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화

Author: 진헤이
집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유영의 눈치를 살폈다. 며칠째 그녀는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온갖 욕을 먹고 있었다. 세강은 자연스럽게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안주인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악질 네티즌들이 이렇게 변태적인 행보를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모님, 이걸 어떡할까요?”

집사와 고용인들은 연민과 걱정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영은 우아하게 수저를 내려놓고 티슈로 입가를 닦았다.

절제된 단아함이 몸에 배긴 손놀림이었다.

평소에도 차분하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 유영이었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경찰에 신고하죠.”

“신고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유영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네티즌들이 보낸 것 같은데 이 상황에 신고까지 한다면….”

집사는 말끝을 흐렸지만 아마 경찰이 나서도 악질 네티즌들을 모조리 처벌하기엔 무리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인터넷에 숨어 횡포를 가하는 건 명백한 불법 행위예요.”

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들은 한지음이 매수한 심부름꾼들이었다.

한지음은 공인도 아니었고 두터운 팬층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납치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지만 그녀를 위해 세강의 안주인에게 이 정도로 협박을 가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강이한은 며칠째 외박 중이었다.

상대는 지금쯤 유영의 정신이 온전치 못할 거라고 판단하고 이런 무리수를 강행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판단은 틀렸다. 이번 생의 유영은 전생처럼 나약하지 않았다.

아직은 기댈 곳이 남편밖에 없는 전직주부에 불과하지만 유영은 자신의 방식대로 반격해 나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집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경찰에 연락했다.

하루 사이에 유영은 택배를 수십 개나 받았다.

거실에는 온갖 동물 시체와 면도칼, 혈서 같은 것들이 스산하게 쌓여 있었다.

전생의 그녀는 그것들을 보고 겁에 질려 며칠 밤을 잠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들의 목적은 그녀가 미쳐서 날뛰는 것이었다.

집사와 장숙은 애착 인형을 안고 소파에 앉아 있는 유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이것들 이제 치워버릴까요?”

여기 쌓아 놓아 봤자 분위기만 우중충해질 뿐이다.

유영은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세요.”

“아니면 도련님께 전화라도 드릴까요?”

아마 강이한이 돌아와서 집안 꼴을 봤으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비록 최근 6개월 동안 비서와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떠들썩했지만, 이곳에 일하는 사람들은 강이한이 여전히 안주인을 사랑한다고 믿었다.

두 사람 사이에 요즘 다툼이 조금 있었지만 아직은 이혼을 안 한 상태고, 강이한 성격에 누가 자기 여자를 괴롭히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유영은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휴대폰이 울려서 확인해 보니 소은지였다.

“그래, 은지야.”

“유영아, 법원에 소송 신청서를 제출하고 오는 길이야. 협의서에 적힌 내용을 보내줄 테니 확인해 볼래?”

“아니야. 네가 알아서 잘했겠지.”

소은지는 강이한을 유영만큼 미워하는 사람이니 절대 소홀히 했을 리 없었다.

소은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이한은 요즘 뭐 하고 지내?”

“집에 안 들어오고 있어.”

그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인간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지금 세상이 이 난리인데 이 상황에서 외박을 한다고?”

“그렇다니까?”

잔뜩 흥분한 소은지에 비해 유영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예전에 그녀에게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가장 먼저 나타나서 도움을 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청하시의 모든 여론이 그녀를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는 지금, 그는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다.

사실 유영은 그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만약 강이한이 전생과 다르다면?

