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윤재수를 봤을 때 전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표정 없이 오히려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내가 왜 피해야 하죠? 뭐가 그렇게 두렵다고요?”윤재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내가 두렵지 않아요? 지난번에 은정 씨 지인들을 납치했는데 전동하 대표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그냥 질문인 것 같지만 그는 말끝마다 전동하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소은정은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우리는 법치 사회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 그쪽이 아무리 많은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있다고 해도 경찰 눈을 피해 몰래 위협을 가하는 게 전부겠죠. 그렇다고 날 대놓고 공격하겠어요?”윤재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소문에 듣던 대로 호쾌한 성격을 가졌네요. 전동하 같은 겁쟁이가 어떻게 당신을 꼬셨는지 상상이 안 가요. 생긴 게 좀 계집애처럼 곱상하게 생겨서 그렇지 그놈도 아주 음흉한 놈이거든요!”소은정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흔들었다.만약 전동하가 현장에서 이 말을 들었으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 법한 내용이었다.그녀는 아주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잘생긴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윤재수의 미소가 살짝 굳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은정 씨 같은 사람이 내 애인이 된다면 내 모든 걸 반으로 나눠줄 수도 있어요. 난 그런 교활한 놈보다 통이 크거든요!”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이런 식으로 박예리 꼬신 거예요?”“박수혁 여동생이요? 그렇게 머리 쓸 필요가 없는 상대죠. 아주 단순해서 좀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해주니까 바로 넘어오더라고요.”말을 마친 윤재수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박예리는 지금 어디 있나요?”“그게 왜 궁금하죠?”“그냥 호기심이요. 박예리가 그쪽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쪽이 이렇게 나한테 추근대는 걸 알면 아마 미쳐버릴걸요? 게다가 박예리가 있었기에 박수혁 대표와 손을 잡을
말을 마친 윤재수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처음에는 그냥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몇 번 만나보니 겁도 없고 당돌한 여자였다.게다가 순진해 보이면서 사악한 면도 있고 똑똑해서 더 사랑스러웠다.이런 여자를 박수혁은 왜 포기했을까?윤재수는 나라면 침대에 묶어서 밖에 내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조용히 경호원들에게 비키라고 손짓했다.소은정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당당하게 호텔을 나섰다.마치 너희 같은 인간들이랑 나는 신분 자체가 다르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경호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형님, 저 여자 조심하셔야겠어요!”윤재수는 그런 부하직원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괜찮을 거야. 전동하가 날 물 먹이려 했으면 저 여자를 내세우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지. 굉장한 애처가잖아. 저 여자가 독사와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라는 것도 아마 모르고 있을걸!”“그런데 저 여자 말이 진짜인지 어떻게 확인해요?”윤재수는 냉소를 짓고는 말했다.“이 주소로 가서 조사해 봐. 안에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면 알 거 아니야?”경호원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윤재수가 웃으며 말했다.“차라리 잘됐어. 저 여자랑 하룻밤 자고 증거를 전동하한테 보냈을 때 그 표정이 궁금하군!”사실 소은정의 제안을 수락한 건 그녀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윤재수는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크루즈 한 척을 준비해. 박수혁에게는 비밀로 하고. 그리고 해외에 있는 그 수재라는 녀석을 빨리 국내로 불러서 박수혁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만들어. 박수혁 그 자식을 믿을 수 있어야 말이지.”“네, 알겠습니다.”한편, 도로변에 나가 차에 오른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수 한 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호텔 안쪽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던 최성문도 소은정이 무사히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놈이 믿던가요?”“반반이겠죠.”“그럼 어떻게 하죠?”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내 손에
전동하는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었다. 소은정은 어색하게 기침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뽀뽀해 줘요.”그는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벌써 귓불이 붉어져 있었다.남자가 말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었다.소은정은 그의 얼굴을 잡고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녀가 손을 풀던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더니 남자가 몸을 밀착해 왔다.뽀뽀에서 진한 키스로 넘어가기까지는 그리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이 지난 뒤, 헐떡이며 서로를 놓아주었다.그래도 본가인데 더 진한 스킨십은 민망했다.소찬식과 집사 등 방해꾼들이 나타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소은정은 촉촉하게 물든 눈으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전동하에게는 긴 인내의 시간이었다.그가 뭐라고 하려던 순간, 갑자기 그의 어깨가 흠칫 떨리더니 경직된 자세가 되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새봄이 지금 뭐 보고 있어?”소은정도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새봄이가 벽을 짚고 서서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아이가 그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이는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부모님을 바라보고 있었다.전동하와 소은정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아이에게 다가갔다.“새봄아, 어떻게 소리도 없이 나왔어?”전동하는 아이의 상태를 훑어보고는 말했다.“애가 신발을 안 신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기어서 나온 것 같은데요?”새봄이는 손가락으로 전동하와 소은정의 얼굴을 가리키더니 다시 돌아와서 자신의 얼굴을 콕 집었다.“뽀뽀….”아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전동하는 입가를 씰룩이며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러고는 웃으며 자리를 떴다.새봄이는 굉장히 실망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고는 다시 간절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자신의 볼을 가리켰다.“뽀뽀….”소은정은 아이가 안쓰러워서 얼른 안고 진하게 뽀뽀했다.새봄이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짧은 다리
