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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3화 아빠는 필요해

박수혁의 말에 그녀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기가 지금 어떤 동요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감동이나 충격,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마치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박수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혁 씨, 내가 당신 호의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당신 간곡함을 거절한 거야. 내 말 이해했어?”

박수혁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박수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왜지? 이미 떠났잖아. 당신이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아 한다는 건 나도 이해해,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 수 없잖아. 고통에서 도망치려면 우선 그 남자에 대한 감정에서부터 걸어 나와야 하잖아. 안 그래?”

소은정은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난 동하 씨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난 단 한 번도 고통에서 도망치려 한 적 없어. 고통을 잠깐 중지시킨 거지, 망각한 건 아니야. 난 그를 사랑해, 그는 쉽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혹시나 그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난 그의 옆에 있을 거야.”

전동하는 그녀에게 말로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줬다. 그녀가 준 사랑의 10배는 더 되는 사랑으로 그녀의 사랑에 보답했다.

순간마다 그녀를 향해 베푸는 전동하의 배려와 사랑은 그녀에게 덧없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이 세상 누구도 전동하 만큼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없다고 그녀는 확신했다.

박수혁에게 받은 상처는 진작에 전동하의 사랑을 통해 완전히 아물었다. 넘치는 사랑을 주는 전동하 대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으로 가득 찬 박수혁과 그녀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전동하에 대한 애정이 어린 말과 그를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에 박수혁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짙게 깔린 눈빛에서 분노가 차올랐지만 박수혁은 자기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억눌렀다.

“당신도 예전에는 날 이렇게 사랑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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