그가 돌아와서 네티즌들과 언론사를 해결해 주었다면 아마 다시 한번 그를 믿어보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그녀가 여론몰이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을 때 그에게서는 연락 한번 없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나서서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결국 모든 건 전생처럼 흘러가게 되는 걸까?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유영은 피아노실에서 빗소리에 맞춰 무아지경으로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긴 생머리를 그대로 드리우고 피아노에 심취한 그녀의 모습은 숨막히게 아름다웠다.강이한은 조용히 문 앞에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소리가 멎고 유영이 고개를 돌렸다.“언제 왔어?”“10분 정도 됐나?”남자는 며칠 전 집을 나가기 전 입은 옷 그대로 입고 있었다.집에 안 돌아온 그 시간 동안 병원에서 한지음의 옆을 지킨 모양이었다.그의 얼굴은 조금 피곤해 보였다.유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거실에 쌓인 물건들 봤어?”“왜 버리지 않고 그대로 뒀어?”“누가 보냈는지 궁금하지 않아?”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반문했다.남자의 눈빛이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가 집을 비운 사이 그녀를 비난하던 네티즌들이 이런 미친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그가 아는 유영은 겁이 많은 여자였다.여론이 들끓고 있을 때, 그는 유영의 연락을 기다렸다. 최근 며칠 사이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그가 아는 유영이 아니었다.그래서 일부러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 세상에서 유영이 기댈 곳은 강이한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유영에게서는 끝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보냈는지 알아?”“몰라.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어.”“신고했어?”강이한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가장 먼저 남편을 찾지 않고 경찰에 신고 하다니!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쓰리고 아팠다.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유영의 팔목을 잡아 일으켰다.유영은 팔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경찰에서는 뭐래?”“조사 결과 기다리는 중이야.”“왜 나한테 연락도 하지 않았어?”예전에는 사소한 일 하나로도 가장 먼저 그에게 연락하던 여자였다.유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전에는 매끄럽던 피부가 많이 거칠어진 것이 느껴졌다.그녀가 웃으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7화

    강이한의 분노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집사가 문을 노크했다.“도련님, 나서원 씨께서 오셨습니다.”“서재에서 기다리라고 해요.”유영은 나서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강이한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나서원은 비밀리에 개인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돈만 충분하면 그가 파내지 못할 증거는 없었다.수많은 재벌 사모님들이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오늘 나서원이 뭘 가지고 왔는지 유영은 알고 있었다. 그가 가져온 그 정황 증거들이 전생에 강이한을 완전히 그녀에게서 등 돌리게 한 발단이 되었다.강이한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더 이상 이혼 얘기 꺼내지 마. 듣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홀연히 밖으로 나갔다.유영은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가 문을 나서려는 순간, 유영은 울컥하는 마음에 그를 잡았다.“잠깐만.”“더 하고 싶은 얘기 있어?”“날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는 거야? 아니, 우리 사이에 남은 신뢰가 있기는 해?”전생의 유영이 가장 궁금했던 문제였다.이미 한번 겪었던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은 그녀에게 두렵고 잔인했다.이 남자가 곧 자신에게 완전히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무섭고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강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유영은, 이 순간을 기억에 새겨 넣으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강이한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줄곧 당신을 믿었어. 물론 지금도.”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유영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문밖을 바라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이대로 멈추고 싶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전생의 극본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다.청하 병원 VIP병동.온몸에 붕대를 두른 한지음의 모습은 처참했다.병실에는 강서희가 와 있었다.그녀는 음침한 표정으로 짜증스럽게 말했다.“내가 그년을 너무 얕잡아 봤어. 죽더라도 날 물고 늘어질 줄이야.”그들의 처음 계획대로라면 유영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8화

    얇은 A4용지가 피부를 긁고 빨간 상처를 냈다.유영은 절망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을 본 강이한은 흠칫하며 그녀에게 한발 다가섰다.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표정을 바꾸고 실망감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에게 정말 실망했어.”유영은 다시 눈을 뜨고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바깥에 내리는 비를 닮은, 그의 실망보다 더 깊은 절망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강이한은 갑자기 가슴이 쓰렸다.“왜 그랬어?”그가 물었다.그가 이 질문을 내뱉는 순간 이유영도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것을 그는 절대 모를 것이다.유영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비가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가 처량하게 들려왔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정성 들여 가꾼 정원도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에 모든 것은 그녀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그녀는 줄곧 이곳을 자신의 마지막 거처로 생각하고 아꼈다.이제야 그 생각이 큰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그녀를 믿는다고 했던 남자가 말도 안 되는 정황 증거를 들이밀며 그녀를 추궁하고 있었다.“뭘 말하는 거야?”“이유영!”남자의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났다.예전과 같이 작고 가녀린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그럴수록 그는 혼란스럽고 절망에 빠졌다.“왜 이렇게 변했니? 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당신의 그 복수심 때문에 한 여자가 인생을 망쳤어. 한지음이 그렇게 미웠어?”세강의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 세강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강이한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이야기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수식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이유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런 표현들보다 그녀는 더욱 잔인하고 냉혹했다.강이한의 실망은 깊어져만 갔다.그가 아는 이유영은 어디로 간 걸까?이렇게 예쁜 얼굴로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지른 거지?유영은 긴 한숨을 쉬며 그에게 물었다.“나라고 확신하나 봐?”“더 할 말 있어?”적어도 강이한은 이 증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9화

