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를 부리며 그를 욕하는 이민혜는 손이 떨렸다.어쩌면 자신의 허탈함을 감추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몇 년 동안 쌓인 원한을 더 이상 참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눈에 원한을 품고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채 그를 바라보고 있다.“나를 잡아오라고 네가 시킨 거니? 그 사람은?”그녀의 눈에는 당황함이 스쳐지나갔다.와인바 앞에서 기다렸다는 것은 박수혁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넌 어떻게 알게 된 거야?”박수혁은 그녀를 노려보다가 눈꼬리가 약간 붉어졌다. 그는 나약함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경계심이 쉽게 무너져버리니까.그는 손에 이미 온도가 없어진 그 뼈를 꽉 쥐면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갑자기 그녀의 몸에 물건을 던지는데 무언가에 갈린듯이 목소리가 거칠다. “여기요, 그 사람 여기 있어요.”그 사람의 뼈를 보던 이민혜가 깜짝 놀라면서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넘어졌고 놀라운 눈빛으로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았다.“너......”박수혁의 눈빛은 마치도 거친 바다에 한 점의 파도가 없듯이 잔잔하다. 그러나 사실 그 밑에 오히려 거센 파도를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를 우습게 쳐다보는 박수혁의 입가에는 위험하고 냉혹한 웃음기가 걸려있었고 눈은선홍색이 빛이 비껴있다.“어머니, 어머니가 하신 일들을 보십시오. 존중할 만한 일들입니까? 그 사람 무척이나 챙기시네요? 죽었다면 대신 복수라도 하게요?”이민혜는 온몸이 떨리며 오한이 났다.두려움이 온몸으로 번져, 그녀의 뼈 사이로 파고들었으며 마치 독사가 죽도록 그녀의 숨통을 쥐어짜는 것 같았다.“너 이놈의 새끼, 나 네 엄마야. 네가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그녀는 온 힘을 다해 울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박수혁의 얼굴과 몸을 때렸다. 그러고 직성이 풀리지 않아 옆에 있는 물건을 집어 박수혁의 몸에 내리쳤다.박수혁의 차가운 얼굴에 상처가 나고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느끼
얼굴을 가린 이민혜의 두 손 사이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박수혁은 진작에 어머니로부터 마음이 떠나갔다.사실 그가 그렇게 그녀를 원망하면서도 기대했던 적도 있다. 어머니가 좋은 엄마이기를.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그녀는 애당초 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이 케케묵은 태한그룹을 떠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생존력도 없고 태한그룹이 가져다 주는 아우라와 영광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그래서 떠난 사람은 박봉원이다.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여기에서 박봉원에게 억압당했었고 박봉원이 떠나자 박수혁이 그 자리를 메웠다.그녀는 반항을 시도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박수혁이 영감님보다도 더 독했던 것이다.아들이지만 전혀 친아들 같지 않았다. 자신의 친아들에게 폭로된 간통은 그녀가 아무리 뻔뻔스럽게 굴어도 계속될 수 없다.뼈라고 하는 물건이 아직도 땅 위에 있다.그녀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구역질이 나서 토가 나올 것 같아서.울고 싶은 만큼 울고난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위층으로 걸어갔다.박수혁이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그는 다시는 그녀가 그의 삶에 끼어들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태한그룹이라는 신분으로 그더러 이 고택에서 자생자멸하도록 하려는 것이다.고택은 비록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는 않았지만 청소 아줌마가 와서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상황이다.여전히 낯익은 모습, 그녀가 몇 십 년을 살아온 모습이다.......박수혁은 차 안으로 돌아와 잠시 진정하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이 일은 박봉원에게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그래서 돌아간 후 그는 박봉원에게 말했다.박봉원은 비록 장애가 있기는 하나 머리는 멀쩡하며 설령 놀음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태한그룹 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그런 박봉원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가볍에 웃었다.“이렇게 해. 네가 성가시다고 여기면, 나한테로 보내. 내가 봐줄 테니까. 사내 찾아 논다는게 큰일은 아니다만 소문이 나가면 좋지는 않을
