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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Author: 진헤이
유영의 고개가 돌아갔다.

입술이 터지며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진영숙은 순간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너 그게 무슨 눈빛이야? 너 때문에 세강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

“네 주제에 감히 이혼을 얘기해? 버려도 우리가 버려야지!”

진영숙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강서희가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엄마, 진정해. 화내면 몸만 망가져.”

“얼마면 되니?”

진영숙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영은 황당한 눈빛으로 진영숙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그 모습이 우습고 역겨웠다.

유영이 물었다.

“얼마를 줄 생각인데요? 우리 결혼해서 3년을 살았어요.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게 있는데 어머님 재력으로 감당이 될까요?”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재산을 분할해? 너 시집와서 한 게 뭐가 있어? 이한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고 놀고 먹었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제가 집에서 내조를 열심히 했으니까 그 사람이 밖에서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아니에요.”

“너….”

진영숙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처음부터 순진한 네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어. 얼굴만 반반하면 다야? 속은 엉큼해 가지고! 내가 그렇게 말렸건만 믿지를 않더니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유영은 진영숙의 말을 깔끔히 무시했다.

그와 서로 사랑할 때는 뭔가를 바란 적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어차피 사랑을 잃었으니 챙겨야 할 건 다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본모습이라니요? 그 사람한테 갖다 바친 제 10년은요? 그렇게 따지면 제가 더 손해 아닌가요?”

“네 청춘이 얼마나 한다고!”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당신 아들이 좋아서 한 결혼이에요!”

진영숙과 강서희는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 멍한 표정으로 눈치만 살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강이한이 그녀에게 실망한 기회를 틈타 돈으로 유영을 쫓아버릴 생각이었다.

여론에 그만큼 시달렸으니 기죽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거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외부의 언론이나 악플은 그녀에게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널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구나.”

진영숙이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혼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바보처럼 맨손으로 물러나지는 않을 거예요. 저도 챙길 건 챙겨야죠.”

결국 그들이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하지만 멍청하게 아무것도 없이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결국 진영숙은 화를 못 참고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홀로 남은 유영은 소파에 앉아 지나간 과거를 회상했다.

소은지가 소송 서류를 들고 저택을 방문했다.

“소송이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는 않을 거야. 너도 알다시피 법원에 소송 제기한다고 바로 처리해 주는 건 아니니까.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아.”

유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가능하다면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지만, 강이한의 태도를 봐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우리 집으로 갈래?”

“아니야. 너도 봤겠지만, 그쪽으로 가면 너도 조용히 살지 못할 거야.”

악질 네티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저택에도 분명 스파이가 존재한다.

강이한이 화를 내고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진영숙이 찾아온 것이 증거였다.

저택을 나가도 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소은지가 안쓰러운 얼굴로 손을 뻗었다.

“얼굴이 이게 뭐야….”

“괜찮아. 늘 있는 일이거든.”

유영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생에도 진영숙은 기분 나쁜 일 있으면 다짜고짜 귀뺨부터 때리고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에는 좋은 시어머니, 친구 같은 시어머니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도 그녀는 강이한과 헤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소은지가 물었다.

결혼한 뒤로 유영은 출근을 하지 않았고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다. 앞으로는 뭐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내일 오후 항공 티켓을 예약했어.”

“어디 가려고?”

“해외로 나가 있을 거야. 나도 여론 때문에 어디 나가기도 불편한 건 싫거든.”

유영이 밤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악플러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 괜찮겠어?”

소은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혼이 답이라고 그렇게 친구를 설득했지만 정작 그 순간이 다가오니 친구가 안쓰러웠다.

유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이렇게 서로 얼굴 붉혀가며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런데 정작 일이 이렇게 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네.”

