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981 - 챕터 1990

2631 챕터

제1981화 화재

전동하는 항상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하고는 한다.그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그를 안았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문설아는 찰싹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녀를 따라 나온 웨딩 플래너도 마찬가지였다.굳이 이렇게까지 닭살 행각을 보여야만 할까?문설아는 소은정에게 심경을 털어놓은 게 조금 후회가 되었다.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두 사람… 여기 내 결혼식인 건 알고 이러는 거지?”그녀의 불만스러운 질문에 소은정과 전동하는 그제야 웃으며 서로를 놓아주었다.“알아. 내가 미혼도 아니고.”말을 마친 소은정은 전동하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문설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냉철하고 단호하기로 소문난 전동하였고 가끔은 감정이 없는 로봇이 아닌가 하는 소문도 있었다.그런데 소은정을 안고 애교를 부리는 저 남자는 과연 모두가 아는 전동하와 동일인물이 맞는 걸까?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신부님, 이제 우리도 가셔야 합니다.”뒤에 있던 웨딩 플래너가 그녀를 재촉했다.문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갔다.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무영과 성일의 결합을 축하해 주었다.갑작스러운 결혼이고 내막이 좀 궁금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예의를 지켰다.문설아의 아버지 문기훈은 열정적으로 손님들을 접대했고 성일 관계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대영그룹에서 대표로 두 명이 참석했지만 담담하게 인사만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불편한 자리이기는 하지만 세 가문의 이미지가 달린 일이라 안 올 수도 없었다. SC에서는 소은해와 소은정만 식에 참석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소은해는 김하늘을 끌고 어딘가로 가버렸다.소은정과 전동하는 같이 농담도 나누며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틈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누군가가 다가와서 소은정의 귓가에 대고 작게 말했다.소은정은 멈칫하며 고개를 드는데 성강희가 도움의 눈길을 보내는 게 보였다.그녀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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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2화 두려운 존재

지금 식장에 달려들어가면 신부에게 가야 할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릴 것 같았다.게다가 소은정은 드레스에 호주머니가 없어서 핸드폰을 전동하에게 맡긴 상태였다.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잠시 고민하다가 주변의 다른 여직원을 불렀다.“이따가 전동하 씨한테 내가 자리를 비운다고 전달해 줘요.”여직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치맛자락을 잡고 밖으로 달렸다.호텔 로비를 지나 주차장으로 나가자 멀지 않은 곳에 소은해의 차가 있었다. 그녀는 주저없이 그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뒷좌석 문을 연 순간.안에 기다리고 있어야 할 소은해와 김하늘은 없고 골프장에서 그녀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남자가 타고 있었다.윤재수?남자는 감탄의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소은정 씨 한 번 만나기 쉽지 않네요!”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소은정은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최소한 소찬식과 새봄이는 무사하다는 얘기일 테니까.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걸음 물러선 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그쪽을 보기 싫어한다는 걸 알면 좀 멀리 꺼지지 그랬어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뒤돌아서자 윤재수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뼉을 쳤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김하늘이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새빨갛게 부은 눈으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었다.소은정은 가슴이 철렁해서 남자를 차갑게 쏘아보았다.“내 구역에서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요?”윤재수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에게 말했다.“소은정 씨 성격이야 겪어봐서 잘 알죠. 첫만남에 나를 병원에 보내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그날만 생각하면 화가 나는데 얼굴이 예쁘니까 참아주는 거예요. 간만에 얼굴이나 보려고 했는데 방해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좀 지체되었죠. 그래도 지금 얼굴을 봤으니까 된 거죠.”말을 마친 윤재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일단 타시죠. 식사라도 좀 대접하고 싶은데 어때요?”그의 반응을 보면 흥미로운 사냥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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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3화 건드리지 마

