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주는 분명 휴지통에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했다.회의 중인 박수혁의 휴대폰이 두 번 울렸다.각 부문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 정도라 그는 사실 기분이 괜찮았었다.하지만 문자를 보는 순간, 화가 난 박수혁은 얼굴빛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헉.뒷부분의 말은 그를 비꼬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거지?은혜를 원수로 갚는 여인, 딱 보면 좋은 사람은 아니지!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회의실 안의 온도도 따라서 떨어진 것 같다.박수혁의 정서 변화가 너무 빠르다. 보고하고 있던 사람도 덩달아 조심조심하게 되면서 어떻게 마무리를 지었는지도 모를 정도다.오후, 소은정과 전동하는 김하늘을 데리고 남자 모델 공연을 보러 갔다.흥분한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던 김하늘은 병상에 누워있는 소은해를 내팽개치고 옷을 갈아입고는 따라서 뛰쳐나갔다.전동하는 친절하게 소은해를 위해 간병인을 구해왔고 떠나기 전에 도련님을 잘 보살펴 달라고 당부했다.간병인들은 이 정도로 해주는 매부라면 진짜 최고의 매부이고 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유독 소은해만이 스스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뿐 속으로는 미워서 이가 근질근질한데, 하필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하지만 이번 일로 그는 앞으로 소은정 옆에는 전동하 외에 다른 이성이 나타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이 남자는 보기에는 온화하고 너그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늘구멍보다도 속이 좁다!게다가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는 스타일!그는 여동생이 마음 아팠고 더욱이 자신이 마음 아팠다!가장 미운 것은 양심 없는 김하늘이었다!소은정네가 돌아와서 병원으로 데려갔고 김하늘은 손을 흔들며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저녁, 와인바.남유주가 바에 앉아 자신을 위해 칵테일을 만드는데 입에 넣으니 맛이 시고 떫고 맵지만 뒷맛은 그래도 순수하고 달았다.술을 삼키려는 순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들어오는 남녀를 보고 그녀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칼자국 얼굴남의 시선이 스쳐올 무렵,
위층에서 한바탕 관계를 가진 뒤.이민혜는 표정은 흐리멍덩하나 얼굴은 더더욱 붉고 윤기가 흘러넘친다. 그녀는 남자의 품을 파고들었으며 목소리마저도 훨씬 요염하게 변했다.“자기, 나한테 약속한 거, 아직 못했는데.”관계 후 담배를 피우던 남자의 가슴에서 함박웃음이 들려왔다.“옆에 있는 사람, 너무 대단해서 전혀 기회를 찾지 못했어. 한번 뒤를 밟도록 사람을 붙였는데 잡혀서 한바탕 뚜들겨맞기까지 했거든. 게다가 경찰서로 보내졌고.”곧 정신을 차린 이민혜는 냉정하게 옷을 입기 시작했다.남자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냉정하게 대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할게.”이민혜가 그를 뿌리쳤다.“대체 어떻게 한다고?”“나는 접근하지 못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잖아!”남자는 음흉한 안색으로 그녀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와, 약간 상스러운 듯이 그녀의 얼굴에 토해졌다.이민혜는 살짝 어안이 벙벙해졌다.“걱정 마. 내 말만 들으면, 이 일, 감쪽같이 할 수 있다니까.”남자가 그녀를 달래며 웃으면서 말했다.이민혜는 머뭇거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또다시 스킨십을 하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방을 나섰다.이때 남유주가 두 사람을 발견하는데 온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박수혁에게 말했다. “나왔어요.”박수혁은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처럼 눈도 쳐들지 않았다. 그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곳에 있었기에 둘 다 이쪽은 아무도 못 봤던 것이다.그는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다만 컵을 잡은 손가락을 약간 움츠렸을 뿐.두 사람이 문을 나섰다. 바람이 불어왔다.이민혜가 작별을 고하기도 전에, 눈앞에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두 사람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칼자국 얼굴남이 순간적으로 긴장을 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걸 파악한 그는 고개를 돌려 와인바로 다시 들어갔다가 혼란한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 벌써 사람
