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초췌한 모습에 소은정은 왠지 기분이 착잡해졌다.군수 밀수기업 회장의 딸로 태어난 안진, 아마 자라는 내내 피가 튀기는 전쟁 같은 삶을 지내왔을 것이다.그래서 자연스레 차갑고 타인을 해침에 있어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그런데... 그런 그녀의 마음을 녹인 사람이 더 차가운 박수혁이라니.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안진을 바라본 소은정이 다시 차에 올라탔다.최성문 역시 잡고 있던 남자의 목덜미를 놓아주었다.다른 경호원들에게 SUV에 타라고 분부한 최성문이 자연스레 소은정의 차에 몸을 실었다.별 소란없이 끝나긴 했지만 소은정이 안전하게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였다.소은정의 차는 코너를 돌아 순식간에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착잡한 그녀의 마음을 말해 주듯 돌아가는 거리에는 차 한 대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한참 뒤에야 소은정이 입을 열었다.“안진 쪽에 사람 좀 붙여주세요. 정말 떠난 게 맞는지 확인해야겠으니까요.”“알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최성문이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안진이 떠남으로서 모두를 들썩이게 만든 납치사건이 무사히 막을 내린 듯했지만 소은정은 여전히 어딘가 찝찝했다.‘왜... 왜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걸까?’그리고 동시에 씁쓸한 미소와 함께 배를 어루만지던 안진의 행동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아니야. 괜한 생각하지 마. 그냥 앞으로 안진이 정말 나한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건지... 그걸 확인하는 게 중요한 거야.’잠시 후, 오피스텔에 도착한 소은정은 엘리베이터에 탔다.그리고 문이 열린 순간, 전동하의 환한 미소가 그녀를 맞이했다.“은정 씨 데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어떻게 지금 와요? 텔레파시가 통했나?”동시에 전동하가 그녀를 향해 팔을 벌렸다.그 아늑한 품에 안긴 소은정은 익숙한 상쾌한 향기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셨다.곧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지던 전동하의 손길이 에로틱하게 변하더니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는 소은정은 발신인을 확인하고 스피커폰을 켰다.“어, 오빠. 무슨 일이야?”동시에 마스크팩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가락을 꾹꾹 누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아빠가 밥 먹으러 오래. 물고기 좋은 거 잡으졌다고.”이에 소은정이 여전히 주방에서 돌아치는 전동하를 힐끗 바라보았다.“저녁에 갈게. 우리 지금 밥 먹는 중이거든.”“오케이. 그럼 다 내가 다 먹어야지~”기다렸다는 듯 대답한 소은해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뭐야, 싱겁게...”다시 마스크팩에 집중하던 소은정이 벌떡 일어섰다.“설마 탕수어는 아니겠지?!”소은정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마스크팩을 거칠게 걷어냈다.워낙 가리지 않고 잘 먹긴 하지만 소은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만드는 음식이라면 아마...그와 소은정이 가장 좋아하는 탕수어뿐이었다.한편,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주방에서 나온 전동하는 15분에서 1분도 모자라면 안 된다는 말과 달리 이미 떼어버린 마스크팩을 발견하고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탕수어요? 마스크팩은 왜 뗀 거예요?”“지금 피부 관리나 할 기분이 아니에요. 일단 우리끼리 밥 먹어요. 아저씨가 탕수어를 만드셨나 봐요. 소은해... 먹을 복도 좋지.”“탕수어? 그런 요리는 처음 들어보는데. 그렇게 맛있어요?”“당연하죠. 은해 오빠랑 탕수어랑 바꿀래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대답할 정도랄까요? 워낙 번거로워서 자주 하진 않으시지만요...”잔뜩 실망한 소은정의 표정이 전동하에게는 사랑스럽게 다가왔다.“이렇게까지 화내는 거 보면 진짜 맛있긴 한가 보네요. 나도 먹어보고 싶다.”“오늘 저녁! 무조건 오늘 저녁에 먹어야겠어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바로 집사에게 문자를 보냈다.전동하도 함께 돌아갈 거란 말에 집사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저녁에도 한번 더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제야 소은정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잠시 후, 국을 한술 떠먹은 전동하가 물었다.“조금 있다가... 나랑 쇼핑 갈래요?”이에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
