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는 새봄이의 밥을 챙겨 먹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요즘 이유식을 시작한 새봄이는 가리는 게 많아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전동하는 이 일에 굉장한 인내심을 발휘했고 아이가 음식을 조금이라도 삼키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전동하는 아내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모르죠. 장인어른 생각에 따르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 말은 소찬식과 대영 사이에 예의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으면 만나겠다는 뜻이었다.그는 한국에 오게 되면서 한국 사회의 오가는 정에 대해 배워가는 중이었다.소찬식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얘기나 들어보자.”비록 왕래가 한 번도 없었지만 사업을 하는 집안끼리 언제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문전박대할 수는 없었다.집사가 나가서 사람들을 안으로 안내했다.가족들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소은해와 김하늘은 남아서 아이를 돌보기로 하고 남은 가족들은 거실로 나갔다.소은정은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문설아와 이상준 사이에서 그녀는 문설아 편이었기에 입장이 조금 난처했다.하지만 대영의 가족들은 아마 전동하를 만나는 게 주 목적이었기에 그들의 얘기가 궁금하기도 했다.이상준의 부모님은 선물을 한가득 들고 현관으로 들어섰다.소찬식은 웃으며 그들을 반겼다.“명절도 아닌데 뭘 이렇게 많이 들고 오셨어요?”이상준의 부모님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진작 만나뵙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은퇴하신 뒤로는 공식석상에 잘 나오시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낚시라도 해요.”소찬식은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이상준의 어머니인 차민영은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화장을 하고 왔는데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소은정은 옆에 조용히 서 있었고 전동하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차를 따랐다.이상준의 아버지 이정재는 다가가서 소찬식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회장님, 꼭 좀 도와주십시오!”“급한 일로 찾아오신 것 같은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이정재는 절박한 표정으로 전동하를 힐끔거리며 말을 망설였다.참다못한 차민영이 흐느끼며
소찬식이 보기에 전동하는 여느 사업가들처럼 조금 이기적이고 인간미가 없기는 해도 이건 그가 미국식 교육을 받은 탓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앞으로 잘 이끌어만 준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배포가 큰 훌륭한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소은정은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남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당신도 그만해요. 아빠를 더 치켜세우다가 여기서 강연까지 할 기세라고요.”소찬식은 딸을 노려보고는 현관 앞에 놓인 선물박스에 시선이 갔다.그는 다급히 집사를 불렀다.“저것들은 다 돌려보내. 받지 말아야 할 물건들이야.”집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뒤돌아섰다.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집사를 다시 잡았다.“잠깐만요. 단서가 나오면 그때 돌려보내도 늦지 않아요. 지금 그냥 돌려보내면 그쪽에서 불안해할 거예요.”소찬식도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말한대로 하자꾸나!”한편 호텔.소식을 들은 윤재수는 홧김에 물건들을 있는 대로 집어 던지고 있었다.“실패했다는 게 웬말이야? 창고에 그렇게 많은 탄약이 있는데 다 가짜라는 거야? 작전 시작하기 전에 정확하게 위치 파악했다면서?”그의 부하는 겁에 질려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형님, 위치가 좀 잘못된 거 같아요. 창고에는 빈 박스밖에 없었대요. 그쪽에서 창고를 옮긴 것 같아요.”윤재수는 들고 있던 리모컨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그럼 다시 위치 파악하고 폭발물 설치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동하가 국내에 납품하는 걸 막아야 해!”“네!”윤재수의 얼굴은 분노로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안진이 넌 언제 귀국할 거야? 네가 없으니 박수혁 저 자식이 내 말을 듣지를 않아! 전동하는 자기가 왕이라도 된 것처럼 활개치고 있어! 박수혁 저 자식도 우리 일을 진심으로 돕는 게 아닌 것 같아!”상대는 뭐라고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어 버렸다.윤재수는 꺼진 핸드폰 화면을 힐끗 보다가 화를 못 참고 바닥에 던져 버렸다.다음 날, SC그룹 본사.소은
소은정은 윤재수를 봤을 때 전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표정 없이 오히려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내가 왜 피해야 하죠? 뭐가 그렇게 두렵다고요?”윤재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내가 두렵지 않아요? 지난번에 은정 씨 지인들을 납치했는데 전동하 대표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그냥 질문인 것 같지만 그는 말끝마다 전동하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소은정은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우리는 법치 사회에 살고 있어요. 그러니 그쪽이 아무리 많은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있다고 해도 경찰 눈을 피해 몰래 위협을 가하는 게 전부겠죠. 그렇다고 날 대놓고 공격하겠어요?”윤재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소문에 듣던 대로 호쾌한 성격을 가졌네요. 전동하 같은 겁쟁이가 어떻게 당신을 꼬셨는지 상상이 안 가요. 생긴 게 좀 계집애처럼 곱상하게 생겨서 그렇지 그놈도 아주 음흉한 놈이거든요!”소은정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흔들었다.만약 전동하가 현장에서 이 말을 들었으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 법한 내용이었다.그녀는 아주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잘생긴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윤재수의 미소가 살짝 굳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은정 씨 같은 사람이 내 애인이 된다면 내 모든 걸 반으로 나눠줄 수도 있어요. 난 그런 교활한 놈보다 통이 크거든요!”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이런 식으로 박예리 꼬신 거예요?”“박수혁 여동생이요? 그렇게 머리 쓸 필요가 없는 상대죠. 아주 단순해서 좀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해주니까 바로 넘어오더라고요.”말을 마친 윤재수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박예리는 지금 어디 있나요?”“그게 왜 궁금하죠?”“그냥 호기심이요. 박예리가 그쪽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쪽이 이렇게 나한테 추근대는 걸 알면 아마 미쳐버릴걸요? 게다가 박예리가 있었기에 박수혁 대표와 손을 잡을
