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의 남성도 일어나서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 모두 문 씨 성을 가진 것도 신기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소은정은 웃으며 손을 맞잡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준서는요? 부모님 되게 보고 싶어 했는데 왜 보이지 않죠?” 문선과 문예성이 눈을 마주쳤다. 문예성이 말했다. “저번에 저희가 급한 일이 생겨서 애를 보낸 거였거든요. 화났는지 저희를 만나려고도 하지 않네요.” 소은정이 웃었다. “괜찮아요, 조금만 있으면 먼저 올 거예요. 그렇게 속 좁은 애가 아니니까.” 문선이 따라 웃었다. 눈빛에 진심 어린 고마움이 묻어났다. “아버지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애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해요. 어떻게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희가 너무 바빴어요. 근데 저번에 그 일이 있고나서 아버지가 저희를 호되게 혼내시더라고요. 꼭 애랑 시간 보내고 오라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남편이랑 며칠을 상의해서 오늘에서야 시간이 났네요. 애 데리고 나갔다 오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소은정이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요, 저한테 물을 필요가 있나요? 바쁘신 거 다 알아요. 그래서 이번 출장 때 준서를 데리고 온 거고요. 부모님이랑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준서는 영리하고 기특한 애예요. 제 아들이나 다름없는 애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세요. 언제 데리고 오든지 상관없어요.” 문선이 감격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워요. 저희가 애한테 빚진 게 많아요. 부모로서 애랑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게 애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는데 방법이 없네요. 저랑 남편이 일생을 바친 일이라 쉽게 떠날 수가 없어요.” 문예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어르신이 도와주셨는데 이젠 그쪽의 도움을 받게 되네요. 저희는 그래서 큰 걱정 안 합니다. 그저 저희 애가 민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니에요, 제 딸도 준서를 엄청 좋아해요. 아이들이 많으니 집안이 흥성흥성 하네요. 전혀 민폐가 아니에요.”
소은정은 다시 한번 작별인사를 건네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건 아마 새봄이 처음으로 겪는 타격일 것이다. 준서와 부모님이 떠나자 새봄이는 혹시나 소은정이 책을 자기에게 주기라도 할까 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할 말을 잃은 소은정을 보면서 우연준이 웃었다. “제가 가르칠까요?”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이젠 어린 아이도 아니니 자기를 통제할 줄도 알아야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나중에 유치원에 가서도 사람 앞에 나서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을거예요.” 우연준이 웃으며 소은정을 바라봤다. “아가씨는 사람도 패는데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할까요?” 소은정이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리자 우연준이 급히 말을 바꿨다. “대표님은 항상 생각이 깊으시네요. 그럼 전 아가씨가 입을 옷을 준비해 드리러 가겠습니다.” 우연준이 도망치듯 떠나가자 소은정은 책을 탁자우에 올려두고 식당으로 갔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윤이한의 표정이 어딘가 어두웠지만 소은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인사를 건넸다. “식사는 하셨어요?” “네, 전 다 먹었습니다. 천천히 식사하세요.” 왠지 모르게 넋이 나간듯한 모습으로 윤이한이 방으로 들어갔다. 옷은 구깃구깃했고 외투도 어제 입고 나간 그대로였다. 이상한 일이었으나 소은정은 거기에 대해 더이상 캐묻지 않고 우연준을 불렀다. “혹시 윤이한 씨랑 무슨 일 있었어요?””아니요, 저흰 그저 파트너일 뿐인걸요.” 소은정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혹시 어제 안 들어왔나요?” “어제 안 들어왔다고요?”우연준이 놀라며 말했다. 소은정이 할 말을 잃은 듯 우연준을 바라보자 그는 그제야 말을 보탰다.“아니 저야 모르죠! 같이 사는 것도 아닌데 어제 돌아왔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언제 나갔는지도 모르는걸요!”소은정은 한숨을 쉬었다. 아까 눈치가 빠르다고 했던 말은 취소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대표님, 혹시 수상하다고 생각되시면 오늘 밤엔 저랑 가시죠. 저도 대표님 혼자 보내는
