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의 말에 그녀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기가 지금 어떤 동요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어떤 감동이나 충격,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마치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박수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수혁 씨, 내가 당신 호의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당신 간곡함을 거절한 거야. 내 말 이해했어?”박수혁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박수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왜지? 이미 떠났잖아. 당신이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아 한다는 건 나도 이해해,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 수 없잖아. 고통에서 도망치려면 우선 그 남자에 대한 감정에서부터 걸어 나와야 하잖아. 안 그래?”소은정은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아니, 난 동하 씨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난 단 한 번도 고통에서 도망치려 한 적 없어. 고통을 잠깐 중지시킨 거지, 망각한 건 아니야. 난 그를 사랑해, 그는 쉽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혹시나 그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난 그의 옆에 있을 거야.”전동하는 그녀에게 말로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줬다. 그녀가 준 사랑의 10배는 더 되는 사랑으로 그녀의 사랑에 보답했다.순간마다 그녀를 향해 베푸는 전동하의 배려와 사랑은 그녀에게 덧없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이 세상 누구도 전동하 만큼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없다고 그녀는 확신했다.박수혁에게 받은 상처는 진작에 전동하의 사랑을 통해 완전히 아물었다. 넘치는 사랑을 주는 전동하 대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으로 가득 찬 박수혁과 그녀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전동하에 대한 애정이 어린 말과 그를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에 박수혁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짙게 깔린 눈빛에서 분노가 차올랐지만 박수혁은 자기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억눌렀다.“당신도 예전에는 날 이렇게 사랑했던 건가?”3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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