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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3화 감사해요

남유주는 통증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적응한 걸지도 모른다. 부상당한 부위를 건드리지 않으면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익숙한 번호였다.

“저녁에 집에 한번 오거라.”

할아버지의 연락이었다.

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녀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귀국한 뒤로 그녀는 한 번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미웠다.

그녀는 자신의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의 그런 불만을 철없는 어리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녀가 이혼만 하지 않으면 그녀는 할아버지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었다.

남유주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시던 할아버지가 이형욱 같은 쓰레기와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가라고 강요하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인생이 망했다.

흐느끼는 소리에 박수혁이 잠에서 깼다.

하지만 그녀 본인은 느끼지 못했다.

울다 지친 그녀가 이불을 걷었을 때, 자신을 빤히 바라보든 칠흑 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남자는 울어서 빨개진 그녀의 눈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한참 지난 뒤, 그는 시선을 거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인간 감옥 보내고 싶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

이 정도의 도움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왜일까?

소은정을 닮은 두 눈이 계속 슬픔을 담고 있는 게 마음이 걸려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저버렸던 소은정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까?

그는 그녀가 안쓰러웠고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소은정은 이미 보상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대신 보상해 주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편해질 수만 있다면.

남유주의 눈에 생기가 잠시 돌아오나 싶더니 이내 어두워졌다.

그녀는 힘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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