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를 부리며 그를 욕하는 이민혜는 손이 떨렸다.어쩌면 자신의 허탈함을 감추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몇 년 동안 쌓인 원한을 더 이상 참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눈에 원한을 품고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채 그를 바라보고 있다.“나를 잡아오라고 네가 시킨 거니? 그 사람은?”그녀의 눈에는 당황함이 스쳐지나갔다.와인바 앞에서 기다렸다는 것은 박수혁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넌 어떻게 알게 된 거야?”박수혁은 그녀를 노려보다가 눈꼬리가 약간 붉어졌다. 그는 나약함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경계심이 쉽게 무너져버리니까.그는 손에 이미 온도가 없어진 그 뼈를 꽉 쥐면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갑자기 그녀의 몸에 물건을 던지는데 무언가에 갈린듯이 목소리가 거칠다. “여기요, 그 사람 여기 있어요.”그 사람의 뼈를 보던 이민혜가 깜짝 놀라면서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넘어졌고 놀라운 눈빛으로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았다.“너......”박수혁의 눈빛은 마치도 거친 바다에 한 점의 파도가 없듯이 잔잔하다. 그러나 사실 그 밑에 오히려 거센 파도를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를 우습게 쳐다보는 박수혁의 입가에는 위험하고 냉혹한 웃음기가 걸려있었고 눈은선홍색이 빛이 비껴있다.“어머니, 어머니가 하신 일들을 보십시오. 존중할 만한 일들입니까? 그 사람 무척이나 챙기시네요? 죽었다면 대신 복수라도 하게요?”이민혜는 온몸이 떨리며 오한이 났다.두려움이 온몸으로 번져, 그녀의 뼈 사이로 파고들었으며 마치 독사가 죽도록 그녀의 숨통을 쥐어짜는 것 같았다.“너 이놈의 새끼, 나 네 엄마야. 네가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그녀는 온 힘을 다해 울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박수혁의 얼굴과 몸을 때렸다. 그러고 직성이 풀리지 않아 옆에 있는 물건을 집어 박수혁의 몸에 내리쳤다.박수혁의 차가운 얼굴에 상처가 나고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느끼
얼굴을 가린 이민혜의 두 손 사이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박수혁은 진작에 어머니로부터 마음이 떠나갔다.사실 그가 그렇게 그녀를 원망하면서도 기대했던 적도 있다. 어머니가 좋은 엄마이기를.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그녀는 애당초 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이 케케묵은 태한그룹을 떠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생존력도 없고 태한그룹이 가져다 주는 아우라와 영광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그래서 떠난 사람은 박봉원이다.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여기에서 박봉원에게 억압당했었고 박봉원이 떠나자 박수혁이 그 자리를 메웠다.그녀는 반항을 시도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박수혁이 영감님보다도 더 독했던 것이다.아들이지만 전혀 친아들 같지 않았다. 자신의 친아들에게 폭로된 간통은 그녀가 아무리 뻔뻔스럽게 굴어도 계속될 수 없다.뼈라고 하는 물건이 아직도 땅 위에 있다.그녀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구역질이 나서 토가 나올 것 같아서.울고 싶은 만큼 울고난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위층으로 걸어갔다.박수혁이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그는 다시는 그녀가 그의 삶에 끼어들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태한그룹이라는 신분으로 그더러 이 고택에서 자생자멸하도록 하려는 것이다.고택은 비록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는 않았지만 청소 아줌마가 와서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상황이다.여전히 낯익은 모습, 그녀가 몇 십 년을 살아온 모습이다.......박수혁은 차 안으로 돌아와 잠시 진정하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이 일은 박봉원에게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그래서 돌아간 후 그는 박봉원에게 말했다.박봉원은 비록 장애가 있기는 하나 머리는 멀쩡하며 설령 놀음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태한그룹 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그런 박봉원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가볍에 웃었다.“이렇게 해. 네가 성가시다고 여기면, 나한테로 보내. 내가 봐줄 테니까. 사내 찾아 논다는게 큰일은 아니다만 소문이 나가면 좋지는 않을
