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새봄이와 문준서를 바라보았다."서로 잘 보살펴 줄 수 있지?"새봄이는 기분이 나쁜 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새봄이는 엄마가 같이 있었으면좋겠어요... 새봄이는 괴물이 무섭단 말이에요..."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우리 보지 말까?""아니에요. 참아볼게요! 엄마는 뒤로 가세요, 전 용감한 아이니까 참을 수 있어요!"새봄이는 조그마한 두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옆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던 여자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딸이에요? 어쩜, 이리도 귀여워요! 우리 애보다 어려 보이는데 의사 표현도 이렇게 잘하고, 총명하기도 해라..."새봄이를 칭찬하는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새봄이는 자기를 칭찬하는 여자에게 살풋이 웃었다."고마워요, 이모! 이모 아가도 귀여워요!"새봄이의 말에 여자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새봄이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문준서에게 말했다."준서도 용감하지?"준서는 새봄이의 손을 꼭 잡고 용감하게 말했다."엄마, 준서가 동생을 잘 지킬게요! 걱정하지 마세요!""착하네~ 퍼레이드가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뒤에서 보고 있으니까 안전에 조심하고, 알겠지?"소은정의 당부에 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과 전동하에게 이미 수없이 들은 얘기를 소은정이 한 번 더 하자 아이들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알고 있다고요!'"진짜 고마워요. 끝나고 제가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소은정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괜찮아요.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도와야죠. 자리가 어디예요?" 여자는 얼른 주머니에서 티켓 표를 꺼내 소은정과 교환했다.아주 짧은 시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그녀의 자리는 복도 근처에 있는 뒤로 두번째 자리였다.뒤로 걸어가자 사람들은 어느새 앉아있었고 그녀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좌석으로 가
공연이 거의 끝날 때쯤 공연장은 사람들로 점점 더 붐비고 있었고 소은정은 두 아이를 먼저 데리고 나왔다.그녀는 밖으로 빠져나와 우연준과 윤이한을 기다리고 있었다.아까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자가 품에 아이를 안고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아까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제 아이는 그 자리에서 분명 소란을 피웠을 거예요. 더군다나 해외라서 말도 안 통하고 힘들 뻔했는데 정말 고마워요."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다음에 티켓 살 때는 연속번호로 사세요. 다음에는 이런 행운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여자는 한숨을 쉬며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당신이 예약한 가운데 세 자리만 묶음 판매했고 다른 자리들은 각각 한 장씩밖에 구매가 안 됐어요. 자리 하나 예매하고 옆자리 봤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예매했더라고요."소은정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하나씩 만 판다고요? 저는 한 번에 세 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어요."그녀는 마음이 찝찝했고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을 느꼈다.그 여자도 의아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시스템 장애가 생겼던 게 아닐까요? 저는 당신이 이 놀이공원의 VIP 고객이라서 운이 좋은 줄 알았어요."'이런 우연의 일치?'소은정은 눈을 살짝 내리깔고 미소를 지었다."제가 운이 좋았나 봐요."그 여자는 소은정에게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몇 마디 더했다."그러게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오늘 무대도 예정된 무대가 아니라 며칠 전에 급작스럽게 변경이 된 거거든요. 솔직히 말해 이 놀이공원의 연극은 100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 번도 변한적 없었어요. 운 좋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울트라맨 공연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울트라맨 연극을 프랑스에서 볼 줄이야. 정말 놀랍지 않나요?"상대방이 말할수록 소은정의 얼굴이 굳어졌다.우연치곤 너무 치밀했다.마치 누군가를 위해 일부러 준비한 것 같았다.하지만 울트
놀이공원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이즈였다. 하지만 그들이 떠날 때까지도 소은정은 고독해 보이던 그 구부정한 뒷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두 아이는 실컷 놀고는 고분고분 말도 잘 들었다. 그래서 소은정은 선물로 풍선을 하나씩 사줬다. 손을 맞잡고 거리를 산책하는데 따뜻한 햇살이 어깨에 내리비췄다.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새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웃음소리를 듣노라니 문준서도 이 행복한 분위기에 취해있는 듯싶었다. 소은정은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때 이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새봄이는 제일 먼저 그 사람과 그 옆에 서있는 오빠를 발견했다. “어! 이상한 아저씨다! 그리고 오빠도 있네!” 문준서는 희고 여린 얼굴로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냈다. 박시준은 해맑게 뛰어와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동생들도 안녕? 이건 선물이야.” 새봄이는 박시준은 보고 웃으며 사양 않고 선물을 받았다. 엄청 예쁜 무지개빛 솜사탕이었다. “고마워 오빠.” 문준서는 화를 내며 새봄이의 손을 놓고는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 새봄이가 염치가 없다고 화를 내는 게 분명했다. 새봄이는 냉큼 따라가서 솜사탕을 문준서에게 건넸다. “네가 좋아하는 솜사탕인데...” 문준서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그러고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솜사탕을 받아 들었다. 태세전환이 여간 빠른 게 아니었다. 박시준은 웃으며 새봄이를 바라봤고 박수혁도 헛기침을 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우연이네, 마침 시준이도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 하길래 데리고 왔는데 벌써 와있을 줄은 몰랐어.” 소은정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건 분명했지만 뭔가 평소와 다르다는 건 조금만 신경 쓰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박수혁이 여기에 나타난 목적을 추측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건 확실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윤이한과 우연준을 먼저 보내지 말았을 걸 하는 생각이
