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민하던 소은정이 물었다.“지금 패션업계에서 인기가 가장 많고 영향력이 가장 좋은 잡지사가 어디죠?”뜬금없는 질문에 도준호가 고개를 갸웃했다.“그건 왜 물으시는지?”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소은정이 대답했다.“이왕 찍으려면 최고의 잡지사에서 찍는 게 좋지 않겠어요?”SC그룹이라면 분명 최고의 잡지사 화보 촬영건을 따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최고의 잡지사가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 B급 연예인을 표지 모델로 쓰려고 할까?그쪽도 업계 1위로서 프라이드가 있을 텐데.도준호는 불가능하다고 확신했지만 답을 기다리고 있는 소은정의 표정에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사는 미국 패션 잡지 입니다. 패션업계의 트렌드세터이기도 하고...”도준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거기로 하죠.”순간 도준호의 눈이 커다래졌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도 대표님이 생각하는 그 뜻 맞아요. 정 안 되면 그 잡지사 저희가 인수할 겁니다.”“네?”금방이라도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도준호의 눈이 커다래졌다.하지만 소은정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마음을 굳힌 듯했다.“아니, 조금 더 고민해 보시는 건 어떠실지. 사실 국내 잡지사도...”하지만 소은정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아니요. VJ 그 잡지사로 해요. 다른 건 내가 싫어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사무실을 나서고 허탈한 얼굴로 한참 앉아있던 도준호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멀리 해외에 있는 소은해에게 문자를 보냈다.“은해 씨 여동생 드디어 미쳤나 봐! 를 인수하겠대!”잠시 후, 소은해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은정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둬.”도착한 그의 답장에 도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미쳤어. 이 집안 사람들은 다 미쳤어...한편, 회사로 돌아온 소은정은 잠시 고민하다 김하늘에게 전화를 걸었다.김하늘은 패션업체 대표이니 이쪽으로는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통화연결음이 몇 번 울
한참 동안 기침을 하던 김하늘은 한참 뒤에야 말을 이어갔다.“야, 소은정 또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거야. 너희 집안 돈 네가 다 말아먹겠다.”김하늘의 말에 소은정이 가소롭다는 듯 픽 웃었다.“뭐야? 너 나 지금 무시해? 아니면 VJ 잡지사가 그렇게 대단한 곳이야?”“뭐 그건 아니지만...”게다가 소은정이 마음을 먹은 이상 그녀의 가족들도 전력으로 응원해 줄 게 분명할 터...“그래도 인수는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 내가 사람 한 명 소개해 줄게. 아마 도움이 될 거야.”딱히 누군지는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김하늘의 모습에 소은정이 짜증스레 입을 열었다.“얼른 말하지 그래?”“동하 씨 말이야. 남자친구 두고 왜 엄한 돈을 써?”“동하 씨? 동하 씨가 연예인도 아니고 잡지사랑 얽힐 일이 있나?”“너 정말 네 남자친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겨우 물 한 모금을 마신 김하늘이 말을 이어갔다.“VJ 잡지는 연예인만 취급하는 곳이 아니야. 몇 년 전부터 전동하 대표에 관한 인터뷰를 싣고 싶다고 사정사정 한 것 같은데 다 사절한 것 같더라고. 그래도 그쪽 편집장이랑은 사이가 꽤 좋은가 봐. 같이 파티에도 참석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고. 나보다는 동하 씨한테 부탁하는 게 훨씬 더 빠를 것 같은데...”김하늘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케이. 고마워.”통화를 마친 소은정이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마침 사무실로 들어온 우연준이 고개를 갸웃했다.“지금 가시는 겁니까?”“네. 드디어 퇴근이네요. 그럼 이만...”더 말을 걸 틈도 없이 사라지는 소은정을 바라보던 우연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오늘 사무실에 두 시간도 안 계셨으면서 드디어 퇴근이라니...소은정은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향해 음식들을 포장한 뒤 오피스텔로 돌아갔다.잠시 후, 전동하의 오피스텔 문 앞에 선 소은정은 손을 뻗었다가 다시 어색하게 거둬들였다.비밀번호는 이사 첫 날부터 전동하가 알려주어 알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말없이 들어가 본 적은 없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소은정이 입을 떡 벌렸다.“적당히 먹어요. 그러다가 체하면 어쩌려고...”