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난 괜찮아요. 둘이 거기 살면서부터 말도 되게 잘 듣는 거 같아요. 심지어 무단결석도 안 하고, 숙제도 잘 하고, 지혁이가 오빠 형 노릇을 제대로 하나 봐요."전동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혁이는 원래 우수했잖아요, 애들이 따라배운 것 같아요."전동하는 그녀의 코트를 챙겨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양팔을 벌렸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그녀에게 코트를 걸쳐주고 머리를 묶어주었다. 느리고 따뜻한 손길이 극에 달했다.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귀 뒤쪽을 스치자 짜릿한 전율이 일어났다.그녀의 귀 끝은 예민하게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얼굴은 변함없었다.그러나 그녀의 작은 변화도 알아차린 전동하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그는 그녀의 붉은 귓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을 하는데, 얼굴이 빨개졌어요?"그의 농담 섞인 말 한마디에 소은정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그녀가 정말 이상한 생각을 한 것처럼.먼저 그녀를 애태우게 만든 건 전동하였다.하지만 쩔쩔매고 있는 건 또 소은정이었다.소은정은 몸을 홱 돌려 그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당신 생각한 건 아니에요."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 전동하를 바라보던 소은정은 몸을 홱 돌렸다. 그녀가 막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전동하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강제로 몸이 돌려진 그녀였고 두 사람은 숨결마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닿아있었다. 똑같은 바디워시와 샴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서로의 숨결이 오갔고 칠흑 같은 어둠은 둘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다시 말해봐요, 누굴 생각한 건데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며 플로팅과 약간의 경고가 뒤섞여 있었다.그의 단단한 가슴에 닿은 소은정은 두 손을 그의 목덜미에 천천히 감았다. 마치 바람처럼 그의 세계에 스며들었다.맑고 청아한 그녀의 눈빛과 심연에 가까운 그의 눈빛은 서로를 탐닉했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소은정이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전동하를
"무슨 얘기요?" 소은정은 전동하의 몸에 기대며 물었다. 전동하는 휘청거렸다.전동하는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기대도록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다."새봄이 소원에 대해 얘기하려고요."새봄이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새봄이 소원, 세상을 구하는 거 아니에요?"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전동하는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소은정이 신발을 갈아 신으려 고개를 숙이자 전동하는 그녀의 슬리퍼를 앞에 놓아주며 입을 열었다."바꿨어요.""바뀌었다고요?""음, 새봄이가 동생들을 원했던 것 같은데?"전동하의 눈빛이 부드럽지만 끈적하게 변했다.소은정은 그와 함께 침대에서 굴렀다.전동하는 미처 그녀에게 약을 먹이는 걸 까먹었다.........다음날.나른하게 잠에서 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전동하는 정장 차림으로 부엌에서 에그프라이를 만들고 있었다.새봄이와 준서는 소씨 저택으로 갔다. 이모님도 아이들과 함께 간 탓에 이곳에는 둘밖에 없었다."일어났어요?"그녀가 부엌으로 들어오자 전동하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소은정은 헐렁한 잠옷을 입고 어깨를 반쯤 드러낸 채 식탁으로 걸어갔다.식탁에 앉아 따뜻한 물을 두 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 그녀가 말했다."오늘은 쉬는 날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주말이라 중요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뤄도 되었다.전동하는 웃으며 에그프라이를 그녀의 앞에 놓고 후추를 뿌렸다."오늘 조우태 선생님 만나러 가야 해요."소은정의 얼굴은 서서히 어두워졌다.그녀는 조우태의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그는 전문적이었고 능력도 뛰어났다.다만 의사와 환자로 만나는 건 이상하리만큼 거부감이 들었다.전동하가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게 말했다."당신 상태가 계속 이렇게 좋으면 이젠 약 끊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당신이랑 만나보고 결정 내리겠대요." 소은정은 눈을 크게 뜨고 기뻐서 웃었다."좋아요!"한 시간 뒤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소은정이 운전하려 하자 전동하가