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교활한 놈이고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어요. 내가 두려운 게 아니라 내가 근방에 경호원을 몇 명이나 데리고 왔는지 파악이 안 돼서 그랬겠죠. 만약 우리 인원이 그쪽보다 적다고 판단하면 바로 물어뜯으려고 달려들 거예요. 사냥개 알죠?”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사냥개 같은 놈이에요.”소은정은 말없이 시선을 떨구었다.전동하는 그녀가 놀랐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있는 한 그놈은 당신 털끝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소은정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런데 놈이 가족을 노릴 줄은 몰랐어요. 사람을 시켜 나한테 집에 불이 났다고 거짓말했어요. 그래서 열일 제쳐두고 달려나온 거예요. 그런데 오빠랑 하늘이가 납치되었을 줄은 몰랐어요. 다음에 누구를 건드릴지 몰라서 걱정돼요.”소은정은 가족들 문제에서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전동하는 시선을 등 뒤로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그럼 쫓아내야죠. 다시는 우리 사람을 건드리지 못하게.”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소은정은 가슴에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하면서도 전보다 전동하에게 더 의지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언제부터인가 그녀의 심경에는 변화가 찾아왔다.잠시 후,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내가 나온 걸 어떻게 알았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되물었다.“직감이라면 믿겠어요?”“믿어야죠.”소은정은 눈을 곱게 휘며 웃었고 전동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성강희 씨 결혼식인데 당신이 자리를 비운 게 이상했어요. 밖으로 나왔는데 호텔 직원이 본가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길래 뭔가 수상하다 생각했죠.”이런 걸 텔레파시라고 해야 할까?그가 경각심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소은정은 윤재수에게 납치당했을 수도 있었다.호텔로 돌아간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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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4화 다음 계획

분위기가 싸해졌다.이한석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되물었다.“윤재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상황에 마냥 약속을 엎어버릴 수도 없는데….”박수혁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물었다.“SC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이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해. 윤재수가 이번 작전을 성공하려면 해외 세력이 무조건 필요해. SC 그룹의 해외 산업은 국내 본사와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야.”“소은호 대표와 얘기가 끝났으니 차질없이 진행될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윤재수가 낌새를 알아차리기라도 하면….”이한석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그때가 되면 솔직하게 얘기해야겠지. 윤재수의 비자금을 우리가 꽉 잡고 있으면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협상을 끌고 갈 수 있어. 때가 되면 다음 계획을 진행할 수도 있고.”그 말을 들은 이한석은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족들 때문에 윤재수와 엮이지 않았더라면 박수혁처럼 긍지감 충만한 사람이 윤재수 같은 인간을 상대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SC쪽에 연락해서 놈이 소은정 씨를 노린다고 얘기하는 게 어떨까요?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요.”박수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덤덤하게 대꾸했다.“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우리가 소은정과 연락을 자주 하지 않을수록 그쪽은 안전해. 윤재수도 그쪽을 신경 쓰지 않을 거고.”이한석은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박수혁이 결정을 내린 일이니 무슨 말을 해도 통할 것 같지 않았다.만약 소은정이 알고 미리 대비하는 게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하지만 박수혁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올라간다.만약 계획이 틀어지면 박예리와 이민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한편, 결혼식날 있었던 사고로 소은정과 전동하의 거처에는 경호원이 늘었다.그들은 원래 살던 빌라에서 다시 소은정의 본가로 돌아와서 생활했다.가장 신이 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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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5화 도움이 필요해요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다가 마침 소은호와 시선이 마주쳤다.그런데 소은호가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전화를 끊은 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와서 자리에 앉았다.소찬식이 기분 좋게 카드를 흔들며 소리쳤다.“한 판만 더 해!”그는 오늘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그런데 소은호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아버지, 시연이가 일이 생겨서 지혁이 데리러 못 갈 것 같아요. 학교에서 점심 먹으라고 해야겠어요.”소찬식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그건 안 되지! 학교 구내식당 밥이 무슨 영양가가 있어? 요즘 뉴스에도 단체 식중독 사건이 자꾸 보도가 되잖아. 너 애 아빠 맞아? 어떻게 아들한테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어?”소은호는 담담하게 카드를 정리하며 말했다.“어쨌든 저는 안 갈래요.”그러자 소찬식이 카드를 집어 던지며 분노한 말투로 말했다.“네가 안 가면 내가 가.”말을 마친 그는 집사에게 차를 대기시키라고 명령했다.주인공이 빠진 이상 게임을 계속할 이유는 없었다.전동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은호를 바라보았다. 소은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보더니 말했다.“네 남편이 제일 많이 땄으니까 내가 진 건 네가 내.”소은정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오빠, 나도 많이 졌거든?”소은호는 막무가내로 말했다.“아, 몰라. 네 새언니 요즘 내 지갑까지 관리해.”소은정은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도망갔다.이게 큰오빠로서 할 말인가?전동하는 피식 웃고는 탁자를 정리했다.“형님, 혹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소은호는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남아프리카 기지에 폭발 사고가 났다던데, 정말 몰랐어?”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알죠. 조금 전에 연락이 왔었잖아요.”소은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이렇게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전동하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한가하게 카드게임이나 하고 있다니?“자네 계획의 일부분이야?”전동하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윤재수 일당이 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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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6화 장인어른 생각이 가장 중요하죠

