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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Author: 진헤이
얇은 A4용지가 피부를 긁고 빨간 상처를 냈다.

유영은 절망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을 본 강이한은 흠칫하며 그녀에게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표정을 바꾸고 실망감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에게 정말 실망했어.”

유영은 다시 눈을 뜨고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바깥에 내리는 비를 닮은, 그의 실망보다 더 깊은 절망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강이한은 갑자기 가슴이 쓰렸다.

“왜 그랬어?”

그가 물었다.

그가 이 질문을 내뱉는 순간 이유영도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것을 그는 절대 모를 것이다.

유영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비가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가 처량하게 들려왔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정성 들여 가꾼 정원도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에 모든 것은 그녀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는 줄곧 이곳을 자신의 마지막 거처로 생각하고 아꼈다.

이제야 그 생각이 큰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그녀를 믿는다고 했던 남자가 말도 안 되는 정황 증거를 들이밀며 그녀를 추궁하고 있었다.

“뭘 말하는 거야?”

“이유영!”

남자의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났다.

예전과 같이 작고 가녀린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그럴수록 그는 혼란스럽고 절망에 빠졌다.

“왜 이렇게 변했니? 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당신의 그 복수심 때문에 한 여자가 인생을 망쳤어. 한지음이 그렇게 미웠어?”

세강의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 세강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강이한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수식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이유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런 표현들보다 그녀는 더욱 잔인하고 냉혹했다.

강이한의 실망은 깊어져만 갔다.

그가 아는 이유영은 어디로 간 걸까?

이렇게 예쁜 얼굴로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지른 거지?

유영은 긴 한숨을 쉬며 그에게 물었다.

“나라고 확신하나 봐?”

“더 할 말 있어?”

적어도 강이한은 이 증거들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발뺌하려는 걸까?

이런 증거들이 줄줄이 있는데 어찌 믿어야 할까?

“난 할 말 없어. 경찰에 신고해.”

강이한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래, 알았어.”

남자는 이 말을 남긴 뒤, 밖으로 나갔다.

유영은 조용히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외투도 챙기지 않고 차를 끌고 사라졌다. 남자의 차가 완전히 사라지자 유영의 눈빛에 그나마 남았던 온기마저 사라져 버렸다.

강이한은 사라졌고 집안은 엉망이 되었다.

유영은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서류들을 한장 한장 주웠다.

거기에는 그가 그녀에게 줬던 카드 이체 이력들이 있었다. 그녀가 그의 카드로 현금을 자신의 카드에 입금한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입금을 받은 그 카드는 언젠가 그녀가 잃어버린 카드였다.

한 번에 거금이 오간 것이 아닌 수십 번에 나눠서 적은 액수로 입금되었다.

자세히 조사하지 않으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액수들이었다.

유영도 쇼핑을 한번 나가면 몇백만 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소비하기에 더 눈에 띄지 않았다.

상대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유영은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도 강이한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며칠 동안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집사가 물었다.

“사모님, 택배가 계속 오고 있는데 이대로 계속 쌓아만 두실 겁니까?”

“처리하세요.”

유영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어차피 강이한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려고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한지음이 시력을 잃은 것에 비하면 악질 네티즌들의 협박이나 마녀사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지금쯤 그 일을 까맣게 잊었을지도 모른다.

전생에 그녀는 물건들을 보자마자 모두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생에는 모든 증거를 남겼지만 강이한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진영숙과 강서희가 저택을 방문했다.

짝!

진영숙은 유영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귀뺨부터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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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말은 원래 박연준의 입에서 나올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그가 분노로 온몸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유영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분노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남자라도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다른 이가 침범하는 것을 참지 못할 테니까.“강이한과 한지음은 불륜이었어. 재욱 씨는 연우 씨에게 분명히 이야기할 거야. 어떻게 같아?”강이한은 한지음과 끊임없이 스캔들을 일으키면서도 이유영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고 참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서재욱과 이유영 사이에는 애초에 그런 감정이 없었기에 그녀는 더욱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박연준의 말은 아무런 책임감 없는 터무니없는 말이었다.박연준은 숨이 막힐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평생 이렇게까지 화가 난 적이 있었던가? 이런 순간은 보통 강이한에게서 많이 봤었다. 강이한은 박연준의 공격과 복수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렇게 분노하곤 했다.그리고 지금, 이유영은 그 모든 것을 박연준에게 되돌려주고 있었다.“너...”박연준은 이유영의 무심한 태도를 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생각한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그 사람 만나지 마. 유영아, 내가 억지로 조치 취하게 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무겁고도 위험했다.박연준의 말 속에 담긴 위협을 이유영은 단번에 알아채고 도전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안 그러면 어쩔 건데?”아무도 박연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을 것이고 지금 이유영은 그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그가 다시 이유영을 바라볼 때, 그의 눈빛에는 끝없는 위험이 서려 있었다.“내가 뭘 할 것 같아?”10년 동안 한 사람을 계략적으로 속일 수 있었던 남자였다. 그의 성격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날 협박하는 거야?”“난 그럴 생각이 없어.”그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파리에 돌아온 이후, 이유영의 행동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90화

