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351 - 챕터 2360

2631 챕터

제2351화 병문안

이한석은 박수혁의 가족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이민혜가 와봐야 짜증만 유발할 테니 차라리 안 부르는 게 나았다.박시준은 착하고 눈치가 빠르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서 도움도 안 되고 박수혁에게는 투명인간과도 같은 존재였다.그래서 가족에게 알려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이한석은 일단 잠을 자기로 하고 소파에 누웠다.그는 남유주가 병실에 있다는 걸 잠시 망각했다.다음날, 박수혁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낯선 환경을 둘러보던 그는 어젯밤 차 안에서 봤던 광경과 병원에 실려오던 장면이 떠올랐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돌리다가 옆 침대에 누운 낯익은 여자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음침한 표정으로 침대를 내려왔다. 하룻밤 푹 잤더니 통증은 많이 완화된 상태였다. 그는 바깥 소파에 잠든 이한석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가서 맞은편에 앉았다.이한석은 여전히 달게 자고 있었다.박수혁은 다가가서 커튼을 열었다. 환한 햇살이 방 안을 비추자 이한석이 드디어 눈을 번쩍 떴다.“대표님?”박수혁이 음침한 눈빛으로 안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지?”이한석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그게… 어제 입원 절차 마무리하고 계산하고 나오다가 만났어요. 그런데 그 남편이 밖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남유주 씨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이대로 보냈다가 인명사고라도 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대표님 병실로 데리고 들어왔죠.”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퇴원절차 마무리해. 지금 퇴원할 거야.”“대표님, 의사는 며칠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하고 술도 마시지 말라고 했어요.”이한석은 주절주절 의사의 당부를 전했지만 박수혁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하고 입을 다물었다.술을 안 마실 수는 없었다.태한그룹을 이끄는 박수혁 대표도 회식이나 미팅은 피해갈 수 없었다.나이든 꼰대들을 만날 때면 술은 필수였다.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짐을 싸서 회사로 돌아갔다.회사에 갈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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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2화 나쁜 사람들

남유준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10대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할아버지였어요. 그렇게 소중한 가족이 꼭 이 남자와 결혼하라고 하시는데 거절할 수 없었어요. 사실 이형욱은 돈 빼면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매너도 없고 인간성도 결여된 사람이죠.”“난 이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내가 이혼하면 혀 깨물고 자살한다고 하시더군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운명의 장난이었다.만약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사랑을 주지 않았더라면 협박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도망쳤을 것이다.아니, 처음부터 그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어릴 때 할아버지는 그녀를 극진하게 보살폈다.남유주는 가문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였다.부모도 없는 그녀가 아프기라도 하면 할아버지는 밤잠을 설치며 그녀를 돌봤다.그녀는 그런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하지만 가세가 기울면서 서서히 불행이 찾아왔다.할아버지는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임을 남유주에게 맡겼다.그리고 이형욱과 결혼하라고 강요했다.그녀는 식을 올리고 3개월 만에 도망쳤다.“경호원이 도주를 도왔어요. 내가 어릴 때부터 함께한 친구였거든요. 그 일로 그 경호원은 일자리를 잃었죠.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눈이 맞아 도망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륜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되었죠. 그러니 이형욱은 내가 얼마나 밉겠어요.”남유주가 담담히 말했다.햇살이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김하늘이 인상을 쓰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역시 남자들은 믿을 게 못 돼.”소은정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남유주가 웃으며 말했다.“다 그런 건 아니에요. 내가 운이 없었죠. 두 분은 결혼하고 행복하잖아요.”그녀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두분 인터뷰 봤어요. 그분이 남편분이시죠? 그날 은정 씨 데리러 오신 분.”“그날 온 사람은 정신과 전담의였어요. 그분이 남편을 대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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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3화 감사해요

남유주는 통증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적응한 걸지도 모른다. 부상당한 부위를 건드리지 않으면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익숙한 번호였다.“저녁에 집에 한번 오거라.”할아버지의 연락이었다.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그녀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귀국한 뒤로 그녀는 한 번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미웠다.그녀는 자신의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하지만 가족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그녀의 그런 불만을 철없는 어리광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자신들이 그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실제로 그녀가 이혼만 하지 않으면 그녀는 할아버지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었다.남유주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시던 할아버지가 이형욱 같은 쓰레기와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가라고 강요하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그 때문에 그녀는 인생이 망했다.흐느끼는 소리에 박수혁이 잠에서 깼다.하지만 그녀 본인은 느끼지 못했다.울다 지친 그녀가 이불을 걷었을 때, 자신을 빤히 바라보든 칠흑 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남자는 울어서 빨개진 그녀의 눈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한참 지난 뒤, 그는 시선을 거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인간 감옥 보내고 싶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이 정도의 도움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왜일까?소은정을 닮은 두 눈이 계속 슬픔을 담고 있는 게 마음이 걸려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저버렸던 소은정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까?그는 그녀가 안쓰러웠고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소은정은 이미 보상이 필요 없었다.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대신 보상해 주고 싶었다.이렇게 해서 편해질 수만 있다면.남유주의 눈에 생기가 잠시 돌아오나 싶더니 이내 어두워졌다.그녀는 힘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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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4화 그녀의 비밀