전동하는 새봄이의 밥을 챙겨 먹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요즘 이유식을 시작한 새봄이는 가리는 게 많아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전동하는 이 일에 굉장한 인내심을 발휘했고 아이가 음식을 조금이라도 삼키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전동하는 아내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모르죠. 장인어른 생각에 따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 말은 소찬식과 대영 사이에 예의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으면 만나겠다는 뜻이었다.그는 한국에 오게 되면서 한국 사회의 오가는 정에 대해 배워가는 중이었다.소찬식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얘기나 들어보자.”비록 왕래가 한 번도 없었지만 사업을 하는 집안끼리 언제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문전박대할 수는 없었다.집사가 나가서 사람들을 안으로 안내했다.가족들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소은해와 김하늘은 남아서 아이를 돌보기로 하고 남은 가족들은 거실로 나갔다.소은정은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문설아와 이상준 사이에서 그녀는 문설아 편이었기에 입장이 조금 난처했다.하지만 대영의 가족들은 아마 전동하를 만나는 게 주 목적이었기에 그들의 얘기가 궁금하기도 했다.이상준의 부모님은 선물을 한가득 들고 현관으로 들어섰다.소찬식은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명절도 아닌데 뭘 이렇게 많이 들고 오셨어요?”이상준의 부모님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진작 만나뵙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은퇴하신 뒤로는 공식석상에 잘 나오시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낚시라도 해요.”소찬식은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이상준의 어머니인 차민영은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화장을 하고 왔는데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소은정은 옆에 조용히 서 있었고 전동하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차를 따랐다.이상준의 아버지 이정재는 다가가서 소찬식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회장님, 꼭 좀 도와주십시오!”“급한 일로 찾아오신 것 같은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이정재는 절박한 표정으로 전동하를 힐끔거리며 말을 망설였다.참다못한 차민영이 흐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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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늑대 소굴

소찬식이 보기에 전동하는 여느 사업가들처럼 조금 이기적이고 인간미가 없기는 해도 이건 그가 미국식 교육을 받은 탓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앞으로 잘 이끌어만 준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배포가 큰 훌륭한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소은정은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남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당신도 그만해요. 아빠를 더 치켜세우다가 여기서 강연까지 할 기세라고요.”소찬식은 딸을 노려보고는 현관 앞에 놓인 선물박스에 시선이 갔다.그는 다급히 집사를 불렀다.“저것들은 다 돌려보내. 받지 말아야 할 물건들이야.”집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뒤돌아섰다.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집사를 다시 잡았다.“잠깐만요. 단서가 나오면 그때 돌려보내도 늦지 않아요. 지금 그냥 돌려보내면 그쪽에서 불안해할 거예요.”소찬식도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말한대로 하자꾸나!”한편 호텔.소식을 들은 윤재수는 홧김에 물건들을 있는 대로 집어 던지고 있었다.“실패했다는 게 웬말이야? 창고에 그렇게 많은 탄약이 있는데 다 가짜라는 거야? 작전 시작하기 전에 정확하게 위치 파악했다면서?”그의 부하는 겁에 질려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형님, 위치가 좀 잘못된 거 같아요. 창고에는 빈 박스밖에 없었대요. 그쪽에서 창고를 옮긴 것 같아요.”윤재수는 들고 있던 리모컨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그럼 다시 위치 파악하고 폭발물 설치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동하가 국내에 납품하는 걸 막아야 해!”“네!”윤재수의 얼굴은 분노로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안진이 넌 언제 귀국할 거야? 네가 없으니 박수혁 저 자식이 내 말을 듣지를 않아! 전동하는 자기가 왕이라도 된 것처럼 활개치고 있어! 박수혁 저 자식도 우리 일을 진심으로 돕는 게 아닌 것 같아!”상대는 뭐라고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어 버렸다.윤재수는 꺼진 핸드폰 화면을 힐끗 보다가 화를 못 참고 바닥에 던져 버렸다.다음 날, SC그룹 본사.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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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독대

