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001 - 챕터 2010

2631 챕터

제2001화 누가 올 거야

전동하? 안진은 고개만 흔들었다.소은정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박수혁?”안진은 미소만 짓더니 대답을 회피했다.“난 네가 정말 부러워. 그 사람은 왜 너만 좋아할까? 넌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왜 잊지 못하는 거지?”소은정은 숨이 확 막히는 느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랑 그 사람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 날 납치한 게 그 사람 때문이었어?”안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소은정은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안진은 더 이상의 단서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듯이 화제를 돌렸다.“딸을 낳았다고 들었어. 전동하 씨도 많이 좋아했겠지?”소은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안진이 웃으며 말했다.“같은 아빠인데 내 아들은 아빠 사랑을 전혀 못 받고 있거든.”소은정은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결국 박수혁에게 불만이 있다는 얘기였다.안진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아들에게 아빠를 찾아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어. 내 아들도 나처럼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할 수 없어. 아빠 사랑받으며 밝은 곳에서 살게 하고 싶어. 소은정, 널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나 너무 미워하지 마. 돌아가면 전동하 씨한테 나 대신 미안하다고 전해줘.”소은정은 황당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그녀 자신도 안진을 용서할 수 없는데 전동하는 오죽할까?안진은 생긋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궁금한 답을 구하고 싶어.”그 뒤로 소은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딘가 이상했다.소은정은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납치범인 안진이 자신을 고문하지 않는다고 안 미워할 이유는 없었다.소은정은 여전히 그녀를 경계하며 물었다.“뭐가 그렇게 궁금해?”안진은 말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은 뭔가 수상쩍은데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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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2화 한 사람만 선택해

안진의 반가워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박수혁은 여전히 그녀에게 차갑게 굴었다.아무리 애를 써도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사람 같았다.안진은 그를 마주하고 서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수혁 씨, 내가 두 사람을 살렸어. 나한테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박수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주저하던 이민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수혁아, 안진이 말이 사실이야. 나랑 예리가 미국에서 지영준한테 죽임을 당할 뻔했는데 마침 안진이가 나타나서 살았어.”박수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보낸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거기 없더라고요. 무사히 살아 계셨으면서 왜 연락 한번 하지 않았어요?”그는 많이 분노한 상태였다.이민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안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신 해명했다.“연락하기 불편한 상황이었어. 만약 어머님이 당신과 연락한다면 우리 오빠도 눈치챌 거고 그러면 이렇게 당신을 만날 수도 없었을 거잖아?”“그래서 다행이라는 거야?”박수혁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내 동생 어디 있어?”안진은 눈을 깜빡이며 이민혜의 눈치를 살폈다.박수혁은 고개를 돌리고 이민혜에게 물었다.“박예리 어디 있어요?”이민혜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예리는 꼭 윤재수 그 사람을 따라가겠다는 거야. 나도 말렸는데 말을 안 들어. 우리랑 절대 가기 싫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윤재수한테 보냈어.”박수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다.안진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오빠가 잘 보살피고 있을 거야.”박수혁은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그가 뒤쪽을 눈짓하자 박수혁의 부하들이 안진의 배에 올랐다.그런데 안진의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며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지금 뭐 하자는 거야?”박수혁은 이를 갈며 물었지만 안진은 그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나쁜 의도는 없지만 난 자선 사업가도 아니야. 당신 오기 전에 조건이 있다고 말했잖아.”박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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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3화 유언