그는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할지 몰랐다. 분명 같이 식사하자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자신인데 결국 박시준만 그들에게 초대받았다. 박시준은 새봄이 자신을 먼저 초대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순식간에 많이 나아졌다. 그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박수혁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는 새봄이랑 갈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러고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소은정과 문준서를 쫓아갔다. 문준서는 박시준을 보고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냈다. 소은정은 무슨 대단한 식사를 준비한 게 아니었다. 그저 그곳에 특색이 있는 거리가 있어서 거기에 가서 좀 돌아다닐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걸로 박시준이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박시준에 대해 딱히 큰 생각이 없었다. 그의 엄마가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하긴 했지만 이미 그에 따른 벌을 받았기에 그 죄를 아이에게까지 뒤집어씌울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눈치만 보고 사는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그래서 박시준을 불러 세운 것도 한순간의 충동으로 인한 행동이었다. 박수혁이 냉담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니 박시준에 대한 동정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박수혁은 항상 그랬다.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과 일에 대해서는 조금의 시간과 정력도 들이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박시준은 성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만약 계속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었다. 새봄이는 신이 나서 공연을 보고 있었고 박시준은 새봄이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듯 새봄이를 향해 기쁜 얼굴로 뛰어갔다. 그저 문준서만이 뾰로통한 얼굴로 소은정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난 쟤 싫어. 왜 초대해? 동생을 물에 밀어 넣은 게 쟨데.” 준서는 아직도 그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적대심이 가득했다. 그래서 박시준이 지금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어도 언제든지 다시 새봄이를 괴롭힐 거라고 생각했다. 준서는 이런 사람이 새봄이와 가깝게 지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
그 의심스러운 그림자를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박수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성은 몸을 구부린 채 계속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의도가 불순해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박수혁은 경계의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더 이상 소은정이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박수혁은 전화기를 꺼내들고 보디가드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소은정에게로 다가갔다. 소은정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박수혁이 자신의 말을 못알아들어서 이러는 걸까? “당신...” 소은정이 입을 떼기도 전에 박수혁은 그녀를 끌고 도로 중심으로 갔다. 그리고는 새봄이와 나머지 두 아이들에게 낮은 어조로 말했다. “그만 놀고 돌아가자. 여긴 위험해.” 소은정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위험? 무슨 위험?” 국외의 치안이 국내보다 못하다고 해도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이 하필 자신에게 생길 줄이야!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전혀 이상한 징후가 없었다. 무슨 위험이 있다는 걸까? 박수혁은 그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가서 아까 그 수상한 사람이 있던 곳을 가리켰다. “저길 보면...” 하지만 그가 가리킨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은정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혹시 저녁 요청을 거절해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내 휴식시간을 방해할 이유로 고작 이런 걸 찾았어?” 박수혁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런 게 아니라...” 박수혁은 누가 봐도 초조하고 조급해 보였다. 어떻게 이 일을 해석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한 손을 잡고 있던 새봄이도 손을 뿌리치려고 하고 있었다. “아저씨, 저 손 아파요.” 새봄이가 눈물이 글썽해서 얘기를 하자 문준서가 다급히 달려와서 새봄이의 손목을 어루만져 주었다. 박시준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 깜짝 놀라서는 박수혁을 바라봤다. 박수혁은 소은정의 손을 놓고 수상한 사람이 숨어있던 그곳을 바라보았다. 큰 소리를 내지도 않았고 인기척도 내지
