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주는 여자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저희는 여 직원 구하지 않아요. 다른 곳 알아봐요."비위를 맞추려는 듯 여자가 황급히 말했다. "사장님, 저도 술 많이 팔 수 있어요. 그냥 인센티브 같은 거 조금 주면 등록비에 보탤 수 있어요. 게다가 이 정도면 얼굴도 나쁘지 않잖아요. 손님들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남유주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깨가 드러난 크롭 티는 그녀의 허리 라인과 어깨 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게다가 등 부분도 파여 있었다.남유주는 여자에 대한 평가를 진작에 끝냈다.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여긴 그냥 평범한 와인 바예요. 전부 단골손님이라 특별한 서비스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요."비록 평범한 와인바라 수입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모든 손님들이 끈적한 술집 분위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기에 남유주는 굳이 이곳의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조용한 와인바에서 사업이나 학술 논의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부자 손님들도 많아 굳이 다른 영업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남유주의 말에 여자는 달갑지 않은 얼굴로 남유주를 한 번 째려보았다. 남유주가 단호하게 말한 덕분에 성질을 부려봤자 일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하, 평범한 와인바는 무슨, 오히려 그쪽이 여기에서 거물 하나 낚아보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그래서 같은 여자를 직원으로 안 쓰는 거 아니에요? 경쟁자 없이 자기 마음 대로 호구들을 낚을 수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여자는 남유주를 째려보더니 껌을 질근질근 씹으며 몸을 홱 돌려 나가버렸다.바텐더는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까 이렇게 예의 없이 굴지 않았는데..."남유주는 덤덤한 얼굴로 바텐더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여 직원 있으면 취객들이 문제 일으킬 거예요. 우린 그런 불상사를 미리 피하는 거고요."게다가 그녀를 굳이 술집 아가씨로 몰아붙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도 사실 와인바를 하기 전부터 여 직원이 매출에 얼마나 큰 영향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난 괜찮아요. 둘이 거기 살면서부터 말도 되게 잘 듣는 거 같아요. 심지어 무단결석도 안 하고, 숙제도 잘 하고, 지혁이가 오빠 형 노릇을 제대로 하나 봐요."전동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혁이는 원래 우수했잖아요, 애들이 따라배운 것 같아요."전동하는 그녀의 코트를 챙겨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양팔을 벌렸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그녀에게 코트를 걸쳐주고 머리를 묶어주었다. 느리고 따뜻한 손길이 극에 달했다.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귀 뒤쪽을 스치자 짜릿한 전율이 일어났다.그녀의 귀 끝은 예민하게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얼굴은 변함없었다.그러나 그녀의 작은 변화도 알아차린 전동하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그는 그녀의 붉은 귓볼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을 하는데, 얼굴이 빨개졌어요?"그의 농담 섞인 말 한마디에 소은정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그녀가 정말 이상한 생각을 한 것처럼.먼저 그녀를 애태우게 만든 건 전동하였다.하지만 쩔쩔매고 있는 건 또 소은정이었다.소은정은 몸을 홱 돌려 그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당신 생각한 건 아니에요."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 전동하를 바라보던 소은정은 몸을 홱 돌렸다. 그녀가 막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전동하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강제로 몸이 돌려진 그녀였고 두 사람은 숨결마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닿아있었다. 똑같은 바디워시와 샴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서로의 숨결이 오갔고 칠흑 같은 어둠은 둘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다시 말해봐요, 누굴 생각한 건데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며 플로팅과 약간의 경고가 뒤섞여 있었다.그의 단단한 가슴에 닿은 소은정은 두 손을 그의 목덜미에 천천히 감았다. 마치 바람처럼 그의 세계에 스며들었다.맑고 청아한 그녀의 눈빛과 심연에 가까운 그의 눈빛은 서로를 탐닉했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소은정이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전동하를