노래 한 곡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냈다.남유주는 기껏해야 노래 한 곡만 부를 뿐이다. 그것도 흥이 넘칠때.그녀는 무대에서는 그래도 자신감이 있어 보이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아예 딴 판이다.차이가 너무 커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남유주는 기타를 옆에 있던 사람에게 건네고는 웃으면서 밑으로 내려오는데 머리를 드는 순간, 그곳에 앉아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박수혁은 소외감이 느껴지도록 차가웠다. 미간을 찌푸리던 남유주가 웃으면서 다가갔다.비록 서로가 상관없는 사이지만, 그가 자신을 여러 번 도와준 걸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결코 양심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그녀는 웃으며 바텐더가 건네준 술을 가져오더니 박수혁에게 말을 건넸다.“박 대표님, 기분이 안 좋으세요? 여기에 다 오시게요? 저는 대표님이 다사다망하신 줄로만 알았는데!”필경 이곳에 오는 사람은 세부류다. 첫째는 기분이 나빠 곤드레만드레 취하려고 오는 사람.둘째는 비즈니스 때문에 찾아오는 박수혁과 같은 성공한 사람들.셋째는 그냥 놀러 오는 사람들이다.박수혁은 놀러 온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 때문에 온 것도 같지 않다.그러면 기분이 안 좋아서 온 부류에 속함.박수혁은 느릿느릿 눈꺼풀을 치켜들고, 약간 냉담하고 비꼬는 듯한 태도로 가볍게 피식했다.“기분 좋은데요?”남유주는 그 뜻을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그의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도 느꼈다.옆에 앉아 있는 그녀는 원래의 단아한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스모키한 화장이 되어 있다.귓가에 울려오는 음악이 시끄러워지면서 귀청이 터질 것 같다.박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그녀가 보낸 문자를 찾아내어 그녀 앞에 놓았다.남유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별로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소은정 씨 찾으세요? 오늘 안 오셨는데. 낮에 만났었는데, 미용실 갔다가 남편분이랑 분위기 있는 곳에서 근사한 저녁식사 하신다고 하셨어요.”박수혁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정말 어이없
“내가......내가 가라고?”이민혜가 놀라서 당황을 했다.안에 있던 플라스틱 우정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민혜 또한 다급히 안색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렸다.“내가 가면 드러나지 않겠어?”그녀는 지금 행보가 힘들다. 친아들도 그녀를 무시하고 태한그룹에서 그녀의 지위 또한 여지없이 떨어졌으니까.만약 자신이 손을 썼다는 걸 박수혁이 알게 되면 그녀는 자신이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필경 박수혁이 그렇게 정이 있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그래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고 당황했다.남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녀의 그까짓 배짱이 우습다는 듯이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걱정마. CCTV는 내가 다 망가뜨려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혹시 주변에 쓸만한 사람 또 있어? 아직 자기 아들한테 매수되지 않은 사람말이야. 자기가 변장을 하고 소방통로로 들어가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버리면 되고 말이야. SC그룹에서 반응할 즈음이면 소은정은 이미 죽었을 테고, 그때 가서 고작 차 한대에 관심 둘 사람, 없을 거야.”약간 유혹적인 남자의 말에 이민혜는 마음이 흔들렸다.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 어쩌면 이것이 만전의 기회일 수도 있다.전에는 그녀에게는 조력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있지 않은가!남자는 뒤에 한마디 더 붙였다.“자기한텐 마지막 기회야. 나는 뒤를 밟는 자가 있어서 A시로 못가. 그러니 가든 안 가든 자기가 알아서 결정해!”남자는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뻣뻣하게 멍하니 서있던 이민혜도 천천히 휴대폰을 끊었으나 오랫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그녀는 느릿느릿 카드 테이블로 걸어갔다.옆에 있던 사모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는데, 그 안에는 젊은 여자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사모님, 보세요. 제 조카딸인데요 방금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왔거든요. 얌전하게 말도 어찌나 잘 듣는지, 예쁘죠?”다른 사모님도 질세라 미리 준비한 사
