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의 목소리가 촬영장에 울려 퍼지고 직원들 중에는 쾌재를 부르는 이들도 꽤 있었다.바이올렛이 연예인들을 상대로 등급을 나눈다는 사실은 패션업계에서 다 알고 있는 비밀이나 마찬가지.하지만 매출이나 대중들의 반응이 워낙 좋다 보니 모델로 찍힌 연예인들도 순간적인 모욕감보다 인기를 선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뒤에서 욕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바이올렛과 일하기 위해 편집장과 포토그래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이 바닥의 룰이었다.하지만 추악한 그들의 밑낯을 포장하는 예쁜 포장지를 걷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소은정의 말에 장고은도 이세준도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이 상황을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가만히 있던 도준호가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이올렛은 섹시 화보를 모토로 하는 패션잡지입니다. 촬영 중에 작은 트러블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다들 한 발씩 물러나는 게 어떨까요? 호영 씨 촬영은 계속 진행하되 노출 수위는 낮춰주세요. 손호영 씨는 곧 SC그룹의 신제품 모델을 맡게 될 사람입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SC그룹에게 손호영 씨의 노출사진은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이 사진 때문에 SC그룹의 신제품 매출에 영향이 간다면... 손호영 씨는 물론이고 세준 씨, 고은 편집장님도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겠어요?”도준호가 물꼬를 틀어주자 장고은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도 대표님 말씀대로 진행하죠. 세준 씨, 잘 알아들었죠?”하지만 소은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번 촬영은 없었던 걸로 하죠. 다들 철수해 주세요.”소은정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비록 바이올렛 쪽에서 먼저 촬영을 제안한 건 맞지만 손호영 정도 레벨의 연예인에게 바이올렛 화보 촬영은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 그 자체, 감지덕지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엎어버린다니...애써 미소를 유지하던 장고은의 표정도 어느새 굳고 말았다.“대표님, 사업만 하셔서 잘 모르나 본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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