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말은 독하게 했어도 정말 쇼윈도 부부로 살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네.’내심 흐뭇했지만 김현숙은 다시 한유라를 노려보았다.“저 계집애 때문에 내가 물 먹은 적이 한, 두 번이여야지. 강열아, 바로 프로젝트부터 덥썩 맡기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네가 곁에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게 어때? 프로젝트를 온전히 담당할 능력이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하자.”비록 심강열이 제안한 프로젝트는 충분히 유혹적인 것이었지만 그걸 좋다고 덥썩 받았다간 한유라가 괜히 기라도 죽으면 어쩌나 싶은 김현숙이었다.‘저 계집애, 가뜩이나 더러운 성질머리... 돈 때문에 할 말도 못하고 살면 제 명에 못 살지.’김현숙의 마음 역시 이해하는 심강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 그럼 유라 씨는 제가 잠깐 빌려가겠습니다.”이에 한유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하, 그럼 나 심강열 이 사람 직원으로 일해야 하는 거야?’잠시 후, 사무실을 나선 한유라는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난 패잔병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무서워”“깡은 안 무서워?”한유라의 질문에 흠칫하던 심강열이 결국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나도 아까는 좀... 무섭더라.”‘최대한 안 무서운 척 했지만.’그래도 이미 혼날 건 다 혼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한지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던 한유라가 심강열을 돌아보았다.“어휴, 배고파. 밥 사줄래?”“그래.”잠시 후, 두 사람은 굉장히 로맨틱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직원이 트러플을 자르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한유라를 쳐다보던 심강열이 문득 물었다.“그 땅 누구한테 넘긴 거야?”갑작스러운 질문에 한유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민하준, 지채영, 그리고 한유라 자신까지 추잡하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다시 떠올랐다.어떻게 풀어서 얘기하면 남편이라는 사람이 받아들을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어떻게 말해도 언짢겠지.’한편, 심강열은 굉장히 인내심있게 그녀를 기다려주었다.‘그래. 지금 얘기 안 해도 알아보려면 충분히 스스로 알아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