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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진헤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유영아, 나 때문에 저런 인간들이랑 싸울 필요 없어. 난 전혀 신경 안 써.”

밖으로 나온 뒤, 소은지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시댁에서 친구를 괴롭힐까 봐 걱정했다.

유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날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야. 곧 이혼할 건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강이한을 위해 시댁에서 아무리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혀도 유영은 말대꾸 한번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진심으로 다가가면 그들도 언젠가는 자신을 받아줄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다르게 시댁의 횡포는 더 심해져만 갔다.

핸드백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강이한의 연락이었다.

“이거 봐. 그새를 못 참고.”

유영은 덤덤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서희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강서희한테 다 들었을 거면서 왜 물어봐? 한지음이랑 둘이 같이 있던데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래?”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유영은 대답도 듣지 않고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다.

소은지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둘이 언제 이 정도로 사이가 나빠진 거야?”

전화를 끊고 일분도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영의 얼굴에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은지야, 일하는 곳까지 데려다줄 수 없을 것 같아. 나 먼저 갈게.”

그녀는 친구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비록 그 친구들이 자신의 처지를 다 알고 있을지라도.

소은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

유영은 차로 돌아가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불쾌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지금 당장 본가로 와.”

“싫습니다. 그럴 시간이 없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 뒤,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했다. 그 뒤로 휴대폰 화면이 여러 번 깜빡였지만 그녀는 전부 무시로 일관했다.

저택으로 돌아오자 이 저택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살갑게 대해주던 장씨 아주머니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유영은 다가가서 아줌마를 도왔다.

한참이 지나자 거실 전화기가 울렸다.

“아줌마, 전화 좀 가서 받아요.”

“네, 사모님.”

장숙이 다가가서 전화를 받았다.

상대가 뭐라고 했는지 장숙은 다급히 유영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작은 사모님께서는 아홉 시쯤 돌아오셨습니다.”

“네, 맞아요. 돌아온 뒤로 계속 정원에서 화분을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장미를 다듬던 유영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지금 이 시간이면 한지음이 납치당한 시점이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계속해서 곁가지를 다듬으며 무심하게 물었다.

“누구 전화예요?”

“도련님이요.”

‘하! 역시!’

그 여자가 납치를 당했을 때 그녀의 남편은 가장 먼저 아내를 의심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회귀하고 잘살아 보려고 했지만 처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얘기인데 그렇게 심각해요?”

“그냥 작은 사모님께서 언제 돌아오셨는지 확인하셨습니다.”

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잔혹한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가위를 내려놓은 유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장숙에게 말했다.

“따뜻한 국물이 땡기네요. 점심은 장국으로 먹을까요?”

전쟁을 무사히 치르려면 배를 든든히 불리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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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영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그렇게 간단한 미소가 아니다. 박연준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약혼을 깬다고...? 그렇다면...이유영은 정씨 가문의 딸이다. 정씨 가문에서 이유영의 신분을 밝힌 후 파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씨 가문을 찾아왔던가.그러니 만약 박연준이 파혼을 선서한다면 박연준에게 잇따르는 결과가 어떤지는 불 보듯 뻔했다.“윽, 아파!”박연준은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 마치 아이를 대하듯, 어쩌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이유영은 아파서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아픈 건 아네?”“당연하지!”그녀는 원망스레 박연준을 쳐다보았다.진중했던 분위기가 덕분에 조금 나아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것도 찰나일 뿐, 박연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이유영, 네가 강이한과 날 싫어하는 건 알아. 하지만...”여기까지 얘기한 박연준은 약간 멈칫했다. 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을 극도로 증오하는 것만 같았다. 서주에 오자마자 강이한에게 신씨 가문이라는 선물을 줬으니 말이다.이유영은 박연준을 보면서 장난스러운 시선을 거두었다.그리고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박연준도 그런 이유영을 마주했다.“서주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넌 온 지 얼마 되지 않으니 아무것도 모르잖아.”“강이한 옆에 있던 때처럼 말이야?”이유영이 비웃으면서 얘기했다.강이한 곁에 있던 때와 마찬가지가 아닌가.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볼 줄 모르던, 그때.“...”강이한과 이유영의 10년을 떠올린 박연준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적은 처음이었다.예전의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무슨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든지, 결국 이유영을 서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하지만 박연준은 달랐다.차 안의 분위기는 약간 심각해졌다.정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때, 박연준과 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상한 기운을 알아차렸다.문기원은 박연준이 돌아온 것을 보고 앞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02화