소은정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두 사람은 웃음을 동시에 터트렸다.전동하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남편을 차로 치어 죽이려 한 게 뭐가 재밌다고 이렇게 환하게 웃어?'이해되지 않았다.전동하는 그녀가 남유주에게 나쁜 물이 들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헛기침을 하며 주제를 전환했다."하늘 씨도 있지 않아요? 이따가 하늘 씨랑 촬영장에 가서 구경 할까요?"소은정은 잠자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재미없어요. 안 갈게요."촬영장 따위로 그녀를 유혹할 수 없었다.남유주가 내릴 층에 도착했고 그녀는 소은정과 작별 인사를 정중하게 했다.소은정은 손을 흔들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줘요. 눈치 보지 말고, 알겠죠?""네, 고마워요."남유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은정은 눈을 게슴츠레 뜬 전동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마음이 불편했다.전동하는 단 한 번도 그녀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끼어들지 않았었다."오늘 갑자기 왜 이래요?""남유주라는 사람, 자기 남편 죽이려 한 사실을 왜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하는 거예요?"전동하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물이 잘못 들까 봐 걱정되어요."소은정은 입을 삐쭉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전동하의 어깨에 기대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트렸다."왜 이렇게 귀여워요, 설마 내가 동하 씨를 차로 치기라도 할까 봐요?"전동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녀를 한 번 흘겨보았다."허튼소리 하지 마요."소은정은 충분히 웃고 나서야 남유주의 진짜 속 사정을 알려줬다.전동하는 아까보다 안색이 훨씬 좋아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주 씨가 불쌍하지 않아요?""아니요."전동하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소은정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김하늘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샤부샤부가 먼저 도착했어. 내
남유주의 큰엄마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누가 아니래요? 그 계집애 어릴 때부터 어찌나 계산이 빠르던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간 것 좀 봐요. 할아버지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간 것 좀 봐요. 이렇게 효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애, 저희도 없는 게 나아요! 생각할수록 열받네요. 우리 남편이랑 내 자식도 아닌데, 때려서 교육하지도 못해, 그렇다고 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애를 며느리로 맞이했으니 정말 고생이 많으세요!"조혜미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애초부터 얼굴이 예쁘장해서 동의한 건데, 사생활이 이렇게 방탕할 줄이야, 집안 망신은 그 애 혼자 다 시키네요!" 둘은 함께 남유주의 험담을 했다."예, 예. 다행히 형욱이가 아무 일이 없어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유주를 찾아가 직접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저희 가문들끼리 사이가 얼마나 좋았습니까, 남유주 하나 때문에 관계가 틀어질 수 있겠습니까?"조혜미는 남유주와 변호사가 함께 걸오는 걸 발견했다.남유주의 큰어마는 그녀가 조상에게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남유주를 노려보았다."여기 올 낯짝이 있어? 네가 저지른 일을 좀 봐라. 우리가 네가 저지른 일을 수습해야겠어?"남유주는 힐끗 그녀를 쳐다본 뒤 텅 빈 목소리로 무심하게 말했다."누굴 위해 그런 건지 큰엄마가 가장 제일 알고 있겠죠. 전 부탁하지 않았어요."큰엄마는 숨을 헙 들이쉬었다. 착하기만 하던 남유주가 감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기 체면을 깎을 줄 몰랐다.조혜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네가 감히 내 아들을 저주해?"조혜미는 남유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얼굴이 예쁘고 출신도 좋은 며느리를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없어서 줄곧 못마땅하게 여겼다. 남유주는 결혼 후 시어머니에게 비위를 맞추러 간 적도 없었다. 이형욱의 말도 잘 듣지 않았다. 나중에 경호원과 몰래 도피했다는 소문까지 퍼져 그들의 체면만 더욱 구겼다.남유주는 담담하게 조혜