마지막 반찬까지 집어먹은 전동하가 티슈로 손을 닦았다.“은정 씨 정성이 담긴 음식인데 하나라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요.”전동하도 워낙 자기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사람이라 이렇게까지 과식한 건 몇 년만에 처음이었지만 마음만은 달콤했다.마치 온 세계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마주치자 소은정이 먼저 싱긋 웃어보였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는 묘한 적극성에 전동하가 먼저 물었다.“혹시 부탁할 거 있어요?”소은정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바이올렛 장고은 편집장이 손호영 씨한테 누드 화보를 강요해서 제가 거절했거든요. 그쪽도 기분이 많이 상했을 테니까 가만히 있진 않을 테고 그래서 지금 바이올렛보다 영향력이 더 큰 잡지사 화보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미국 패션잡지 VJ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은해 오빠도 곁에 없고... 혹시 동하 씨가 아는 사람이면 다리 좀 놔줄 수 있어요?”소은정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전동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은정 씨가 먼저 나한테 부탁을 해줬어. 이런 기회는 절대 쉽게 오지 않는 건데...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안 될까요?”한참이 지나도 아무 대답 없는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이 다시 눈치를 살폈다.동하 씨도 안 되면... 은해 오빠한테 부탁할 수밖에...잠시 후 눈동자가 이쁘게 휘어지도록 웃던 전동하가 대답했다.“아니요. 무조건 도와야죠. 아니, 은정 씨를 도울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바로 휴대폰을 꺼낸 전동하는 VJ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은정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던 와중에 전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동하 씨? 무슨 일로 먼저 전화를 다 했어요. 미국에는 언제 들어와요? 저번에 말했던 인터뷰...”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 톤을 보아하니 두 사람 사이 듣던대로
이어서 수화기를 통해 실리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미쳤나 봐...”전동하가 다시 실리아를 설득하려던 그때 소은정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은해 오빠.”이름을 확인한 소은정이 싱긋 웃었다.분명 도준호 대표한테서 뭔가 들었을 테고 이렇게 전화가 왔다는 건... 뭔가 방법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휴대폰을 가리킨 소은정이 베란다로 향했다.“어, 오빠.”평소 같지 않은 소은정의 달콤한 목소리에 소은해의 뒷덜미에 소름이 돋았다.“VJ 인수하겠다고 했다면서?”소은해의 단도적인 질문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우리가 직접 인수해서 내가 원하는 연예인 좀 쓰려고. 다른 잡지사들 눈치 보는 거 짜증 나.”“뭐 일리있는 말이네. 응원해.”한편 전동하는 통화 중인 소은정을 돌아보았다. 붉은 노을이 소은정을 비추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에 전동하는 넋을 잃은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그의 감상을 방해한 건 바로 실리아의 목소리였다.“동하, 아까 그 여자 누구야? 뭔데 우리 VJ를 인수하겠다느니 그런 소리를 해?”실리아라는 여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달려와 소은정과 한판 싸우려는 기세였다.“SC그룹 소은정 대표, 내 여자친구기도 하죠.”여자친구라고 당당히 말하는 전동하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SC그룹 대표라는 말에 놀란 것인지 전동하가 연애를 한다는 사실에 놀란 것인지 한참을 침묵하던 실리아가 훨씬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진심이에요?”“뭐가요?”“VJ를 인수하겠다는 말, 사실이냐고요.”“물론이죠.”“사실... 몇 개월 전인가? 소은정 대표를 표지 모델로 쓰고 모시려고 했었거든요. 외모며 분위기며 워낙 완벽하니까. 그래서 회사로 정식으로 공문까지 보냈는데 미팅은커녕 바로 거절당했었죠.”그룹 대표가 연예인도 아니고 대단한 관종이 아닌 이상, 잡지 표지모델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마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다.특히 SC그룹처럼 이미 기반이 탄탄한 회사는 대표가 얼굴을 팔아서 홍보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어쩐지 잠결에 요리하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더라니 레스토랑에서 가지고 온 거였나?