    그때의 박연준은 결코 이런 상황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서재욱이야?”박연준은 분노를 억누르며 쏘아붙였다.“그냥 내가 좋아하니까? 서재욱은 좋은 사람이잖아.”좋은 사람? 그녀의 태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말이었다.그녀의 말에 박연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좋은 사람은 서재욱을 두고 하는 말인가? 정말 그렇게 확신하는 걸까?“그 사람을 믿는 거야?”마치 이빨 사이로 힘겹게 짜내듯 그의 목소리는 무겁고 거칠었다.이유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너희들보다 훨씬 믿음직한 사람이야.”이유영의 눈에는 서재욱이 박연준이나 강이한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웠다. 적어도 10년 동안이나 한 사람을 속이는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박연준은 이유영이 그런 말을 주저 없이 내뱉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이것이 바로 강이한이 말한, 그들 사이에는 미래가 없다는 진짜 의미였을까? 그렇다면 그에게 미래란 존재하는 걸까? 그녀는 정말 단 한 조각의 마음도 남기지 않은 걸까?“서재욱 비서가 임신한 건 알아? 그의 아이라고!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예전 같았으면 박연준의 입에서 절대 나올 리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 걸까?쓰레기라고? 단지 서재욱에게서 이유영을 떼어놓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는 건가?“알아.”“뭐?”“그 애를 지우고 나에게 좋은 미래를 약속했어. 안 될 이유라도 있어?”박연준이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충격을 주려는 거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이 판은 이유영이 이겼다.박연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분노로 온몸을 떨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유영은 오랜만에 묘한 통쾌함을 맛보았다.사람들은 말한다. 감정이란 더 많이 신경 쓰는 쪽이 지는 거라고. 예전에 강이한 앞에서 언제나 졌던 것처럼.하지만 지금의 이유영은 이런 일에 진심을 다할 수 없었다.“그러니까, 꼭 서재욱과 함께해야겠다는 거지?”박연준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항상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9화

    이유영은 몽롱한 상태로 박연준에게 이끌려 파리 타워를 나섰다.차에 오르자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과 날 선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고 운전석에는 문기원이 앉아 있었다.만약 박연준이 직접 운전했다면 차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속도로 내달렸을 것이다.문기원조차도 그의 음산한 기류를 감지한 듯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왜 하필 그 사람과 함께 있었어?”한참을 침묵하던 박연준이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고 이유영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대꾸했다.“왜, 안 돼?”“이유영!”그의 목소리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음산한 기운이 차 안을 더욱 짙게 뒤덮었고 문기원의 손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리며 핸들이 살짝 틀어져 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이유영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비웃듯 물었다.“설마 우리 진짜 결혼한 사이로 생각했던 거야?”박연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멍하니 이유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어두웠던 눈빛이 한층 더 깊은 먹구름으로 가려졌다.“어이가 없군.”이유영은 냉소를 띠며 웃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처음부터 아무 의미도 없었다.이유영의 태도에 좁은 차 안의 공기는 더욱 차가워졌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성냥이 켜졌다.“치익.”박연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거칠게 몇 모금 빨아들였다. 차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담배 연기로 짙어졌고 살짝 내려진 창문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이 들어와 연기를 천천히 흩어놓았다.두 사람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로에게 너무 무거운 주제이기도 했고 이 이야기만 나오면 박연준은 언제나 격렬하게 반응했다.서재욱이 파자마 차림으로 문을 열었을 때, 박연준의 마음속에 어떤 격렬한 충격이 휘몰아쳤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의 모든 이성이 무너져 내렸었다.차가 풍산 그룹에 거의 다다를 즈음, 박연준이 끝내 참았던 감정을 터뜨렸다.“이유영,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생각이야?”목소리에는 한계에 다다른 감정이 묻어 있었다.“왜? 이제 겨우 시작인데 벌써 못 참겠어?”그렇다면 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8화