박수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모두가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은진이 가장 궁금한 건 선택을 마쳤을 때 그의 표정이었다.그가 누구를 선택할지는 생각보다 뻔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완벽하고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두 번이나 포기하게 되다니! 안진의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통쾌했다.결국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꺼낼 자격조차 없는 사람인 것이다.그는 소은정을 두 번이나 포기했다. 물론 그 과정은 뼈를 깎는 아픔이었다.하지만 매번 그는 어쩔 수 없이 가장 이상적인 선택을 강요당했다.그가 머뭇거릴수록 안진의 표정도 일그러졌다.“아직도 저 여자를 선택하고 싶어? 이미 한번 포기했던 사람이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왜 머뭇거려? 나는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나아. 최소한 목숨은 살려줄 거니까.”“뭐가 다른데?”박수혁이 차갑게 물었다.“네 아버지랑 네 오빠, 그리고 너, 뭐가 다른데?”그는 침울해서 얼어붙을 것만 같은 위태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눈을 반짝였다.그의 한마디가 그녀에게는 상처였다.넌 그들과 다르지 않아.하지만 안진 입장에서는 소은정을 고문하지도 않았고 소은정은 살아서 여기를 벗어날 것이다. 그런데 뭘 망설이는 걸까?그만큼 소은정이 중요하다는 건가?안진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 거야. 날이 어두워지면 선박이 여기를 나갈 수 없을 테니까.”박수혁의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식었다.바람이 불어 돛이 펄럭펄럭 날리는 소리가 났다.그의 등 뒤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소은정은 그를 보면서 마음속의 불안감과 공포가 서서히 사라졌다.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그녀는 박수혁을 미워할 수 없었다.그때 무인도에서 그가 사람을 데리고 그녀를 구하러 왔을 때처럼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 것이다.결과가 어떻든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의 망설임과 고통이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히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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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4화 그 남자의 분노

그렇게 몇 분이 지나갔다.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은 작아지기 마련이다.파도가 선박을 때리고 있었다.선체가 불안하게 흔들렸다.멀리서 큰 배 몇 척이 나타났다.안진의 경호원들은 그것을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아가씨, 누가 오고 있어요. 빨리 철수해요!”안진은 고개를 흔들고는 박수혁을 잡아당겼다.“같이 가자.”박수혁은 이 귀찮은 여자를 당장 바다로 밀어버리고 싶었다. 정말 너무 역겹고 불쾌했다.소은정 걱정에 미칠 것 같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마치 깊은 바다에 빠져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꺼져! 제발 꺼지라고!”박수혁은 이를 갈며 소리쳤고 안진은 울며 고개만 흔들었다.옆에 있는 경호원들은 조바심이 났다.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1분도 되지 않아 거대한 함선이 그들을 포위했다.박수혁의 배에 올랐던 이민혜도 안진의 배로 건너왔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안진과 경호원들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배에서 내리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맨 앞에 있는 사람은 전동하였다.그는 일렁이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안진과 박수혁만 보이고 소은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내 아내 어디 있어?”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안진을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겁에 질린 안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전동하는 초라한 꼴을 한 박수혁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소은정 어디 있어요?”안진을 대할 때보다 정중하고 평온한 말투였다.하지만 저도 모르게 오싹함이 느껴지는 말투이기도 했다.박수혁은 말없이 해수면을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늦었다.모든 게 늦어버렸다.전동하는 다가가서 박수혁을 난간 쪽으로 밀쳤다. 상체가 기울어지면서 조금만 힘을 빼면 바다에 빠질 상황이었다.전동하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소은정 어디 있냐고 물었어.”살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바닷바람 때문에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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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5화 누군가가 밀었다.

선장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응급조치를 진행했다.드디어, 소은정이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세게 기침하면서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희망이 있다.선장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감이 풀려 옆으로 쓰러졌다.전동하는 그를 힐끗 보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고마워요.”말을 마친 그는 다시 소은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자기, 일어나. 무사하니까 됐어. 이제 안전해. 내가 여기 있어….”그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그녀의 볼에 맞댔다.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듯한 조심스러운 행동이었다.지켜보는 사람들마저 마음이 쓰렸다.선장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그와 같이 일을 정말 오래했지만 이렇게 절절한 고맙다는 말은 처음이었다.전동하는 그들을 그냥 부하직원으로 대했을 뿐, 한 번도 곁을 주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소은정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그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저 좀 들여보내 주세요. 제발요….”밖에서 박수혁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타깝게도 전동하의 부하들이 그를 빈틈없이 막고 있었다.선장은 그쪽을 힐끗 바라보았다.전동하의 눈빛에서 살기가 돌아오더니 음침한 표정으로 입구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여기 현장에 있었던 놈들 하나도 내보내지 마세요.”선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호원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바깥에서 소음이 사라지고 선장이 다시 돌아왔다.전동하는 소은정을 안아들며 담담하게 말했다.“빨리 육지로 가서 병원에 가야 해요.”선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먹었던 물은 다 토했지만 다른 후유증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돌아가는 길.소은정은 가는 길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다.30분 사이, 그들을 태운 선박이 육지에 도착했고 그들은 근처에 있는 개인 병원으로 향했다.긴급한 응급조치가 진행되었다.전동하는 음침한 표정으로 응급실 밖에서 결과를 기다렸다.선장은 옆에서 조용히 담배를 꺼내 냄새만 맡았다.한 경호원이 옷을 갈아입고 전동하에게 다가왔다.“대표님.”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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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6화 그 여자가 때렸어요?