    유영의 고개가 돌아갔다.입술이 터지며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진영숙은 순간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너 그게 무슨 눈빛이야? 너 때문에 세강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네 주제에 감히 이혼을 얘기해? 버려도 우리가 버려야지!”진영숙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강서희가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엄마, 진정해. 화내면 몸만 망가져.”“얼마면 되니?”진영숙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유영은 황당한 눈빛으로 진영숙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그 모습이 우습고 역겨웠다.유영이 물었다.“얼마를 줄 생각인데요? 우리 결혼해서 3년을 살았어요.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게 있는데 어머님 재력으로 감당이 될까요?”“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재산을 분할해? 너 시집와서 한 게 뭐가 있어? 이한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고 놀고 먹었으면서!”“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제가 집에서 내조를 열심히 했으니까 그 사람이 밖에서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아니에요.”“너….”진영숙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처음부터 순진한 네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어. 얼굴만 반반하면 다야? 속은 엉큼해 가지고! 내가 그렇게 말렸건만 믿지를 않더니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내는구나!”유영은 진영숙의 말을 깔끔히 무시했다.그와 서로 사랑할 때는 뭔가를 바란 적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어차피 사랑을 잃었으니 챙겨야 할 건 다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본모습이라니요? 그 사람한테 갖다 바친 제 10년은요? 그렇게 따지면 제가 더 손해 아닌가요?”“네 청춘이 얼마나 한다고!”“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당신 아들이 좋아서 한 결혼이에요!”진영숙과 강서희는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은 서로 멍한 표정으로 눈치만 살폈다.이곳에 오기 전에는 강이한이 그녀에게 실망한 기회를 틈타 돈으로 유영을 쫓아버릴 생각이었다.여론에 그만큼 시달렸으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0화

    며칠 외박할 줄 알았던 강이한은 저녁 열 시가 되어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왔다.욕실에서 씻고 나온 유영은 나갔을 때랑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강이한을 보자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술 냄새 때문에라도 도저히 그와 한방을 쓰고 싶지 않았다.“거기 서!”문고리를 잡는데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생에 저런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왔었는데 지금의 유영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강이한은 그녀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이혼부터 꺼내는 그녀가 낯설기만 했다.예전의 유영은 삐져 있다가도 강이한이 버럭 화를 내면 다가와서 그의 화를 먼저 달래주었다. “더 할 얘기 있어?”고개를 돌린 유영이 싸늘하게 물었다.남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정말 나한테 할 말 없어?”유영은 고개를 저었다.“없어.”등 뒤에서 남자가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유영은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온 강이한이 팔을 뻗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익숙한 그의 향기와 술 냄새가 뒤섞여 코를 자극하자 유영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 그의 귀뺨을 쳤다.“더러우니까 저리 꺼져.”순간 방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남자는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유영은 힘껏 그를 밀쳤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눈에 혐오의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전생에 한지음이 찾아와서 임신했다고 말하던 순간이 떠올랐다.매번 그와 마주할 때면 그때 의기양양하게 지껄이던 한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내가 잘해줬잖아.”남자가 먼저 침묵을 깼다.“어떤 걸 말하는 거야?”“꼭 그렇게 해야 했어?”남자가 재차 그녀를 다그쳤다.지금 강이한은 납치 사건의 범인이 유영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10년을 함께한 아내가 한지음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두 눈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1화