그 말에 거실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참다못한 소은정이 까칠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사모님, 국제 시사를 관심 있게 보셨다면 남아공이라는 국가는 총기소지가 합법이라는 것도 아실 텐데요. 헬기를 여기서 띄우면 중도에 가다가 기름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바로 바다로 추락이에요. 무사히 도착한다고 해도 총기를 소지한 테러범들이 따라붙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저희는 그런 것까지 도울 능력이 안 돼요. 여기까지 도운 것만으로도 제 남편은 최선을 다한 거예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차민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총기 소지한 놈들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면 안 돼요?”전동하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찻잔을 어루만졌다.소찬식도 한숨을 내쉬었다.“신고를 누구한테 하겠어요? 연합국에 신고하면 우리가 상준이를 도와 밀항하려 했던 사실도 들통날 텐데요?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그쪽 자유지만 괜한 사람 헛수고하게 하지 말고 입장을 명확히 하세요.”말을 마친 소찬식은 찻잔을 탁자에 힘껏 내려놓았다.이정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차민영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그런 뜻이 아닙니다. 집사람이 뭘 몰라서 그래요. 저는 전 대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들이 무사히 살아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절대 불만 없어요!”전동하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돌아오는 과정에서 연락이 끊기면 저도 어쩔 방법은 없지만 사람이 국내에 도착하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섰다.대화가 끝났다는 얘기였다.이정재도 더는 버티고 있을 수 없어서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찬식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같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고생한다고 좋은 마음에 도와주려 한 건데 아까 그 여자 하는 말 못 들었어? 지금 내 사위한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거잖아?”도와달라고 와서 사정할 때는 언제고 차민영은 말끝마다 전동하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소찬식은 그들의 그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먹구름이 없는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참 좋은 날씨였다.그녀는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작하죠.”소은정은 전화를 끊은 뒤,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가서 새봄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우리 아기, 얌전히 집에서 엄마 기다리고 있어. 내일은 엄마랑 놀러 나가자!”아이는 그녀의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신이 났는지 여기저기 뛰어다녔다.소은정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옷을 챙기고 외출 준비를 했다.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전동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가요?”소은정은 어깨를 움찔했지만 이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이 좀 있어서요. 금방 돌아올게요.”전동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나랑 같이 가요.”소은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싫어요?”“아니요, 같이 가요.”그녀는 억지 미소를 짓고는 그의 팔짱을 꼈다.윤재수가 화를 당하는 모습을 어서 빨리 보고 싶었다.전동하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외투를 챙겼다.“가요. 데이트하는 셈 치죠 뭐.”소은정은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날 데이트라니, 참 끔찍한 데이트가 될 것이다!전동하는 소은정을 먼저 차에 태우고 그녀의 옆자리에 탔다.최성문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차가 달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동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시중심을 벗어났을 때,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리모델링을 거친 윤재수의 배는 해역에서 해경의 추적을 피할 수 있고 특수제작한 내비게이션으로 독자적으로 운행할 수 있었다.이런 일은 빈번히 있는 일이었고 그는 매우 숙련되게 상황을 지휘했다.하지만 그들이 헐떡이며 박스를 다 옮기고 출항을 준비하던 때, 부두의 가로등이 갑자기 켜졌다.구석진 곳에서 무수히 많은 특공대원들이 무장을 하고 총을 든 채, 선박 주변을 포위했다.윤재수의 부하들은 이상함을 감지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말을 마친 형사는 뒤돌아서 가버렸다.윤재수는 악을 쓰며 몸을 비틀더니 포박된 상태로 이쪽으로 달려왔다.“망할 년이 감히 날 속여? 역시 전동하랑 짜고 꾸민 일이었어! 젠장! 절대 용서하지 않아! 죽어 버려!”소은정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죽을 사람은 너지. 너 같은 게 감히 내 가족과 친구를 건드려? 내가 경고했지! 여긴 내 구역이라고!”형사들은 그 말을 듣지 못했지만 윤재수는 똑똑히 들었다.그는 차에 타고 있는 전동하를 보자 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두고 봐! 나 절대 이대로 안 무너져!”전동하는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줄곧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윤재수가 경찰에 잡혀가는 모습까지 확인한 소은정은 최성문에게 출발을 지시했다.