핸드폰을 쥔 전동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는 낮은 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소은호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급히 물었다.“은정이 옆에 있어? 내 동생 좀 바꿔줘.”고요하던 전동하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입을 열었다.“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 형님, 저 지금 병원에 있어요.”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을 간략해서 설명했다.사실 가족에게 모두 털어놓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하지만 그가 소은정을 데리고 그녀의 가족들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들이었다.만약 그가 일부러 사실을 숨기면 어렵게 그녀의 가족들과 쌓은 신뢰감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소은정이 사랑하는 가족들이니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그는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소은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내 동생이 거기서 죽을 뻔했다는 거잖아?”전동하는 침묵했다.“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지금 사람 보낼 테니까.”“형님, 잠시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여긴 안전해요. 윤재수의 세력이 닿지 않는 곳이거든요.”전동하는 미간을 마사지하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제대로 끝장을 내지 않으면 그 인간들은 계속 은정 씨를 노릴 거예요.”한참 침묵하던 소은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 막내 좀 부탁해.”“네.”잠시 후, 소은호는 한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람 한 명 때문에 인생 망칠 일은 하지 마. 박수혁은 주목받는 존재야. 자네 손에서 변을 당하면 안 돼. 둘 다 위험해질 수 있어.”전동하는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짧게 알겠다고 했다.소은호는 그제야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다.박수혁 얘기가 나왔을 때 이를 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전동하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쯤 현장에 있던 모두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소은호 자신도 박수혁이 밉고 싫었다. 동생과 그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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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7화 피 같은 돈

잠시 후.소은정은 뒤늦게 그 여자가 안진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흔들었다.“그런 일은 없었어요.”전동하의 표정이 살짝 풀리더니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다행이고요. 얼마나 서럽고 두려웠겠어요? 내가 놈들을 혼내줄게요.”소은정은 위로를 담은 그의 한 마디에 참았던 설움이 터져나왔다.“그 별장에 큰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대문 근처도 가지 못했어요.”전동하는 눈을 깜빡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무서웠겠어요. 이제 다 지나갔어요. 앞으로 그 짐승을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소은정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다시 그 섬에 갈 일도 없었다.앞으로 어떤 섬이든 가지 않을 것이다.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정말 다사다난했던 나날들이었다.“내가 소유하고 있는 그 섬 좀 팔아줘요!”소은정이 거금을 주고 구입한 열대 지구에 근접한 작은 섬이었다.아직 가보지도 못했는데 이제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매번 위험에 빠질 때마다 장소가 바다나 섬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소은정은 평생 육지를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찬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바다든 섬이든 아름답지만 그래도 나고 자란 고향이 가장 안전하고 안정감 있다는 말!전동하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한번 가보고 싶어했잖아요?”소은정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안 갈래요. 이제 섬에는 발을 들이지 않기로 했어요!”전동하는 그제야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조금 황당하기는 하지만 트라우마가 남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요. 가지 말죠. 그럼 부동산 매니저 찾아서 판매할게요.”소은정은 그에게 신신당부했다.“나 그거 4천억 주고 구매했어요. 밑지는 장사는 안 해요. 전부 다 막내오빠의 피 같은 돈이라고요.”전동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그녀가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그가 말했다.“사실 많이 비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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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8화 복수는 안 돼