노래 한 곡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냈다.남유주는 기껏해야 노래 한 곡만 부를 뿐이다. 그것도 흥이 넘칠때.그녀는 무대에서는 그래도 자신감이 있어 보이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아예 딴 판이다.차이가 너무 커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남유주는 기타를 옆에 있던 사람에게 건네고는 웃으면서 밑으로 내려오는데 머리를 드는 순간, 그곳에 앉아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박수혁은 소외감이 느껴지도록 차가웠다. 미간을 찌푸리던 남유주가 웃으면서 다가갔다.비록 서로가 상관없는 사이지만, 그가 자신을 여러 번 도와준 걸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결코 양심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그녀는 웃으며 바텐더가 건네준 술을 가져오더니 박수혁에게 말을 건넸다.“박 대표님, 기분이 안 좋으세요? 여기에 다 오시게요? 저는 대표님이 다사다망하신 줄로만 알았는데!”필경 이곳에 오는 사람은 세부류다. 첫째는 기분이 나빠 곤드레만드레 취하려고 오는 사람.둘째는 비즈니스 때문에 찾아오는 박수혁과 같은 성공한 사람들.셋째는 그냥 놀러 오는 사람들이다.박수혁은 놀러 온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 때문에 온 것도 같지 않다.그러면 기분이 안 좋아서 온 부류에 속함.박수혁은 느릿느릿 눈꺼풀을 치켜들고, 약간 냉담하고 비꼬는 듯한 태도로 가볍게 피식했다.“기분 좋은데요?”남유주는 그 뜻을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그의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도 느꼈다.옆에 앉아 있는 그녀는 원래의 단아한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스모키한 화장이 되어 있다.귓가에 울려오는 음악이 시끄러워지면서 귀청이 터질 것 같다.박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그녀가 보낸 문자를 찾아내어 그녀 앞에 놓았다.남유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별로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소은정 씨 찾으세요? 오늘 안 오셨는데. 낮에 만났었는데, 미용실 갔다가 남편분이랑 분위기 있는 곳에서 근사한 저녁식사 하신다고 하셨어요.”박수혁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정말 어이없
“내가......내가 가라고?”이민혜가 놀라서 당황을 했다.안에 있던 플라스틱 우정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민혜 또한 다급히 안색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렸다.“내가 가면 드러나지 않겠어?”그녀는 지금 행보가 힘들다. 친아들도 그녀를 무시하고 태한그룹에서 그녀의 지위 또한 여지없이 떨어졌으니까.만약 자신이 손을 썼다는 걸 박수혁이 알게 되면 그녀는 자신이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필경 박수혁이 그렇게 정이 있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그래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고 당황했다.남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녀의 그까짓 배짱이 우습다는 듯이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걱정마. CCTV는 내가 다 망가뜨려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혹시 주변에 쓸만한 사람 또 있어? 아직 자기 아들한테 매수되지 않은 사람말이야. 자기가 변장을 하고 소방통로로 들어가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버리면 되고 말이야. SC그룹에서 반응할 즈음이면 소은정은 이미 죽었을 테고, 그때 가서 고작 차 한대에 관심 둘 사람, 없을 거야.”약간 유혹적인 남자의 말에 이민혜는 마음이 흔들렸다.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 어쩌면 이것이 만전의 기회일 수도 있다.전에는 그녀에게는 조력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있지 않은가!남자는 뒤에 한마디 더 붙였다.“자기한텐 마지막 기회야. 나는 뒤를 밟는 자가 있어서 A시로 못가. 그러니 가든 안 가든 자기가 알아서 결정해!”남자는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뻣뻣하게 멍하니 서있던 이민혜도 천천히 휴대폰을 끊었으나 오랫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그녀는 느릿느릿 카드 테이블로 걸어갔다.옆에 있던 사모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는데, 그 안에는 젊은 여자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사모님, 보세요. 제 조카딸인데요 방금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왔거든요. 얌전하게 말도 어찌나 잘 듣는지, 예쁘죠?”다른 사모님도 질세라 미리 준비한 사
