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소은정은 스스로의 귀를 의심했다.“누구?”“소은해, 네 셋째 오빠 소은해.”‘얘가 나이도 어린 게 왜 벌써 가는 귀가 먹었대.’소은정이 눈이 커다래졌다.“오빠가 그렇게 하겠대? 곱게 회사로 들어가서 일이나 배우라고 아빠가 회초리까지 드셨는데 배우한 사람이야. 이제 와서 다시 회사로 들어오겠어?”하지만 소은호는 그딴 건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일 다 너한테 넘기면 너 과로사할지도 몰라. 게다가 연극 공연도 끝났겠다 딱히 새 작품 들어갈 생각도 없는 것 같고. 놀면 뭐해. 다 집안 일인데 어떻게든 도와야지.”“뭐 오빠가 알아서 설득하는 거지?”사실 점잖게 사무실에 앉아있는 소은해의 모습도 상상이 가지 않았고 소은호가 정말 설득에 성공할까 반신반의의 마음이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오케이. 뭐 인턴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부려먹어. 제대로 못하면 해고해도 상관없고.”‘슈퍼 알바도 그렇게 쉽게 안 자르겠다... 아니지, 어쩌면 본인은 잘리길 원할지도 모르겠네?’피식 웃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소은정이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아, 나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재단 하나를 세우고 싶어. 유괴, 실종된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찾는 부모님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할 수 있는 그런 재단 말이야.”나 오늘 밥 먹을래라고 말하 듯 가벼운 말투에 소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뭐든 말로 하는 것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니까.“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유괴된 아이들이 꼭 한국에 있다는 법도 없고... 해외로까지 영향력을 펼치려면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할 거야. 게다가 각 나라 외교 문제도 끼어있고... 꽤 골치 아플 텐데 정말 괜찮겠어?”다른 나라가 끼어들면 필연적으로 정치, 외교 문제가 생기기 마련, 게다가 이런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오빠가 말한 문제들 나도 다 고민해 봤어. 물론
“고마워, 오빠. 내 마음 알아줘서.”환하게 웃는 소은정의 눈이 반짝였다.“내일 3시, 은해가 회사로 올 거야. 웬만한 잡무는 은해한테 넘겨. 항상 네 몸부터 챙기고.”말을 마친 소은호가 그녀의 머리를 톡 두드리곤 사무실을 나섰다.마음속에 품고만 있던 생각을 입 밖에 내고 또 그것이 생각보다 쉽게 현실로 이루어지자 소은정의 마음도 훨씬 더 홀가분해졌다.그날 저녁, 계획대로 전동하와 함께 본가로 돌아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저택을 나서려던 그때, 소은해에게서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하지만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던 소은정이 아무렇지 않은 척 거절 버튼을 기계적으로 눌러댔다.“야, 소은호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나더러 출근하래. 악마도 이런 악마가 없어. ““그리고 더 최악은 뭔지 알아? 글쎄 내 카드를 막아버렸지 뭐야?”“야, 내가 무슨 고딩도 아니고. 그거 다 내가 추운 날에 벗는 촬영, 더운 날에 푹푹 찌는 사극 촬영해 가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인데 자기가 뭐라고...”“하, 난 안 해! 차라리 매일 CF를 열편씩 찍지 난 절대 출근 못해!”“야, 소은정. 씹냐? 너라도 내 편 좀 들어줘. 너까지 모른 척하면 나 진짜 너랑 의절할 거야.”쏟아지는 문자들은 소은해의 분노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전화를 거절했음에도 그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듯했으니까.‘오빠도 불쌍하지만 일단 나부터 살자. 나도 과로사는 싫어.’“나도 오빠 무서워. 알아서 해결해.”“아, 몰라! 임신은 자기 와이프가 했는데 왜 지가 더 유세야? 와이프는 없어도 나도 애인은 있고 나도 나름 전문직에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 나가. 나도 바쁙다고.”“연극 공연도 끝났고 딱히 보고 있는 대본도 없다면서... 하늘이도 지금 출장 중이고...”“하, 매니저 납셨네. 너지. 네가 형하네 다 일러바친 거지? 소은해가 하릴없이 빈둥빈둥 놀고 있다. 어떻게든 부려먹어라! 이렇게 이른 거 아니냐고!”“오해야. 나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문자로 부족한지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전동하의 등을 소은정이 포개고 누워있었다. 그의 몸은 마치 말랑한 식빵 같았다. 그녀의 두근거리던 마음이 그의 물음 하나에 싹 식어버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결혼?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한 적은 있지만 다시 결혼이라는 문턱을 밟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전동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다리를 옆에 내려놓고 한숨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내가 이길 거란 보장이 없어요. 무서워하지 말아요.”소은정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지만 결혼은...”전동하가 살며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 길고 무성한 그의 속눈썹이 보였다.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얼굴이 잠시 굳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지금 나 먹고 버리는 거예요?”소은정이 그의 등을 가볍게 때리면서 말했다.“내 입맛에 맞았을 뿐이에요.”전동하가 웃으면서 말했다.“아이고 감사합니다.”그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소은정은 전동하의 실망한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이 되고 전동하는 그의 따스한 입술로 길고 흰 그녀의 목에 입 맞추었다. 전과는 다르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들이댔고 소은정이 그런 그를 제지하려 하였지만, 말릴 수 없었다. 길고 뜨거운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오후. 소은정은 욱신거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어제 전동하의 심기를 건드린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입으로는 괜찮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화를 푸는 것 같았다. 사실 전동하가 화가 난데에는 소은정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맞고 자기 잘못이기에 그녀도 전동하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일이었다. 눈을 천천히 뜬 그녀는 밖에서 인기척이 없자 거실로 걸어 나갔지만 역시나 조용했다. 주방에도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에 간 그녀는 거품 목욕을 한 후 개운하게 방에 들어왔다. 이미 지각한 마당에 굳이 빨리 회사에 갈 필요는 없었다. 소은해의 첫