관리인은 세심하게도 그런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고 황급히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순식간에 사막으로 변했다. 사막에는 오아시스도 보였고 바람 따라 날리는 모래알과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소은정은 좀 전에 느꼈던 공포감을 한순간에 잊어버렸다. 그녀는 놀라서 물었다. “바닷속이 아니었네요?” 좀 전에 바다속인 줄 알았던 장면도 사실 가짜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요트 안 여기저기에 쓰인 최첨단 기술이 사람을 놀라게 했다. 어쨌거나 바다가 아닌 사막을 보고 있으니 그녀의 상태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관리인이 웃으며 말했다. “바닷속이 맞습니다. 개인 잠수함으로 찍은 고화질 화면을 송출한 거예요.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을 담았죠. 손님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루 할까 봐 준비한 겁니다.” 소은정이 웃었다. “그럼 이 사막도 다 촬영한 거겠네요?” “네, 거리가 멀어서 송출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리얼하게 연출했습니다. 아, 그리고 우주를 찍은 것도 있어요. 대표님이 협찬한 통신위성으로 촬영했답니다.” 얘기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레드카펫이 금빛으로 가득한 연회장까지 이어져있었다. 내부의 분위기는 조용했지만 교향곡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게 중점이 아니었다. 관리인은 소은정을 데리고 들어갔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이미 와있는 것 같았다. 열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다들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건넸다. 관리인도 그 틈을 타 눈치 있게 물러났다. 소은정이 입장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소은정 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소은정은 만난 적은 없지만 이 사람들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건넸다. 몇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유명인사였다. 각종 유명한 잡지에 메인으로 걸리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소은정은 마지못해 웃었다.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무언가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전동하가 이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없으니 아마 안 친한 사이일 것이다. 하지만 진기종이 얘기하는 것만 들었을 때는 두 사람의 관계가 막역해 보였다. 또 진기종은 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재주가 있어 그런 그가 싫지는 않았다. 이제 그녀와 전동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진기종을 대하는 태도가 저도 모르게 많이 누그러졌다. “네, 하지만 이젠 그쪽으로 자주 가지 않더라고요. 전동하가 있을 때가 그리워요. 아 맞아요, 제가 어떻게 은정 씨를 알게 됐는지 알아요?”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 “이상준이요! 그쪽에서 남아프리카의 석유사업에 투자를 할 때 바로 제 주식을 샀었거든요. 그러다가 대영그룹에서 일이 터지면서 주식을 팔았어요. 저만 땡잡은 거죠.” 진기종은 아무렇지도 않게 영업비밀을 공개했다. 소은정이 웃었다. “그래요? 이상준 씨랑도 아는 사이셨군요.” “알다마다요, 제 조카예요.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죠. 단지 저희의 발전방향이 다를 뿐이에요. 전 해외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걸 추구하는데 저쪽은 국내를 포기하지 못하니까 연락을 자주 못하는 거죠.” 소은정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영그룹이 비록 국내에서 큰 권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세력이 큰 친척이 있다는 사실은 좀 놀라웠다. “혹시 그거 들으셨어요? 오늘 성세가 준비한 게 유럽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기술이래요. 그런데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진기종과 소은정은 소곤소곤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기도 하고 웃고 떠들기도 했다. 박수혁은 옆에 우두커니 서서 진기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진기종은 여유로운 사람이니만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심지어 박수혁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박수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헛기침을 하며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진대표님, 세 번째 부인이 곧 둘
