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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유영의 고개가 돌아갔다.

입술이 터지며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진영숙은 순간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너 그게 무슨 눈빛이야? 너 때문에 세강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

“네 주제에 감히 이혼을 얘기해? 버려도 우리가 버려야지!”

진영숙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강서희가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엄마, 진정해. 화내면 몸만 망가져.”

“얼마면 되니?”

진영숙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영은 황당한 눈빛으로 진영숙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그 모습이 우습고 역겨웠다.

유영이 물었다.

“얼마를 줄 생각인데요? 우리 결혼해서 3년을 살았어요.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게 있는데 어머님 재력으로 감당이 될까요?”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재산을 분할해? 너 시집와서 한 게 뭐가 있어? 이한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고 놀고 먹었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제가 집에서 내조를 열심히 했으니까 그 사람이 밖에서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아니에요.”

“너….”

진영숙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처음부터 순진한 네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어. 얼굴만 반반하면 다야? 속은 엉큼해 가지고! 내가 그렇게 말렸건만 믿지를 않더니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유영은 진영숙의 말을 깔끔히 무시했다.

그와 서로 사랑할 때는 뭔가를 바란 적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어차피 사랑을 잃었으니 챙겨야 할 건 다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본모습이라니요? 그 사람한테 갖다 바친 제 10년은요? 그렇게 따지면 제가 더 손해 아닌가요?”

“네 청춘이 얼마나 한다고!”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당신 아들이 좋아서 한 결혼이에요!”

진영숙과 강서희는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 멍한 표정으로 눈치만 살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강이한이 그녀에게 실망한 기회를 틈타 돈으로 유영을 쫓아버릴 생각이었다.

여론에 그만큼 시달렸으니 기죽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거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외부의 언론이나 악플은 그녀에게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널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구나.”

진영숙이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혼은 예정대로 진행할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바보처럼 맨손으로 물러나지는 않을 거예요. 저도 챙길 건 챙겨야죠.”

결국 그들이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하지만 멍청하게 아무것도 없이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결국 진영숙은 화를 못 참고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홀로 남은 유영은 소파에 앉아 지나간 과거를 회상했다.

소은지가 소송 서류를 들고 저택을 방문했다.

“소송이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는 않을 거야. 너도 알다시피 법원에 소송 제기한다고 바로 처리해 주는 건 아니니까.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아.”

유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가능하다면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지만, 강이한의 태도를 봐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우리 집으로 갈래?”

“아니야. 너도 봤겠지만, 그쪽으로 가면 너도 조용히 살지 못할 거야.”

악질 네티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저택에도 분명 스파이가 존재한다.

강이한이 화를 내고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진영숙이 찾아온 것이 증거였다.

저택을 나가도 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소은지가 안쓰러운 얼굴로 손을 뻗었다.

“얼굴이 이게 뭐야….”

“괜찮아. 늘 있는 일이거든.”

유영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생에도 진영숙은 기분 나쁜 일 있으면 다짜고짜 귀뺨부터 때리고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에는 좋은 시어머니, 친구 같은 시어머니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도 그녀는 강이한과 헤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소은지가 물었다.

결혼한 뒤로 유영은 출근을 하지 않았고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다. 앞으로는 뭐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내일 오후 항공 티켓을 예약했어.”

“어디 가려고?”

“해외로 나가 있을 거야. 나도 여론 때문에 어디 나가기도 불편한 건 싫거든.”

유영이 밤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악플러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 괜찮겠어?”

소은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혼이 답이라고 그렇게 친구를 설득했지만 정작 그 순간이 다가오니 친구가 안쓰러웠다.

유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이렇게 서로 얼굴 붉혀가며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런데 정작 일이 이렇게 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네.”

소은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취직 걱정은 하지 마. 내가 알아볼게. 좀 쉬었다고 그 그림 실력 어디 안 가니까 어디든 취직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유영은 강이한과 결혼하고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했기에 소은지의 도움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전생의 그녀가 쉽게 강이한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도 그를 떠나서 혼자 살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죽음까지 경험하고 돌아온 지금,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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