    유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강이한은 계속 해서 말했다.“당장 이혼 소송 철회해.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세강의 유일한 후계자가 될 거야.”아침부터 저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나 해댄 이유가 고작 이혼 소송을 철회하라는 말을 하려고?게다가 솔직히 그가 내건 조건은 꽤 유혹적이었다. 한지음은 어떻게 하려고 저런 조건을 제시한 걸까?유영은 그들 사이에 남은 게 돈밖에 없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다.결국 여기까지 왔구나….그녀는 애써 느긋하게 손을 뻗어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초췌한 얼굴을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절세의 외모라도 숙취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마치 선심 쓰듯이 말하는 그 태도가 좀 우습네.”두 사람 사이에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강이한은 그녀의 싸늘한 반응에 불쾌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그 증거들 다 봤어?”나서원이 가져온 출입금 기록을 말하는 것 같았다.유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이한을 노려보며 물었다.“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고작 그것들로 협박하는 건가?강이한은 싸늘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그녀가 자신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드디어 받아들였다.그들은 고등학교 때 만나 사랑을 싹틔웠고 줄곧 결혼까지 함께했다. 수많은 장애물을 물리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놓아주라고? 그럴 수는 없었다.“내가 아는 유영이는 현명한 여자니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 거야.”그는 애써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녀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날부터 충격의 연속이었다.그녀가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나올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지금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방치해 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그가 뿌린 서류에 스쳐 얼굴에 상처까지 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내가 끝까지 이혼을 고집하면 나를 감옥으로 보내겠다는 말로 들리네. 맞아?”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그녀는 조용히 그의 답을 기다렸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2화

    현재 상황을 지켜보면 여론은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다.한번 그것을 경험했기에 유영은 또 어떤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와 강이한이 이혼하지 않고 버티는 한, 그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힐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망치는 것이었다.그녀는 한지음이 시력을 잃었다는 것도 어쩌면 거짓말일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들은 유영을 미치게 만들면 강이한이 그녀를 버릴 거로 생각하는 듯했다.그녀는 일단 피해 있으면서 반격을 준비하기로 했다.“내가 데려다줄까?”“아니야. 너도 바쁜데 일해야지. 그리고…”잠시 고민하던 유영이 말했다.“만약 이혼 소송으로 강이한이 너한테 협박하거나 하면 무리해서 그 사람과 맞설 필요는 없어.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난 그 인간 두렵지 않아.”소은지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영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간곡하게 부탁했다.“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무서워서 그래.”강이한은 세강의 오너로 부임한 뒤로 외부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친구가 다치는 건 싫었다.“끝까지 도와줄게. 걱정 마.”이 소송이 힘들어질 건 알지만 소은지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유영은 그 말에 가슴이 울컥해지는 것을 느꼈다.공항으로 가는 길.유영은 진영숙에게서 온 연락을 받았다.“이유영,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혼 소송이야? 당장 소송 취하 안 해?”이 시어머니는 대체 어떤 여자가 와야 아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할까? 아마 그녀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재벌 사모님들 사이에서 아들 자랑만 하고 다니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한지음이랑 스캔들이 난 것도 모자라 이혼 소송까지… 요즘은 바깥에 얼굴을 들고 다니기도 힘들었다.“당장 본가로 와.”유영이 말이 없자 진영숙은 명령하듯 그녀를 다그쳤다.유영은 차창을 열어 시원한 공기를 맡으며 싸늘하게 되물었다.“거길 제가 왜 가요? 또 제 얼굴에 수표 한 장 던져주려고요?”“이유영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23화