분명 그도 자주 가는 단골 레스토랑의 음식이었지만 소은정이 만들었다고 철석같이 믿어서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전동하였다.난 그것도 모르고 실컷 배부르게 먹었네.오해하고 있는 걸 알면서 끝까지 말하지 않은 소은정이 얄밉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웃음이 몰래 피어올랐다.포장백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전동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결국 뒷정리를 시작한다.잠시 후.전동하는 소은정에게 문자를 보냈다.“다음에는 다른 레스토랑으로 포장해 줘요.”“왜요? 실컷 맛있게 먹어놓고? 좋아하는 것 같던데?”소은정의 답장에 전동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좋아했다고? 그거야...“그건 은정 씨가 직접 만든 건 줄 알고 맛있게 먹은 거죠.”전동하의 해명에 집에 있던 소은정의 얼굴도 후끈 달아올랐다.“풉, 그래요. 오늘... 고마웠어요.”휴대폰을 내려놓은 소은정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따뜻한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기도 전, 우연준의 전화에 소은정은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우 비서님...”소은정은 목소리에 묻은 졸림을 억지로 털어냈다.“주무시는 데 죄송합니다. 바이올렛 쪽에서 새벽에 공문을 발표했습니다. 지금 손호영 씨가 바이올렛 표지 화면 화보를 펑크냈다는 사실이 기사로 쫙 깔렸어요. 바이올렛은 국내 최고 패션잡지 중 하나다 보니 기사를 내리기도 힘든 상황입니다...”우연준의 보고를 듣고 있던 소은정은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도준호 대표는 뭐래요?”“대표님 의견대로 움직이겠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일찍 전화드린 거기도 하고요.”우연준이 우물쭈물하며 말하자 소은정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하, 나한테 다 밀어버리고 자기는 발 빼시겠다? 차라리 대표고 뭐고 다 때려치지 그래?”이렇게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기분은 오랜만인 소은정이었다.어젯밤부터 분명 빌미가 있었을 텐데 이제야 그녀에게 알려주다니.도준호 때문에 여론을 제어할 가장
“가정 폭력건도 누군가 일부러 덮어준 거 아니야?”“바이올렛 표지 모델을 거부해? SC그룹 모델로 뽑혔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앞으로 패션 화보는 다시 못 찍겠네.”“난 일단 중립 기어 박는다.”...피식 웃음을 터트린 소은정은 바로 바이올렛이 발표한 입장문을 살펴보았다.손호영 씨와의 일방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이번 잡지 표지 모델은 유준열 씨로 교체합니다. 기대해 주세요.갑질이라는 단어는 워낙 예민하다 보니 대중들은 다들 바이올렛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점심쯤.손호영 측에서는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았고 소은정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각 지사 이사장들과 화상 회의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지금쯤 소은정의 화가 극에 달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도준호는 차마 그녀에게 직접 연락은 못하고 죽어라 우연준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우 비서, 대표님 지금 뭐 하셔?”“우 비서, 대표님 지금 어디셔?”“우 비서...”오늘따라 통화가 잦은 것 같은 기분에 소은정이 우 비서를 힐끗 바라보던 그때, 우연준이 내뱉은 마지막 단어에 소은정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올랐다.“네, 도 대표님.”“그래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긴 한가 보죠?”“도 대표님이 그 동안 손호영 씨에게 쏟은 돈이 한, 두 푼이 아닙니다. 이대로 적자가 날까 봐 걱정되시는 모양이에요.”단번에 핵심을 짚은 우연준의 말에 소은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다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그날 오후.기사의 화제성은 어느 정도 떨어진 상태였지만 댓글 상황을 보아하니 손호영이 바이올렛 잡지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게 이미 기정사실화 된 듯했다.표진아를 포함해 갑질 연예인들이 연예계에서 퇴출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손호영과 작품을 함께 하기로 한 촬영팀에서도 몰래 입장문을 준비하고 있었다.오후 3시.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은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은정아, 얘기 다 끝냈어. VJ쪽 사람들이 곧 너한테 연락할 거야.”하루종일