담담하게 서 있는 남유주의 두 눈은 무정함으로 거리감이 가득했다."과거에 나랑 싸워서 경찰서까지 갔을 때도, 부부라는 명의로 나랑 화해했잖아? 왜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다고 억울해?"참지 못하고 입을 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냉담과 비꼬임이 가득했다.과거의 폭력들이 눈에 선하다.그녀가 경찰한테 달려가 도움을 청하고, 변호사를 찾아갔을 때, 모두가 그녀한테 준 답변은 가정 내 갈등이라 잘 의논하여 해결하라는 것이었고 결국 이형욱의 집안일이라는 몇 마디로 모든 사람들이 손을 털고 가버렸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자신이 피해자가 되니, 억울하다며 터무니없이 굴다니?이형욱은 눈썹을 곤두세우고 이목구비를 일그러뜨리며 그녀를 꾸짖었다."너 맞을 짓 했잖아? 넌 맞아도 싸, 그러고 숨은 쉴 수 있게끔 했잖아? 죽지 않은 걸 나한테 감사해야지."옆에서 형세가 곧 걷잡을 수 없게 될 거라는 걸 짐작한 임호중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법적 규정상 두 분은 부부이기 때문에, 확실히 이렇게 많은 돈을 배상할 필요는 없거든요. 설령 크게 모순이 생긴다고 해도 100만 원 정도 위자료만 내고 조율을 우선으로 하죠. 어쨌든 부부니까 앞으로도 잘 살아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개소리하고 있네!"화가 난 이형욱이 컵을 던졌다."조율은 무슨, 이혼할 거라고. 이년, 누가 원하는 사람 가져가라고 해, 아무튼 난 싫어. 이년이랑 결혼하고부터 재수 없어 죽겠어. 그러니까 이혼할 거고 돈 배상하라고 해!"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이형욱이 히스테리적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임호중은 눈빛을 번뜩이며 남유주를 힐끗 보았다."남유주 씨, 이혼에 동의하세요? 만약 이혼한다면 아무런 것도 챙기지 못할 건데요."남유주는 이형욱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아니요"그녀는 턱을 약간 치켜들었는데 약간의 도도함과 오만함이 내비쳤다."이혼 안 할 거고요, 결혼 후 공동 재산, 나 꼭 챙길 거라고요."그렇게 말하면서 걸어서 입구 쪽으로 갔다.이형욱이 바락바락 악을 쓰며 소리쳤
남유주는 분명 휴지통에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했다.회의 중인 박수혁의 휴대폰이 두 번 울렸다.각 부문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 정도라 그는 사실 기분이 괜찮았었다.하지만 문자를 보는 순간, 화가 난 박수혁은 얼굴빛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헉.뒷부분의 말은 그를 비꼬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거지?은혜를 원수로 갚는 여인, 딱 보면 좋은 사람은 아니지!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회의실 안의 온도도 따라서 떨어진 것 같다.박수혁의 정서 변화가 너무 빠르다. 보고하고 있던 사람도 덩달아 조심조심하게 되면서 어떻게 마무리를 지었는지도 모를 정도다.오후, 소은정과 전동하는 김하늘을 데리고 남자 모델 공연을 보러 갔다.흥분한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던 김하늘은 병상에 누워있는 소은해를 내팽개치고 옷을 갈아입고는 따라서 뛰쳐나갔다.전동하는 친절하게 소은해를 위해 간병인을 구해왔고 떠나기 전에 도련님을 잘 보살펴 달라고 당부했다.간병인들은 이 정도로 해주는 매부라면 진짜 최고의 매부이고 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유독 소은해만이 스스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뿐 속으로는 미워서 이가 근질근질한데, 하필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하지만 이번 일로 그는 앞으로 소은정 옆에는 전동하 외에 다른 이성이 나타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이 남자는 보기에는 온화하고 너그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늘구멍보다도 속이 좁다!게다가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는 스타일!그는 여동생이 마음 아팠고 더욱이 자신이 마음 아팠다!가장 미운 것은 양심 없는 김하늘이었다!소은정네가 돌아와서 병원으로 데려갔고 김하늘은 손을 흔들며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저녁, 와인바.남유주가 바에 앉아 자신을 위해 칵테일을 만드는데 입에 넣으니 맛이 시고 떫고 맵지만 뒷맛은 그래도 순수하고 달았다.술을 삼키려는 순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들어오는 남녀를 보고 그녀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칼자국 얼굴남의 시선이 스쳐올 무렵,