    유영은 청하시에 폭탄을 투여하고 홀연히 사라졌다.그녀가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청하일보는 ‘세강의 안주인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 제기’라는 뉴스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첨부된 사진에는 사건이 있기 전, 유영이 사인한 이혼 서류와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한 필적 감정서가 포함되어 있었다.시간은 한지음 납치 사건이 있기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유영이 한지음을 납치했다던 여론은 점점 반대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그녀를 비난하던 여론은 이혼까지 준비한 사람이 불륜녀를 납치하고 폭행할 이유가 없다며 떠들어댔다.사람들은 남편에게 실망한 한 여자가 이혼까지 제기한 마당에 그런 과격한 일을 했을 리 없다고 떠들어댔다.그리하여 사람들은 강이한의 사생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지음 납치 사건은 강이한의 뭇 애인들 중 한 명이 못 참고 저지른 일이 아닌가 하는 여론도 돌기 시작했다.한지음과 세강그룹은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 중이던 강이한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줄곧 꺼진 상태였다. 저택에 연락해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남자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조 비서!”“네, 대표님.”“당장 그 여자를 찾아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거대한 폭탄을 던지고 사라진 발칙한 여자! 강이한은 입술을 앙다물었다.한편, 강서희가 병실에 도착했을 때, 한지음은 눈을 싸맸던 붕대를 제거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강서희의 얼굴이 표독스럽게 굳었다.“아직은 조심해야지.”지금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었다.한지음이 창백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그 여자 지금 어딨어?”강서희의 표정을 보니 일이 좋지 않게 돌아간다는 건 직감할 수 있었다.항상 단정하게 찰랑이던 머리가 부스스하게 흐트러져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니?”온 세강 일가 사람들이 유영을 찾고 있었다.한지음의 눈빛이 음산하게 빛났다.유영에게 더 큰 선물을 준비하고 터뜨릴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9화

    모이산의 코코넛 주스는 유명해서 파리 수도에서도 판매될 정도였다. 임소미도 피부에 좋다며 코코넛 주스를 즐겨 마셨다.“정말 신선하고 은은한 맛이네!”“원액 그대로라서 그래. 원래 이런 맛이야.”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정말 맛있어.”코코넛 주스의 맛은 확실히 좋았다. 적어도 이제는 익숙해진 맛이었다.예전에는 하얀 색감과 끈적한 질감이 부담스러워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이곳의 코코넛 주스는 맑고 달콤했다. 마치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이 담겨 있는 듯했다.멀리서 강이한과 박연준이 광장 한가운데 펼쳐진 캠프파이어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제 가야 해?”강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난 먼저 갈게.”박연준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게 막힌 듯했다.“안 가봐?”강이한이 물었다.“여진우가 곁에 있으니까. 이유영은 내가 안 가는 걸 더 좋아할 거야.”박연준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강이한은 자신과 이유영 사이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정 지었지만 사실 박연준도 마찬가지였다.이유영은 박연준을 마주할 때마다 냉정했고 그의 접근을 극도로 거부하는 태도는 박연준의 마음을 서늘하게 했다.“다행히도 유영이의 곁에는 정씨 가문이 있어.”강이한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박연준도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정씨 가문이 있었다.강이한은 전생을 떠올렸다. 그때 이유영은 어둠 속에서 혼자 남겨졌었다.그럼에도 그녀는 용감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가 곁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알면서도 이유영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신념은 확고했다.한 번 넘은 선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듯,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단단한 갑옷을 두른 채 자신을 지켜냈다.강이한은 돌아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박연준, 만약 나와 유영이 사이에 단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었다면...”그러나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그럼에도 박연준은 이해했다.단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강이한은 온 힘을 다해 이유영을 붙잡았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8화

    “나랑 이유영이 사이에는 이제 아무런 미래도 없어. 그러니까 이제 포기할게.”강이한은 여진우의 품에 안긴 이유영을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박연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져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강이한은 진심으로 이유영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붙잡지 않고 온전히 그녀를 놓아주기로 했다.박연준의 가슴은 답답하게 조여오고 쓰라린 통증이 밀려왔다.저녁노을은 붉은빛을 띠며 마치 영원히 기억될 것처럼 아름다웠다. 강이한은 저 붉게 물든 노을처럼 이유영에 대한 모든 기억을 마음 깊이 새겼다.“내가 왜 수술을 내일로 잡았는지 알아?”“...”“나는 해 뜨는 아침의 유영이를 보고 싶었어. 희망 속에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야.”아침 해는 희망을 상징한다.그는 이유영이 희망 속에서 빛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네 곁에 그렇게 오래 있을 동안 그런 모습 한 번도 보지 못했어?”“유영이에겐 절망의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강이한의 말에 박연준의 온몸이 굳어버렸다.강이한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지난 시간 동안, 이유영은 강이한 곁에서 수많은 절망을 겪었고 그 절망은 결국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그 어떤 상황도 그 절망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내일 수술이 끝나면, 그녀의 미래는 희망으로 채워질 것이며 비로소 진정한 빛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강이한은 떠났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모닥불이 활활 타올랐고 우지와 우현은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유영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여진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고 이유영은 모닥불이 뿜어내는 따스한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입 벌려.”옆에서 여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내가 할 수 있어!”“입 벌려!”여진우의 목소리는 한층 더 단호해졌다.“...”결국 이유영은 조용히 입을 벌렸고 여진우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 구운 고기를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7화