길을 달리고 있는 이민혜의 마음은 갈수록 가빠져 가슴을 뚫고 나갈 것만 같다.그녀는 소은정에게 발견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저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나 신호등이 깜짝할 사이에 빨간색으로 변해버렸다. 그녀는 하나도 두려울 게 없었다.이때 갑자기 옆쪽에서 대형 트럭이 튀어나오면서 빠른 속도로 그녀를 들이받았다.100미터......50m......30미터......이민혜가 위험을 깨달았을 때, 대형 화물차의 클락션이 울렸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래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급히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나 하지만 브레이크는 전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아무리 힘껏 밟아도 말이다.이미 늦어버린 순간, 머릿속엔 남자의 냉소가 스쳤지나갔다. 이것이 바로 그가 손을 본 결과인가?어떻게 이 차에 손을 댈 수 있지?화물차의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날카롭고 귀에 거슬렸다.찰나, 그녀는 무심코 핸들을 세게 돌렸다.차가 갑자기 옆의 울타리에 부딪히면서 옆으로 뒤집어졌다.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그녀의 몸이 관성 때문에 무심코 유리에 부딪혔다.가솔린 냄새, 피비린내, 녹내, 그리고 무디지만 심한 통증까지 촘촘히 올라왔다.그녀는 갑자기 숨이 막히면서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모든 걸 잃었네......그녀는 마음이 절망적이면서도 억울했다.이렇게 농지거리 던지는 식으로 지다니?더 생각할 새도 없이 지각마저 없어졌다......——퇴근할 즈음, 차도 점점 많아졌고 교통사고로 길 또한 막혔다.뒤에 앉은 전동하가 소은정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잡고 가볍게 쓰다듬고 있다.소은정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참, 차고에 있는 내 차요, 수리하라고 사람 보냈나요?”전동하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그 빨간 레인지로버, 진작에 수리했죠. 다만 새 모델이 나왔던데 내가 당신한테 새 차로 바꿔줄 테니까 레인지로버는 그냥 처리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이 눈을 반짝이며 빙그레 웃더니 그의 팔을 껴안았다.“그
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차량은 이미 거의 폐차 수준이고요. 그러고 저희가 이미 이민혜 여사님의 이동 경로와 통화 기록을 조사했는데 타지에 있는 낯선 번호랑 연락을 취했더라고요. 다만 그 번호가 일회용 번호라서 일단은 추적을 시작했고요, 만약 혹시 단서가 있으시다면 저희한테 제공해 주십시오.”그 말에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얼굴색이 복잡해졌다. 이민혜의 조우가 가엽기도 하나 그녀가 그렇게 한 목적이 뭔지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최근에 이민혜 여사님을 뵌 적은 있나요?”형사가 물었다.소은정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분과는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습니다.”그 말에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듯하니 두 분께서는 돌아가셔도 됩니다.”전동하가 고마움을 표시한 후 소은정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놀랐어요?”그는 소은정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소은정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다만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두 사람은 문을 나와 차를 탔다.전동하가 멈칫 하더니 말을 내뱉었다.“아니면 병원에 가볼까요? 혹시 박 대표가 우리보다 아는 게 많을 수도 있으니?”소은정도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빨리 병원에 도착했다.병실은 여전히 최상의 병실이다.하지만 차갑기 그지없으며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는 이민혜 외에는 그 누구도 없다.막 무언가를 말하려던 소은정이 전화를 들고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 박수혁은 표정이 굳어있지만 미간 사이에 약간의 슬픈 기색이라고는 없었다.마치도 사고가 난 사람이 가족이 아닌 것처럼.입구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박수혁은 눈살을 약간 찌푸렸으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왔어요?”박수혁은 찾아온 두 사람을 보면서 조금도 놀라지 않아했다.박수혁은 두 사람을 거실로 데리고 갔다.힐끗 보던 전동하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형사님께서 차량을 훔친 사람이 이민혜 여사님이라고 하셔서오.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에게 설명을 해