히스테리를 부리며 그를 욕하는 이민혜는 손이 떨렸다.어쩌면 자신의 허탈함을 감추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몇 년 동안 쌓인 원한을 더 이상 참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눈에 원한을 품고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채 그를 바라보고 있다.“나를 잡아오라고 네가 시킨 거니? 그 사람은?”그녀의 눈에는 당황함이 스쳐지나갔다.와인바 앞에서 기다렸다는 것은 박수혁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넌 어떻게 알게 된 거야?”박수혁은 그녀를 노려보다가 눈꼬리가 약간 붉어졌다. 그는 나약함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경계심이 쉽게 무너져버리니까.그는 손에 이미 온도가 없어진 그 뼈를 꽉 쥐면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갑자기 그녀의 몸에 물건을 던지는데 무언가에 갈린듯이 목소리가 거칠다. “여기요, 그 사람 여기 있어요.”그 사람의 뼈를 보던 이민혜가 깜짝 놀라면서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넘어졌고 놀라운 눈빛으로 눈앞의 아들을 바라보았다.“너......”박수혁의 눈빛은 마치도 거친 바다에 한 점의 파도가 없듯이 잔잔하다. 그러나 사실 그 밑에 오히려 거센 파도를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를 우습게 쳐다보는 박수혁의 입가에는 위험하고 냉혹한 웃음기가 걸려있었고 눈은선홍색이 빛이 비껴있다.“어머니, 어머니가 하신 일들을 보십시오. 존중할 만한 일들입니까? 그 사람 무척이나 챙기시네요? 죽었다면 대신 복수라도 하게요?”이민혜는 온몸이 떨리며 오한이 났다.두려움이 온몸으로 번져, 그녀의 뼈 사이로 파고들었으며 마치 독사가 죽도록 그녀의 숨통을 쥐어짜는 것 같았다.“너 이놈의 새끼, 나 네 엄마야. 네가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그녀는 온 힘을 다해 울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박수혁의 얼굴과 몸을 때렸다. 그러고 직성이 풀리지 않아 옆에 있는 물건을 집어 박수혁의 몸에 내리쳤다.박수혁의 차가운 얼굴에 상처가 나고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느끼
얼굴을 가린 이민혜의 두 손 사이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박수혁은 진작에 어머니로부터 마음이 떠나갔다.사실 그가 그렇게 그녀를 원망하면서도 기대했던 적도 있다. 어머니가 좋은 엄마이기를.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그녀는 애당초 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이 케케묵은 태한그룹을 떠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생존력도 없고 태한그룹이 가져다 주는 아우라와 영광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그래서 떠난 사람은 박봉원이다.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여기에서 박봉원에게 억압당했었고 박봉원이 떠나자 박수혁이 그 자리를 메웠다.그녀는 반항을 시도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박수혁이 영감님보다도 더 독했던 것이다.아들이지만 전혀 친아들 같지 않았다. 자신의 친아들에게 폭로된 간통은 그녀가 아무리 뻔뻔스럽게 굴어도 계속될 수 없다.뼈라고 하는 물건이 아직도 땅 위에 있다.그녀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구역질이 나서 토가 나올 것 같아서.울고 싶은 만큼 울고난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위층으로 걸어갔다.박수혁이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그는 다시는 그녀가 그의 삶에 끼어들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태한그룹이라는 신분으로 그더러 이 고택에서 자생자멸하도록 하려는 것이다.고택은 비록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는 않았지만 청소 아줌마가 와서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상황이다.여전히 낯익은 모습, 그녀가 몇 십 년을 살아온 모습이다.......박수혁은 차 안으로 돌아와 잠시 진정하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이 일은 박봉원에게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그래서 돌아간 후 그는 박봉원에게 말했다.박봉원은 비록 장애가 있기는 하나 머리는 멀쩡하며 설령 놀음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태한그룹 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그런 박봉원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가볍에 웃었다.“이렇게 해. 네가 성가시다고 여기면, 나한테로 보내. 내가 봐줄 테니까. 사내 찾아 논다는게 큰일은 아니다만 소문이 나가면 좋지는 않을
