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의 등을 소은정이 포개고 누워있었다. 그의 몸은 마치 말랑한 식빵 같았다. 그녀의 두근거리던 마음이 그의 물음 하나에 싹 식어버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결혼?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한 적은 있지만 다시 결혼이라는 문턱을 밟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전동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다리를 옆에 내려놓고 한숨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내가 이길 거란 보장이 없어요. 무서워하지 말아요.”소은정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지만 결혼은...”전동하가 살며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 길고 무성한 그의 속눈썹이 보였다.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얼굴이 잠시 굳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지금 나 먹고 버리는 거예요?”소은정이 그의 등을 가볍게 때리면서 말했다.“내 입맛에 맞았을 뿐이에요.”전동하가 웃으면서 말했다.“아이고 감사합니다.”그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소은정은 전동하의 실망한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이 되고 전동하는 그의 따스한 입술로 길고 흰 그녀의 목에 입 맞추었다. 전과는 다르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들이댔고 소은정이 그런 그를 제지하려 하였지만, 말릴 수 없었다. 길고 뜨거운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오후. 소은정은 욱신거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어제 전동하의 심기를 건드린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입으로는 괜찮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화를 푸는 것 같았다. 사실 전동하가 화가 난데에는 소은정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맞고 자기 잘못이기에 그녀도 전동하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일이었다. 눈을 천천히 뜬 그녀는 밖에서 인기척이 없자 거실로 걸어 나갔지만 역시나 조용했다. 주방에도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에 간 그녀는 거품 목욕을 한 후 개운하게 방에 들어왔다. 이미 지각한 마당에 굳이 빨리 회사에 갈 필요는 없었다. 소은해의 첫
소은정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았다. 마음속이 공허해졌다. 익숙하고 늘 있던 따스함이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불안한 기분을 물리치려고 했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가 들어왔다. 전동하의 글씨체였다.“미국에 급한 일이 생겨 갔다 올게요. 이틀 뒤에 다시 돌아올게요”소은정은 눈을 깜빡거렸다. 출장을 간 거였구나. 하지만 마음속에 찜찜한 기분을 털어낼 수가 없었다. 언제 갔는지, 도착은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잠시 망설이다가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었다. 아직 비행기 안인가 보다. 소은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드레스룸에 가 옷을 갈아입고 기사님을 호출해 회사로 갔다. 회사에 들어온 소은정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직원들 모두 연휴 전날처럼 마음이 붕 뜬 느낌이었다. 다들 로또라도 당첨된 건가? 소은정이 회사 로비에 도착하고 나서야 왜 신났는지 알 수 있었다. 소은해는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과 평소에 헬스를 한 몸으로 거기에 서 있었고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여직원의 책상에 걸터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여직원은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의 직원들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어느 한 직원은 휴대전화로 그들을 찍기까지 하였다.“너무 잘생겼잖아!”“회사에서 처음으로 소은해님을 보는 것 같아! 정말 대표님 동생 맞아? 대표님이랑은 다른 느낌의 잘생김인 것 같아. 다들 유전자가 왜 이렇게 좋은 거야?”“나는 그래도 소은호 대표님이 더 잘생긴 것 같아. 나는 똑바로 얼굴도 못 쳐다보겠어! 근데 소은해 도련님은 뭔가 편안해서 더 좋달까...”“저도 그래요, 소은해 도련님이 상사라면 회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거예요. 회사에 월급을 바치더라도 남아있을 거예요!”소은정은 그들을 어이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얼빠들이네. 소은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추파를 던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소은정은 사람들
소은정은 소파에 걸터앉아 휴대전화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항공편을 확인하자 제일 빠른 항공편이 한 시간 전에 이미 미국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비행기는 십 분 후 착륙이었다. 하지만 전동하가 어느 항공편을 탔는지는 알수 없었다.물어볼까? 그의 비서한테 묻는다면 언제 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소은정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고민하던 소은정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깜짝 놀란 그녀는 하마터면 손에서 전화기를 놓칠 뻔했다.김하늘의 전화였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하늘아?”소은해는 아직도 밖에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소은정은 그런 그를 무시하였다. 김하늘이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은정아, 지금 이탈리아에서 중요한 쇼가 있어서 왔어. 국내에는 별일 없지?”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물었다.“별일이라니?”“있잖아...”“셋째오빠 너만 바라보고 절대 다른 여자들한테 관심 없으니 걱정하지 마!”소은정은 자기 입술을 깨물면서 문밖에서 소리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소은정의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문을 뚫을 듯하였다. 김하늘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안 하지, 잘하겠지. 