소은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취직 걱정은 하지 마. 내가 알아볼게. 좀 쉬었다고 그 그림 실력 어디 안 가니까 어디든 취직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유영은 강이한과 결혼하고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했기에 소은지의 도움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전생의 그녀가 쉽게 강이한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도 그를 떠나서 혼자 살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죽음까지 경험하고 돌아온 지금,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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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지가 이유영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녀의 인생을 진심으로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심지어 강이한도 알고 있었다.강이한은 이유영과 수차례 격렬하게 부딪쳤다. 심지어 그는 소은지처럼 강한 여성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이한은 알고 있었다. 소은지가 이유영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지금 파리가 아무리 어지럽고 위태로운 상황이라 해도 소은지가 이유영을 만나고 싶어 한다면 이유영은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이유영은 예전에 엔데스 명우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면서까지 소은지를 그의 손아귀에서 빼내려 했다.그러던 그녀가 지금 소은지의 부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결국 박연준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반산월로 데려다주었다.이유영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그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고는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뭐 하는 거야?”박연준의 태도에 이유영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락하고는 이제 와서 이러자 이유영도 짜증이 밀려왔다.“소은지가 뭐라 하든 아무것도 절대 약속하지 마.”그리고 이어서 한마디를 보탰다.“소은지보다 내가 더 조심해야 할 사람은 너야.”그녀는 마지막 두 단어를 힘주어 강조하듯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박연준은 숨이 턱 막힌 듯 가슴이 조여왔다.이유영의 차가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박연준의 눈에도 가늘고 깊은 상처가 스치듯 지나갔다.이유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고 절뚝이는 걸음으로 곧장 별장 쪽으로 걸어갔다.박연준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외로움과 오래된 상처로 가득 찼다.문기원은 박연준의 작은 변화마저 놓치지 않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조심스럽고 불안한 목소리로 박연준을 불렀다.“선생님...”이유영의 지금 태도가 얼마나 무정한지를 문기원 역시 느끼고 있었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바꾸고 싶어 했지만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박연준은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2화

    바로 직전까지도 박연준은 그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는데 이유영이 뜻밖에도 동의한 것이다.“좋아.”박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는 이유영을 믿기로 했다.“내일 서주로 돌아갈 거야. 네가 원한다면...”“아니!”박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단호하게 끊었다.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서주에 함께 가자는 말일 게 뻔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서주로 갈 수 없었다.지금의 이유영에게 가족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겉으론 엔데스 가문이 중심인 것처럼 보여도 이유영이 보기엔 이 일은 정씨 가문에게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이런 상황에서 파리를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알았어.”박연준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녀가 함께 가지 않겠다는 것에 분명 못마땅한 기색이었지만 엔데스 가문 사람들과 더 이상 얽히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두 사람이 무언가 더 이야기하려던 찰나, 갑자기 이유영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보니 소은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이유영이 전화를 받으려 하자 박연준이 말했다.“받지 마.”이유영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쏘아봤다.이런 것까지 간섭하는 박연준에 대해 몹시 불만이었다.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연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소은지는 지금 엔데스 가문의 사람이야. 일곱째 며느리라고.”그는 소은지의 현재 신분을 상기시키며 엔데스 가문 사람들과 완전히 선을 긋도록 했다.‘은지마저도 그 선에 포함되는 걸까?’그렇게 생각하자 이유영의 표정은 단숨에 얼어붙었다.“진짜 어이가 없네.”더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유영아.”“그만 좀 해. 소은지잖아.”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이유영은 고개를 돌렸다.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소은지만큼은 달랐다. 소은지는 절대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엔데스 가문 사람이 아니라 그 어떤 신분이라고 해도 이유영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이유영은 박연준의 긴장된 눈빛을 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1화

