다.하얀 박꽃 같은 허벅지가 남자들의 심장에 방망이질을 해 대었다.이런 일에 무던한 하현도 저도 모르게 몇 번이나 눈길이 갈 정도였다.여자는 작은 입과 뾰족한 턱만 드러났는데도 예쁘다는 인상을 풍겼다.그녀의 옆에 서 있던 남자들이 하현을 매섭게 쏘아보았다.아마도 하현의 시선이 불만인 듯했다.이들의 시선은 일등석 안을 휘저었고 여자가 앉을 곳을 샅샅이 뒤져본 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게 확인되자 여자를 앉혔다.여자는 마침 하현의 앞자리에 앉았다.선글라스를 벗은 뒤 스카프를 벗은 그녀는 의자를 뒤로 조절한 뒤 고개를 돌려 하현을 쳐다보았다.“죄송하지만 조금만 뒤로 젖힐게요. 푹 쉬고 싶어서요.”하현은 상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금정까지 몇 시간이나 되니까요. 충분히 쉬고 싶은 게 정상이죠.”“여기 아직 공간이 있으니 괜찮습니다.”여자는 하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별말 없이 눈을 지그시 감고 좌석에 기대었다.은은한 향내가 뒤
”왜? 장생전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어?”하현이 뭔가 의아한 듯 눈이 동그래지며 하수진을 쳐다보았다.항도 하 씨 가문은 5대 문벌 중 하나였고 고대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온 집안이었으니 장생전에 대해 아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하수진이 드디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장생전의 뿌리가 어디인지는 지금도 알려진 것이 없어.”“왕조 말기부터 대하는 장생전이 가장 많이 활동한 곳이었지.”“그리고 또 다른 곳은 섬나라야.”“장생전의 목적은 간단해. 불로장생.”“그래서 그들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어.”“예를 들어 킬러가 되거나 권력자가 되거나. 그래서 듣기로는 남양 지역의 일부 소국에서는 정권 교체에도 장생전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구.”“간단히 말해서 불로장생을 위해서라면 그들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쟁취하려고 들지.”“하지만 그들은 역사의 어두운 이면에 오랫동안 숨어 있었어. 역사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추진했기 때문이야.”“그래서 우리 5대 문벌이든 10대 가문이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장생전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어.”“그렇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이 항성과 도성에 뿌리를 내린 이후로 장생전과 몇 번 부딪힌 적은 있었어.”“변변찮은 반격도 하지 못한 채 항상 항도 하 씨 가문이 열세였지.”여기까지 말하고 나자 하수진의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졌다.하현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대하의 오랜 5대 문벌 중 하나인 항도 하 씨 가문이 장생전과의 싸움에서 몇 번이나 밀렸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수긍이 가는 일이었다.장생전은 오랫동안 음지에서 이어져 온 조직이었다.강력하면서도 은밀하고 치밀한 조직이다.“그렇다면 내가 장생전을 상대하려고 하는 건 좀 위험하다는 얘기야?”하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수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
하문준은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그들 부부가 또 아이를 임신했다는 좋은 소식도 함께 보냈다.지금 대하를 떠나 있는 것은 항도 하 씨 가문의 비바람을 피해 안심하고 뱃속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는 말도 덧붙였다.그들의 기쁜 소식에 하현도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래서 그는 문자를 받자마자 어떤 정보도 누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곧바로 삭제했다.그런 다음 하현은 하수진에게 부탁해 공항으로 좀 데려다 달라고 했다.오늘 밤 금정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다.길쭉한 롤스로이스에서 검은 스타킹을 신은 하수진이 샴페인 한 잔을 손에 쥐고 하현에게 건넸다.“오빠, 정말 항성에서 며칠 더 머물 생각 없어?”“문주께서도 말씀하셨어. 원한다면 아예 여기 남아도 괜찮다고.”“항도 하 씨 가문은 이제 내 것이기도 하고 오빠 것이기도 해.”샴페인 한 잔을 넘긴 하수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숨겨왔던 자신의 감정이 들킨 것 같아 얼른 얼굴을 돌렸다.하현은 못 본 척하며 싱긋 웃었다.“항도 하 씨 가문, 좋지. 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의 노부인은 나를 반기지 않아.”“이제 겨우 당신들이 가까스로 항성과 도성의 상황을 평온하게 유지했는데 내가 남으면 또 비바람이 몰아칠 거야.”하수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누가 감히 내 앞에서 딴소리를 하겠어? 겁도 없이.”“항성 S4네, 4대 규수네 뭐네 해도 지금 다들 내 밑에서 조용해!”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내가 감히 어떻게 항성과 도성에서 당신의 위세를 등에 업고 우쭐댈 수 있겠어?”“하지만 항성에 있는 대구 엔터테인먼트, 잘 좀 부탁해.”“그건 내 사업이니까 집안에서 누가 꿀꺽하지 않도록 말이야.”하현이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아는 하수진은 소리 없이 웃었다.도박왕 화풍성이 아무리 배짱이 좋고 담력이 세도 감히 대구 엔터테인먼트를 삼키지는 못할 것이다.게다가 만약 그녀의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대구 엔터테인먼트는 순조롭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마세요!”“장생전의 비밀이나 털어놓으시죠!”“그러면 그들에게 기회를 주겠습니다!”“그렇지 않으면 내 명령 한 마디면 저들은 상어 밥이 될 거예요!”하현은 단호하고 거침없이 내뱉었다.노부인과 계속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끌고 싶지도 않았다.어쨌든 하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이다.노부인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내가 장생전과 관계가 있다고 해서 많은 걸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외부 연락선일 뿐이야!”“그런 내가 어떻게 내부의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겠어?!”“내가 아는 건 이미 전부 다 말했어!”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장조림을 한 조각 집어 들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지금 그런 말을 믿었을 거예요.”“하지만 노부인 당신이 하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왜냐하면 당신 같은 인물은 계산에 아주 밝은 사람이니까요. 충분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양제명 어르신이 고분을 찾을 수 있도록 했겠습니까?”“만약 당신이 일정한 지위가 없다면 몇 번이고 전신을 죽이려고 했을 겁니다, 아닌가요?”“말하자면 장생전이 당신한테 아무런 담보도 대가도 주지 않고서야 어떻게 당신이 그렇게 기꺼이 그들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했겠어요?”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하현은 장생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은 단편적인 추측을 통해 얻은 것이다.그러나 그는 노부인이 장생전과 관련이 있다고 거의 확신했다.그리고 노부인도 계속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아서 하현은 그녀가 파악하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도록 유도를 하고 있었다.하현의 말을 들은 노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침묵에 빠졌다.이때 하현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황천화, 당신한테 한 가지 임무를 주겠어. 가서 양호남과 양신이의 배를 침몰시켜!”“그 일이 끝나면 당신은 바로 남양으로 돌아가도 돼!”하현의 말을 들은 황천화는 바로 몸을 돌려 곧바로 떠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