소은정은 윤재수를 봤을 때 전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표정 없이 오히려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내가 왜 피해야 하죠? 뭐가 그렇게 두렵다고요?”윤재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내가 두렵지 않아요? 지난번에 은정 씨 지인들을 납치했는데 전동하 대표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그냥 질문인 것 같지만 그는 말끝마다 전동하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소은정은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우리는 법치 사회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 그쪽이 아무리 많은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있다고 해도 경찰 눈을 피해 몰래 위협을 가하는 게 전부겠죠. 그렇다고 날 대놓고 공격하겠어요?”윤재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소문에 듣던 대로 호쾌한 성격을 가졌네요. 전동하 같은 겁쟁이가 어떻게 당신을 꼬셨는지 상상이 안 가요. 생긴 게 좀 계집애처럼 곱상하게 생겨서 그렇지 그놈도 아주 음흉한 놈이거든요!”소은정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흔들었다.만약 전동하가 현장에서 이 말을 들었으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 법한 내용이었다.그녀는 아주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잘생긴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윤재수의 미소가 살짝 굳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은정 씨 같은 사람이 내 애인이 된다면 내 모든 걸 반으로 나눠줄 수도 있어요. 난 그런 교활한 놈보다 통이 크거든요!”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이런 식으로 박예리 꼬신 거예요?”“박수혁 여동생이요? 그렇게 머리 쓸 필요가 없는 상대죠. 아주 단순해서 좀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해주니까 바로 넘어오더라고요.”말을 마친 윤재수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박예리는 지금 어디 있나요?”“그게 왜 궁금하죠?”“그냥 호기심이요. 박예리가 그쪽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쪽이 이렇게 나한테 추근대는 걸 알면 아마 미쳐버릴걸요? 게다가 박예리가 있었기에 박수혁 대표와 손을 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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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모르는 척하지 마

말을 마친 윤재수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처음에는 그냥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몇 번 만나보니 겁도 없고 당돌한 여자였다.게다가 순진해 보이면서 사악한 면도 있고 똑똑해서 더 사랑스러웠다.이런 여자를 박수혁은 왜 포기했을까?윤재수는 나라면 침대에 묶어서 밖에 내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조용히 경호원들에게 비키라고 손짓했다.소은정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당당하게 호텔을 나섰다.마치 너희 같은 인간들이랑 나는 신분 자체가 다르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경호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형님, 저 여자 조심하셔야겠어요!”윤재수는 그런 부하직원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괜찮을 거야. 전동하가 날 물 먹이려 했으면 저 여자를 내세우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지. 굉장한 애처가잖아. 저 여자가 독사와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라는 것도 아마 모르고 있을걸!”“그런데 저 여자 말이 진짜인지 어떻게 확인해요?”윤재수는 냉소를 짓고는 말했다.“이 주소로 가서 조사해 봐. 안에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면 알 거 아니야?”경호원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윤재수가 웃으며 말했다.“차라리 잘됐어. 저 여자랑 하룻밤 자고 증거를 전동하한테 보냈을 때 그 표정이 궁금하군!”사실 소은정의 제안을 수락한 건 그녀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윤재수는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크루즈 한 척을 준비해. 박수혁에게는 비밀로 하고. 그리고 해외에 있는 그 수재라는 녀석을 빨리 국내로 불러서 박수혁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만들어. 박수혁 그 자식을 믿을 수 있어야 말이지.”“네, 알겠습니다.”한편, 도로변에 나가 차에 오른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수 한 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호텔 안쪽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던 최성문도 소은정이 무사히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놈이 믿던가요?”“반반이겠죠.”“그럼 어떻게 하죠?”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내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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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0화 상종을 말아야지

전동하는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었다. 소은정은 어색하게 기침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뽀뽀해 줘요.”그는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벌써 귓불이 붉어져 있었다.남자가 말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었다.소은정은 그의 얼굴을 잡고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녀가 손을 풀던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더니 남자가 몸을 밀착해 왔다.뽀뽀에서 진한 키스로 넘어가기까지는 그리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이 지난 뒤, 헐떡이며 서로를 놓아주었다.그래도 본가인데 더 진한 스킨십은 민망했다.소찬식과 집사 등 방해꾼들이 나타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소은정은 촉촉하게 물든 눈으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전동하에게는 긴 인내의 시간이었다.그가 뭐라고 하려던 순간, 갑자기 그의 어깨가 흠칫 떨리더니 경직된 자세가 되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새봄이 지금 뭐 보고 있어?”소은정도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새봄이가 벽을 짚고 서서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아이가 그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이는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부모님을 바라보고 있었다.전동하와 소은정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아이에게 다가갔다.“새봄아, 어떻게 소리도 없이 나왔어?”전동하는 아이의 상태를 훑어보고는 말했다.“애가 신발을 안 신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기어서 나온 것 같은데요?”새봄이는 손가락으로 전동하와 소은정의 얼굴을 가리키더니 다시 돌아와서 자신의 얼굴을 콕 집었다.“뽀뽀….”아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전동하는 입가를 씰룩이며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러고는 웃으며 자리를 떴다.새봄이는 굉장히 실망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고는 다시 간절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자신의 볼을 가리켰다.“뽀뽀….”소은정은 아이가 안쓰러워서 얼른 안고 진하게 뽀뽀했다.새봄이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짧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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