"무슨 얘기요?" 소은정은 전동하의 몸에 기대며 물었다. 전동하는 휘청거렸다.전동하는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기대도록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다."새봄이 소원에 대해 얘기하려고요."새봄이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새봄이 소원, 세상을 구하는 거 아니에요?"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전동하는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소은정이 신발을 갈아 신으려 고개를 숙이자 전동하는 그녀의 슬리퍼를 앞에 놓아주며 입을 열었다."바꿨어요.""바뀌었다고요?""음, 새봄이가 동생들을 원했던 것 같은데?"전동하의 눈빛이 부드럽지만 끈적하게 변했다.소은정은 그와 함께 침대에서 굴렀다.전동하는 미처 그녀에게 약을 먹이는 걸 까먹었다.........다음날.나른하게 잠에서 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전동하는 정장 차림으로 부엌에서 에그프라이를 만들고 있었다.새봄이와 준서는 소씨 저택으로 갔다. 이모님도 아이들과 함께 간 탓에 이곳에는 둘밖에 없었다."일어났어요?"그녀가 부엌으로 들어오자 전동하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소은정은 헐렁한 잠옷을 입고 어깨를 반쯤 드러낸 채 식탁으로 걸어갔다.식탁에 앉아 따뜻한 물을 두 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 그녀가 말했다."오늘은 쉬는 날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주말이라 중요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뤄도 되었다.전동하는 웃으며 에그프라이를 그녀의 앞에 놓고 후추를 뿌렸다."오늘 조우태 선생님 만나러 가야 해요."소은정의 얼굴은 서서히 어두워졌다.그녀는 조우태의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그는 전문적이었고 능력도 뛰어났다.다만 의사와 환자로 만나는 건 이상하리만큼 거부감이 들었다.전동하가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게 말했다."당신 상태가 계속 이렇게 좋으면 이젠 약 끊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당신이랑 만나보고 결정 내리겠대요." 소은정은 눈을 크게 뜨고 기뻐서 웃었다."좋아요!"한 시간 뒤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소은정이 운전하려 하자 전동하가
소은정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두 사람은 웃음을 동시에 터트렸다.전동하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남편을 차로 치어 죽이려 한 게 뭐가 재밌다고 이렇게 환하게 웃어?'이해되지 않았다.전동하는 그녀가 남유주에게 나쁜 물이 들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헛기침을 하며 주제를 전환했다."하늘 씨도 있지 않아요? 이따가 하늘 씨랑 촬영장에 가서 구경 할까요?"소은정은 잠자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재미없어요. 안 갈게요."촬영장 따위로 그녀를 유혹할 수 없었다.남유주가 내릴 층에 도착했고 그녀는 소은정과 작별 인사를 정중하게 했다.소은정은 손을 흔들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줘요. 눈치 보지 말고, 알겠죠?""네, 고마워요."남유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은정은 눈을 게슴츠레 뜬 전동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마음이 불편했다.전동하는 단 한 번도 그녀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끼어들지 않았었다."오늘 갑자기 왜 이래요?""남유주라는 사람, 자기 남편 죽이려 한 사실을 왜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하는 거예요?"전동하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물이 잘못 들까 봐 걱정되어요."소은정은 입을 삐쭉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전동하의 어깨에 기대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트렸다."왜 이렇게 귀여워요, 설마 내가 동하 씨를 차로 치기라도 할까 봐요?"전동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녀를 한 번 흘겨보았다."허튼소리 하지 마요."소은정은 충분히 웃고 나서야 남유주의 진짜 속 사정을 알려줬다.전동하는 아까보다 안색이 훨씬 좋아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주 씨가 불쌍하지 않아요?""아니요."전동하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소은정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김하늘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샤부샤부가 먼저 도착했어. 내