성세가 멈칫했다. 휠체어에 앉아있던 남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은정을 쳐다봤다. 눈매가 매우 깊고 쓸쓸해 보였다. 처음 보는 눈이었다. 하지만 소은정은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실례지만 마스크를 벗겨보려 했다. 하지만 남성이 단번에 그 손길을 제지했다. 거친 손에 꽤 많은 흉터들이 남아있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전동하의 길고 가는 그 예쁜 손과 완전히 달랐다. 그 사람은 분명 밝은 사람이었는데 눈앞의 이 남성은 너무도 어둡다. 그는 마스크에 손을 올리더니 천천히 마스크를 내렸다. 소은정은 잔뜩 긴장해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마스크를 벗은 그 얼굴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오관이 또렷했으나 안색이 창백했다. 몸이 매우 허약한 모습이었다. 눈가 주위에는 자잘한 흉터들이 있었다. 소은정은 손을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서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미소를 지은 제니퍼는 전혀 그녀를 책망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제가 결례를 범했네요,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 의심스러우셨을 거예요. 몸이 안 좋아서 주목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랬습니다. 죄송해요.”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몹시 따뜻한 사람이었다. 연회장에 있는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소은정은 방금 자신이 너무 충동적이었고 또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사람이 많지 않아 제니퍼는 크게 방해받지 않았다. 다들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성세는 웃으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모르는 분이시죠?”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이나마 기대했던 마음이 또다시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버렸다. 희망을 보았다가 다시 실망에 젖는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확실히 전동하가 아니었다. 그녀는 철저히 마음을 접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속의 환상을 낯선 이에게 투영했다. 저 남성은 전동하가 아니었다. 그녀의 실망
박수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은정아, 나 믿어. 진짜로 내가 그 자식이 몰래 너를 미행하는 걸 봤다니까.”소은정은 냉담한 얼굴로 미안하다는 듯이 성세와 제니퍼를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이곳을 떠나 진기종이 있는 데로 갔다.그녀는 갑자기 진기종이 박수혁처럼 말을 귀에 거슬리게 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그는 이미 미쳐있었다!제니퍼는 소은정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슬쩍 엿보는데 눈빛을 차분하게 거둬들이고는 차갑게 박수혁을 바라보며 미지근한 어투로 말했다.“내가 왜 그곳에 나타났는지, 그리고 목적을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박 대표님이 궁금하셔서 한마디 할게요. 나는 거기서 친구를 기다렸고, 친구가 마중 와서, 친구 차를 타고 바로 떠났거든요. 박 대표님과 소 대표님은 아예 보지 못했거든요. 그런 와중에, 박 대표님은 참말로 저한테 관심이 많으시네요. 아무렇게나 지나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쪽한테 떠돌이 취급 받아야 합니까?”박수혁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무엇인가 말하려고 하는데 성세가 옆에서 기침 소리를 한번 내며 말을 뗐다.“됐어요 됐어요. 다 오해잖아요. 그만하세요. 두 분 개인적인 원한도 없는데 볼썽사납게 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소 대표님이 많이 난처해하신다고요. 박 대표님, 눈치채지 못하셨나요?”그가 이렇게 주의를 주자 박수혁의 안색이 약간 변하기 시작했다.그는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느라 소은정이 떠날 때의 어이가 없는 눈빛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그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말했다."내가 쓸데없는 생각 했다면 사과할게요,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네요."