    여진우의 품에 안기자 이유영은 마음이 금세 편안해졌다.정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부터 이유영은 이런 안정적인 가족의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위로를 받고 있었다.“수술은 언제로 잡혔어?”“내일.”“그러면 여기서 같이 있어 줄게.”“좋아.”여진우가 곁에 있어 준다는 말에 이유영의 불안은 잦아들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여진우는 이유영을 더욱 꽉 껴안았다.그는 이유영이 겪은 진짜 어둠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수술이 성공해도 그 고통은 평생 그녀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맞은편 건물에서 강이한과 박연준은 나란히 서서 여진우 품에 안긴 이유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이한의 눈에는 슬픔과 씁쓸함이 서렸고 목소리는 이미 쉰 듯했다.“나는 유영이의 세상에 나만 있다고 생각했어.”“그래서 평생 너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유영은 절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 믿어왔다.하지만 결국, 강이한의 생각은 틀렸다.이유영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도 강이한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게다가 지금은 그녀 곁에 가족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상 용서는 거의 불가능했다.“내일 이후로...”박연준은 말을 멈추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내일 이후로 어떻게 될까?내일 이후, 그는 이유영이 견뎌온 그 숨 막히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것이다.“내일 이후... 박연준, 유영이 곁에는 이제 네가 유일해!”강이한은 진심으로 결심했다.이유영을 떠나 박연준을 우천시로 보냈을 때부터 그는 이미 완전히 결심했다.이유영의 곁에서 떠나기로.“너 정말...”박연준은 불안한 마음으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강이한은 예전부터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 말해왔다.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있었던 걸까?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그는 한때, 이유영과의 관계가 이렇게 변할 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6화

    10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그 10년 동안 그녀와 강이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의 감정이 어떠했는지는 이유영만이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수많은 달콤한 순간들은 오히려 더 깊은 아픔이 되어 되돌아왔다.“7년의 장기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그런 경우는 드물었다.그녀와 강이한은 그 7년 동안 정말 달콤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고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걸림돌도 없었다.굳이 말하자면 그 7년 동안 그녀가 겪었던 불쾌한 일은 오직 강씨 가문뿐이었다.하지만 결혼 전 그들의 추억이 모두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서 많은 것들 이 변했다.“우리가 결혼하게 된 이유가 그 사람 때문이었다는 걸, 난 상상도 못 했어...”그런데 어떻게 그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인생에서 청춘은 고작 십 년에 불과하다.자기의 모든 청춘을 강이한에게 바쳤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당연히 견딜 수 없었다.여진우가 물었다.“연서 말하는 거야?”“그래, 연서!”요즘 이유영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심지어 밤의 악몽에서까지 존재했던 이름이었다.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10년 동안, 나는 그 사람 그림자에 불과했어!”태양처럼 빛나던 소중한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그림자 속에 갇혀 있었다.여진우는 위로하려던 말을 다시 한번 억눌렸다. 지금 이유영에게 어떠한 말도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유영은 결코 박연준과 강이한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이한은 그녀에게 가장 빛나는 청춘을 주었고 박연준은 그녀가 가장 힘들 때 구원자처럼 나타났다.결국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소중하게 여겼던 청춘은 결국 타인의 그림자에 불과했고 박연준은 그녀의 청춘을 무너뜨린 뒤 지옥으로 끌어냈다.“처음부터 나 혼자 견뎌냈어...”이유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다. 가장 아이러니한 건 그녀가 모든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 했다는 사실이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5화