    무슨 정신으로 이유영을 백산 별장까지 데려다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박연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를 바깥에 세워둔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차가 움직이지 않았기에 차가운 바람의 영향도 없었다.“문기원 씨, 차 문 열어요.”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싸늘하고 위태로웠다. 문기원은 룸미러로 뒷좌석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그 순간, 이유영은 박연준을 노려보며 물었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남자는 대답 대신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그의 온몸에서는 담배 연기처럼 무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좁은 공간 안에 얼어붙은 공기가 감돌았고 그 속의 사람들은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에 짓눌렸다.한참을 그렇게 침묵하던 박연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네 말대로 할게.”“...”뱍연준이 무슨 말을 들어준다는 건지 이유영은 알 수 없었다.곧이어 남자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그를 바라보던 이유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박연준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엔데스 가문 일이 끝날 때까지야.”그제야 이유영은 박연준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는 이혼을 말하고 있었다.동의는 하되 엔데스 가문의 문제가 수습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였다.우천시에 있을 때, 이유영은 박연준이 왜 굳이 결혼식을 치른 후에 돌아와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분노했었다.그리고 실제로 돌아오고 엔데스의 셋째 도련님을 마주친 후, 이유영은 깨달았다. 엔데스 가문은 집요하게 정씨 가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는 것을.마치 엔데스 가문을 지탱할 수 있는 열쇠가 정씨 가문에 있는 듯 끊임없이 엮이려 했다.정씨 가문과 엔데스 가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지금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파리에는 내로라하는 가문들이 즐비했지만 이상하게도 엔데스 가문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은 언제나 정씨 가문이었다.물론 정씨 가문이 막강한 상업 가문이긴 해도 엔데스 가문은 파리의 왕족과 같은 존재였기에 두 가문이 이렇게까지 자꾸 엮일 이유는 없었다.박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10화

    당연한 것 아닌가?설령 다시 빛을 되찾았다 해도 이유영에게 눈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금기였다.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그녀를 잠식했던 어둠은 비록 모두 지나간 것처럼 보여도, 그 속의 절망만큼은 여전히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그녀를 따라다녔다....박연준은 이유영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그녀의 발목은 심하게 부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검사 결과 단순히 접질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걷는 데 불편이 따를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차 안에서 박연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문을 반쯤 내렸다.싸늘한 바람이 안으로 들어왔고 이유영은 무의식중에 어깨를 움츠렸다.그녀의 반응을 느낀 듯 박연준은 곧바로 담배를 창밖으로 던졌다. 그리고 창문을 닫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서재욱 만나지 마.”두 사람의 관계가 늘 꺼림칙했던 만큼 서재욱은 박연준이 가장 참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했다.이유영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야. 착각하지 마.”이유영에게 있어 박연준도, 강이한도 그녀 인생에 발을 들일 자격은 없었다.그녀가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도 그건 그녀의 몫이었지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꼭 그래야겠어?”박연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엔 억눌린 긴장감과 위협에 가까운 기운까지 감돌았다.그 분위기에 이유영은 코웃음을 치듯 말했다.“그래서 너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박연준이 원하는 건 뭘까? 강이한 때처럼 결혼했으니 조용히 순종하며 살라는 건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한 걸까?’그런 모습을 기대했다면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예전처럼 착하게 지내주길 바라는 거야?”그녀는 도발하듯 물었다.박연준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유영이 착한 아내에서 미친 사람으로 변해가던 모습을.그녀는 마치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저항했다.강이한과 격렬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흥!”이유영의 냉소가 차 안을 메웠고 분위기는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09화

    마음이 얼어붙으니 지금 느끼는 이 통증조차 무뎌진 것이다.“내가 뭘 하려는 걸로 보이는데?”이유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고 박연준은 오히려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에 잠긴 듯한 그 눈빛은 이유영을 꿰뚫듯 응시하며 짐승 같은 매서움이 숨김없이 드러났다.예전에 이유영은 박연준을 보며 온화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라 생각했다.그가 냉정할 때면 누구든 밀어낼 듯한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었다.하지만 그가 온화할 때는 한겨울 얼음장 같은 마음마저도 녹일 듯 따뜻하고 환했다.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박연준은 그 눈을 차분히 바라보며 말했다.“응?”‘이유영,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그래?”‘우천시에서의 결혼을 받아들였던 이유도 혹시 그것 때문이었을까? 모두 복수 때문이었을까?’그 순간, 박연준의 가슴은 뭔가에 짓눌린 듯 답답했고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이유영은 코웃음을 치듯 말했다.“복수? 웃기고 있네.”그녀에게 이런 건 복수도 아니었다. 이유영은 고개를 돌려 더 이상 박연준을 보지 않았다.순간 남자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감쌌고 그녀는 다시 그의 시선과 마주하게 되었다.“이유영, 너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남자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날이 서 있었다.이유영은 또렷하게 대답했다.“물론 알고 있어.”그녀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박연준은 다시 물었다.“안다고?”박연준이 보기에 이유영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유영은 그의 손목을 확 잡아채 손을 뿌리친 뒤, 똑바로 그를 마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왜? 못 견디겠어?”‘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걸까?’‘나를 시험하는 걸까, 아니면 무너뜨리려는 걸까?’이유영은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설마 내가 너한테 진심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진심이라는 그 말을 입에 올리며 이유영은 한껏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08화