잠시 후, 도시락이 배달되었다.전부 소은정이 평소에 즐겨먹던 한국식 반찬이었다.전동하는 움직일 수 없는 그녀를 위해 한술 한술 떠먹여 주었다. 반찬 냄새가 느껴지자 갑자기 식욕이 확 돋았다.그녀를 배불리 먹인 뒤에야 전동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은 뒤늦게 그가 한술도 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서 밥 먹으러 가요.”조금 전까지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던 사람이었다.전동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가는 게 귀찮아요.”그는 그녀가 먹다 남긴 음식을 게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그녀는 전동하가 밥을 다 먹고 커피까지 타오는 모습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밤을 새우겠다는 건가?그녀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밤에 무슨 커피를 마셔요?”전동하가 움찔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정신 좀 차리려고요.”“마시지 말아요. 그러다가 쓰러져요.”소은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소찬식을 닮아 건강을 살뜰히 챙기는 그녀였기에 주변 사람이 건강을 신경 쓰지 않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 전동하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이거 한잔 마신다고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닐 텐데….하지만 소은정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는 다 탄 커피를 다시 쏟아버렸다.“알았어요. 냄새만 맡고 버릴게요.”소은정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며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줘요. 날 어떻게 찾았어요?”“박수혁의 배를 쫓아왔어요.”“왜 하필 박수혁이에요?”“이번 납치 사건이 단순한 보복 같지는 않았어요. 윤재수의 동향은 파악하고 있었거든요. 윤재수를 제외하면 누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당신에게 접근했다고 봤죠. 그런데 나나 가족들한테 연락이 온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다면 박수혁일 거라 추정했죠.”박수혁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전동하는 말투가 저도 모르게 차가워졌다.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평소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정이었다.“그래서 사람을 보내 박수혁을 감시했나요?”전동하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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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9화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전동하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시선을 돌렸다.“임재준, 넌 사모님을 잘 지켜.”임재준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전동하는 선장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한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췄다.리비아는 사실 전쟁이 많은 국가였기에 병원마다 방공호가 설치되어 있었다.전동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방공호로 내려갔다. 문앞을 그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그들은 전동하를 보자 공손하게 인사했다.안으로 들어간 전동하는 맨 안쪽에 있는 방으로 갔다.“문 열어.”경호원이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안으로 들어서자 습기 냄새로 가득했다. 환풍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남자는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표정은 살아 있었다.그의 몸 곳곳에 상처가 나 있어서 더욱 초라해 보였다.전동하는 다가가서 음산한 눈빛으로 남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박 대표, 좀 괜찮아요?”박수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냉랭한 눈빛으로 전동하를 노려보며 대답했다.“죽을 정도는 아닙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피식 웃었다.“그럼 다행이네요.”그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소은호는 그와 통화하면서 일부러 박수혁의 신분을 말하며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했다.어렵게 잡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전동하는 답답했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박 대표, 후회해요?”박수혁은 움찔하더니 날이 선 말투로 물었다.“소은정은 깨어났나요?”전동하의 경호원들이 번갈아가며 그를 고문했지만 박수혁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그는 묶인 상태도 아니었는데 경호원들이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전동하는 일부러 그의 체력을 소모하게 하려고 더 세게 고문했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박수혁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아주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안색은 피곤해 보였고 상처도 심각해 보였다.전동하의 여유로운 표정과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어두운 불빛 아래, 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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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0화 바라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못 하는

박수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민혜가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이민혜도 그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느꼈는지 소리를 낮추었다.다음 날.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소은정의 얼굴을 비추었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자면서 달콤한 꿈을 꾼 것 같았다.그녀는 습관처럼 손을 내밀었고 옆에 있는 딱딱한 팔에 손을 얹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전동하는 아직 자고 있었다.그는 깊이 잠들었는지 그녀가 뒤척이는데도 깨지 않았다.제대로 된 잠을 자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른다.소은정은 가슴이 아팠다.그는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잘생긴 얼굴이 반쪽이 됐네.’소은정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한잠 자고 일어나자 흉통이 조금 나아진 느낌이 들었고 기침도 덜했다.물론 갈비뼈 쪽은 아직도 통증이 조금 있었고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남자도 습관처럼 그녀를 품에 안았지만 눈을 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한참 있는데 입구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소은정은 아직 침대를 내려 걸을 수 없었기에 낮게 기침했다.밖에서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더니 전동하를 찾았다.“대표님?소은정은 상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부하직원으로 보이는 남자는 밖에서 공손한 태도로 그녀에게 말했다.“사모님, 소은호 대표님께서 연락이 왔는데 대표님이 받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소은호의 연락이라. 아마 전동하가 특별히 부하직원에게 당부한 모양이었다.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옆에 있는 전동하를 바라보았다.그는 잠결에 들었는지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있었다.그러더니 한손으로 이마를 짚었다.소은정은 부드럽게 그의 얼굴을 만지며 그를 불렀다.“여보.”전동하가 눈을 번쩍 뜨더니 그녀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술에 입을 맞췄다.“좋은 아침이에요.”소은정도 그의 모닝뽀뽀가 황홀했지만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우선이었다.그가 더 깊게 들어오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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