말을 마친 윤재수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처음에는 그냥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몇 번 만나보니 겁도 없고 당돌한 여자였다.게다가 순진해 보이면서 사악한 면도 있고 똑똑해서 더 사랑스러웠다.이런 여자를 박수혁은 왜 포기했을까?윤재수는 나라면 침대에 묶어서 밖에 내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조용히 경호원들에게 비키라고 손짓했다.소은정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당당하게 호텔을 나섰다.마치 너희 같은 인간들이랑 나는 신분 자체가 다르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경호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형님, 저 여자 조심하셔야겠어요!”윤재수는 그런 부하직원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괜찮을 거야. 전동하가 날 물 먹이려 했으면 저 여자를 내세우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지. 굉장한 애처가잖아. 저 여자가 독사와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라는 것도 아마 모르고 있을걸!”“그런데 저 여자 말이 진짜인지 어떻게 확인해요?”윤재수는 냉소를 짓고는 말했다.“이 주소로 가서 조사해 봐. 안에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면 알 거 아니야?”경호원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윤재수가 웃으며 말했다.“차라리 잘됐어. 저 여자랑 하룻밤 자고 증거를 전동하한테 보냈을 때 그 표정이 궁금하군!”사실 소은정의 제안을 수락한 건 그녀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윤재수는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크루즈 한 척을 준비해. 박수혁에게는 비밀로 하고. 그리고 해외에 있는 그 수재라는 녀석을 빨리 국내로 불러서 박수혁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만들어. 박수혁 그 자식을 믿을 수 있어야 말이지.”“네, 알겠습니다.”한편, 도로변에 나가 차에 오른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수 한 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호텔 안쪽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던 최성문도 소은정이 무사히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놈이 믿던가요?”“반반이겠죠.”“그럼 어떻게 하죠?”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내 손에
전동하는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었다. 소은정은 어색하게 기침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뽀뽀해 줘요.”그는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벌써 귓불이 붉어져 있었다.남자가 말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었다.소은정은 그의 얼굴을 잡고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녀가 손을 풀던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더니 남자가 몸을 밀착해 왔다.뽀뽀에서 진한 키스로 넘어가기까지는 그리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이 지난 뒤, 헐떡이며 서로를 놓아주었다.그래도 본가인데 더 진한 스킨십은 민망했다.소찬식과 집사 등 방해꾼들이 나타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소은정은 촉촉하게 물든 눈으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전동하에게는 긴 인내의 시간이었다.그가 뭐라고 하려던 순간, 갑자기 그의 어깨가 흠칫 떨리더니 경직된 자세가 되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새봄이 지금 뭐 보고 있어?”소은정도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새봄이가 벽을 짚고 서서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아이가 그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이는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부모님을 바라보고 있었다.전동하와 소은정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아이에게 다가갔다.“새봄아, 어떻게 소리도 없이 나왔어?”전동하는 아이의 상태를 훑어보고는 말했다.“애가 신발을 안 신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기어서 나온 것 같은데요?”새봄이는 손가락으로 전동하와 소은정의 얼굴을 가리키더니 다시 돌아와서 자신의 얼굴을 콕 집었다.“뽀뽀….”아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전동하는 입가를 씰룩이며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러고는 웃으며 자리를 떴다.새봄이는 굉장히 실망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고는 다시 간절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자신의 볼을 가리켰다.“뽀뽀….”소은정은 아이가 안쓰러워서 얼른 안고 진하게 뽀뽀했다.새봄이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짧은 다리