박수혁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성세가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가가 휠체어를 밀어보는데 휠체어가 앞으로 나가지 않자 그제야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제니퍼의 휠체어는 타인의 도움 없이도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제니퍼, 기분 상해 하지 마요. 제니퍼가 와준 것만으로 난 기뻐요.”제니퍼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서 일 보세요. 본격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지도 느리지 않아 마침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아래로 내려가면서 보니 그녀가 올때 보았던 사막과 바닷속은 아니었다.밑층에는 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어대고 있었고 다만 엘리베이터를 통해 밖이 보일 뿐, 바깥 사람들은 이 엘리베이터를 발견할 수 없다.이것 또한 비밀 통로 중 하나였던 것이다.박수혁은 그런대로 담담한 편이다. 그가 겪지 않았던 세상 물정이 없었던 터라 이런 잔재주는 그가 보건대에는 고작 사람들 심리에 영합하여 호감을 얻는 격에 불과했다.이때 소은정이 웃으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마디했다.“성 대표님께서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집사가 웃으며 맞장구쳤다.“그렇죠. 소 대표님. 이 엘리베이터가 해저까지 직통할 수 있는데 우리 대표님께서 거액을 들여 만드신 해저 실험실이랍니다. 크루즈선에 설치하는 이 방법 아무도 모를걸요. 사람들은 따라와서 그저 즐기기만 하죠.”소은정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크루즈선의 엘리베이터가 해저까지 직통할 수 있다니!그렇다면 이 해저 실험실은 정말 얕볼 수 없다.하지만 그녀는 이 정도까지라고 생각지 못했다. 바깥 세상에서 보았던 바다밑 세계가 보이지 않았고 바다 속에서 숨이 막힐 듯한 질식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엘리베이터에는 유화 전시가 펼쳐졌었고 세계 명화는 마치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황홀한 매력이 있었다.이 연회에 대한 그녀의 호감이 은근슬쩍 몇 점 추가되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엘리베이터가 얼마나 빨리 내려가지는 않은 같은데 3분도 안 돼서 도착한 걸 보아 너무 느리지도 않은 것 같았다.다만 아무런 불편함도, 위아래 무중력 상태도 없는 것으로 보아 엘리베이터에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수혁이 갑자기 뒤에서 입을 열었다:“제니퍼 씨는 어디서 취직하고 계시는지요?”소은정은 꼬치꼬치 캐묻는 박수혁의 행동이 싫었지만 섣불리 끼어들지는 않았다.잠깐 멈칫하던 제니퍼가 천천히 입꼬
성세가 웃으며 급히 걸어갔다.“여기는 구경할 곳이 아니라서 불편하실 것 같으니 들어가지 맙시다.”“뭐하는 곳인데 이렇게 미스터리로 말씀하시죠, 우리가 불편할리가요. 성 대표님, 혹시 좋은 거 숨겨놓고 못 보게 하시는 게 아닙니까?”그 말에 성세가 겸손하게 웃었다.“저긴 실험실인데요, 바깥과는 아예 다르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해부실이에요. 과정이 좀 피비린내가 나서 체통이 있으신 여러분들한테는 안 맞으니까 그냥 결과를 보시는게 낫겠죠.”이렇게 말하며 감추려고 하는 성세의 태도는 더더욱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소은정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피비린내?그녀가 반대하기도 전에 진기종이 보고싶어 안달이다. “성 대표님, 결과만 보면 무슨 재미가 있습니까? 다들 다각도로 대표님의 프로젝트를 답사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좀 눈을 뜨게 해줘봐요!”옆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봅시다!”“봅시다. 오기까지 했는데, 성 대표님 숨기지 말고요!”......성세가 약간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망설이며 소은정이 있는 방향을 봤다.“그래요. 다만 소 대표님, 혹시 겁이 많으시면 보지 마세요. 여자분들 보기에 적절하지 않는 부분도 확실히 있으니까요.”소은정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 신경쓰지 마세요.”성세가 그렇게 말하니 소은정은 더 궁금해졌다.성세가 문 앞에 가서 심호흡을 한 후에 문을 열자 사람들이 웃으며 들어갔다.하지만 다들 곧장 입을 가리고 토할 것 같은 모습으로 뛰쳐나왔는데 안색이 새파랗고 흉측했으며 방금 전의 떳떳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게다가 모든 사람이 다 그러했다.특히 진기종은 토를 너무 심하게 해서 안색이 죽상이 되었다.소은정도 놀래서 멍해졌다. 박수혁은 얼굴을 찡그리고 엉겹걸에 그녀를 보았다.입술을 오므리던 박수혁이 말을 내뱉었다.“넌 일단 가지마, 내가 가보고 다시 결정해.”그러고는 걸어갔다.박수혁은 들어간 지 1분도 안 돼서 나왔다.다른 사람들처럼 허리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