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욱은 전형적인 약강강약인 사람이다. 그는 자기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굽실거렸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는 횡포를 부리는 성격이다. 그는 남유주에게 착하게 대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면모를 드러냈다. 때리거나 욕설을 퍼붓기 일쑤였다.이형욱은 이중인격이다.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차 문을 잠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형욱은 분노에 못 이겨 차 문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울그락 푸르락한 얼굴로 사납게 남유주를 노려보았다.이형욱의 눈길에 그녀는 오한을 느끼며 머리털까지 삐쭉 섰다.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통증이 그녀의 머리로 전해왔다. 당황스러움과 굴욕감이 동시에 밀려와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그녀는 이형욱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손을 덜덜 떨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이형욱은 물불 가리지 않고 앞을 가로막으며 보닛을 내리쳤다."차에서 내려, 당장 내려! 내 말 안 들려? 이 여편네야, 지금 당장 안 내리면 너 죽여버린다!"차는 시동이 걸렸다. 남유주의 창백한 얼굴로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그녀의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줄줄 흘렀다. 남유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꺼져, 꺼져..."할아버지가 죽은 지금 그녀는 이형욱의 폭력과 욕설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다.그동안 폭력을 당해도 감히 경찰에게 신고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 이형욱과 시시비비를 따질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무런 준비도 못 한 상태로 갑작스레 이형욱을 만나게 되자 그녀는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다.두려움, 음산함, 섬뜩함이 그녀를 뒤덮었다. 그녀를 당장이라도 나락으로 밀어버릴 것 같았다.그녀가 망설이는 사이, 이형욱은 그녀의 두려움과 소심함을 눈치 챘다.다시 차 문으로 향하는 이형욱을 바라보며 남유주는 발을 엑셀 위에 올려놓았다."죽어... 죽여버릴 거야...."이형욱을 저주하는 듯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어쩌면 용기를 내기 위해 주문을 거는 것일 수도 있었다.'밟아, 밟으면 넌 해방이야.'그녀는 결심했
박수혁의 얼굴이 구겨지자 이한석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대표님, 도대체 어떤 비밀인데 남유주 씨 손에 휘둘리는 겁니까? 그 정도로 중요한 비밀입니까?"박수혁의 얼굴이 침울해졌다.이한석은 박수혁이 직접 처리하기 불편하거나 애매한 일을 대신 처리했다. 비밀의 중요성에 따라 해결 방법도 달라졌다.박수혁은 이한석을 노려보며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의 입은 굳게 닫혔다.시선을 책상으로 돌린 박수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유주 씨가 어떤 상황인지 가서 살펴봐."박수혁은 이한석에게 지시했다.그는 결국 남유주를 도와주기로 했다.이한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수혁은 멍한 시선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둡게 깔린 박수혁의 눈빛이 분노로 일렁거렸다.'협박하다니? 내가 그 여자를 너무 얕봤어!"경찰은 이미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경찰들이 차에서 내렸고 다이 그룹의 사람들이 병원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어르신 장례식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던 집안에서, 이젠 손녀까지 사고를 쳤다.큰아버지는 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남유주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미쳤구나, 네 남편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큰어머니도 분한 듯 그녀에게 화냈다."네가 두 회사의 협업을 망쳤어! 하필이면 서명을 해야 할 때 이런 사고를 치다니! 가뜩이나 재정상황도 안 좋은데, 이젠 어떡할 거니?" "너 정말 미쳤구나. 왜 외국에서 죽지 않고 돌아왔니? ""우리 집안에 어떻게 이런 살인범이...""이 대표 어떤 상태인지 얼른 알아봐.""같이 살면서 안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까짓 일로 사람을 죽인다는 게 말이 되니? 미친 게 아니고서야..."수많은 욕설과 비난이 그녀의 귀에 꽂혔다.충격과 당황에 휩싸인 그녀는 어느 순간 평온함과 황홀함을 느꼈다.마치 차 밖과 차 안이 두 개의 시공간으로 나뉜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이형욱은 죽어도 싼 인간이야.'이형욱이 다가오는 그 순간, 그녀는 참을
박수혁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소위 말하는 체면이나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는 자기의 기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남유주는 바짝 굳어있었다.박수혁은 무심하게 담배연기를 내뱉었다.차 안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박수혁의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짧은 웃음소리는 커다란 돌덩이처럼 그녀의 가슴을 심하게 내리쳤다.쿵쿵 뛰어대는 심장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 것 같았다.아랫입술을 꽉 깨문 그녀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미안해요."그녀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이 사과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별 볼일 없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오후에 진짜 궁지에 몰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혀서 어쩔 수 없었어요. 마침 이 비서님께서 연락을 해 오셔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대표님을 언급했어요.진짜 미안해요. 협박할 생각은 없었어요. 진심으로 미안해요."남유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에 가까운 듯 속삭임였다.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박수혁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하려 했다.하지만 차 안이 협소하다는 걸 인지 못한 탓인지 벌떡 일어선 그녀는 머리를 쿵 하고 부딪쳤다.고통스러운 듯 한숨을 들이쉬며 얼굴을 구겼다.