    “신지수랑 아는 사이야?”박연준의 눈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윽고 이유영의 손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이유영은 고개를 돌렸다. 박연준은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이거 놔.”“이유영.”“그래, 아는 사이야.”이유영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박연준은 약간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유영의 눈에 담긴 감정이 더욱 깊어졌다.박연준이 멍해 있는 찰나 이유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옆에 앉았다.“두 사람, 어떻게 아는 사이야.”신씨 가문의 사람이라니.서주의 사람들은 신씨 가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 그 가문과 얽히기만 해도 재앙을 불러올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그저 가정주부였지 않은가. 알고 지내면서 이유영이 신씨 가문과 접점이 있을 거라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신지수도 그 반쪽짜리 서류의 일을 알아?”“박연준!”이유영의 말투가 진중해졌다. 이윽고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얘기했다.“지금 온 세상 사람들이 이 일을 아는데, 궁금하면 신지수한테 가서 물어봐.”“...”그 말을 들은 박연준은 멍해졌다.맞는 말이다.지금 온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때 사라진 서류가 박연준과 강이한의 손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사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박연준은 강이한 손에 남은 반쪽이 있을 줄 몰랐다. 강이한도 마찬가지로 박연준에게 남은 절반이 있을 줄 몰랐다. 하지만 이유영은...이유영의 눈을 마주한 박연준은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그는 감정의 파도에 휩싸여 오랜 시간 동안 진정하지 못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보면서 예전의 이유영이 얼마나 온순했는지를 떠올렸다.지금의 이유영은 박연준에게도, 강이한에게도 그저 미스터리일 뿐이다.“이게 바로 네가 서주에 와서 설계한 거야?”“굳이 내가 설계할 필요까지 있었을까.”그래, 신지수는 이유영의 설계가 없었어도 결국 이 판에 휘말려 들어오게 될 것이다.지금 서류의 일 때문에 강이한과 신지수 사이뿐만이 아니라 박연준의 곁에도 문제가 생겨나고 있었다.이유영은 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01화

    신씨 가문?신지수라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 여우 같은 눈이 아주 매혹적이라고 말이다. 이유영의 시선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넌?”이유영은 박연준을 보면서 웃더니 물었다.박연준이 이유영을 마주 보았다.그는 마치 이유영의 기분을 다 읽어낸 것만 같았다.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나?”“그래, 너.”“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야.”“난 지금 네 약혼녀야. 넌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원래의 밸런스를 맞출 건데?”‘밸런스?’이유영의 입에서 밸런스라는 단어를 들은 박연준의 시선이 한순간 차갑게 식었다.“그러니까 강이한이 이렇게 된 것도 네가 의도한 것이라는 뜻이야?”“반쪽짜리 서류 때문에 골치 아픈 건 두 사람뿐만이 아닐 텐데.”이유영이 비꼬는 말투로 얘기했다.‘골치 아픈 일만 있으면 다행일지도.’장혜주가 조사한 자료들을 이유영에게 가져다주었을 때, 이유영은 그 서류가 사라지면서 서주에 보이지 않는 힘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이유영이 서류에 손을 대 이 밸런스를 깨부쉈다.박연준이 이유영의 손목을 확 잡았다. 이윽고 이유영을 품에 안더니 손가락으로 이유영의 턱을 천천히 쓸어올렸다.“그래서, 약혼자의 신분으로 나랑 서주에 온 거야? 그것도 의도한 거겠네?”이유영은 박연준의 부드러운 시선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 애매모호한 감정에 박연준은 심장이 더욱 빨리 뛰었다.그에게 있어서 이유영은 정말 천년 묵은 구미호가 아닐 수 없었다.“이게 우리를 향한 복수야?”복수.강이한뿐만이 아니라 박연준까지. 그 두 사람을 향한 복수였다.겉으로 보기에는 박연준의 편에 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녀의 복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신씨 가문은 서주에서 어떠한 존재인가. 만약 선택이 가능했다면 신씨 가문의 신지수가 왜 여태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겠는가.신씨 가문은 감히 넘볼 수 있는 가문이 아니다. 그걸 잘 알기에 아무도 먼저 다가가지 않았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00화