이에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오늘 내가 출근할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대요?”“며칠 전부터 연락주셨습니다. 대표님께서 돌아오시면 바로 연락달라고 하시더군요.”책상 앞에 쌓인 파일을 대충 훑어보던 소은정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태한그룹과 관련된 프로젝트 모두 오빠한테 넘겨요. 그 대신 지금 바로 처리해야 할 업무는 저한테로 돌리시고요.”그녀의 말에 흠칫하던 우연준이 곧 그 의미를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태한그룹 쪽은...”임춘식과 박수혁은 평범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친구에 가까운 사이, 게다가 그 동안 거성그룹 명의로 소은정과 만남을 가진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음으로 경계심이 드는 게 당연했다.‘임춘식을 이용해서 내 마음을 떠보시겠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말해 줘야지. 앞으로 일을 빌미로 날 만날 기회도 없을 거야. 이대로 우린 끝인 거야.’생각을 마친 소은정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네, 앞으로 박수혁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저한테 보고하지 말아주세요.”“알겠습니다.”대답을 마친 우연준이 사무실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호가 문을 벌컥 열고들어왔다.굳은 표정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얼굴이 왜 그래? 제대로 못 잤어?”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소은호가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네 새언니 임신하더니 입맛만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거 있지? 한밤중에 오뎅이 먹고 싶다고 해서 가게란 가게는 다 뒤져서 사왔는데 그 사이에 좀 식었다고 펑펑 울지 뭐야? 그거 달래주느라고 혼났다...”힘이 쏙 빠진 목소리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원래 임신하면 호르몬이 요동친대. 우리 집안 첫 아이니까 더 신경 써. 그리고... 임신할 때 먹고 싶은 거 못 먹으면 그 서러움이 평생 간다더라.”“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어.”소은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최근 1주일간, 소은호는 스스로에 대한 인지를 다시 쓰는 수밖에 없었다.손바닥 뒤집 듯 변하는 한시연의 변덕에도 짜증 한번 나지 않는 자신의
순간 소은정은 스스로의 귀를 의심했다.“누구?”“소은해, 네 셋째 오빠 소은해.”‘얘가 나이도 어린 게 왜 벌써 가는 귀가 먹었대.’소은정이 눈이 커다래졌다.“오빠가 그렇게 하겠대? 곱게 회사로 들어가서 일이나 배우라고 아빠가 회초리까지 드셨는데 배우한 사람이야. 이제 와서 다시 회사로 들어오겠어?”하지만 소은호는 그딴 건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일 다 너한테 넘기면 너 과로사할지도 몰라. 게다가 연극 공연도 끝났겠다 딱히 새 작품 들어갈 생각도 없는 것 같고. 놀면 뭐해. 다 집안 일인데 어떻게든 도와야지.”“뭐 오빠가 알아서 설득하는 거지?”사실 점잖게 사무실에 앉아있는 소은해의 모습도 상상이 가지 않았고 소은호가 정말 설득에 성공할까 반신반의의 마음이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오케이. 뭐 인턴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부려먹어. 제대로 못하면 해고해도 상관없고.”‘슈퍼 알바도 그렇게 쉽게 안 자르겠다... 아니지, 어쩌면 본인은 잘리길 원할지도 모르겠네?’피식 웃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소은정이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아, 나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재단 하나를 세우고 싶어. 유괴, 실종된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찾는 부모님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할 수 있는 그런 재단 말이야.”나 오늘 밥 먹을래라고 말하 듯 가벼운 말투에 소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뭐든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유괴된 아이들이 꼭 한국에 있다는 법도 없고... 해외로까지 영향력을 펼치려면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할 거야. 게다가 각 나라 외교 문제도 끼어있고... 꽤 골치 아플 텐데 정말 괜찮겠어?”다른 나라가 끼어들면 필연적으로 정치, 외교 문제가 생기기 마련, 게다가 이런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오빠가 말한 문제들 나도 다 고민해 봤어. 물론