고개를 들고 소은정을 바라본 남유주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곡을 불렀다.무대 아래에서 우렁찬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유주는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순간의 그녀는 생기가 넘쳤다.며칠 전에 병원에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굴던 그녀와는 확연히 달랐다.소은정도 2층에서 열렬히 박수를 쳤다.잠시 후, 룸에서 나온 전동하가 그녀를 불렀다.“은정 씨도 들어와서 인사할래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전동하의 고객사 임원이면 SC그룹과도 업무적으로 인연이 있기에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었다.노래를 끝마친 남유주는 무대를 내려와서 소은정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위층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룸으로 들어갔겠다고 생각해서 직원을 불러 물었다.“정말 예쁜 여자분이 어느 룸 들어가는지 봤어?”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맨 마지막 룸이요. 사장님, 아는 분이세요?”남유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직원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갸웃했다.아까 들어가신 분은 연세가 좀 있어 보였는데?남유주는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도 아시다시피 이거 엄청 위험한 일입니다. 소은정이 사고를 당하면 그 집 사람들은 나부터 의심할 거라고요. 그럼 난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야 해요.”“게다가 박수혁군이 소은정 씨한테 일편단심이라고 들었어요. 둘이 이혼은 했지만 박 대표가 소은정에게 어떤 태도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 소은정 건드리면 나도 죽어요. 나도 살아야죠.”중년 남자의 야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유주는 흠칫 놀라며 자리에서 멈춰섰다.잠시 후, 중년 여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 충분한 돈을 줘서 해외로 도피하게 해줄 테니까. 가족들도 잘 보살펴 줄게. 평생 어디 가서 이 많은 돈을 벌겠어? 이건 마지막 기회야.”“그 계집애 결혼한 뒤로도 계속 수혁이 앞에 알짱거리니까 수혁이가 내 말도 안 듣잖아. 엄마로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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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5화 찰거머리

소은정은 그의 말을 듣고 점차 긴장을 풀고 말했다.“아이참, 점점 찰거머리가 되어간다니까요?”전동하가 얄미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강아지 키우고 싶지 않아요? 사모예드?”소은정은 그를 사촌오빠라고 거짓말했던 그날의 상황이 떠올라서 얼굴을 확 붉혔다.“그만하라니까요? 또 이 얘기하면 진짜 강아지 확 사버릴 거예요!”전동하가 웃으며 얼굴을 그녀의 가까이 들이밀었다.“잘 길러봐요. 멍….”그가 손끝으로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자 소은정은 마음이 간질거렸다.남자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사모예드라고 생각하고 매일 예뻐해 줘요.”사실 그는 강아지보다는 늑대에 가까웠다.물론 겉보기에는 풍채 좋고 늠름한 전 대표였다.남자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욕망의 불길이 치솟았다.조금 전까지 긴장됐던 마음이 그의 장난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은 상기된 얼굴로 바로 술집을 빠져 나갔다.소은정은 목까지 빨개져 있었다.남유주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그들이 언제 빠져나갔는지도 몰랐다.그녀는 가끔씩 맨 안쪽 룸 동태를 살폈다.대략 세 시간 뒤, 남녀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남유주는 떨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각진 이목구비를 가진 중년의 남자는 40대 좌우로 보였고 얼굴에 칼에 베인 흉터가 있어서 더 인상이 험악해 보였다.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의 뒤를 따르는 여자도 40대 좌우로 명품 옷에 액세서리를 걸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머리가 살짝 흐트러져 있고 얼굴도 빨갛게 상기된 상태였다.여자는 수시로 남자의 몸을 힐끔거리고 있었다.남유주는 화들짝 놀라며 급히 시선을 피했다. 두 사람이 클럽을 빠져 나간 뒤에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옆에 있던 경비원이 그 모습을 보고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사장님, 술집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요. 돈 많은 재벌 사모님들은 젊은 남자를 끼고 놀기 좋아하죠. 물론 아까 그 남자는 인상이 좀 험악하긴 했지만요.”남유주가 흠칫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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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6화 비밀 교환