위층에서 한바탕 관계를 가진 뒤.이민혜는 표정은 흐리멍덩하나 얼굴은 더더욱 붉고 윤기가 흘러넘친다. 그녀는 남자의 품을 파고들었으며 목소리마저도 훨씬 요염하게 변했다.“자기, 나한테 약속한 거, 아직 못했는데.”관계 후 담배를 피우던 남자의 가슴에서 함박웃음이 들려왔다.“옆에 있는 사람, 너무 대단해서 전혀 기회를 찾지 못했어. 한번 뒤를 밟도록 사람을 붙였는데 잡혀서 한바탕 뚜들겨맞기까지 했거든. 게다가 경찰서로 보내졌고.”곧 정신을 차린 이민혜는 냉정하게 옷을 입기 시작했다.남자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냉정하게 대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할게.”이민혜가 그를 뿌리쳤다.“대체 어떻게 한다고?”“나는 접근하지 못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잖아!”남자는 음흉한 안색으로 그녀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와, 약간 상스러운 듯이 그녀의 얼굴에 토해졌다.이민혜는 살짝 어안이 벙벙해졌다.“걱정 마. 내 말만 들으면, 이 일, 감쪽같이 할 수 있다니까.”남자가 그녀를 달래며 웃으면서 말했다.이민혜는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또다시 스킨십을 하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방을 나섰다.이때 남유주가 두 사람을 발견하는데 온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박수혁에게 말했다. “나왔어요.”박수혁은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처럼 눈도 쳐들지 않았다. 그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곳에 있었기에 둘 다 이쪽은 아무도 못 봤던 것이다.그는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다만 컵을 잡은 손가락을 약간 움츠렸을 뿐.두 사람이 문을 나섰다. 바람이 불어왔다.이민혜가 작별을 고하기도 전에, 눈앞에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두 사람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칼자국 얼굴남이 순간적으로 긴장을 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걸 파악한 그는 고개를 돌려 와인바로 다시 들어갔다가 혼란한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 벌써 사람
히스테리를 부리며 그를 욕하는 이민혜는 손이 떨렸다.어쩌면 자신의 허탈함을 감추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몇 년 동안 쌓인 원한을 더 이상 참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눈에 원한을 품고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채 그를 바라보고 있다.“나를 잡아오라고 네가 시킨 거니? 그 사람은?”그녀의 눈에는 당황함이 스쳐지나갔다.와인바 앞에서 기다렸다는 것은 박수혁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넌 어떻게 알게 된 거야?”박수혁은 그녀를 노려보다가 눈꼬리가 약간 붉어졌다. 그는 나약함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경계심이 쉽게 무너져버리니까.그는 손에 이미 온도가 없어진 그 뼈를 꽉 쥐면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갑자기 그녀의 몸에 물건을 던지는데 무언가에 갈린듯이 목소리가 거칠다. “여기요, 그 사람 여기 있어요.”그 사람의 뼈를 보던 이민혜가 깜짝 놀라면서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넘어졌고 놀라운 눈빛으로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았다.“너......”박수혁의 눈빛은 마치도 거친 바다에 한 점의 파도가 없듯이 잔잔하다. 그러나 사실 그 밑에 오히려 거센 파도를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를 우습게 쳐다보는 박수혁의 입가에는 위험하고 냉혹한 웃음기가 걸려있었고 눈은선홍색이 빛이 비껴있다.“어머니, 어머니가 하신 일들을 보십시오. 존중할 만한 일들입니까? 그 사람 무척이나 챙기시네요? 죽었다면 대신 복수라도 하게요?”이민혜는 온몸이 떨리며 오한이 났다.두려움이 온몸으로 번져, 그녀의 뼈 사이로 파고들었으며 마치 독사가 죽도록 그녀의 숨통을 쥐어짜는 것 같았다.“너 이놈의 새끼, 나 네 엄마야. 네가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그녀는 온 힘을 다해 울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박수혁의 얼굴과 몸을 때렸다. 그러고 직성이 풀리지 않아 옆에 있는 물건을 집어 박수혁의 몸에 내리쳤다.박수혁의 차가운 얼굴에 상처가 나고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느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