    저녁.호화로운 연회장에서 레드 와인과 샴페인이 오갔다.이곳에는 서주의 상류층 사람들이 다 모여있었다.박연준이 이유영과 함께 이곳에 나타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쏟아졌다.이유영은 그 순간 적의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서주에서 잘 먹고 잘사나 보네.”한번 훑어보자 수많은 여자들이 질투의 시선을 보내왔다.그 말은 약간의 풍자가 섞여 있었다.박연준과 강이한을 향한 풍자였다. 박연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더욱 힘을 줘서 이유영의 손을 잡았다. “이미 왔으니까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알아가면 돼. 네 옆에 있는 남자가 얼마나 갖기 어려운 남자인지 말이야. 그러니까 이 기회를 소중히 생각해. 응?”박연준이 얘기했다.이유영의 풍자는 간단하게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었다.그 순간, 이유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강이한은 도착한 후 이유영과 박연준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여리고 얇은 그녀의 손은 박연준의 커다란 손에 감싸졌다.그리고 키 차이도...이유영의 키는 너무 작았다.박연준의 옆에 서 있는 그녀는 더욱 작아 보였다. 게다가 박연준은 마치 이유영이 세상 가장 소중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박연준 씨가 이런 여자를 좋아할 줄은 몰랐네요.”한 사람이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전에 아무리 박연준 앞에 몸매가 좋고 예쁜 여자들을 데려다 놓아도 박연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박연준의 호감을 얻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결국은 박연준의 차가운 표정 밖에 보지 못했다.하지만 이유영이 박연준을 갖게 되다니.“너무 작은 거 아니에요?”“작기는요. 난 내가 저렇게 생겼으면 좋겠어요.”‘박연준이 좋아하니까 말이에요.’사람들은 부러운 시선을, 또는 질투의 시선을 보냈다.이시욱은 강이한 뒤에 서서 강이한에게서 느껴지는 한기를 눈치챘다.“그...”그 순간 박연준에게 향하는 시선이 있다면 강이한을 보는 시선도 있었다.아무리 큰 연회장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알아차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99화

    “내가 당신의 약혼녀라고 해서 무조건 약혼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박연준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이유영은 정말 강인한 여자였다.박연준은 그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결국 박연준은 이유영을 품에 꽉 안았다. 마치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유영아, 넌 정말 마녀 같아.”그래, 이건 마녀다.이유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박연준은 어쩔 수가 없었다.사실 10년이나 지나오면서 이유영은 강이한에게 철저히 실망했다. 그리고 강이한은 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느꼈다.하지만 왜 박연준도 비슷한 느낌일까.“장혜주한테 더 조사하지 말라고 해.”박연준은 이유영을 더욱 세게 안고 얘기했다.“너랑 강이한 다 나보고 조사하지 말라고 하니까 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무슨 일인지.”“그런 말 못 들어봤어?”“뭐.”“호기심이 죄라고.”가끔은 모르는 게 상책이다,그래서 박연준은 굳이 알 필요가 없으면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이미 몇 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호기심을 갖지 않았을 때도 죄는 없었지만 죽을 뻔했지.”‘사실은 죽은 거지만.’저번 생은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었다. 자기 옆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말이다.“유영아!”“두 사람이 이렇게 나올수록 난 더 알아야겠어. 두 사람이 이렇게 뜻이 맞는 일이 뭣 때문인지.”“...”“아니면, 내가 두 사람의 한계를 건드린 거야?”한계.강이한과 박연준의 동일한 한계가 도대체 무엇인지.만약 그렇다면 정말 한번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한계가 아니야.”그의 말투는 매우 진중했다.이 순간, 이유영은 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박연준의 말투에서 아픔을 느낀 것만 같았다.‘아픔? 왜 아픈 거지? 도대체 뭐가?’“네가 내 한계야.”박연준의 말투는 더욱 의미심장해졌다.“...”그 순간 이유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윽고 표정도 차가워졌다.‘말은 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98화