남유주는 길게 심호흡했다.자신의 불만을 표현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그녀가 손녀 팔아 장사한다고 가족들을 비난했을 때, 이익을 취한 자들은 모두 이게 다 널 위한 거라고 말했다.그녀가 짜증스럽게 전화를 끊으려는데 할아버지의 기침이 더 심해졌다. 그러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유주야, 이 할애비가 그렇게 미워? 그래서 죽을 때까지 나 안 만날 거야?”그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고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말했다.“나한테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자꾸나. 설마 너 나 죽은 뒤에 우리 가문과 연을 끊고 살 건 아니지?”어떤 말이 그녀의 감정선을 자극한 건지, 남유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할아버지가 밉지만 그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괴로웠다.그녀는 감정을 들킬세라 서둘러 전화를 끊고 베란다에서 목놓아 울었다.그녀는 나약해서 반항조차 못하는 사람이었다.예쁘게 사랑만 받고 자란 여자는 강해질 기회가 없었다.그래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을 때, 싫다고 말할 용기조차 없었다.해외로 도망친 건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일탈이었다.이형욱과 결혼하고 그녀는 이 불행이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이형욱은 원래 바람기가 많고 빨리 질리는 인간이었다. 그의 바람 현장을 잡은 뒤로 두 사람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다.그녀는 그에게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욕했고 이형욱은 그녀를 거지새끼라고 욕했다.그 뒤로 이형욱은 성질을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심기가 뒤틀리면 그녀에게 손찌검을 했다.그녀가 도움 요청을 안 해봤을까?남유주는 여러 번 할아버지에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변호사 상담도 해봤다.하지만 모든 게 헛수고였다. 남씨 가문 사람들은 돈으로 사건을 덮었고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성격 좀 죽이고 참고 살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그녀가 해외로 도망가기 전날, 이형욱은 꽃병으로 그녀의 머리를 때렸다.그녀는 이대로 살다가 제 명에 못 살 것 같았다.그 뒤로 남씨 가문은 거액의 배상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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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7화 망신

그 순간 사무실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소름 끼치는 한기가 모든 걸 집어삼켰다.박수혁은 음산하게 굳은 얼굴로 시선을 떨구고 생각에 잠겼다.남유주는 입을 꾹 다물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박수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죠?”남유주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룸 안에 CCTV가 다 있어요. 확인해 보고 싶으시면 지금 보내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건 제가 돌아가서 삭제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는 이 자리에 협박을 하러 나온 게 아니에요. 박 대표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이건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왔어요.”“은정이한테 말했나요?”박수혁이 물었다.그가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여전히 소은정이었다.남유주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밤에 은정 씨와 남편분도 가게에 오셨어요. 최근에 안전에 유의하라고 일러주기는 했지만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박수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고개를 떨구었다.그는 당장이라도 사람 한 명 죽일 것 같은 음산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혼란스러웠다.여태 억눌렀던 분노와 깊은 실망감이 뒤엉켜 당장 폭발할 것 같았다.어머니라는 사람이 아들의 체면도 배려하지 않고 뒤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 누구든 쉽게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적막한 정적이 흐른 뒤, 박수혁은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CCTV는 사람을 보내 회수할게요.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물론이죠.”남유주는 흔쾌히 동의했다.“말은 잘 전달했으니 우리 사이의 빚은 이거로 퉁친 거로 하죠.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뒤돌아섰다.그녀가 문고리를 잡던 순간 박수혁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남유주 씨에게 선물을 하나 드리려고 해요.”남유주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어머니에 관한 이 비밀이 어떤 파문을 가져올지 그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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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8화 애정표현

남자는 감정을 억누르며 USB를 집어들었다.남유주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하지만 만약에 진짜라면?그는 주저하다가 그것을 컴퓨터에 연결했다.그리고 어제 일자로 영상을 검색했다.소은정과 전동하가 보이고 이민혜와 얼굴에 칼집 난 남자도 보였다.그리고 내부 영상으로 넘어갔다.그는 저도 모르게 그것을 클릭했다.이민혜가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소은정과 박수혁을 욕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그 남자가 이민혜의 몸을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보였다.“그냥 하나 더 낳으면 되지 않겠어요?”남자의 말에도 이민혜는 충격을 받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했다.아이를 더 낳는다라.하….박수혁은 USB를 뽑아 옆에 있던 재떨이를 들고 힘껏 내리쳤다.성인이 된 이후로 어머니라는 사람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그래도 어머니라고 처우해 준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낳은 생모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것 이외에 그녀에게서 받은 게 없었기에 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이번에 박수혁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그는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실망스럽기도 하고 하찮아서 웃음이 나왔다.애를 더 낳는다고?낯선 남자와 낳은 더러운 핏줄로 감히 태한그룹을 손에 넣겠다고?평생 이렇게 치욕적인 감정이 들기는 처음이었다.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허무하고 황당했다.그리고 역겨웠다.한편, 낯선 남자가 전동하의 차에 타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전동하는 감정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물었다.“박 대표가 보내서 왔어요?”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단 알겠습니다. 박 대표님께 감사인사를 전해주세요.”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차에서 내려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전동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박수혁이 직접 소은정을 찾아가지 않고 그에게로 사람을 보낸 건 조금 의외였다.생각에 잠긴 사이, 하이힐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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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9화 함정