머리를 감싸 쥐기 위해 움직인 그녀는 얼떨결에 앞으로 고꾸라졌다.우디향이 그녀의 코로 흠칫 스며들었다. 바짝 긴장한 남유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박수혁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밀어냈다. 마치 혐오스러운 물건이 자기에게 닿은 것 마냥 그녀를 떼어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민망한 분위기에 그녀가 급히 말했다."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녀는 종일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박수혁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주 씨랑 친하지 않은 거로 아는데,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그리고 비밀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뭔지 알아요? 비밀은 죽은 사람이 가장 잘 지키는 거예요. 살아있는 상태로 비밀을 지키는 게 어렵다면 제가 도와
운전기사가 대답하기 전에 박수혁이 귀찮은 듯 재촉했다."여기 차 안 잡히니까 그냥 타요. 강도들이 있긴 한데, 살인범에서 피해자로 신분 전환하기 싫으면 그냥 타요."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남유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차 안으로 들어갔다.차 안의 담배 냄새는 진작에 사라졌다.박수혁에게서 풍기는 우디향만 느껴졌다.박수혁은 아이패드를 들어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차가운 표정과 담담한 눈빛은 그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더 이상 캐묻거나 따지지 않는 박수혁 덕분에 그녀는 아까보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아무 소리도 오가지 않는 고요한 적막감에 박수혁은 들고 있던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눈썹을 문지르며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이렇게 나온 건 일시적으로 보석해 준 거에요. 나중에 경찰이 협조를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좋을 거예요. 경찰서에 출두할 때면 변호사 동행하게 할 테니까 안심해요. 이따가 이 비서한테 변호사 연락처 넘기라고 할게요. 필요한 얘기는 변호사한테 해요." 마음이 답답해진 그녀가 답했다. "네, 고마워요.""고맙다, 미안하다 이 두 마디 말밖에 할 줄 몰라요?"박수혁이 덤덤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에 남유주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운전기사도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를 힐끗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운전에 집중했다.잠시 고민하던 남유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고마워하지 않는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영민한 것 같기도 하고, 어리석은 것 같기도 한 그녀 때문에 결국 박수혁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으로 아이패드 스크린을 톡톡 건드렸다.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 사람을 친 거예요?"'그동안 잘만 참다가, 곧 벗어날 수 있는 지금 왜 이런 일을 저질렀냐고 묻는 건가?'남유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도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잠깐 정신이 나가 그런 짓을 한
남유주는 여자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저희는 여 직원 구하지 않아요. 다른 곳 알아봐요."비위를 맞추려는 듯 여자가 황급히 말했다. "사장님, 저도 술 많이 팔 수 있어요. 그냥 인센티브 같은 거 조금 주면 등록비에 보탤 수 있어요. 게다가 이 정도면 얼굴도 나쁘지 않잖아요. 손님들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남유주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깨가 드러난 크롭 티는 그녀의 허리 라인과 어깨 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게다가 등 부분도 파여 있었다.남유주는 여자에 대한 평가를 진작에 끝냈다.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여긴 그냥 평범한 와인 바예요. 전부 단골손님이라 특별한 서비스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요."비록 평범한 와인바라 수입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모든 손님들이 끈적한 술집 분위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기에 남유주는 굳이 이곳의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조용한 와인바에서 사업이나 학술 논의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부자 손님들도 많아 굳이 다른 영업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남유주의 말에 여자는 달갑지 않은 얼굴로 남유주를 한 번 째려보았다. 남유주가 단호하게 말한 덕분에 성질을 부려봤자 일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하, 평범한 와인바는 무슨, 오히려 그쪽이 여기에서 거물 하나 낚아보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그래서 같은 여자를 직원으로 안 쓰는 거 아니에요? 경쟁자 없이 자기 마음 대로 호구들을 낚을 수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여자는 남유주를 째려보더니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몸을 홱 돌려 나가버렸다.바텐더는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까 이렇게 예의 없이 굴지 않았는데..."남유주는 덤덤한 얼굴로 바텐더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여 직원 있으면 취객들이 문제 일으킬 거예요. 우린 그런 불상사를 미리 피하는 거고요."게다가 그녀를 굳이 술집 아가씨로 몰아붙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도 사실 와인바를 하기 전부터 여 직원이 매출에 얼마나 큰 영향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난 괜찮아요. 둘이 거기 살면서부터 말도 되게 잘 듣는 거 같아요. 심지어 무단결석도 안 하고, 숙제도 잘 하고, 지혁이가 오빠 형 노릇을 제대로 하나 봐요."전동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혁이는 원래 우수했잖아요, 애들이 따라배운 것 같아요."전동하는 그녀의 코트를 챙겨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양팔을 벌렸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그녀에게 코트를 걸쳐주고 머리를 묶어주었다. 느리고 따뜻한 손길이 극에 달했다.