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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집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유영의 눈치를 살폈다. 며칠째 그녀는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온갖 욕을 먹고 있었다. 세강은 자연스럽게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안주인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악질 네티즌들이 이렇게 변태적인 행보를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모님, 이걸 어떡할까요?”

집사와 고용인들은 연민과 걱정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영은 우아하게 수저를 내려놓고 티슈로 입가를 닦았다.

절제된 단아함이 몸에 배긴 손놀림이었다.

평소에도 차분하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 유영이었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경찰에 신고하죠.”

“신고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유영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네티즌들이 보낸 것 같은데 이 상황에 신고까지 한다면….”

집사는 말끝을 흐렸지만 아마 경찰이 나서도 악질 네티즌들을 모조리 처벌하기엔 무리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인터넷에 숨어 횡포를 가하는 건 명백한 불법 행위예요.”

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들은 한지음이 매수한 심부름꾼들이었다.

한지음은 공인도 아니었고 두터운 팬층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납치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지만 그녀를 위해 세강의 안주인에게 이 정도로 협박을 가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강이한은 며칠째 외박 중이었다.

상대는 지금쯤 유영의 정신이 온전치 못할 거라고 판단하고 이런 무리수를 강행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판단은 틀렸다. 이번 생의 유영은 전생처럼 나약하지 않았다.

아직은 기댈 곳이 남편밖에 없는 전직주부에 불과하지만 유영은 자신의 방식대로 반격해 나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집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경찰에 연락했다.

하루 사이에 유영은 택배를 수십 개나 받았다.

거실에는 온갖 동물 시체와 면도칼, 혈서 같은 것들이 스산하게 쌓여 있었다.

전생의 그녀는 그것들을 보고 겁에 질려 며칠 밤을 잠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들의 목적은 그녀가 미쳐서 날뛰는 것이었다.

집사와 장숙은 애착 인형을 안고 소파에 앉아 있는 유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이것들 이제 치워버릴까요?”

여기 쌓아 놓아 봤자 분위기만 우중충해질 뿐이다.

유영은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세요.”

“아니면 도련님께 전화라도 드릴까요?”

아마 강이한이 돌아와서 집안 꼴을 봤으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비록 최근 6개월 동안 비서와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떠들썩했지만, 이곳에 일하는 사람들은 강이한이 여전히 안주인을 사랑한다고 믿었다.

두 사람 사이에 요즘 다툼이 조금 있었지만 아직은 이혼을 안 한 상태고, 강이한 성격에 누가 자기 여자를 괴롭히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유영은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휴대폰이 울려서 확인해 보니 소은지였다.

“그래, 은지야.”

“유영아, 법원에 소송 신청서를 제출하고 오는 길이야. 협의서에 적힌 내용을 보내줄 테니 확인해 볼래?”

“아니야. 네가 알아서 잘했겠지.”

소은지는 강이한을 유영만큼 미워하는 사람이니 절대 소홀히 했을 리 없었다.

소은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이한은 요즘 뭐 하고 지내?”

“집에 안 들어오고 있어.”

그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인간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지금 세상이 이 난리인데 이 상황에서 외박을 한다고?”

“그렇다니까?”

잔뜩 흥분한 소은지에 비해 유영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예전에 그녀에게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가장 먼저 나타나서 도움을 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청하시의 모든 여론이 그녀를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는 지금, 그는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다.

사실 유영은 그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만약 강이한이 전생과 다르다면?

그가 돌아와서 네티즌들과 언론사를 해결해 주었다면 아마 다시 한번 그를 믿어보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그녀가 여론몰이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을 때 그에게서는 연락 한번 없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나서서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결국 모든 건 전생처럼 흘러가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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