    ‘못 한다고?’못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거다. 한지음은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이온유는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쉽게 내어주겠는가이유영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유영아, 꼭 그래야겠어?”이온유의 일을 말하는 것이다.이온유가 그의 곁에 있을 때부터, 이유영은 더욱 끈질겨졌다. 이온유는 그저 아이일 뿐인데 말이다.이유영은 이온유에 대한 증오가 아주 깊었다. 하지만 이온유가 이유영을 얼마나 의지하는지 아는 강이한은 순간 가슴이 저렸다.이유영은 강이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그녀와 이온유의 사이가 어떤지는 이미 강이한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니 지금도 대답을 못 하는 것이겠지....점심.박연준은 돌아오지 않았다.식탁 앞에 앉은 이유영은 고용인이 가져온, 백산 별장에서 자주 마시던 국을 마셨다. 식탁 위에는 이유영을 위한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이건 뭐지? 아삭아삭한 게 맛있네.”이유영은 오랜만에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자세히 보니 점심의 음식들은 이유영이 처음 먹는 음식 같았다. 다만 맛을 내려고 신중을 가한 것이 보였다.“연꽃 뿌리입니다. 입에 맞는가요?”“음, 맛이 괜찮네. 이렇게 먹을 수도 있는 거구나.”이유영이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제야 연근처럼 구멍이 보이는 듯했다.“주인님께서 보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요.”고용인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이유영이 마음에 들어 하자 그들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이유영은 밖에서 내리는 비를 보면서 얘기했다.“이런 날씨에 이런 것이 자라다니, 의외네.”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연꽃은 날이 좋은 곳에서만 자란다. 게다가 더운 곳에서 잘 자란다.연근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지만 연근은 날이 좋은 곳에서만 자라는데...“이건 모두 청하에서 가져온 겁니다.”“...”‘청하?’그 애기를 들은 이유영은 놀라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박연준은 돌아와서 이유영이 점심을 잘 먹었다는 말을 듣자 표정이 부드러워졌다.“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97화

    이때 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또 다른 할 말 있어? 없으면 갈게. 난 바빠서.”말을 마친 이유영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고 했다.발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손목에서 힘이 느껴졌다.이유영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여진우의 사람더러 멈추라고 해.”결국 강이한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이유영이 이런 태도로 서주에 나타나 강이한과 박연준에게만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것이 아니었다.더욱 많은 일들이 있었다.예를 들면 박연준이 이유영을 이용한 일이라거나,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접근하지 못한 원인이라거나...하지만 이런 상황이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이유영은 순진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러니 강이한이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캠퍼스의 무궁화나무 아래서 강이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모르겠으나...하지만 이 뒤의 일은 그 무궁화와 관련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그럼 네가 직접 알려줄래?”이유영이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그 미소는 부드러워 보였지만 강이한에게는 두려움을 안겨다 주었다.그녀의 눈빛은 이토록 집요했다.게다가 여진우의 사람이니 이 일을 무조건 조사해 낼 것이다.그해의 일에 대해서... 그분은 그 일이 좋지 않다고 느껴 신분과 존재를 모두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물론 서주에서 그 얘기를 다시 꺼내는 사람은 없지만 일어났던 일은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손목을 더욱 세게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이 뒤에 아무 사건도 없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유영아!”이유영이 손목을 빼낸 순간, 강이한이 이유영을 또다시 불러세웠다.“말하지 않을 거면 시간 낭비하지 마.”“서주에 남을 거면 내 곁으로 와. 박연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네가 지금 하는 일, 너한테 위험해.”강이한이 또박또박 얘기했다.“걱정해 줘서 고마워.”“나한테 복수하려고?”이유영이 발을 내디딘 순간, 강이한이 다시 물었다.“...”“내 곁으로 오면 네가 뭘 하든지 말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96화