    “재욱 씨가 보기엔 아직 가능성이 있을 것 같나요?”서재욱은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반문했다.아직 가능성이 있을까?분명 없었다.청하시에서 이유영이 강이한 곁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강이한이 그녀에게 얼마나 냉혹한지 직접 목격했다.강이한의 매서운 눈빛을 보며 서재욱은 그가 평생 후회할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후회한다면, 그것은 곧 그의 파멸을 의미할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강이한은 결국 그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유영은 강이한에게 일말의 희망도 남겨놓지 않았다.“그럼 박연준은 어떻습니까?”최근 김연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서재욱은 이유영과 박연준의 관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래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이유영은 박연준의 이름이 나오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딩동딩동!”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던 그때, 초인종 소리가 급하게 울렸다.이유영과 서재욱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다른 손님이 또 있나요?”“아니요.”그는 오직 이유영을 만나기 위해 파리에 왔기에 다른 사람과 연락할 이유가 없었다.그렇다면 지금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이유영은 서재욱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가서 확인해 보죠.”“네.”서재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함에 지친 파자마 차림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는 문 앞에 서서 먼저 문 너머를 살피고는 이내 뒤돌아보며 이유영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에요?”왜 문을 열지 않는 거지?“박연준이에요.”‘박연준? 여길 왜 온 거지?’서재욱을 찾아온 걸까?박연준은 어떤 소식이든 빨리 접하다 보니 서재욱이 파리에 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서재욱이 문을 열자 박연준의 주먹이 바람처럼 날아들었다. 서재욱이 재빨리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얼굴을 맞았을 것이다.이유영은 문 앞에서 벌어진 소란을 들으며 긴장하고 있었다.박연준이 온몸에 살기를 내뿜자 이유영의 마음도 덩달아 흔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7화

    이유영은 서재욱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자신을 찾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거절할 여지도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서재욱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분노하게 해야만 나타날 거야.”‘분노해야만 나타난다고? 얼마나 몰아세웠기에 분노해야만 모습을 드러낼 정도란 말인가?’이유영은 말문이 막혔다.자신과 강이한의 관계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는 그보다 더 얽히고설킨 관계가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결국 그녀는 서재욱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웠다....한편, 풍산 그룹에서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몇 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응답은 없었다.결국 문기원이 그녀의 행방을 알아냈고 그 사실을 보고받은 박연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는 문기원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물었다.“지금 파리 타워에 있다고?”“네. 이미 방에 들어갔다고 합니다.”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연준의 주먹이 단단히 쥐어졌다.‘결혼 증명서를 발급할 때부터 시작된 반격이 계속되는 것도 모자라 이런 식으로까지 나오다니.’다른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하필 서재욱과 얽히는 것에 박연준은 내심 못마땅했다.‘나와 서재욱의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파리 타워 레스토랑에서 저녁 시사를 마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습니다.”문기원의 목소리에도 무거운 긴장이 감돌았다.이유영이 서재욱과 그런 관계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박연준을 겨냥한 의도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컸다.그 말에 박연준은 벌떡 일어났고 그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의자가 바닥에 나뒹굴었다.문기원이 말릴 틈도 없이 그는 성난 황소처럼 방을 빠져나갔다.차가운 분노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하려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문기원은 서둘러 그를 따라나섰다.차는 빠른 속도로 밤거리를 질주하며 파리 타워를 향해 달렸다.평소에도 거친 운전 실력으로 유명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6화

    뒤늦게 그런 장면들이 펼쳐졌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서로에게 설명할 필요도 설명할 기회도 없었다.“그럼, 저를 찾아온 이유는 뭔가요?”이유영은 서재욱을 바라보며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서렸다.오랜 시간 함께 일을 진행하며 두 사람은 많은 고난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제 피할 수 있는 불행이라면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다.그녀와 강이한의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불행했고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굳이 고통을 겪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서재욱은 이유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어야죠.”“네?”이유영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게 만든다는 말인가?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려는 걸까?이유영은 서재욱의 말에 도무지 감지 잡히지 않았다.“떠난 지 한참 됐으니 지금쯤이면 배도 많이 불러 있겠죠. 그런데도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계산해 보면 두 달 후에 출산 예정일이에요. 그 전에 제 곁으로 돌아오게 해야죠.”출산은 목숨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그래서 어떻게 하려고요?”이제 와서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그가 원하는 대로 될지 의문이었다.임신한 여성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예민해진다. 서재욱의 행동이 어쩌면 7개월 된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는 있는 것이다.이유영은 걱정이 앞섰다. 혹시라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김연우를 몰아세우다간 정말 돌이킬 수 있게 될 수도 있었다.하지만 서재욱은 단호하게 말했다.“앞으로 제가 파리에 있는 한동안은 제가 어딜 가든 저와 함께 해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네?”설마 이런 방식일 줄이야.“안 돼요. 그러다가 연우 씨가 충격받을 수도 있어요.”이유영도 엄마가 된 사람으로서 임신기간에 임산부들이 감정적으로 얼마나 나약한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서재욱은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엄마는 강한 법이에요.”그의 말은 이유영의 가슴에 그대로 날아와 꽂혔다.‘그래. 엄마는 강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5화

