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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작가: 진헤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06 17:30:54
강이한의 분노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집사가 문을 노크했다.

“도련님, 나서원 씨께서 오셨습니다.”

“서재에서 기다리라고 해요.”

유영은 나서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강이한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나서원은 비밀리에 개인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돈만 충분하면 그가 파내지 못할 증거는 없었다.

수많은 재벌 사모님들이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

오늘 나서원이 뭘 가지고 왔는지 유영은 알고 있었다. 그가 가져온 그 정황 증거들이 전생에 강이한을 완전히 그녀에게서 등 돌리게 한 발단이 되었다.

강이한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더 이상 이혼 얘기 꺼내지 마. 듣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말을 마친 그는 홀연히 밖으로 나갔다.

유영은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가 문을 나서려는 순간, 유영은 울컥하는 마음에 그를 잡았다.

“잠깐만.”

“더 하고 싶은 얘기 있어?”

“날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는 거야? 아니, 우리 사이에 남은 신뢰가 있기는 해?”

전생의 유영이 가장 궁금했던 문제였다.

이미 한번 겪었던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은 그녀에게 두렵고 잔인했다.

이 남자가 곧 자신에게 완전히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무섭고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강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유영은, 이 순간을 기억에 새겨 넣으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강이한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줄곧 당신을 믿었어. 물론 지금도.”

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유영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문밖을 바라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이대로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전생의 극본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다.

청하 병원 VIP병동.

온몸에 붕대를 두른 한지음의 모습은 처참했다.

병실에는 강서희가 와 있었다.

그녀는 음침한 표정으로 짜증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년을 너무 얕잡아 봤어. 죽더라도 날 물고 늘어질 줄이야.”

그들의 처음 계획대로라면 유영은 감옥에 가 있어야 맞았다.

그런데 그녀의 친구가 무슨 수를 썼는지 보석금으로 그녀를 경찰서에서 빼냈고 진영숙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강서희에게 신경 쓸 여념이 없었다.

강이한은 모든 여력을 한지음의 치료에 쏟았다.

강서희는 경찰서에서 며칠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병상에 누운 한지음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처리해야 할 일은 다 처리한 거지?”

“걱정 마. 다 깔끔히 처리했지. 아마 오빠도 지금쯤이면 그걸 받았을 거야.”

강서희가 자신감에 차서 말했다.

한지음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며칠 동안 강서희가 경찰서에서 조사 받는 사이 그녀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강이한을 옆에 붙잡아 두려고 애를 썼다.

눈치 빠른 강이한이 뭔가 수상한 낌새라도 눈치챈다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간다. 다행히도 일은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강서희는 병상에 누운 여자를 힐끗 보고는 날카롭게 물었다.

“오빠가 뭔가 눈치챈 건 없지?”

“없어. 병원 쪽 사람들은 미리 매수해 둬서 아무 문제 없었다.”

“잘했어. 오빠가 그 여자랑 이혼하면 네 임무는 끝이야. 모든 게 끝나면 해외로 떠나.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

강서희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취에 빠져 한지음이 그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움켜쥐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걱정 마. 약속했던 돈은 모든 일이 끝나면 바로 입금할 거야. 해외에 가서 생활해도 평생 먹고 쓸 정도는 될 거야.”

한편, 강이한의 저택.

강이한이 피아노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유영은 여전히 아까 있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그녀의 긴 머리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이 싸늘했다.

“이유영.”