소은정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았다. 마음속이 공허해졌다. 익숙하고 늘 있던 따스함이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불안한 기분을 물리치려고 했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가 들어왔다. 전동하의 글씨체였다.“미국에 급한 일이 생겨 갔다 올게요. 이틀 뒤에 다시 돌아올게요”소은정은 눈을 깜빡거렸다. 출장을 간 거였구나. 하지만 마음속에 찜찜한 기분을 털어낼 수가 없었다. 언제 갔는지, 도착은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잠시 망설이다가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었다. 아직 비행기 안인가 보다. 소은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드레스룸에 가 옷을 갈아입고 기사님을 호출해 회사로 갔다. 회사에 들어온 소은정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직원들 모두 연휴 전날처럼 마음이 붕 뜬 느낌이었다. 다들 로또라도 당첨된 건가? 소은정이 회사 로비에 도착하고 나서야 왜 신났는지 알 수 있었다. 소은해는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과 평소에 헬스를 한 몸으로 거기에 서 있었고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여직원의 책상에 걸터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여직원은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의 직원들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어느 한 직원은 휴대전화로 그들을 찍기까지 하였다.“너무 잘생겼잖아!”“회사에서 처음으로 소은해님을 보는 것 같아! 정말 대표님 동생 맞아? 대표님이랑은 다른 느낌의 잘생김인 것 같아. 다들 유전자가 왜 이렇게 좋은 거야?”“나는 그래도 소은호 대표님이 더 잘생긴 것 같아. 나는 똑바로 얼굴도 못 쳐다보겠어! 근데 소은해 도련님은 뭔가 편안해서 더 좋달까...”“저도 그래요, 소은해 도련님이 상사라면 회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거예요. 회사에 월급을 바치더라도 남아있을 거예요!”소은정은 그들을 어이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얼빠들이네. 소은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추파를 던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소은정은 사람들
소은정은 소파에 걸터앉아 휴대전화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항공편을 확인하자 제일 빠른 항공편이 한 시간 전에 이미 미국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비행기는 십 분 후 착륙이었다. 하지만 전동하가 어느 항공편을 탔는지는 알수 없었다.물어볼까? 그의 비서한테 묻는다면 언제 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소은정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고민하던 소은정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깜짝 놀란 그녀는 하마터면 손에서 전화기를 놓칠 뻔했다.김하늘의 전화였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하늘아?”소은해는 아직도 밖에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소은정은 그런 그를 무시하였다. 김하늘이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은정아, 지금 이탈리아에서 중요한 쇼가 있어서 왔어. 국내에는 별일 없지?”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물었다.“별일이라니?”“있잖아...”“셋째오빠 너만 바라보고 절대 다른 여자들한테 관심 없으니 걱정하지 마!”소은정은 자기 입술을 깨물면서 문밖에서 소리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소은정의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문을 뚫을 듯하였다. 김하늘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안 하지, 잘하겠지. 뭐.”“싸웠어?”김하늘의 말에서 둘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오빠라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끼는 사람이기에 누구 한 명이든지 상처받게 놔둘 수는 없었다.김하늘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야, 의견이 엇갈리는 게 있어서 차갑게 대했을 뿐이야, 은해 씨가 잘 생각해 보면 반성하는 게 있겠지.”그녀는 한숨이 섞인 말투로 말을 계속해 나갔다.“그날 파티에서 네가 먼저 나간 거 기억나?”당연히 기억할 수밖에.“그때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한유라는 심강열이 데리러 와서 먼저 가고 가게 사장님이 직원을 불러 나를 돌봐 주라고 했어, 맞아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근데 그 사람들 아무 짓도 안했고 그냥 케어만 해줬거든...”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소은정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았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마침 이 쇼를 만난 거야. 오고 싶지 않았는데 한동안 헤어져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내가 가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랬어. 아마 홧김에 헤어졌을지도 모르지…"김하늘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소은정은 소은해의 여동생이었지만 그녀는 김하늘과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였기에 서로의 비밀을 다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속이는 사이가 아니었다.김하늘은 소은해 때문에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일은 그녀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이었지만 소은해는 아니었다.