    “끼익.”칼과 포크가 접시에서 미끄러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나며 순간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듯했다.이유영은 멍한 눈으로 서재욱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뭐라고요? 못 들었어요.”사실은 들렸지만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다시 물어본 것이다.공항에서 김연우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할 때, 이유영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이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지금 서재욱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서재욱은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아마, 그 이전이었을 겁니다.”“그 이전요?”이유영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설마 김연우가 임신한 걸 알게 된 시점이,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기 전이라는 건가?망했다.그렇다면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뻔했다.이유영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서 설명해야겠어요!”이건 반드시 설명해야 했다. 그녀는 서재욱과 김연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임신한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이제 와서 모두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때 제대로 알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하자 죄책감이 들었다.그러나 서재욱은 단호하게 말했다.“설명할 수 없어요.”“왜요?”“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졌어요.”“...”‘사라졌다고? 잠적했다고?’이건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이유영은 목이 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앞에 놓인 물을 몇 모금 마셨지만 가슴속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다시 물었다.“그때 김연우 씨가 임신한 걸 몰랐어요?”서재욱은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대답했다.“연우가 회사를 그만둔 지 일주일 뒤에 알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찾을 수가 없었어요.”이제 모든 게 이해되었다.김연우가 임신했을 때,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리고 그 일은 순식간에 커졌다.김연우는 청하시로 돌아간 후, 바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결국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4화

    “맞아요. 껍데기만 남기는 건 매우 위험하죠.”특히 서재욱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다.그와 얽힌 일들은 이미 너무 많았고 김연우는 그의 가장 가까운 특별 보좌관인 만큼 만약 그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서재욱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그러니 상대가 스스로 떠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면 서로에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차에 오르려던 순간, 서재욱이 그녀가 운전석으로 가려는 걸 보고 조용히 말했다.“제가 운전할게요.”분명 그녀의 눈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였다.사실 공항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리 회복이 잘 되었다고 해도 장시간 운전하는 건 여전히 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유영은 그의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어요.”그녀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고 서재욱은 그녀가 능숙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한 번 더 물었다.“정말 다 보이는 거 맞아요?”“당연하죠.”이유영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서재욱은 그제야 살짝 안심한 듯했다.운전하면서 이유영이 서재욱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저녁은 뭐 먹고 싶어요?”“사주시려고요?”서재욱은 농담조로 되물었다.“이 시간에 만났는데, 당연히 같이 식사해야죠.”이유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재욱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파리 타워 레스토랑 음식이 괜찮다고 들었어요. 거기로 가죠.”“좋아요.”파리 타워 레스토랑이라면 그녀도 알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파리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했고 분위기가 낭만적이어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인증사진을 남기는 곳이기도 했다....한편, 박연준은 계속해서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진영숙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감정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심지어 그녀 자신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3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서재욱의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유영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그러면 기다리세요!”서재욱은 짧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전화를 끊고 이유영은 책상 위의 도면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뒤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 키를 집어 들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손목시계를 보니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공항까지 차로 40분은 걸릴 텐데 서재욱을 마중 나갔다가는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는 운전석에 앉기 전, 임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은 기다리지 마세요.”“일이 너무 바쁜 거 아니야? 이제 겨우 회복했는데 눈을 너무 피곤하게 하면 안 돼.”이유영이 저녁을 먹으러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하자 임소미는 당연히 그녀가 야근하는 줄로만 알았다.본인 회사에서 왜 저렇게까지 바쁘게 일하는 걸까?이유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야근하는 게 아니에요. 친구가 청하시에 왔어요. 저녁에 같이 식사할 것 같아요.”“그래. 일찍 돌아오고 술은 마시지 마.”임소미는 당부하듯 덧붙였다.솔직히 임소미는 여전히 이유영이 걱정되었다. 아마도 예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며 불안감이 커진 탓에 이제는 거의 트라우마처럼 그녀를 걱정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알겠어요.”전화를 끊고 나서야 이유영은 운전에 집중했다.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40분 후, 공항에 도착했다.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서재욱은 회색 코트에 감청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고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이미 이유영을 발견했는지 캐리어를 끌며 자연스럽게 다가왔다.이유영은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캐리어를 받으려 하자 서재욱은 부드러운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피하며 말했다.“어떻게 여성분께 그런 일을 시킬 수 있겠습니까?”그는 언제 어디서든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사람이었고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녀가 먼저 짐을 드는 일은 절대 없었다.이유영은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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