그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영도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공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다가와서 두터운 서류를 그녀의 얼굴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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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5화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 마당에 강이한은 이유영이 전기봉을 찾아낸 후 자신이나 박연준에게 넘기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이유영은 자신과 박연준에게 끝없는 증오를 품고 있었다.“나가봐!”강이한의 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 문제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이유영은 ‘연서’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감정이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박연준과 자신의 사이에 어떻든 간에, 이제 이유영은 더 이상 둘 중 누구도 믿지 않았다.신시욱이 나갔다.서재에 홀로 남겨진 강이한은 연거푸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반 갑 넘게 태웠지만 마음속 불안과 짜증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이유영...”강이한은 이유영의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깊은 상처가 묻어 있었다.이유영을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가슴속 공허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유영이 남긴 모든 말은 이미 충분히 명확했다.이유영은 말했다.지난 생 마지막 순간 무슨 일이 있었든, 설령 한지음이 모든 대가를 치렀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고.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해도 이유영에게는 여전히 용서란 존재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전혀 주저 없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과거에 자신이 이유영에게 준 상처만큼 지금의 이유영은 잔인했다. 이 또한 당연했다.잔인함...사실 따지고 보면 이유영을 탓할 자격도 없었다. 강이현 역시 과거 이유영에게 품었던 증오 이상을 느꼈으니까.하지만 적어도 이유영의 눈엔 잔인함으로 비췄다.그러나 이유영이 본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이제 이유영은 무슨 말을 들어도 더는 믿지 않을 것이었다.이유영은 이제 강이현을 자신의 세계에서 철저히 끊어내 버렸다.그야말로 냉정하고 단호하게.어두운 서재에서 강이한의 눈에는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파리의 상황 역시 심상치 않았다.이유영은 뒤에 정씨 가문이 있었기에, 이유영은 돌아온 후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반면 소은지 쪽은... 엔데스 명우가 다시 반산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4화

    전기봉.지금은 아주 중요한 때다.‘전기봉’이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 이유영의 눈빛에 살벌한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그 차가움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듯 날카로웠고 그 서늘한 기운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전기봉.서주에 있을 때, 이유영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박연준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이유영이 박연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전기봉이 박연준의 손에 있었다면 지금쯤 강이한을 상대로 이미 어떤 행동을 취했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서주에 머물렀던 그 시간 동안, 박연준은 강이한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이는 전기봉이 아직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전기봉은 결정적인 인물이 분명했다. 이유영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모든 것이 뒤엉켜 버렸다.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서주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유영은 지금 백산 별장에 머물고 있었지만, 결코 한가롭게 있을 수가 없었다.특히 엔데스 가문의 사람들 모두가 문서의 절반이 강이한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더욱 그랬다.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뿐만 아니라 엔데스 가문의 다른 몇몇 주요 인물들, 예를 들어 엔데스 운빈조차도 강이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박연준은 아직 전기봉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박연준은 전기봉을 찾는 와중에도 강이한과 엔데스 가문을 예의주시해야 했다.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영이 신지수에게 대체 무엇을 줬길래 강이한 곁에 있기도 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강이한은 문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신씨 가문까지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서주 전체가 떠들썩했다.신씨 가문의 아가씨가 곧 강이한과 결혼할 거라고.크리스탈 별장의 서재.신시욱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전기봉을 찾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찾더라도...”신시욱은 말을 차마 끝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강이한은 그 의미를 충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3화

    월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얌전한 아이였다.임소미는 월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집안의 보물인 월이는 집안 사람들과도 무척 친하게 지냈고 말투까지 귀엽기 그지없어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아침 식사 후.여진우는 이유영을 서재로 데려갔다.두 사람 사이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앞으로 무슨 계획이야?”여진우가 입을 열었다.계획. 그 한마디에 이유영은 고요히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이유영은 눈앞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유영의 마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변화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이유영의 인식 전체가 송두리째 뒤흔들렸기 때문이다.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이유영이 차분히 여진우의 물음에 답했다.“난 계획이 있어.”이 일은 이유영이 직접 처리하고 싶었다.그게 박연준의 일이든, 아니면 강이한의 일이든.여진우의 얼굴에 순간 심각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유영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 차분함 속에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오빠.”“응?”“오빠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강이한은 예전에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박연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정씨 집안으로 돌아오고 여진우는 또다시 한번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강이한도 좋은 사람이 못 된다고.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두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이유영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고 뒤에 이렇게 거대한 비밀과 음모가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10년... 그 오랜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치밀한 계획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이유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여진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한 여자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을 줄은 나도 몰랐어.”여진우는 담담히 사실을 말했다.사실, 모두가 서주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서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만났었다면 박연준과 강이한의 정체는 의심받았을 거고 두 사람에 대한 이유영의 믿음 또한 계속 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2화