급하게 전화를 끊은 소은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제일 친했다고 생각했던 친구와 친여동생이라니… 당연히 이 두 명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소은정이다. 이글 엔터 사무실도준호가 갑자기 재채기하였다. 누가 내 욕하나?전화를 끊고 잠시 앉아있던 소은정에게 이내 전동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오늘 기분 좀 풀렸어요?”“기분 안 좋았는데 동하 씨 전화 받고 괜찮아졌어요.”이것은 연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막을 모르는 전동하는 헤헤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이렇게 매력 있는 사람이었나요? 영광이네요.”소은정은 전동하가 자신을 위해 많이 애써줬다는 것을 알고는 고마워하는 것일 뿐이다. 전동하가 다정하게 말했다.“맞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빨리 VJ 매거진에 사람을 보내 협상하세요. 완전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2%의 지분을 허락한다고 했어요.”소은정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고작 2%요?”전동하가 웃으면서 말했다.“이 회사는 여론의 통제를 위해 0.7% 이상의 지분을 허락하지 않는데 2%가 제가 노력할 수 있는 최대치에요.”소은정이 놀란 듯 입을 벌렸다.하긴 승승장구하는 주식이라 누구든 한입 베어 물려고 작정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2%도 만족스러운 지분이다. “근데 2%도 제가 갖고 싶다고 하면 가질 수 있는 거예요?”소은정이 조용히 물었다. 전동하는 그런 소은정이 귀여운지 혼자 웃음을 터트렸다. “회사의 결정권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은 아니지만 우리 쪽 사람을 표지 모델로 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밝게 웃었다. “그래요. 바로 우연준씨한테 얘기할게요.”소은정은 웃으면서 전화를 끊고 우연준에게 얘기를 전했다 우연준은 놀라서 말도 하지 못했다. 소은정이 지나가는 얘기로 했던 말을 전동하가 해결해주다니?“빨리 가서 협상해주세요.”“알겠습니다, 대표님. 하지만 현재 인터넷에서의 여론이… 저희가 이 소식을 내보내서 잠시 다른 곳으로 주목을 끌게 할까요?”소은정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소은정이 멈칫하더니 위로 올려다보았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외국인이었다. 어제 전동하와 통화할 때 쉴 새 없이 욕을 내뱉던 그 실리아?실리아도 소은정을 보고는 눈을 끔벅이고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은정대표님.”소은정은 웃으면서 악수하였다. “직접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어제 저희같이 통화했잖아요.”실리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떼면서 말했다. “네, 맞습니다. 어제 통화를 끊자마자 한국으로 오는 티켓을 예약해 날아왔습니다. 누가 VJ를 노리나 했는데 소은정 대표님이라니, 소은정 대표님과 같은 신분과 지위라면 저희는 감지덕지합니다.”소은정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키려 애썼다. 힘없는 늙은이가 입만 살았다.보아하니 대략적인 조건은 우 비서와 협상을 보았고 본인의 체면을 살리려 온 것이다.소은정은 웃으면서 우연준에게 눈길을 보냈다. 우연준은 바로 나가 SC그룹의 변호사를 불러왔고 빠른 속도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실리아는 눈썹을 어루만지더니 말했다. “어머, 이런 조건이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하지만 먼저 반드시 대표님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어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말에 경청하였다.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그 연예인 말인데요, 품행에 문제가 있어 저희 잡지에 실린다고 해도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보장도 없고 저희 잡지사에서는 애프터 케어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VJ는 패션 잡지인데 그는 아무런 패션 브랜드의 홍보도 받지 못했고 패션 소질도 없습니다. 얼굴 하나만으로는 저희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잡지 안의 아주 작은 파트로 손호영을 소개할 수는 있습니다만…”실리아는 손으로 아주 작은 파트라고 가리켰다. 정말 작긴 하다. 하지만 손호영에게는 이 기회도 흔치 않은 기회다. 실리아의 말에 소은정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조용히 앉아있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이 요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표지가 아니라면 소은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