소은정은 왜 자신이 그 사람의 뒷모습에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고. 기사님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녀는 차문을 열고 나가 그 사람이 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이렇게나 빨리 자취를 감췄다니... 소은정은 왠지 모를 실망감을 느꼈다. 뭔가 중요한 걸 잊은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최성문이 차에서 내려 뭔가 큰일이 일어난 줄 알고 주위를 경계하며 말했다. 소은정은 텅 빈 거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낮은 목소리에 고독함이 묻어있었다. 착각이었을까? 한순간 그 뒷모습이 전동하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기억 속의 그는 늘 깔끔한 차림을 하고 있었지 저렇게 초라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차에 다시 올라타 휴대폰을 확인했다. 수많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더 이상의 답장은 없었다. “보고 싶어요. 왜 안 와요?” “오늘 새봄이가 학교에서 친구를 때렸어요. 당신이 좀 혼내줘요!” “오늘 당신이랑 되게 닮은 사람을 봤어요. 그쪽이 돌아온 줄 알았어요.” ... 모두가 잠든 밤, 소은정은 우유 한잔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눈앞에 놓인 약들을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정신과의사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사 선생님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 새벽에 전화를 걸어도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혹시 잠이 안 와요?” “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면에 이상 없다고 하셨잖아요. 왜 오늘은 잠이 안 올까요? 혹시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외부에서 강한 자극을 받을 경우 그럴 수도 있거든요.” 소은정은 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며 갑자기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절한 선생님이야말로 그 적임자가 아닐까 싶었다. “그 사람이랑 굉장히 닮은 사람을 만났어요. 아
이렇게 될 줄 알았어도 그녀는 아마 그와 함께 했을 것이다.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박수혁과 함께한 3년은 수없이 후회했지만 전동하와 함께한 매 순간 그녀는 슬프고 속상했던 적이 없었다. 전동하는 그녀에게 기쁨과 행복만을 안겨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함께할 걸 그랬어요.” 문자를 보내고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문제의 해답을 찾았으나 그는 보지 못한다. 휴대폰을 수리하지 않은 채 본가에 두고왔기에 그녀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눈만 깜박거렸다. 곧 시들어갈 백합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처량한 모습이었다. 그 시각 박수혁도 부하의 말을 들으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못 찾았다고? 그럴 리가?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절름발이였어. 나이는 5,60은 되어보였고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누가봐도 수상해 보였어. 주위 노숙자들까지 다 찾아봤어?” “찾아봤는데 방금 설명하신 분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조차 찾지 못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다리가 불편하다면 멀리 가진 못했을 거고 주위에 목격자가 분명 있었을 텐데 누구도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잡아뗐습니다.” 박수혁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cctv는 찾아봤어? 이렇게 큰 도시에 cctv가 없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대표님이 말씀하신 위치의 cctv는 다 확인해 봤는데 얼마 전 해킹당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경찰서에서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서 계속 관리를 안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cctv에서는 이상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대표님이 잘못 보신건 아닐까요?” 박수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내 눈이 잘못됐다는 건가?” 부하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박수혁이 이를 꽉 깨물며 차갑게 말했다. “아니,
옆의 남성도 일어나서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 모두 문 씨 성을 가진 것도 신기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소은정은 웃으며 손을 맞잡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준서는요? 부모님 되게 보고 싶어 했는데 왜 보이지 않죠?” 문선과 문예성이 눈을 마주쳤다. 문예성이 말했다. “저번에 저희가 급한 일이 생겨서 애를 보낸 거였거든요. 화났는지 저희를 만나려고도 하지 않네요.” 소은정이 웃었다. “괜찮아요, 조금만 있으면 먼저 올 거예요. 그렇게 속 좁은 애가 아니니까.” 문선이 따라 웃었다. 눈빛에 진심 어린 고마움이 묻어났다. “아버지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애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해요. 어떻게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희가 너무 바빴어요. 근데 저번에 그 일이 있고나서 아버지가 저희를 호되게 혼내시더라고요. 꼭 애랑 시간 보내고 오라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남편이랑 며칠을 상의해서 오늘에서야 시간이 났네요. 애 데리고 나갔다 오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소은정이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저한테 물을 필요가 있나요? 바쁘신 거 다 알아요. 그래서 이번 출장 때 준서를 데리고 온 거고요. 부모님이랑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준서는 영리하고 기특한 애예요. 제 아들이나 다름없는 애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세요. 언제 데리고 오든지 상관없어요.” 문선이 감격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워요. 저희가 애한테 빚진 게 많아요. 부모로서 애랑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게 애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는데 방법이 없네요. 저랑 남편이 일생을 바친 일이라 쉽게 떠날 수가 없어요.” 문예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어르신이 도와주셨는데 이젠 그쪽의 도움을 받게 되네요. 저희는 그래서 큰 걱정 안 합니다. 그저 저희 애가 민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니에요, 제 딸도 준서를 엄청 좋아해요. 아이들이 많으니 집안이 흥성흥성 하네요. 전혀 민폐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