남유주의 큰엄마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누가 아니래요? 그 계집애 어릴 때부터 어찌나 계산이 빠르던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간 것 좀 봐요. 할아버지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간 것 좀 봐요. 이렇게 효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애, 저희도 없는 게 나아요! 생각할수록 열받네요. 우리 남편이랑 내 자식도 아닌데, 때려서 교육하지도 못해, 그렇다고 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애를 며느리로 맞이했으니 정말 고생이 많으세요!"조혜미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애초부터 얼굴이 예쁘장해서 동의한 건데, 사생활이 이렇게 방탕할 줄이야, 집안 망신은 그 애 혼자 다 시키네요!" 둘은 함께 남유주의 험담을 했다."예, 예. 다행히 형욱이가 아무 일이 없어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유주를 찾아가 직접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저희 가문들끼리 사이가 얼마나 좋았습니까, 남유주 하나 때문에 관계가 틀어질 수 있겠습니까?"조혜미는 남유주와 변호사가 함께 걸오는 걸 발견했다.남유주의 큰어마는 그녀가 조상에게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남유주를 노려보았다."여기 올 낯짝이 있어? 네가 저지른 일을 좀 봐라. 우리가 네가 저지른 일을 수습해야겠어?"남유주는 힐끗 그녀를 쳐다본 뒤 텅 빈 목소리로 무심하게 말했다."누굴 위해 그런 건지 큰엄마가 가장 제일 알고 있겠죠. 전 부탁하지 않았어요."큰엄마는 숨을 헙 들이쉬었다. 착하기만 하던 남유주가 감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기 체면을 깎을 줄 몰랐다.조혜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네가 감히 내 아들을 저주해?"조혜미는 남유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얼굴이 예쁘고 출신도 좋은 며느리를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없어서 줄곧 못마땅하게 여겼다. 남유주는 결혼 후 시어머니에게 비위를 맞추러 간 적도 없었다. 이형욱의 말도 잘 듣지 않았다. 나중에 경호원과 몰래 도피했다는 소문까지 퍼져 그들의 체면만 더욱 구겼다.남유주는 담담하게 조혜
담담하게 서 있는 남유주의 두 눈은 무정함으로 거리감이 가득했다."과거에 나랑 싸워서 경찰서까지 갔을 때도, 부부라는 명의로 나랑 화해했잖아? 왜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다고 억울해?"참지 못하고 입을 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냉담과 비꼬임이 가득했다.과거의 폭력들이 눈에 선하다.그녀가 경찰한테 달려가 도움을 청하고, 변호사를 찾아갔을 때, 모두가 그녀한테 준 답변은 가정 내 갈등이라 잘 의논하여 해결하라는 것이었고 결국 이형욱의 집안일이라는 몇 마디로 모든 사람들이 손을 털고 가버렸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자신이 피해자가 되니, 억울하다며 터무니없이 굴다니?이형욱은 눈썹을 곤두세우고 이목구비를 일그러뜨리며 그녀를 꾸짖었다."너 맞을 짓 했잖아? 넌 맞아도 싸, 그러고 숨은 쉴 수 있게끔 했잖아? 죽지 않은 걸 나한테 감사해야지."옆에서 형세가 곧 걷잡을 수 없게 될 거라는 걸 짐작한 임호중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법적 규정상 두 분은 부부이기 때문에, 확실히 이렇게 많은 돈을 배상할 필요는 없거든요. 설령 크게 모순이 생긴다고 해도 100만 원 정도 위자료만 내고 조율을 우선으로 하죠. 어쨌든 부부니까 앞으로도 잘 살아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개소리하고 있네!"화가 난 이형욱이 컵을 던졌다."조율은 무슨, 이혼할 거라고. 이년, 누가 원하는 사람 가져가라고 해, 아무튼 난 싫어. 이년이랑 결혼하고부터 재수 없어 죽겠어. 그러니까 이혼할 거고 돈 배상하라고 해!"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이형욱이 히스테리적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임호중은 눈빛을 번뜩이며 남유주를 힐끗 보았다."남유주 씨, 이혼에 동의하세요? 만약 이혼한다면 아무런 것도 챙기지 못할 건데요."남유주는 이형욱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아니요"그녀는 턱을 약간 치켜들었는데 약간의 도도함과 오만함이 내비쳤다."이혼 안 할 거고요, 결혼 후 공동 재산, 나 꼭 챙길 거라고요."그렇게 말하면서 걸어서 입구 쪽으로 갔다.이형욱이 바락바락 악을 쓰며 소리쳤