    자동차 안.이유영은 결국 나와서 강이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여유롭게 손톱을 갈고 있었다.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강이한의 곁에 있으면서, 이유영은 항상 여유로웠으니까.“그 소식은 엔데스 현우가 알려준 거야?”결국 강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 말투에서 강이한이 많이 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소식? 무슨 소식?’아마도 서류의 일일 것이다. 전에 전기봉을 엔데스 명우에게 팔아넘겼는데, 지금은...? 이유영이 박연준에게나 강이한에게나 다 잔인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을 쳐다보았다.“그래.”이유영은 빠르게 대답했다.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강이한을 쳐다보았다.밝은 표정의 이유영을 보고 강이한은 표정이 굳었다.“너, 무슨 깡으로 인정하는 거야.”“인정해야지.”이유영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어두운 그의 표정을 보면서 이유영이 얘기했다.“내가 얘기했었지?”“...”“난 솔직한 사람이라 안 할 건 안 하고 한 건 인정한다고. 10년이나 봐 왔는데 아직도 모르겠어?”“...”그 질문에 강이한은 숨통이 옥죄어오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모든 힘을 다해서 보복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그녀에 대한 강이한의 오해를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그래, 이유영은 이런 방법으로 강이한에게 경고하는 것이다.전에는 한지음을 위해서, 저번 생이든 이번 생이든 한지음을 위해서 항상 이유영을 짓밟지 않았던가.강이한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이유영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었다.“왜? 이번에도 내가 부인하길 바라? 아니면, 내가 부인하면 믿을 거야?”‘믿는다고? 모든 일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믿는다는 거지?’이유영의 말에 강이한의 세계는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지금은 속이 시원해졌어?”일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유영이 서류를 찢어버린 덕에 강이한과 박연준은 골치 아픈 일만 많아졌다.“...”‘속 시원하냐고?’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저 그들에게 골치 아픈 일을 조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95화

    “너...”“유영아, 네가 밥을 잘 먹었으면 해서 난 엄청 애를 썼어.”그의 말투는 여전히 온화했다.이유영의 분노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불쾌했다.“먹어, 응?”박연준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네가 먹던 걸 내가 왜 먹어.”이유영은 그릇을 옆으로 비켜두었다.그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고용인들의 시선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지금 주인님을 거절한 거야?’그 눈빛에 이유영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박연준에게 얘기했다.“오해할 만한 행동하지 마. 우리가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니잖아.”말을 마친 후, 숟가락을 내려놓은 후 일어났다.화가 난 이유영의 모습을 본 박연준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박연준은 일부러 이른 짓을 한 거다.요즘 이유영이 너무 심심해 보여서 가끔 이렇게 장난을 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아침 식사가 끝난 후.박연준은 또 나갔다.이유영은 본인 때문에 서주가 시끄러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전에 문기원이 돌아왔다.그는 예쁘장한 선물함을 들고 와서 얘기했다.“아가씨, 이건 연준 님께서 드리는 겁니다. 저녁에 같이 연회에 참석하자고 하시네요.”“안 가요.”이유영은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 그녀는 이런 연회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빠른 거절에 문기원이 약간 멍해졌다.이윽고 표정을 풀더니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여기에 왔는지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이온유 씨는 일주일 뒤 퇴원합니다. 그분이 이온유 씨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더군요.”“당신...!”이유영은 이를 꽉 깨물고 문기원을 쳐다보았다.“오늘 밤의 연회는 연준 님에게 중요한 연회입니다. 잘 준비해 주세요.”말을 마친 문기원은 이유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나갔다.이유영은 그 선물함을 쳐다보았다.문기원은 이온유의 일을 얘기하면서 귀띔해 준 것이다. 이온유 때문에, 이유영이 서주에 온 것이니까.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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