    이유영은 침묵했다.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이유영의 모습에 여진우조차도 그녀의 마음속 생각을 알 수 없었다.여진우는 등나무 의자를 끌어 그녀 옆에 앉았다.“파리는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그래서?”“이번에 돌아갈 때, 지난번처럼 그렇지 않을 거야.”여진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무관심이 섞여 있었다.“...”이유영은 지난번을 떠올렸다.그건 엔데스 명우의 사건과 얽힌 일이었다. 사실 그 일은 정씨 가문에서 걱정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엔데스 가문은 정국진이 절대 연루되기를 원하지 않는 가문이었고 그래서 이유영이 그 일에 휘말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유영은 현재 박연준과 강이한에 대한 증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그것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분이었다.“알겠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어.”잠시 후, 이유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의 말에 여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알아줘서 다행이야. 아버지는 항상 너를 걱정하고 있어. 모두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모두가 기다리고 있다고?그 순간 이유영의 마음속에 씁쓸함이 번져갔다.그녀는 결국 가족들에게 가장 걱정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일은 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이런 현실을 깨닫고 이유영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내가 모두를 실망하게 했어!”이 말을 하며 이유영의 가슴은 더욱 괴로웠다.“너는 잘못한 것이 없어.”잘못한 것이 없다고?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로 인해 세 사람의 얽힘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일까?모든 것을 계산한 박연준이 잘못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감정은 계산할 수 없다.강이한의 잘못이 더 클까?그도 당연히 잘못이 있었다.“유영아.”“응?”“오빠 말 들어. 그만 놓아줘!”여진우는 고독해 보이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증오일까?물론 증오했다!강이한이나 박연준이 그녀에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4화

    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를 곤란에서 구해주는 것은 단순히 너희가 나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다 연서 때문이잖아!”‘연서’라는 두 글자에서 이유영의 목소리는 차가워졌다.박연준은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렇지 않았다.하지만 이유영의 분석 속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모든 것이 정해진 사실처럼 여겨졌다.지금 이유영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고 그와 강이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지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은 모두 연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녀에게 쏟는 모든 마음도 연서에게 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박연준, 기억해! 나는 이유영이야!”“...”“내가 받는 너의 호의는 연서에게 전달되지 않아!”이유영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알아, 나도 다 알고 있어!”박연준은 씁쓸한 목소리로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사실 알고 있었다.언제부터 알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는 이미 이유영이 연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네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네가 모르길 바랄 뿐이야!”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고 있더라도 이유영은 결코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게 지금의 이유영이다.“아직 할 이야기 더 남았어?”이유영은 그를 바라보며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조금 전에 박연준이 이야기하자고 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유영은 이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지금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그의 마음속에는 더욱 깊고 섬세한 아픔이 퍼져갔다.이유영의 웃음 속에 비꼬는 의미가 더욱 강해졌다.박연준은 이유영의 그런 웃음을 보며 목이 막히는 기분이었다.그들이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숲속 길에 한 인물이 나타났다. 여진우였다. 그가 왜 여기에 오게 된 걸까?여진우를 보자 박연준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여진우는 이미 테라스로 올라갔다.이유영은 발소리를 듣고 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3화

    박연준은 이유영의 말에 숨이 턱 막혔다.과거에 강이한과 이유영의 삶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든, 그는 강이한을 변호하고 싶었다.“유영아, 사실은...”“내가 너희들이 연서 때문에 내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유영아!”“텅 비었어!”그 순간 이유영의 머릿속은 텅 비었다. 격렬한 감정이 이유영의 마음을 휩쓸었고 이유영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이유영은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상황으로 오게 된 것일까?이유영은 믿을 수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7년 동안, 그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알아?”이유영은 증오가 아닌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하지만 그들 사이에 사랑이 있었을까?지금 생각해 보니, 있었다고 말하는 것조차 아이러니했다.이유영은 비웃으며 말했다.“나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한지음이 나타났을 때, 그래서 한지음이 우리의 관계를 건드렸을 때, 나는 너무나 놀랐지.”7년 동안, 강이한은 이유영을 얼마나 사랑했을까?강이한이 이유영의 세상에 나타난 순간부터, 마치 이유영을 수렁에서 끌어올린 것처럼 보였다.그는 이유영의 세상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지만 그 존재가 얼마나 두려운지 아무도 몰랐다.“유영아.”박연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는 매일 나와 함께 저녁을 먹었어. 매일 나를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주었지. 명절에도 그는 집에 가지 않았어. 그는 내 곁에 있었고 가족이 없었던 나는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어.”그 당시 이유영은 아무것도 없었고 강이한은 강인한 모습으로 이유영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박연준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그는 강이한이 이유영의 세상에서 그런 존재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나를 여행에 데려갔어. 내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가 주었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이름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2화