노래 한 곡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냈다.남유주는 기껏해야 노래 한 곡만 부를 뿐이다. 그것도 흥이 넘칠때.그녀는 무대에서는 그래도 자신감이 있어 보이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아예 딴 판이다.차이가 너무 커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남유주는 기타를 옆에 있던 사람에게 건네고는 웃으면서 밑으로 내려오는데 머리를 드는 순간, 그곳에 앉아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박수혁은 소외감이 느껴지도록 차가웠다. 미간을 찌푸리던 남유주가 웃으면서 다가갔다.비록 서로가 상관없는 사이지만, 그가 자신을 여러 번 도와준 걸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결코 양심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그녀는 웃으며 바텐더가 건네준 술을 가져오더니 박수혁에게 말을 건넸다.“박 대표님, 기분이 안 좋으세요? 여기에 다 오시게요? 저는 대표님이 다사다망하신 줄로만 알았는데!”필경 이곳에 오는 사람은 세부류다. 첫째는 기분이 나빠 곤드레만드레 취하려고 오는 사람.둘째는 비즈니스 때문에 찾아오는 박수혁과 같은 성공한 사람들.셋째는 그냥 놀러 오는 사람들이다.박수혁은 놀러 온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 때문에 온 것도 같지 않다.그러면 기분이 안 좋아서 온 부류에 속함.박수혁은 느릿느릿 눈꺼풀을 치켜들고, 약간 냉담하고 비꼬는 듯한 태도로 가볍게 피식했다.“기분 좋은데요?”남유주는 그 뜻을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그의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도 느꼈다.옆에 앉아 있는 그녀는 원래의 단아한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스모키한 화장이 되어 있다.귓가에 울려오는 음악이 시끄러워지면서 귀청이 터질 것 같다.박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그녀가 보낸 문자를 찾아내어 그녀 앞에 놓았다.남유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별로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소은정 씨 찾으세요? 오늘 안 오셨는데. 낮에 만났었는데, 미용실 갔다가 남편분이랑 분위기 있는 곳에서 근사한 저녁식사 하신다고 하셨어요.”박수혁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정말 어이없
“내가......내가 가라고?”이민혜가 놀라서 당황을 했다.안에 있던 플라스틱 우정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민혜 또한 다급히 안색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렸다.“내가 가면 드러나지 않겠어?”그녀는 지금 행보가 힘들다. 친아들도 그녀를 무시하고 태한그룹에서 그녀의 지위 또한 여지없이 떨어졌으니까.만약 자신이 손을 썼다는 걸 박수혁이 알게 되면 그녀는 자신이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필경 박수혁이 그렇게 정이 있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그래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고 당황했다.남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그녀의 그까짓 배짱이 우습다는 듯이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걱정마. CCTV는 내가 다 망가뜨려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혹시 주변에 쓸만한 사람 또 있어? 아직 자기 아들한테 매수되지 않은 사람말이야. 자기가 변장을 하고 소방통로로 들어가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버리면 되고 말이야. SC그룹에서 반응할 즈음이면 소은정은 이미 죽었을 테고, 그때 가서 고작 차 한대에 관심 둘 사람, 없을 거야.”약간 유혹적인 남자의 말에 이민혜는 마음이 흔들렸다.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 어쩌면 이것이 만전의 기회일 수도 있다.전에는 그녀에게는 조력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있지 않은가!남자는 뒤에 한마디 더 붙였다.“자기한텐 마지막 기회야. 나는 뒤를 밟는 자가 있어서 A시로 못가. 그러니 가든 안 가든 자기가 알아서 결정해!”남자는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뻣뻣하게 멍하니 서있던 이민혜도 천천히 휴대폰을 끊었으나 오랫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그녀는 느릿느릿 카드 테이블로 걸어갔다.옆에 있던 사모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는데, 그 안에는 젊은 여자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사모님, 보세요. 제 조카딸인데요 방금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왔거든요. 얌전하게 말도 어찌나 잘 듣는지, 예쁘죠?”다른 사모님도 질세라 미리 준비한 사