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귀 뒤쪽을 스치자 짜릿한 전율이 일어났다.그녀의 귀 끝은 예민하게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얼굴은 변함없었다.그러나 그녀의 작은 변화도 알아차린 전동하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그는 그녀의 붉은 귓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을 하는데, 얼굴이 빨개졌어요?"그의 농담 섞인 말 한마디에 소은정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그녀가 정말 이상한 생각을 한 것처럼.먼저 그녀를 애태우게 만든 건 전동하였다.하지만 쩔쩔매고 있는 건 또 소은정이었다.소은정은 몸을 홱 돌려 그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당신 생각한 건 아니에요."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 전동하를 바라보던 소은정은 몸을 홱 돌렸다. 그녀가 막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전동하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강제로 몸이 돌려진 그녀였고 두 사람은 숨결마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닿아있었다. 똑같은 바디워시와 샴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서로의 숨결이 오갔고 칠흑 같은 어둠은 둘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다시 말해봐요, 누굴 생각한 건데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며 플로팅과 약간의 경고가 뒤섞여 있었다.그의 단단한 가슴에 닿은 소은정은 두 손을 그의 목덜미에 천천히 감았다. 마치 바람처럼 그의 세계에 스며들었다.맑고 청아한 그녀의 눈빛과 심연에 가까운 그의 눈빛은 서로를 탐닉했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소은정이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전동하를
"무슨 얘기요?" 소은정은 전동하의 몸에 기대며 물었다. 전동하는 휘청거렸다.전동하는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기대도록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다."새봄이 소원에 대해 얘기하려고요."새봄이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새봄이 소원, 세상을 구하는 거 아니에요?"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전동하는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소은정이 신발을 갈아 신으려 고개를 숙이자 전동하는 그녀의 슬리퍼를 앞에 놓아주며 입을 열었다."바꿨어요.""바뀌었다고요?""음, 새봄이가 동생들을 원했던 것 같은데?"전동하의 눈빛이 부드럽지만 끈적하게 변했다.소은정은 그와 함께 침대에서 굴렀다.전동하는 미처 그녀에게 약을 먹이는 걸 까먹었다.........다음날.나른하게 잠에서 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전동하는 정장 차림으로 부엌에서 에그프라이를 만들고 있었다.새봄이와 준서는 소씨 저택으로 갔다. 이모님도 아이들과 함께 간 탓에 이곳에는 둘밖에 없었다."일어났어요?"그녀가 부엌으로 들어오자 전동하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소은정은 헐렁한 잠옷을 입고 어깨를 반쯤 드러낸 채 식탁으로 걸어갔다.식탁에 앉아 따뜻한 물을 두 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 그녀가 말했다."오늘은 쉬는 날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주말이라 중요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뤄도 되었다.전동하는 웃으며 에그프라이를 그녀의 앞에 놓고 후추를 뿌렸다."오늘 조우태 선생님 만나러 가야 해요."소은정의 얼굴은 서서히 어두워졌다.그녀는 조우태의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그는 전문적이었고 능력도 뛰어났다.다만 의사와 환자로 만나는 건 이상하리만큼 거부감이 들었다.전동하가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게 말했다."당신 상태가 계속 이렇게 좋으면 이젠 약 끊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당신이랑 만나보고 결정 내리겠대요." 소은정은 눈을 크게 뜨고 기뻐서 웃었다."좋아요!"한 시간 뒤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소은정이 운전하려 하자 전동하가
소은정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두 사람은 웃음을 동시에 터트렸다.전동하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남편을 차로 치어 죽이려 한 게 뭐가 재밌다고 이렇게 환하게 웃어?'이해되지 않았다.전동하는 그녀가 남유주에게 나쁜 물이 들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헛기침을 하며 주제를 전환했다."하늘 씨도 있지 않아요? 이따가 하늘 씨랑 촬영장에 가서 구경 할까요?"소은정은 잠자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재미없어요. 안 갈게요."촬영장 따위로 그녀를 유혹할 수 없었다.남유주가 내릴 층에 도착했고 그녀는 소은정과 작별 인사를 정중하게 했다.소은정은 손을 흔들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줘요. 눈치 보지 말고, 알겠죠?""네, 고마워요."남유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은정은 눈을 게슴츠레 뜬 전동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마음이 불편했다.전동하는 단 한 번도 그녀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끼어들지 않았었다."오늘 갑자기 왜 이래요?""남유주라는 사람, 자기 남편 죽이려 한 사실을 왜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하는 거예요?"전동하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물이 잘못 들까 봐 걱정되어요."소은정은 입을 삐쭉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전동하의 어깨에 기대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트렸다."왜 이렇게 귀여워요, 설마 내가 동하 씨를 차로 치기라도 할까 봐요?"전동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녀를 한 번 흘겨보았다."허튼소리 하지 마요."소은정은 충분히 웃고 나서야 남유주의 진짜 속 사정을 알려줬다.전동하는 아까보다 안색이 훨씬 좋아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주 씨가 불쌍하지 않아요?""아니요."전동하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소은정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김하늘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샤부샤부가 먼저 도착했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