길을 달리고 있는 이민혜의 마음은 갈수록 가빠져 가슴을 뚫고 나갈 것만 같다.그녀는 소은정에게 발견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저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나 신호등이 깜짝할 사이에 빨간색으로 변해버렸다. 그녀는 하나도 두려울 게 없었다.이때 갑자기 옆쪽에서 대형 트럭이 튀어나오면서 빠른 속도로 그녀를 들이받았다.100미터......50m......30미터......이민혜가 위험을 깨달았을 때, 대형 화물차의 클락션이 울렸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래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급히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나 하지만 브레이크는 전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아무리 힘껏 밟아도 말이다.이미 늦어버린 순간, 머릿속엔 남자의 냉소가 스쳤지나갔다. 이것이 바로 그가 손을 본 결과인가?어떻게 이 차에 손을 댈 수 있지?화물차의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날카롭고 귀에 거슬렸다.찰나, 그녀는 무심코 핸들을 세게 돌렸다.차가 갑자기 옆의 울타리에 부딪히면서 옆으로 뒤집어졌다.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그녀의 몸이 관성 때문에 무심코 유리에 부딪혔다.가솔린 냄새, 피비린내, 녹내, 그리고 무디지만 심한 통증까지 촘촘히 올라왔다.그녀는 갑자기 숨이 막히면서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모든 걸 잃었네......그녀는 마음이 절망적이면서도 억울했다.이렇게 농지거리 던지는 식으로 지다니?더 생각할 새도 없이 지각마저 없어졌다......——퇴근할 즈음, 차도 점점 많아졌고 교통사고로 길 또한 막혔다.뒤에 앉은 전동하가 소은정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잡고 가볍게 쓰다듬고 있다.소은정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참, 차고에 있는 내 차요, 수리하라고 사람 보냈나요?”전동하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그 빨간 레인지로버, 진작에 수리했죠. 다만 새 모델이 나왔던데 내가 당신한테 새 차로 바꿔줄 테니까 레인지로버는 그냥 처리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이 눈을 반짝이며 빙그레 웃더니 그의 팔을 껴안았다.“그
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차량은 이미 거의 폐차 수준이고요. 그러고 저희가 이미 이민혜 여사님의 이동 경로와 통화 기록을 조사했는데 타지에 있는 낯선 번호랑 연락을 취했더라고요. 다만 그 번호가 일회용 번호라서 일단은 추적을 시작했고요, 만약 혹시 단서가 있으시다면 저희한테 제공해 주십시오.”그 말에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얼굴색이 복잡해졌다. 이민혜의 조우가 가엽기도 하나 그녀가 그렇게 한 목적이 뭔지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최근에 이민혜 여사님을 뵌 적은 있나요?”형사가 물었다.소은정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분과는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습니다.”그 말에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듯하니 두 분께서는 돌아가셔도 됩니다.”전동하가 고마움을 표시한 후 소은정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놀랐어요?”그는 소은정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소은정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다만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두 사람은 문을 나와 차를 탔다.전동하가 멈칫 하더니 말을 내뱉었다.“아니면 병원에 가볼까요? 혹시 박 대표가 우리보다 아는 게 많을 수도 있으니?”소은정도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빨리 병원에 도착했다.병실은 여전히 최상의 병실이다.하지만 차갑기 그지없으며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는 이민혜 외에는 그 누구도 없다.막 무언가를 말하려던 소은정이 전화를 들고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 박수혁은 표정이 굳어있지만 미간 사이에 약간의 슬픈 기색이라고는 없었다.마치도 사고가 난 사람이 가족이 아닌 것처럼.입구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박수혁은 눈살을 약간 찌푸렸으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왔어요?”박수혁은 찾아온 두 사람을 보면서 조금도 놀라지 않아했다.박수혁은 두 사람을 거실로 데리고 갔다.힐끗 보던 전동하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형사님께서 차량을 훔친 사람이 이민혜 여사님이라고 하셔서오.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에게 설명을 해