    “네, 유영이가 전한 바로는 그래요.”“...”그렇다면 지금 이유영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과거에는 알 수 없던 진실이 눈앞에 명확히 드러난 지금, 그 혼란스러움이 어찌 가슴을 뒤흔들지 않을 수 있을까? 소은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강이한과 백연준, 이유영에게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그 10년 동안 소은지는 늘 궁금했다. 강이한이 이유영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왜 그의 곁에 있을 때 이유영은 늘 그렇게 힘들어 보였는지.당시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 상황을 이제야 모두 알게 되었을 때, 소은지의 마음 또한 고통스러웠다.강이한은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10년이라는 세월은 단지 한 사람만을 위해 흘러간 게 아니었을 거야.”현우는 의중을 알 수 없는 어조로 답했다.“아니라고요?”“그러기엔 10년은 너무 긴 시간이에요.”만약 단지 대체품으로 삼으려는 목적이었다면 그 긴 세월 동안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소은지는 아마 지금과 다른 상황을 목격했을 것이다.강이한은 한지음을 위해 이유영에게 상처 줬고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잘해줬지만, 이유영과 결혼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그렇다.정말로 사랑했다면 어떻게든 이유영과 결혼하려고 했을 것이다. 몇 년간 파리에 머물렀던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결혼하려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박연준은 결혼을 강행하려 하지 않았다.백연준은 이유영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실을 알고 나니 모든 의미가 변했다.이제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취하든 아무 의미도 없었다.단지 이유영을 대체품으로 여겼기에 박연준은 누구보다도 이성적일 수 있었다. 그는 이유영이 연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유영과 결혼하려하지 않은 것이었다.“맞아요, 10년은 너무 긴 시간이죠. 그동안 분명히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강이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유영이한테 상처를 줄 수 있었던 거예요.”한지음을 위해서, 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1화

    전화기를 내려놓은 후.배천명은 불안한 눈길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음울하게 빛나며 더없이 어두웠다.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며 권수미의 말을 모두 들은 것이 분명했다.“여섯째 도련님!”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얼음처럼 차갑고 위협적이었다. 그는 손에 담배를 물고 연달아 깊은 연기를 내뿜었다. 설유나의 상태는 이미 위험한 상태에 다다랐지만, 소은지를 제외하고는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은 이제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소은지는 차를 몰아 반산월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엔데스 현우의 차는 넓은 마당에 주차되어 있었다. 소은지는 차 문을 힘차게 닫고 밖으로 내려섰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엔데스 현우가 잠이 덜 깬 듯한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집에 있었던 모양이었다.소은지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얼굴에 드리웠던 표정을 조금 거둬들이며 말했다.“왔어요?”“네.”“아침은 먹었어요?”“아직이에요.”소은지는 고개를 흔들며 엔데스 현우 쪽으로 걸어갔다.자연스레 현우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집사들은 서둘러 소은지 앞에 식기를 차려냈다. 풍성하게 차려진 아침 식사를 바라보던 소은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이 없더라도 이곳 사람들은 이미 습관적으로 소은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엔데스 현우는 조용히 식사를 이어 나갔다.현우가 아무리 그렇게 엄숙한 분위기를 풍겨도 소은지는 그에게 겁을 내지 않았다. 엔데스 명우와는 달랐다.2년간 엔데스 명우와 대립하며 소은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소은지는 단 한 번도 엔데스 명우 앞에서 그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았다.그래서 매번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보며 이를 갈아도 결국 실패로 끝나곤 했다.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미워하는 만큼 마찬가지로 엔데스 명우도 소은지를 증오하고 있는 게 아닐까?“설유나는 어때요?”남자가 무심하게 물었다.소은지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0화