뭐.”“싸웠어?”김하늘의 말에서 둘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오빠라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끼는 사람이기에 누구 한 명이든지 상처받게 놔둘 수는 없었다.김하늘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야, 의견이 엇갈리는 게 있어서 차갑게 대했을 뿐이야, 은해 씨가 잘 생각해 보면 반성하는 게 있겠지.”그녀는 한숨이 섞인 말투로 말을 계속해 나갔다.“그날 파티에서 네가 먼저 나간 거 기억나?”당연히 기억할 수밖에.“그때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한유라는 심강열이 데리러 와서 먼저 가고 가게 사장님이 직원을 불러 나를 돌봐 주라고 했어, 맞아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근데 그 사람들 아무 짓도 안했고 그냥 케어만 해줬거든...”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소은정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았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마침 이 쇼를 만난 거야. 오고 싶지 않았는데 한동안 헤어져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내가 가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랬어. 아마 홧김에 헤어졌을지도 모르지…"김하늘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소은정은 소은해의 여동생이었지만 그녀는 김하늘과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였기에 서로의 비밀을 다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속이는 사이가 아니었다.김하늘은 소은해 때문에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일은 그녀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이었지만 소은해는 아니었다.정말 선택하라고 한다면 김하늘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은 얘기를 나눌수록 기분이 울적해졌다.김하늘은 핑계를 대 전화를 끊었고 소은정은 끊긴 휴대폰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참이 지나 시간을 보니 전동하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소은정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예전에 출장을 가면 그는 늘 알아서 소은정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지?순간 든 생각에 소은정도 어리둥절해졌다.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하지만 전동하는 어제부터 이상한 행동을 했다, 소은정은 그런 전동하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소은정은 휴대폰의 이름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어지는 통화연결음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소은정은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한참이나 지났지만 받는 이가 없어 소은정이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다정한 그 목소리를 들으니 소은정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급격히 하락했다."나는 이제 일어났어요, 미국에 무슨 일 있는 거예요?"하지만 소은정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옛 주주들이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소은해가 문을 부수겠다고 하는데 그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 그는 미래의 소은호의 자리에 앉을 사람이었다.소은해와 소은정, 둘 중 누구에게도 미움을 살 수 없었다.그랬기에 소은해가 문을 부수고 들어왔음에도 그들은 감히 그를 막을 수 없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오빠, 저거 갚아. 우 비서, 내가 저번에 마음에 든다고 했던 독일 대리석 문 사도록 해요, 돈은 우리 오빠한테서 받고."소은정이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을 본 우연준이 멍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곧 알아차렸다."네, 대표님.""지금 나 놀리는 거지? 너 방금 하늘이한테 전화하지도 않았지?"소은해는 문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방금 노크를 하던 그는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그렇게 딱 들어맞는 일이 어디 있을까?그는 소은정이 무조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소은해를 바라보기만 했다."오빠, 이게 오빠가 자신을 위해 찾은 이유야?"그 말을 들은 소은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오빠가 이렇게 해서 마음이 편하다고 하면 나도 할 말 없고."그런 소은정의 모습을 보니 소은해는 순간 짜증이 났다. 그녀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소은해가 결국 소은정 가까이로 가 손을 내밀었다."휴대폰 내놔, 내가 직접 봐야겠어. 나는 너 안 믿어, 나를 속였다가는…"소은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은정이 휴대폰의 잠금을 풀고 그에게 건네줬다.잠시 멈칫한 소은해가 휴대폰을 받아 들고 통화기록을 훑어봤다.그리고 순간, 그의 안색이 새하얘졌다.소은정은 재밌다는 듯 소은해의 얼굴을 관찰했다.쯧쯧 하고 혀를 찬 소은정이 소파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여유로운 모습으로 입을 뗐다."방금전까지 밖에서 다른 아가씨 꼬시던 열정은 어디 가고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오빠도 내 오빠지만 하늘이도 내 절친이야, 두 사람이 정말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다면 서로