정말 선택하라고 한다면 김하늘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은 얘기를 나눌수록 기분이 울적해졌다.김하늘은 핑계를 대 전화를 끊었고 소은정은 끊긴 휴대폰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참이 지나 시간을 보니 전동하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소은정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예전에 출장을 가면 그는 늘 알아서 소은정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지?순간 든 생각에 소은정도 어리둥절해졌다.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하지만 전동하는 어제부터 이상한 행동을 했다, 소은정은 그런 전동하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소은정은 휴대폰의 이름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어지는 통화연결음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소은정은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한참이나 지났지만 받는 이가 없어 소은정이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다정한 그 목소리를 들으니 소은정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급격히 하락했다."나는 이제 일어났어요, 미국에 무슨 일 있는 거예요?"하지만 소은정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옛 주주들이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소은해가 문을 부수겠다고 하는데 그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 그는 미래의 소은호의 자리에 앉을 사람이었다.소은해와 소은정, 둘 중 누구에게도 미움을 살 수 없었다.그랬기에 소은해가 문을 부수고 들어왔음에도 그들은 감히 그를 막을 수 없었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오빠, 저거 갚아. 우 비서, 내가 저번에 마음에 든다고 했던 독일 대리석 문 사도록 해요, 돈은 우리 오빠한테서 받고."소은정이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을 본 우연준이 멍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곧 알아차렸다."네, 대표님.""지금 나 놀리는 거지? 너 방금 하늘이한테 전화하지도 않았지?"소은해는 문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방금 노크를 하던 그는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그렇게 딱 들어맞는 일이 어디 있을까?그는 소은정이 무조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소은해를 바라보기만 했다."오빠, 이게 오빠가 자신을 위해 찾은 이유야?"그 말을 들은 소은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오빠가 이렇게 해서 마음이 편하다고 하면 나도 할 말 없고."그런 소은정의 모습을 보니 소은해는 순간 짜증이 났다. 그녀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소은해가 결국 소은정 가까이로 가 손을 내밀었다."휴대폰 내놔, 내가 직접 봐야겠어. 나는 너 안 믿어, 나를 속였다가는…"소은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은정이 휴대폰의 잠금을 풀고 그에게 건네줬다.잠시 멈칫한 소은해가 휴대폰을 받아 들고 통화기록을 훑어봤다.그리고 순간, 그의 안색이 새하얘졌다.소은정은 재밌다는 듯 소은해의 얼굴을 관찰했다.쯧쯧 하고 혀를 찬 소은정이 소파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여유로운 모습으로 입을 뗐다."방금전까지 밖에서 다른 아가씨 꼬시던 열정은 어디 가고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오빠도 내 오빠지만 하늘이도 내 절친이야, 두 사람이 정말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다면 서로
소은해는 방금 정말 걱정했다. 이번에 자신의 요구가 너무 심해서 김하늘이 갑자기 이렇게 멀리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소은정이 소은해를 한 눈 보니 그는 정말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내가 왜 그런 말을 하겠어? 두 사람 서로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 내가 두 사람 헤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소은해는 그 말을 듣고서야 한시름 놓고 웃으며 물었다."그럼 하늘이한테 뭐라고 한 거야? 내가 다른 여자 꼬신 적 없다고 설명해 준 거야?"소은해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내가 방금 눈이 잘못된 건가?"소은정이 직접 본 것이 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소은해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코를 만졌다."나 회사에 처음 오는 거잖아, 사람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좋은 인상도 남겨야 하고, 형처럼 맨날 얼굴 굳히고 다녀야겠어?"소은해는 자신의 직장 이미지에 대해 나름 계획이 있었다.연예인처럼 반짝반짝 빛을 낼 수 없었지만 인간관계에서만큼은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소은정도 그런 그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찔리는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구는 거야? 방금 엄청 무서워하던데.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운 법이야, 사람들이 오빠가 여기저기 어장 관리하고 다닌다고 말하고 다니면 없는 것도 사실이 되는거라고. 그때 되면 이미지고 뭐고 다 사라지고, 오빠는 연예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거지."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해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미처 이런 생각까지 하지 못했다. 그저 출근 첫날, 소은호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사고를 쳤던 것이었다."은정아, 너 오빠 도와줘야 해!"하지만 소은정은 그 말을 듣고도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저번에 오빠 도와서 하늘이 달래줬잖아, 이번에는 오빠가 알아서 해.""설마 그 정도까지 가겠어?"소은해가 약간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그는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런 소은해가 그저 웃겼다. 김하늘이 헤어지자고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