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오빠. 내 마음 알아줘서.”환하게 웃는 소은정의 눈이 반짝였다.“내일 3시, 은해가 회사로 올 거야. 웬만한 잡무는 은해한테 넘겨. 항상 네 몸부터 챙기고.”말을 마친 소은호가 그녀의 머리를 톡 두드리곤 사무실을 나섰다.마음속에 품고만 있던 생각을 입 밖에 내고 또 그것이 생각보다 쉽게 현실로 이루어지자 소은정의 마음도 훨씬 더 홀가분해졌다.그날 저녁, 계획대로 전동하와 함께 본가로 돌아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저택을 나서려던 그때, 소은해에게서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하지만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던 소은정이 아무렇지 않은 척 거절 버튼을 기계적으로 눌러댔다.“야, 소은호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나더러 출근하래. 악마도 이런 악마가 없어. ““그리고 더 최악은 뭔지 알아? 글쎄 내 카드를 막아버렸지 뭐야?”“야, 내가 무슨 고딩도 아니고. 그거 다 내가 추운 날에 벗는 촬영, 더운 날에 푹푹 찌는 사극 촬영해 가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인데 자기가 뭐라고...”“하, 난 안 해! 차라리 매일 CF를 열편씩 찍지 난 절대 출근 못해!”“야, 소은정. 씹냐? 너라도 내 편 좀 들어줘. 너까지 모른 척하면 나 진짜 너랑 의절할 거야.”쏟아지는 문자들은 소은해의 분노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전화를 거절했음에도 그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듯했으니까.‘오빠도 불쌍하지만 일단 나부터 살자. 나도 과로사는 싫어.’“나도 오빠 무서워. 알아서 해결해.”“아, 몰라! 임신은 자기 와이프가 했는데 왜 지가 더 유세야? 와이프는 없어도 나도 애인은 있고 나도 나름 전문직에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 나가. 나도 바쁙다고.”“연극 공연도 끝났고 딱히 보고 있는 대본도 없다면서... 하늘이도 지금 출장 중이고...”“하, 매니저 납셨네. 너지. 네가 형하네 다 일러바친 거지? 소은해가 하릴없이 빈둥빈둥 놀고 있다. 어떻게든 부려먹어라! 이렇게 이른 거 아니냐고!”“오해야. 나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문자로 부족한지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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