소은해는 방금 정말 걱정했다. 이번에 자신의 요구가 너무 심해서 김하늘이 갑자기 이렇게 멀리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소은정이 소은해를 한 눈 보니 그는 정말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내가 왜 그런 말을 하겠어? 두 사람 서로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 내가 두 사람 헤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소은해는 그 말을 듣고서야 한시름 놓고 웃으며 물었다."그럼 하늘이한테 뭐라고 한 거야? 내가 다른 여자 꼬신 적 없다고 설명해 준 거야?"소은해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내가 방금 눈이 잘못된 건가?"소은정이 직접 본 것이 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소은해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코를 만졌다."나 회사에 처음 오는 거잖아, 사람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좋은 인상도 남겨야 하고, 형처럼 맨날 얼굴 굳히고 다녀야겠어?"소은해는 자신의 직장 이미지에 대해 나름 계획이 있었다.연예인처럼 반짝반짝 빛을 낼 수 없었지만 인간관계에서만큼은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소은정도 그런 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찔리는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구는 거야? 방금 엄청 무서워하던데.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운 법이야, 사람들이 오빠가 여기저기 어장 관리하고 다닌다고 말하고 다니면 없는 것도 사실이 되는거라고. 그때 되면 이미지고 뭐고 다 사라지고, 오빠는 연예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거지."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해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미처 이런 생각까지 하지 못했다. 그저 출근 첫날, 소은호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사고를 쳤던 것이었다."은정아, 너 오빠 도와줘야 해!"하지만 소은정은 그 말을 듣고도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저번에 오빠 도와서 하늘이 달래줬잖아, 이번에는 오빠가 알아서 해.""설마 그 정도까지 가겠어?"소은해가 약간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그는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런 소은해가 그저 웃겼다. 김하늘이 헤어지자고 할
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해가 미간을 찌푸렸다."술을 그렇게 마셨는데 그게 알아서 한 거라고? 요즘 제작한 드라마도 반응 없고 출연한 배우한테 스캔들 터져서 하늘이도 짜증 났다는 거 아는데, 돈에 그렇게 목맬 필요 없잖아.""왜? 우리가 투자한 게 계속 손해를 보면 우리도 급해하잖아.""그거 뭐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목숨 걸 필요 있어?"소은해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러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둘이 생각이 안 맞는 거였네.""뭐라고?""그거 얼마 안 된다는 소리 하지 마, 오빠한테 얼마 안 될지 몰라도 그거 하늘이 돈이야, 하늘이 오빠 돈 하나도 안 썼는데 왜 사람을 그렇게 얕잡아 보는 거야?""내가 언제 하늘이를 얕잡아봤다고 그래? 내가 하늘이를 위해서 돈을 쓰겠다고 했는데 걔가 기를 쓰고 거절한 거라고. 하늘이가 너처럼 뻔뻔했으면 나도 이렇게 걱정하고 있지 않았을 거야!"소은해가 말했다."왜 나를 끌어들이고 그래, 내가 뭐 얼마나 뻔뻔하게 굴었다고."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해가 한숨을 쉬었다."나는 하늘이가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거지,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데 매번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하늘이가 화를 냈어.""오빠, 제발 하늘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 일은 여자에게 있어서 엄청 중요한 거야, 하늘이한테 오빠랑 일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일을 선택할 거야. 하늘이랑 만나고 싶으면 하늘이의 선택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오빠가 해외 공연을 돌아야 해서 하늘이를 떠날 때도 하늘이 오빠 막지 않았잖아."소은정은 자신이 이런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은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소은해가 계속 이렇게 나왔다가는 김하늘의 앞길만 망치기 쉬웠다.다른 건 제쳐두고 김하늘의 외모와 아이큐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소은해는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오후가 되어, 소은호가 오자 소은해는 많이 얌전해졌다.소은호는 한시연이 임신했을 때
"지금 회사의 이윤이 굉장히 적어요, 몇만 명이나 되는 직원이 모두 실업을 하게 생겨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휴업하고 관리층을 재정돈하기로 결정했어요."늙은이가 자신만만하게 말을 했다. 사람들의 반대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다.전동하는 담담하게 늙은이의 맞은편에 앉아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그럼 어떻게 정돈할 생각이시죠? 전인국의 모든 주식을 손에 넣었다고 하지만 가장 큰 주주가 당신도 아닌데, 관리층을 정돈하는 일을 당신의 뜻에만 따를 수 없잖아요."그러자 늙은이가 그를 비웃듯 다시 말했다."전동하, 너 아직도 모르지? 지금 중고층의 관리직들이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거, 그리고 대표님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어. 네가 휴업하는 거에 동의하지 않아도 돼, 그럼 그 사람들이 전부 사직하고 하소그룹 전체가 멈추는 꼴을 보면 돼. 그렇게 되면 하루에 손해만 몇백억이 될 거야, 그리고 머지않아 하소그룹은 파산할 거고, 이게 네가 원하는 거야?"전동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늙은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주위의 이들은 감히 숨소리도 낼 수 없었다.전동하는 회사가 이런 지경에 처했는지도 알지 못했다.이 사고는 그들이 전동하 몰래 오래 계획한 끝에 일으킨 것인 듯했다.늙은이는 자신만만하게 전동하를 보며 웃었다."네가 전 씨 집안에 정이 얼마 없다는 거 우리도 다 이해해, 정말 이 그룹에 신경을 쓴다면 네 사업을 한국으로 돌리지도 않았겠지, 한국에 있는 그 여자를 사랑하잖아, 그 여자를 선택했으니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 하소그룹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너한테도 먹을 게 주어질 테니까. SC그룹에서도 너희 두 사람이 함께 한다면 하소그룹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네 아버지랑 형은 우리가 놓아줄게."늙은이는 이미 자신과 전동하의 일까지 모두 계획했다.이제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만이었다.사무실 안은 정적만이 맴돌았다.전동하는 눈을 내린 채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사람들이 전동하가 타협할 것이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그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