“고마워, 오빠. 내 마음 알아줘서.”환하게 웃는 소은정의 눈이 반짝였다.“내일 3시, 은해가 회사로 올 거야. 웬만한 잡무는 은해한테 넘겨. 항상 네 몸부터 챙기고.”말을 마친 소은호가 그녀의 머리를 톡 두드리곤 사무실을 나섰다.마음속에 품고만 있던 생각을 입 밖에 내고 또 그것이 생각보다 쉽게 현실로 이루어지자 소은정의 마음도 훨씬 더 홀가분해졌다.그날 저녁, 계획대로 전동하와 함께 본가로 돌아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저택을 나서려던 그때, 소은해에게서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하지만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던 소은정이 아무렇지 않은 척 거절 버튼을 기계적으로 눌러댔다.“야, 소은호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나더러 출근하래. 악마도 이런 악마가 없어. ““그리고 더 최악은 뭔지 알아? 글쎄 내 카드를 막아버렸지 뭐야?”“야, 내가 무슨 고딩도 아니고. 그거 다 내가 추운 날에 벗는 촬영, 더운 날에 푹푹 찌는 사극 촬영해 가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인데 자기가 뭐라고...”“하, 난 안 해! 차라리 매일 CF를 열편씩 찍지 난 절대 출근 못해!”“야, 소은정. 씹냐? 너라도 내 편 좀 들어줘. 너까지 모른 척하면 나 진짜 너랑 의절할 거야.”쏟아지는 문자들은 소은해의 분노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전화를 거절했음에도 그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듯했으니까.‘오빠도 불쌍하지만 일단 나부터 살자. 나도 과로사는 싫어.’“나도 오빠 무서워. 알아서 해결해.”“아, 몰라! 임신은 자기 와이프가 했는데 왜 지가 더 유세야? 와이프는 없어도 나도 애인은 있고 나도 나름 전문직에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 나가. 나도 바쁙다고.”“연극 공연도 끝났고 딱히 보고 있는 대본도 없다면서... 하늘이도 지금 출장 중이고...”“하, 매니저 납셨네. 너지. 네가 형하네 다 일러바친 거지? 소은해가 하릴없이 빈둥빈둥 놀고 있다. 어떻게든 부려먹어라! 이렇게 이른 거 아니냐고!”“오해야. 나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문자로 부족한지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전동하의 등을 소은정이 포개고 누워있었다. 그의 몸은 마치 말랑한 식빵 같았다. 그녀의 두근거리던 마음이 그의 물음 하나에 싹 식어버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결혼?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한 적은 있지만 다시 결혼이라는 문턱을 밟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전동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다리를 옆에 내려놓고 한숨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내가 이길 거란 보장이 없어요. 무서워하지 말아요.”소은정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지만 결혼은...”전동하가 살며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 길고 무성한 그의 속눈썹이 보였다.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얼굴이 잠시 굳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지금 나 먹고 버리는 거예요?”소은정이 그의 등을 가볍게 때리면서 말했다.“내 입맛에 맞았을 뿐이에요.”전동하가 웃으면서 말했다.“아이고 감사합니다.”그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소은정은 전동하의 실망한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이 되고 전동하는 그의 따스한 입술로 길고 흰 그녀의 목에 입 맞추었다. 전과는 다르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들이댔고 소은정이 그런 그를 제지하려 하였지만, 말릴 수 없었다. 길고 뜨거운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오후. 소은정은 욱신거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어제 전동하의 심기를 건드린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입으로는 괜찮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화를 푸는 것 같았다. 사실 전동하가 화가 난데에는 소은정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맞고 자기 잘못이기에 그녀도 전동하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일이었다. 눈을 천천히 뜬 그녀는 밖에서 인기척이 없자 거실로 걸어 나갔지만 역시나 조용했다. 주방에도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에 간 그녀는 거품 목욕을 한 후 개운하게 방에 들어왔다. 이미 지각한 마당에 굳이 빨리 회사에 갈 필요는 없었다. 소은해의 첫