사실 그녀가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자신의 걸작을 꼭 한번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그리고 원하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그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돌아가는 길, 최성문은 센스 있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었다.소은정은 눈을 감고 잠시 음악을 감상하다가 뭔가 깨닫고 번쩍 눈을 떴다.차에 다른 누군가가 타고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그게… 그러니까… 오늘 밤에 부두에서 수색활동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구경하러 온 거예요.”그녀는 저도 모르게 핑계부터 찾았다.전동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렇죠. 게다가 정말 우연스럽게도 그게 SC그룹과 연관이 있는 사건이네요? 역시 내 마누라는 똑똑하다니까요.”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뿐, 전혀 그녀를 탓하는 태도나 표정이 없었다.오히려 감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소은정이 움찔하며 물었다.“벌써 눈치챘어요?”“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사실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실행한 계획이었어요. 절대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죠.”전동하는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난 그
전동하는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누우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혼탁해지기 시작했다.그런데 소은정이 번쩍 정신을 차리더니 그를 밀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났어요!”“뭐?”“아까 골동품을 기부한다고 했잖아요. 그거 다시 사와야죠! 아빠 거니까!”전동하는 못 말린다는 듯이 혀를 찼다.“맞아요. 이것도 정말 중요하죠!”조금만 더 지체된다면 소찬식이 눈치채게 될 것이다!소은정은 다시 쇼핑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그녀가 생방송 쇼핑몰에 접속한 상황은 인기검색어에서 잠깐 반짝했다가 내려갔다.그녀가 잠깐 접속했을 뿐이고 별다른 구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사람들은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다음 날 아침.소은정은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에 찍힌 수많은 부재중 전화에 식겁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익숙한 번호였기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은정 씨, 윤재수는 어젯밤에 압송 과정에서 도주했습니다.”소은정은 정신이 확 들면서 발신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정 국장의 번호였다.“도주했다고요?”“네. 차에서 뛰어내려 도주했습니다. 우리 형사들이 해변가까지 쫓아갔는데 바다에 뛰어들더니 사라졌어요. 어선까지 동원해서 밤새 수색했는데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 우리의 추적을 피해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마지막에 그를 잡히게 한 사람이 은정 씨니까 정말 조심하셔야겠어요.”정 국장의 엄숙한 경고에 소은정은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어떻게 된 거지?어젯밤에 자축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범죄자가 도주했다니?전화를 끊은 뒤, 소은정의 안색은 이미 창백하게 질렸다.우유를 타서 방으로 들어온 전동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부드럽게 말했다.“깼어요? 우유부터 마셔요. 요즘에는 새봄이가 당신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것 같아요.”소은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전동하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정 국장님께서 연락이 왔는데 윤재수가 도주했대요.”순간 방 안에
소은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소은해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이게 점심 때지 아침이야? 참 이상하네. 매제가 너 우유 먹인다고 들어가서 두 시간이나 지나서 내려오다니! 참 부부애가 남달라!”소은정은 화내지 말자고 되뇌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시뻘게진 얼굴로 오빠를 노려보다가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우리 부부가 금슬 좋은 게 그렇게 질투나? 우리 일 얘기하고 있었어. 혼자서 무슨 상상을 한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전동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소은해가 배를 잡고 웃더니 말했다.“일 얘기? 네 남편은 네가 조금 전까지 영화 보고 있었다고 했는데?”그러니까 떠본 얘기였는데 소은정이 보기 좋게 걸려든 것이다.그녀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는 자신 있게 말했다.“그래, 맞아. 영화에 투자하고 싶어져서 느낌을 찾는 중이었어.”소은해는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외투를 챙기고 시간을 확인했다.소은정은 그에게 다가가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나쁜 소식이 두 개가 있는데 어떤 것부터 들을래?”소은해가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둘 다 나쁜 소식이라며? 그냥 안 듣고 싶은데?”소은정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꼭 선택해야 해!”“그럼 네가 말해.”소은해는 넥타이를 살짝 풀고는 대수롭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어젯밤에 윤재수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평소의 여유만만하고 건들거리던 모습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아무리 나쁜 소식이라도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을까?그는 시간을 확인하며 동생을 재촉했다.“빨리 말해. 하늘이랑 밖에서 외식하기로 했단 말이야! 지금 데리러가기로 했다고!”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첫 번째 나쁜 소식은 윤재수가 도주했다는 거고 우리 신변이 위험하다는 거야.”소은해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동공이 확장되었다.소은정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두 번째는 오빠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