길을 달리고 있는 이민혜의 마음은 갈수록 가빠져 가슴을 뚫고 나갈 것만 같다.그녀는 소은정에게 발견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저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나 신호등이 깜짝할 사이에 빨간색으로 변해버렸다. 그녀는 하나도 두려울 게 없었다.이때 갑자기 옆쪽에서 대형 트럭이 튀어나오면서 빠른 속도로 그녀를 들이받았다.100미터......50m......30미터......이민혜가 위험을 깨달았을 때, 대형 화물차의 클락션이 울렸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래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급히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나 하지만 브레이크는 전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아무리 힘껏 밟아도 말이다.이미 늦어버린 순간, 머릿속엔 남자의 냉소가 스쳤지나갔다. 이것이 바로 그가 손을 본 결과인가?어떻게 이 차에 손을 댈 수 있지?화물차의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날카롭고 귀에 거슬렸다.찰나, 그녀는 무심코 핸들을 세게 돌렸다.차가 갑자기 옆의 울타리에 부딪히면서 옆으로 뒤집어졌다.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그녀의 몸이 관성 때문에 무심코 유리에 부딪혔다.가솔린 냄새, 피비린내, 녹내, 그리고 무디지만 심한 통증까지 촘촘히 올라왔다.그녀는 갑자기 숨이 막히면서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모든 걸 잃었네......그녀는 마음이 절망적이면서도 억울했다.이렇게 농지거리 던지는 식으로 지다니?더 생각할 새도 없이 지각마저 없어졌다......——퇴근할 즈음, 차도 점점 많아졌고 교통사고로 길 또한 막혔다.뒤에 앉은 전동하가 소은정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잡고 가볍게 쓰다듬고 있다.소은정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참, 차고에 있는 내 차요, 수리하라고 사람 보냈나요?”전동하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그 빨간 레인지로버, 진작에 수리했죠. 다만 새 모델이 나왔던데 내가 당신한테 새 차로 바꿔줄 테니까 레인지로버는 그냥 처리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이 눈을 반짝이며 빙그레 웃더니 그의 팔을 껴안았다.“그
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차량은 이미 거의 폐차 수준이고요. 그러고 저희가 이미 이민혜 여사님의 이동 경로와 통화 기록을 조사했는데 타지에 있는 낯선 번호랑 연락을 취했더라고요. 다만 그 번호가 일회용 번호라서 일단은 추적을 시작했고요, 만약 혹시 단서가 있으시다면 저희한테 제공해 주십시오.”그 말에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얼굴색이 복잡해졌다. 이민혜의 조우가 가엽기도 하나 그녀가 그렇게 한 목적이 뭔지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최근에 이민혜 여사님을 뵌 적은 있나요?”형사가 물었다.소은정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분과는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습니다.”그 말에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듯하니 두 분께서는 돌아가셔도 됩니다.”전동하가 고마움을 표시한 후 소은정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놀랐어요?”그는 소은정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소은정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다만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두 사람은 문을 나와 차를 탔다.전동하가 멈칫 하더니 말을 내뱉었다.“아니면 병원에 가볼까요? 혹시 박 대표가 우리보다 아는 게 많을 수도 있으니?”소은정도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빨리 병원에 도착했다.병실은 여전히 최상의 병실이다.하지만 차갑기 그지없으며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는 이민혜 외에는 그 누구도 없다.막 무언가를 말하려던 소은정이 전화를 들고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박수혁을 발견했다. 박수혁은 표정이 굳어있지만 미간 사이에 약간의 슬픈 기색이라고는 없었다.마치도 사고가 난 사람이 가족이 아닌 것처럼.입구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박수혁은 눈살을 약간 찌푸렸으나 곧 평정을 되찾았다.“왔어요?”박수혁은 찾아온 두 사람을 보면서 조금도 놀라지 않아했다.박수혁은 두 사람을 거실로 데리고 갔다.힐끗 보던 전동하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형사님께서 차량을 훔친 사람이 이민혜 여사님이라고 하셔서오.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에게 설명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