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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유영아, 나 때문에 저런 인간들이랑 싸울 필요 없어. 난 전혀 신경 안 써.”

밖으로 나온 뒤, 소은지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시댁에서 친구를 괴롭힐까 봐 걱정했다.

유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날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야. 곧 이혼할 건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강이한을 위해 시댁에서 아무리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혀도 유영은 말대꾸 한번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진심으로 다가가면 그들도 언젠가는 자신을 받아줄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다르게 시댁의 횡포는 더 심해져만 갔다.

핸드백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강이한의 연락이었다.

“이거 봐. 그새를 못 참고.”

유영은 덤덤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희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강서희한테 다 들었을 거면서 왜 물어봐? 한지음이랑 둘이 같이 있던데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래?”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유영은 대답도 듣지 않고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다.

소은지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둘이 언제 이 정도로 사이가 나빠진 거야?”

전화를 끊고 일분도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영의 얼굴에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은지야, 일하는 곳까지 데려다줄 수 없을 것 같아. 나 먼저 갈게.”

그녀는 친구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비록 그 친구들이 자신의 처지를 다 알고 있을지라도.

소은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

유영은 차로 돌아가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불쾌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지금 당장 본가로 와.”

“싫습니다. 그럴 시간이 없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 뒤,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했다. 그 뒤로 휴대폰 화면이 여러 번 깜빡였지만 그녀는 전부 무시로 일관했다.

저택으로 돌아오자 이 저택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살갑게 대해주던 장씨 아주머니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유영은 다가가서 아줌마를 도왔다.

한참이 지나자 거실 전화기가 울렸다.

“아줌마, 전화 좀 가서 받아요.”

“네, 사모님.”

장숙이 다가가서 전화를 받았다.

상대가 뭐라고 했는지 장숙은 다급히 유영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작은 사모님께서는 아홉 시쯤 돌아오셨습니다.”

“네, 맞아요. 돌아온 뒤로 계속 정원에서 화분을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장미를 다듬던 유영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지금 이 시간이면 한지음이 납치당한 시점이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계속해서 곁가지를 다듬으며 무심하게 물었다.

“누구 전화예요?”

“도련님이요.”

‘하! 역시!’

그 여자가 납치를 당했을 때 그녀의 남편은 가장 먼저 아내를 의심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회귀하고 잘살아 보려고 했지만 처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얘기인데 그렇게 심각해요?”

“그냥 작은 사모님께서 언제 돌아오셨는지 확인하셨습니다.”

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잔혹한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가위를 내려놓은 유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장숙에게 말했다.

“따뜻한 국물이 땡기네요. 점심은 장국으로 먹을까요?”

전쟁을 무사히 치르려면 배를 든든히 불리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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