소은정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았다. 마음속이 공허해졌다. 익숙하고 늘 있던 따스함이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불안한 기분을 물리치려고 했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가 들어왔다. 전동하의 글씨체였다.“미국에 급한 일이 생겨 갔다 올게요. 이틀 뒤에 다시 돌아올게요”소은정은 눈을 깜빡거렸다. 출장을 간 거였구나. 하지만 마음속에 찜찜한 기분을 털어낼 수가 없었다. 언제 갔는지, 도착은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잠시 망설이다가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었다. 아직 비행기 안인가 보다. 소은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드레스룸에 가 옷을 갈아입고 기사님을 호출해 회사로 갔다. 회사에 들어온 소은정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직원들 모두 연휴 전날처럼 마음이 붕 뜬 느낌이었다. 다들 로또라도 당첨된 건가? 소은정이 회사 로비에 도착하고 나서야 왜 신났는지 알 수 있었다. 소은해는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과 평소에 헬스를 한 몸으로 거기에 서 있었고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여직원의 책상에 걸터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여직원은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의 직원들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어느 한 직원은 휴대전화로 그들을 찍기까지 하였다.“너무 잘생겼잖아!”“회사에서 처음으로 소은해님을 보는 것 같아! 정말 대표님 동생 맞아? 대표님이랑은 다른 느낌의 잘생김인 것 같아. 다들 유전자가 왜 이렇게 좋은 거야?”“나는 그래도 소은호 대표님이 더 잘생긴 것 같아. 나는 똑바로 얼굴도 못 쳐다보겠어! 근데 소은해 도련님은 뭔가 편안해서 더 좋달까...”“저도 그래요, 소은해 도련님이 상사라면 회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거예요. 회사에 월급을 바치더라도 남아있을 거예요!”소은정은 그들을 어이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얼빠들이네. 소은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추파를 던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소은정은 사람들
소은정은 소파에 걸터앉아 휴대전화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항공편을 확인하자 제일 빠른 항공편이 한 시간 전에 이미 미국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비행기는 십 분 후 착륙이었다. 하지만 전동하가 어느 항공편을 탔는지는 알수 없었다.물어볼까? 그의 비서한테 묻는다면 언제 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소은정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고민하던 소은정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깜짝 놀란 그녀는 하마터면 손에서 전화기를 놓칠 뻔했다.김하늘의 전화였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하늘아?”소은해는 아직도 밖에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소은정은 그런 그를 무시하였다. 김하늘이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은정아, 지금 이탈리아에서 중요한 쇼가 있어서 왔어. 국내에는 별일 없지?”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물었다.“별일이라니?”“있잖아...”“셋째오빠 너만 바라보고 절대 다른 여자들한테 관심 없으니 걱정하지 마!”소은정은 자기 입술을 깨물면서 문밖에서 소리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소은정의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문을 뚫을 듯하였다. 김하늘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안 하지, 잘하겠지. 뭐.”“싸웠어?”김하늘의 말에서 둘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오빠라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끼는 사람이기에 누구 한 명이든지 상처받게 놔둘 수는 없었다.김하늘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야, 의견이 엇갈리는 게 있어서 차갑게 대했을 뿐이야, 은해 씨가 잘 생각해 보면 반성하는 게 있겠지.”그녀는 한숨이 섞인 말투로 말을 계속해 나갔다.“그날 파티에서 네가 먼저 나간 거 기억나?”당연히 기억할 수밖에.“그때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한유라는 심강열이 데리러 와서 먼저 가고 가게 사장님이 직원을 불러 나를 돌봐 주라고 했어, 맞아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근데 그 사람들 아무 짓도 안했고 그냥 케어만 해줬거든...”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