    순간, 이유영은 박연준의 품에서 밀려나 문기원의 팔에 안겼다.문기원은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았고 박연준은 성큼성큼 서재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이유영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솟구쳤다.박연준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 이유영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그녀는 문기원의 부축을 뿌리치고 앞으로 내달렸다.“퍽!”“악!”“으득!”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여러 소리가 뒤엉켰다.주먹이 부딪히는 소리, 이유영의 짧은 비명, 그리고 뼈가 어긋나는 듯한 소리까지 들렸다.공기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고 이유영은 머리에 짙은 통증이 몰려와 눈앞이 아찔해졌다.“유영 씨.”서재욱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지만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진 채 반응할 수 없었다.박연준 역시 순간 굳어버렸다. 정신을 차린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서재욱의 품에 있던 이유영을 거칠게 끌어냈다.그 모습에 서재욱은 다급히 소리쳤다.“조심해, 다쳤잖아.”“꺼져.”박연준의 목소리는 이미 분노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이 상황을 본 그의 감정은 이미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이유영이 아무 생각 없이 서재욱 앞으로 달려가 몸으로 막아선 것이다.그리고 서재욱은 그녀를 지키기라도 하듯 그녀를 밀쳐냈다.이유영은 고통을 참아내며 서재욱을 향해 말했다.“서재욱 씨, 먼저 가봐요.”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결마다 통증이 묻어났다.서재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엔 걱정이 가득했다.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자신이 더 머문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미안해요.”박연준은 이유영을 품에 안고 차에 태웠다.차 안에서 이유영의 이마에 맺혔던 땀은 굵은 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아직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윽, 아파.”박연준이 그녀의 신발을 벗기자 발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통증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분노에 가득 차 있던 박연준이었지만 그녀를 다루는 손길은 의외로 조심스러웠다.하지만 그 따뜻함도 지금 이유영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07화

    파리는 이유영과 엔데스 신우 사이의 일로 들썩였다. 그리고 지금 서재욱은 이유영의 아이까지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거기에 박연준까지 얽혀 있는 이 상황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파티장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서재욱이 물었다.“이 정도면 연우가 나타날 만하지 않겠어요?”오늘 저녁 내내 서재욱과 함께하며 두 사람은 보기에도 제법 잘 어울렸고 주변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이유영은 의심스러웠다.‘정말 이런다고 해서 연우 씨가 모습을 드러낼까?’서재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오늘 고마웠어요.”“연우 씨가 돌아온다면 저도 오늘 할 일 한 거예요.”이유영은 마지막 말을 힘겹게 내뱉았다. 목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이미 온몸이 더럽혀졌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명예 따위엔 별로 미련도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 상황에서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윙윙윙.”서재욱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리자 그는 이유영에게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화를 받던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이유영을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이유영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또 나와 관련된 일인가?’요즘 파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같이 그녀와 관련되어 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벅찬데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서재욱은 전화를 끊고 급히 다가왔다.“연우 소식이에요. 저기...”“어서 가봐요. 전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김연우가 나타난 걸 봐서 서재욱은 김연우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잘 알고 있는 게 확실했다.이유영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서재욱은 미안한 눈으로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눈빛이 한층 어두워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유영 씨,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이제 파리를 떠날 건가요?”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서재욱의 말에 이유영의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정말 내가 부정적으로만 생각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06화