고개를 숙인 박수혁은 어깨가 무너진 것만 같다.“보상으로 조건은 마음대로 제시해.”그러는 박수혁을 보면서 소은정은 잠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가 기어이 다투겠다면 그녀는 체면을 구기는 것을 개의치 않겠지만 의외로 그가 쉽게 타협할 줄이야.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렸다.비록 이 일은 이민혜가 사서 고생한 것이고 쌤통이기는 하나 어쨌든 이민혜 또한 이미 최종적인 벌을 받았고 박수혁은 이 일을 결코 몰랐던 게 아닌가.소은정은 한참 생각하다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이렇게 해. 이 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경찰에는 반드시 알려야 해. 왜냐면 여사님이 깨어나신 후에도 계속 나를 귀찮게 할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에서 처리하도록 해야겠어.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것. 물론 인터넷에 이 일에 관한 어떠한 언급이 있을 경우 네가 스스로 처리해야 해. 우린 협조하지 않을 거니까.”그녀가 한 발짝 물러선 것은 이미 최선이다. 그리고 그를 도와 경찰에 숨길 수는 없었다.이민혜가 죽지 않았고,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고 해도 나중에 사람을 찾아 다시 자신을 귀찮게 하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때 가서 다시 교통사고를 추궁한다면 박수혁이 증거를 없애버린 뒤일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게 늦어버리게 될 터인데.그래서 그녀는 이민혜가 한 짓들을 반드시 경찰에 알려야만 했다.그녀 또한 경찰측에서 하반신 마비인 사람을 감옥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감시만은 확실하다.그녀는 이민혜가 법률의 징벌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었다.말이 끝나자 공기 속에서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바깥의 광선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와 공기 속은 상쾌한 바람으로 가득 차 있다.가을이 왔던 것이다. 박수혁은 침묵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오므렸다.“그래, 너희측에서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한, 다른 일은 내가 처리할게.”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전동하를 힐끗 보자 전동
전동하는 작은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열심히 할게!”그는 환히 웃으며 전새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가자. 들어가서 너 공부 어떻게 하는지 확인 좀 해봐야겠어.”전새봄은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흔들며 앞으로 걸어갔다.소은정은 소지율을 품에 안고 즐겁게 웃었다.소지율은 깔깔거리며 손을 뻗어 소은정의 얼굴도 꼬집어 보고 머리카락도 잡아 보더니 옷도 당겨보았다.전동하는 혀를 차더니 전새봄을 놓아주고 소지율을 안아 들었다.소지율은 아주 활기차게 생겼다. 막 퇴원했을 때보다 훨씬 멋있어졌다.맑고 진한 눈매에 보드라운 피부, 그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큰 눈과 진한 쌍꺼풀.보기만 해도 마음이 가게 된다.소은정은 웃으며 옆에 앉았다.“씩씩이보다 더 익살스러워요. 씩씩이는 어릴 적에 엄청 얌전했는데.”전동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끌벅적한 것도 좋아요. 아니면 형님이 얼마나 심심하겠어요!”“그러게요.”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때,소찬식이 물통을 들고 들어왔다.전동하는 다급히 일어나 소찬식에게 다가갔다.하지만 소찬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셋째가 곧 도착한대. 마침 마주쳤으니 점심은 생선이나 먹자고!”소은정은 괴로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또 생선 먹어요? 아빠, 애들이 이렇게 뛰어다니는데 물고기가 잡혀요?”소찬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집사한테 연못에서 건져 오라고 했지. 낚을 필요 없어!”전동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역시 아버님 방법이 최고네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바람에 물고기들이 다 도망갔어요.”“이 집안에서는 동하 네 말이 제일 듣기 좋아!”소찬식은 만족한 듯 엄지를 내밀었다.메이드는 생선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고 소찬식은 손을 씻고 거실로 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해가 혼자 도착했다.차 키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건방지게 걸어오는 모습에 소찬식은 보기만 해도 화가 났다.소은해는 소은정의 배를 훑어보더니 환히 웃었다.“새봄이가 친구들에게 곧 동생이 생긴다고 자랑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