그 말에 거실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참다못한 소은정이 까칠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사모님, 국제 시사를 관심 있게 보셨다면 남아공이라는 국가는 총기소지가 합법이라는 것도 아실 텐데요. 헬기를 여기서 띄우면 중도에 가다가 기름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바로 바다로 추락이에요. 무사히 도착한다고 해도 총기를 소지한 테러범들이 따라붙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저희는 그런 것까지 도울 능력이 안 돼요. 여기까지 도운 것만으로도 제 남편은 최선을 다한 거예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차민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총기 소지한 놈들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면 안 돼요?”전동하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찻잔을 어루만졌다.소찬식도 한숨을 내쉬었다.“신고를 누구한테 하겠어요? 연합국에 신고하면 우리가 상준이를 도와 밀항하려 했던 사실도 들통날 텐데요?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그쪽 자유지만 괜한 사람 헛수고하게 하지 말고 입장을 명확히 하세요.”말을 마친 소찬식은 찻잔을 탁자에 힘껏 내려놓았다.이정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차민영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그런 뜻이 아닙니다. 집사람이 뭘 몰라서 그래요. 저는 전 대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들이 무사히 살아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절대 불만 없어요!”전동하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돌아오는 과정에서 연락이 끊기면 저도 어쩔 방법은 없지만 사람이 국내에 도착하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섰다.대화가 끝났다는 얘기였다.이정재도 더는 버티고 있을 수 없어서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찬식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같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고생한다고 좋은 마음에 도와주려 한 건데 아까 그 여자 하는 말 못 들었어? 지금 내 사위한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거잖아?”도와달라고 와서 사정할 때는 언제고 차민영은 말끝마다 전동하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소찬식은 그들의 그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먹구름이 없는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참 좋은 날씨였다.그녀는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작하죠.”소은정은 전화를 끊은 뒤,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가서 새봄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우리 아기, 얌전히 집에서 엄마 기다리고 있어. 내일은 엄마랑 놀러 나가자!”아이는 그녀의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신이 났는지 여기저기 뛰어다녔다.소은정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옷을 챙기고 외출 준비를 했다.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전동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가요?”소은정은 어깨를 움찔했지만 이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이 좀 있어서요. 금방 돌아올게요.”전동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나랑 같이 가요.”소은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싫어요?”“아니요, 같이 가요.”그녀는 억지 미소를 짓고는 그의 팔짱을 꼈다.윤재수가 화를 당하는 모습을 어서 빨리 보고 싶었다.전동하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외투를 챙겼다.“가요. 데이트하는 셈 치죠 뭐.”소은정은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날 데이트라니, 참 끔찍한 데이트가 될 것이다!전동하는 소은정을 먼저 차에 태우고 그녀의 옆자리에 탔다.최성문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차가 달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동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시중심을 벗어났을 때,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리모델링을 거친 윤재수의 배는 해역에서 해경의 추적을 피할 수 있고 특수제작한 내비게이션으로 독자적으로 운행할 수 있었다.이런 일은 빈번히 있는 일이었고 그는 매우 숙련되게 상황을 지휘했다.하지만 그들이 헐떡이며 박스를 다 옮기고 출항을 준비하던 때, 부두의 가로등이 갑자기 켜졌다.구석진 곳에서 무수히 많은 특공대원들이 무장을 하고 총을 든 채, 선박 주변을 포위했다.윤재수의 부하들은 이상함을 감지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말을 마친 형사는 뒤돌아서 가버렸다.윤재수는 악을 쓰며 몸을 비틀더니 포박된 상태로 이쪽으로 달려왔다.“망할 년이 감히 날 속여? 역시 전동하랑 짜고 꾸민 일이었어! 젠장! 절대 용서하지 않아! 죽어 버려!”소은정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죽을 사람은 너지. 너 같은 게 감히 내 가족과 친구를 건드려? 내가 경고했지! 여긴 내 구역이라고!”형사들은 그 말을 듣지 못했지만 윤재수는 똑똑히 들었다.그는 차에 타고 있는 전동하를 보자 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두고 봐! 나 절대 이대로 안 무너져!”전동하는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줄곧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윤재수가 경찰에 잡혀가는 모습까지 확인한 소은정은 최성문에게 출발을 지시했다.사실 그녀가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자신의 걸작을 꼭 한번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그리고 원하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그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돌아가는 길, 최성문은 센스 있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었다.소은정은 눈을 감고 잠시 음악을 감상하다가 뭔가 깨닫고 번쩍 눈을 떴다.차에 다른 누군가가 타고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그게… 그러니까… 오늘 밤에 부두에서 수색활동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구경하러 온 거예요.”그녀는 저도 모르게 핑계부터 찾았다.전동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렇죠. 게다가 정말 우연스럽게도 그게 SC그룹과 연관이 있는 사건이네요? 역시 내 마누라는 똑똑하다니까요.”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뿐, 전혀 그녀를 탓하는 태도나 표정이 없었다.오히려 감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소은정이 움찔하며 물었다.“벌써 눈치챘어요?”“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소은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사실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실행한 계획이었어요. 절대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죠.”전동하는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