남유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으니까 나가 봐.”남우신 어르신에게는 아들이 한명 있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났다.큰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르신이 방계에서 입적시킨 양아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핏줄이라고 남우신은 모든 것을 그에게 물려주었다.결국 남유주의 희생으로 재기에 성공했으나 이 모든 건 큰아버지란 사람을 위해 차린 밥상이었다.그 일로 예전에 그녀는 억울하고 분노했다.친손녀인데 어떻게 방계에서 데려온 양아들보다 대우가 못할까?그녀는 처음에 할아버지가 남존여비 사상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언젠가는 잘못을 깨닫고 자신에게 사과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뒤로 자신이 바라는 결과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생모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인 그녀는 남씨 가문에게는 수치스러운 존재일 테니 남우신이 가문을 그녀의 손에 맡길 리 만무했다.그녀는 이 큰아버지라는 사람보다도 못한 존재였다.며칠 밤잠을 설친 남유주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서 차갑게 큰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시죠?”“너 귀국한지가 언제인데 어떻게 집에 한 번을 안 올 수가 있어? 너 우릴 가족이라고 생각하긴 하니?”큰아버지는 그녀를 보자마자 비난을 퍼부었다.남유주는 말없이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큰아버지는 그녀가 찔려서 아무 말도 못하는 줄 알고 더 신나서 떠들었다.“지금 네 모습을 좀 봐. 집이 있는데 돌아가지도 않고 남편은 밖에서 술만 퍼마시고. 너 남편 생각은 안 해? 이형욱 사생아가 곧 태어난다더라. 너는 수치심도 없어?”“내가 너라면 차라리 해외에서 죽고 안 돌아왔어. 무슨 낯짝으로 여길 돌아와? 너라는 존재 자체가 남씨 가문의 수치야. 이제 어떡해? 이형욱 불륜녀가 아들이라도 낳으면 우리 가문을 거들떠보기라도 할까?”큰아버지는 씩씩거리며 남유주를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남유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환각이 생긴 것처럼 그가 입모양을 벙긋거리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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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0화 유언장

남유주는 아까 그들이 복도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갑자기 표정을 바꾼 큰어머니가 가증스럽게 보였다.역시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남유주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뵈러 왔어요.”“할아버지는 안에 계셔. 조금 전에 의식을 찾았는데 널 많이 그리워하셨어. 넌 집 나가서 3년 동안 어떻게 연락 한번을 안 해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큰어머니가 주절주절 떠들자 남유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바로 병실로 향했다.“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차갑지도 그렇다고 친근하지도 않은 태도에 큰어머니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영감님도 돌아가실 마당에 쟤가 뭘 할 수 있다고. 당장 이형욱한테 연락해서 쟤 데려가라고 해요. 마침 다음 프로젝트에 관해 의논도 할겸.”다른 친척들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에는 세 사람이 지키고 있었는데 두 명은 남유주도 모르는 사람이고 나머지 한 명은 큰아버지였다.진한 소독약냄새가 코를 찔러서 숨이 막혀왔다.그녀를 본 세 사람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큰아버지는 굳은 표정으로 남우신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남유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창백한 얼굴에 앙상하게 뼈만 남은 노인을 바라보았다.바이탈 기계가 불규칙한 그래프를 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병실 온도가 차가웠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큰아버지는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꾹 참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떻게 이제야 나타나니? 양심도 없는 년. 할아버지가 널 얼마나 예뻐하셨는데.”남유주는 무표정하게 서서 다가가지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눈동자가 차가우리만치 고요했다.잠시 후, 병상의 노인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큰아버지가 다급히 허리를 숙이며 노인을 불렀다.“아버지, 정신이 좀 드세요? 지금 의사 부를게요.”남우신 노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노인은 떨리는 손을 남유주를 향해 뻗었다.다가오라는 뜻이었다.남은 두 사람도 약간 착잡한 표정으로 남유주를 바라보았다.큰아버지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를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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