남유주는 분명 휴지통에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했다.회의 중인 박수혁의 휴대폰이 두 번 울렸다.각 부문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 정도라 그는 사실 기분이 괜찮았었다.하지만 문자를 보는 순간, 화가 난 박수혁은 얼굴빛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헉.뒷부분의 말은 그를 비꼬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거지?은혜를 원수로 갚는 여인, 딱 보면 좋은 사람은 아니지!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회의실 안의 온도도 따라서 떨어진 것 같다.박수혁의 정서 변화가 너무 빠르다. 보고하고 있던 사람도 덩달아 조심조심하게 되면서 어떻게 마무리를 지었는지도 모를 정도다.오후, 소은정과 전동하는 김하늘을 데리고 남자 모델 공연을 보러 갔다.흥분한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던 김하늘은 병상에 누워있는 소은해를 내팽개치고 옷을 갈아입고는 따라서 뛰쳐나갔다.전동하는 친절하게 소은해를 위해 간병인을 구해왔고 떠나기 전에 도련님을 잘 보살펴 달라고 당부했다.간병인들은 이 정도로 해주는 매부라면 진짜 최고의 매부이고 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유독 소은해만이 스스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뿐 속으로는 미워서 이가 근질근질한데, 하필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하지만 이번 일로 그는 앞으로 소은정 옆에는 전동하 외에 다른 이성이 나타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이 남자는 보기에는 온화하고 너그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늘구멍보다도 속이 좁다!게다가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는 스타일!그는 여동생이 마음 아팠고 더욱이 자신이 마음 아팠다!가장 미운 것은 양심 없는 김하늘이었다!소은정네가 돌아와서 병원으로 데려갔고 김하늘은 손을 흔들며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저녁, 와인바.남유주가 바에 앉아 자신을 위해 칵테일을 만드는데 입에 넣으니 맛이 시고 떫고 맵지만 뒷맛은 그래도 순수하고 달았다.술을 삼키려는 순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들어오는 남녀를 보고 그녀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칼자국 얼굴남의 시선이 스쳐올 무렵,
위층에서 한바탕 관계를 가진 뒤.이민혜는 표정은 흐리멍덩하나 얼굴은 더더욱 붉고 윤기가 흘러넘친다. 그녀는 남자의 품을 파고들었으며 목소리마저도 훨씬 요염하게 변했다.“자기, 나한테 약속한 거, 아직 못했는데.”관계 후 담배를 피우던 남자의 가슴에서 함박웃음이 들려왔다.“옆에 있는 사람, 너무 대단해서 전혀 기회를 찾지 못했어. 한번 뒤를 밟도록 사람을 붙였는데 잡혀서 한바탕 뚜들겨맞기까지 했거든. 게다가 경찰서로 보내졌고.”곧 정신을 차린 이민혜는 냉정하게 옷을 입기 시작했다.남자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냉정하게 대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할게.”이민혜가 그를 뿌리쳤다.“대체 어떻게 한다고?”“나는 접근하지 못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잖아!”남자는 음흉한 안색으로 그녀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와, 약간 상스러운 듯이 그녀의 얼굴에 토해졌다.이민혜는 살짝 어안이 벙벙해졌다.“걱정 마. 내 말만 들으면, 이 일, 감쪽같이 할 수 있다니까.”남자가 그녀를 달래며 웃으면서 말했다.이민혜는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또다시 스킨십을 하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방을 나섰다.이때 남유주가 두 사람을 발견하는데 온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박수혁에게 말했다. “나왔어요.”박수혁은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처럼 눈도 쳐들지 않았다. 그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곳에 있었기에 둘 다 이쪽은 아무도 못 봤던 것이다.그는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다만 컵을 잡은 손가락을 약간 움츠렸을 뿐.두 사람이 문을 나섰다. 바람이 불어왔다.이민혜가 작별을 고하기도 전에, 눈앞에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두 사람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칼자국 얼굴남이 순간적으로 긴장을 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걸 파악한 그는 고개를 돌려 와인바로 다시 들어갔다가 혼란한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 벌써 사람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