    ‘본인도 연우 씨에 대해 잘 몰랐던 것 아닌가?’이유영은 눈을 피하며 말했다.“연우 씨가 돌아오면 잘 좀 얘기해줘요. 전 남의 남자 뺏는 그런 여우 같은 여자 아니니까.”김연우가 오해할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무서웠다.서재욱은 웃음을 터뜨렸다.“확실해요? 괜히 유영 씨 감싸려다 오히려 불똥만 더 튀는 거 아닐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유영은 눈을 부릅떴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이 장난치는 줄로만 여겼다. 서재욱의 미소는 여유가 있었고 여느 때처럼 매혹적이었다.“애초에 이런 자리에 함께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이유영은 작게 중얼거렸다. 원래 이런 자리에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김연우가 자신 때문에 도망쳤다는 사실에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그저 출산 전까지는 서재욱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두 사람의 춤은 보기 좋게 어우러졌다.이유영의 작은 체구는 오히려 춤을 출 때 더한 매력을 발했고 보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끌었다.그때 서재욱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오늘... 셋째 도련님 만났어요?”“어떻게 알았어요?”이유영은 당황했다. 오후 내내 백산 별장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서재욱의 갑작스러운 말은 그녀 안의 무언가를 터질 듯 흔들어놓았다.“몰랐어요?”서재욱이 되물었다.“뭘 말하는 거예요?”‘도대체 뭘 알아야 한다는 거야?’파리는 현재 어느 때보다 불안정했고 예측 불가능한 소문들이 만무했기에 굳이 새삼스럽게 소문에 대해 말하는 거라면 알 필요도 없었다.“지금 떠도는 소문으로 정씨 가문이 엔데스 가문과 혼인을 추진 중이래요. 상대는 엔데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고요.”“소문이 그렇게 퍼졌다고요?”이유영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어떻게 그런 소문이 퍼진 걸까?’셋째 도련님을 만나러 갔을 때, 그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지혁조차 집 안으로 들이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소문이 퍼진 거지?’“셋째 도련님이 회복을 선언했대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05화

    두 사람은 밖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은지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반산월조차 절대 포기하지 않을 모양이었다.간신히 정리한 일인데 벌써 또 시작되고 있었다....지금의 엔데스 가문은 평온한 날이 없었다. 그것이 정국진이 무슨 일이 있어도 엔데스 가문과 얽히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한편 백산 별장에서 임소미는 이유영의 저녁으로 싱거운 음식들을 정성껏 준비해 두었다.그런데 저녁 무렵, 이유영은 밥도 먹지 않고 외출하기로 한 것이다.“어디 가는데?”“친구가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해서요.”“아, 그래?”임소미는 이유영이 밖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삶에 큰 변화를 겪었던 이유영이기에 이럴 때일수록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계속 자책하며 혼자 괴로워할 필요는 없었다.이유영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정국진은 2층에서 조용히 내려왔다.여진우는 오후에 들렀다가 금세 나가야 했기에 저녁 식사는 하지 않을 듯했다.정국진과 임소미, 두 사람은 함께 식탁으로 향했다.“강이한 일, 아는 사람 별로 없죠?”임소미가 조심스레 물었다.“걱정 말아요. 파리 쪽엔 아는 사람 없어요.”강이한이 각막을 이식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그는 임소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절대 알면 안 될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정국진은 조용히 브로콜리를 임소미의 접시에 덜어주며 말했다.“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니까.”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결국 어느 순간엔가 드러나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그래도 걱정돼요.”임소미는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강이한이 이곳을 여러 번 찾아왔을 때, 아이를 바라보던 그의 쓸쓸한 눈빛을 떠올리면 마음이 저려왔다.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유영에게 저질렀던 일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유영이가 이 사실을 평생 몰랐으면 좋겠어요.”임소미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자신의 아이가 상처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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