고개를 숙인 박수혁은 어깨가 무너진 것만 같다.“보상으로 조건은 마음대로 제시해.”그러는 박수혁을 보면서 소은정은 잠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가 기어이 다투겠다면 그녀는 체면을 구기는 것을 개의치 않겠지만 의외로 그가 쉽게 타협할 줄이야.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렸다.비록 이 일은 이민혜가 사서 고생한 것이고 쌤통이기는 하나 어쨌든 이민혜 또한 이미 최종적인 벌을 받았고 박수혁은 이 일을 결코 몰랐던 게 아닌가.소은정은 한참 생각하다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이렇게 해. 이 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경찰에는 반드시 알려야 해. 왜냐면 여사님이 깨어나신 후에도 계속 나를 귀찮게 할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에서 처리하도록 해야겠어.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것. 물론 인터넷에 이 일에 관한 어떠한 언급이 있을 경우 네가 스스로 처리해야 해. 우린 협조하지 않을 거니까.”그녀가 한 발짝 물러선 것은 이미 최선이다. 그리고 그를 도와 경찰에 숨길 수는 없었다.이민혜가 죽지 않았고,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고 해도 나중에 사람을 찾아 다시 자신을 귀찮게 하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때 가서 다시 교통사고를 추궁한다면 박수혁이 증거를 없애버린 뒤일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게 늦어버리게 될 터인데.그래서 그녀는 이민혜가 한 짓들을 반드시 경찰에 알려야만 했다.그녀 또한 경찰측에서 하반신 마비인 사람을 감옥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감시만은 확실하다.그녀는 이민혜가 법률의 징벌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었다.말이 끝나자 공기 속에서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바깥의 광선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와 공기 속은 상쾌한 바람으로 가득 차 있다.가을이 왔던 것이다. 박수혁은 침묵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오므렸다.“그래, 너희측에서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한, 다른 일은 내가 처리할게.”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전동하를 힐끗 보자 전동
전동하는 작은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열심히 할게!”그는 환히 웃으며 전새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가자. 들어가서 너 공부 어떻게 하는지 확인 좀 해봐야겠어.”전새봄은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흔들며 앞으로 걸어갔다.소은정은 소지율을 품에 안고 즐겁게 웃었다.소지율은 깔깔거리며 손을 뻗어 소은정의 얼굴도 꼬집어 보고 머리카락도 잡아 보더니 옷도 당겨보았다.전동하는 혀를 차더니 전새봄을 놓아주고 소지율을 안아 들었다.소지율은 아주 활기차게 생겼다. 막 퇴원했을 때보다 훨씬 멋있어졌다.맑고 진한 눈매에 보드라운 피부, 그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큰 눈과 진한 쌍꺼풀.보기만 해도 마음이 가게 된다.소은정은 웃으며 옆에 앉았다.“씩씩이보다 더 익살스러워요. 씩씩이는 어릴 적에 엄청 얌전했는데.”전동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끌벅적한 것도 좋아요. 아니면 형님이 얼마나 심심하겠어요!”“그러게요.”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때,소찬식이 물통을 들고 들어왔다.전동하는 다급히 일어나 소찬식에게 다가갔다.하지만 소찬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셋째가 곧 도착한대. 마침 마주쳤으니 점심은 생선이나 먹자고!”소은정은 괴로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또 생선 먹어요? 아빠, 애들이 이렇게 뛰어다니는데 물고기가 잡혀요?”소찬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집사한테 연못에서 건져 오라고 했지. 낚을 필요 없어!”전동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역시 아버님 방법이 최고네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바람에 물고기들이 다 도망갔어요.”“이 집안에서는 동하 네 말이 제일 듣기 좋아!”소찬식은 만족한 듯 엄지를 내밀었다.메이드는 생선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고 소찬식은 손을 씻고 거실로 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해가 혼자 도착했다.차 키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건방지게 걸어오는 모습에 소찬식은 보기만 해도 화가 났다.소은해는 소은정의 배를 훑어보더니 환히 웃었다.“새봄이가 친구들에게 곧 동생이 생긴다고 자랑하고 다닌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