    하지만 이유영은 공기 중의 기운을 감지하고 눈살을 찌푸렸다.우지는 얼굴이 굳어졌다.이유영의 후각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예민했고 그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냄새에는 매우 민감했다.우지는 이유영을 위해 옷을 조심스럽게 골라주었다.“아가씨, 다 느끼셨죠?”그렇다. 이유영은 이미 알고 있었고 눈살을 찌푸렸다.우지는 이유영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옷 갈아입혀 줘요.”이유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우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 이유영의 기분은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강이한이 왔었고 방에는 그의 향기가 가득했다. 이유영은 그 냄새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왜 온 걸까?아침 식사 자리에서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음식을 정성스럽게 덜어주었다.“수술은 내일이야. 오늘은 맛있게 먹어. 내일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으니까.”수술 전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고 수술 후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식욕이 없을 것이다.이유영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조용히 식사했고 박연준은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말을 멈췄다.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 속에서 아침 식사를 마쳤다.“햇살이 좋으니, 햇볕을 좀 쬐자.”박연준은 이유영을 테라스로 데려갔고 따뜻한 햇살이 이유영에게 내리쬐자 이유영의 마음도 좋아졌다.“유영아.”“응.”“얘기 좀 할까?”박연준은 고민하다 이유영에게 말했다.“우리 사이에 할 얘기 없어.”항상 그랬다.박연준이 말을 하려고 하면 이유영은 항상 지친 모습을 보였다.박연준은 많은 말들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내일은 수술 날이었고 박연준은 마음속에 억눌렀던 말들을 터트렸다.“너와 강이한 사이는 정말 이대로 끝인 거야?”더 이상 기회는 없는 걸까?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자, 이유영은 손을 꽉 쥐었고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박연준은 이유영의 반응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의 관계는 명확했다.“그 사람, 어젯밤에 왔어?”“응.”“박연준, 너희는 용서받을 수 있다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21화

    과거의 기억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그래서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 모두 직면하기 힘들다. 아름다움과 함께 불행이 동반되기 때문이다.강이한과 이유영 사이의 과거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무거웠고 그 무게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사실 나는...”“연준아!”“...”‘연준아’라는 한 마디가 그의 모든 원망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서로 그런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던가?과거 서주에서 그들은 어떤 존재였던가?만약 그들이 연서 때문에 갈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서주는 이렇게 되었을까?그들의 연합은 아무도 방해할 수 없었고 누구도 그들로부터 비열한 이익을 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잘 돌봐줘.”강이한은 오랜 시간 담배를 깊이 들이켠 후,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눌렀다.박연준이 이유영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강이한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안심하고 이유영을 박연준에게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그와 이유영 사이에는...사람은 너무 진실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진실하게 생각하다 보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받아들일 용기도 잃게 된다.그는 이유영이 자신에게 가진 혐오감을 보았고 그로 인해 얽히고 싶다는 용기조차 잃었다.만약 이유영이 다시 시력을 회복한다면 그는 그녀의 눈 속에서 자신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뚜렷이 볼 수 있을 것이다.그것들은 그가 그녀의 세계에서 저지른 악행의 증거였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그는 그것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그녀의 눈 속에 있는 혐오감은 그가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 모든 것의 상징이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을 또다시 불편하게 할 수 없었다.“그리고, 유영이를 존중해줘!”강이한은 박연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는 더 나아가 박연준이 이유영의 마음속에 들어가길 바랐다. 현재 이유영이 처한 환경 속에서 그 누구도 진심으로 그녀를 대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정씨 가문도 마찬가지고 그와의 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그녀 곁에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