    “...”“뭐, 그래도 괜찮아.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테니까.”“넌 정말 잔인한 여자야!”명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차 있었다.이것이 바로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소은지의 모습이었다. 더없이 잔인한 여자였다. 과거엔 설선비에게, 그리고 지금은 설유나에게...“그래, 나 잔인해.”소은지가 담담히 인정했다.그렇다면 엔데스 명우는 어떤가? 엔터스 가문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누리며 자랐고 가문의 권력을 가지지 않아도 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스스로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쟁취해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 건지 알 리가 없었다.그가 망쳐버린 건 단순히 누군가의 사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은지가 잃어버린 건 자신이 온 마음을 쏟아 쟁취해낸 그녀의 삶 그 자체였다.“그러니까 앞으로 조심해. 알겠어?”소은지가 가볍게 경고했다.“꺼져!”“...”소은지는 차분한 표정으로 명우를 바라보더니 옷을 단정히 여미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 내리기 직전,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설유나를 잘 숨겨.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조차 내가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엔데스 명우의 눈빛은 폭풍이 일었다.하지만 소은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차에서 내려 사라졌다.좁은 차 안에 차가운 기운이 짙게 드리워졌다. 소은지... 좋아.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소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배천명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소은지는 옷의 주름을 정리하며 배천명에게 위태로운 미소를 던졌다.그리고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겼다.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은 마치 불태우려는 듯 강렬했다.차 안.배천명은 잠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여섯째 도련님.”“설유나는 어때?”엔데스 명우는 설유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소은지의 말처럼 엔데스 명우는 어쩔 수 없이 설유나를 파리 밖으로 내보내 숨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사람이 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49화

    이번 일로 인해 엔터스 회장님이 엔데스 명우를 혐오하게 되더라도 소은지 또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간신히 얻어낸 기회마저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이 남자의 차가운 위협에도 소은지는 여전히 태연하고 당당했다. 소은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전혀 상관없어!”“...”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뻔뻔한 태도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가는지 알아? 잘살아 보겠다고? 우스운 소리 하지 마.”그랬다.‘잘살아 본다’는 말은 소은지의 세계에서는 그저 우스운 농담일 뿐이었다.소은지는 느릿하게 손톱을 살피며 남자의 날카로운 얼굴선을 손끝으로 천천히 훑었다.“예전에 말하지 않은 건 내 실수였어.”“...”“엔데스 명우, 넌 내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망가뜨렸어! 네 곁에 있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네가 있는 한, 난 한순간도 평온할 수 없어. 내가 죽는다 해도 네 가죽 한 겹은 벗기고 갈 거야!”소은지의 말이 이어질수록 명우의 눈빛은 점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남자의 손아귀는 점점 강해졌고 소은지는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소은지는 목이 조여오는 고통 속에서도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지금 당장 날 죽여봐. 장담하건대, 내일이면 넌 파리에서 쫓겨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야.”지금은 엔터스 가문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파리를 떠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남자의 손에 더 강한 힘이 실렸고 눈빛은 더욱 잔혹해졌다.소은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도발적인 웃음이 가득했고 그 도발은 처음 조은지를 곁에 둔 순간부터 계속되어 왔다.무엇이 소은지를 이렇게 끈질기고 강인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길들이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어떤 방법을 써도 무용지물이었다. 소은지가 질식으로 정신을 잃어가던 순간, 명우는 소은지를 세게 밀어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48화

    벤츠 옆에 서 있던 배천명이 깊이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소은지는 배천명의 공손한 태도에 잠시 멍하니 말을 잇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이야.“일곱째 사모님...”“비켜.”소은지는 차갑게 두 글자를 뱉었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힐끗 바라보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차 문을 열려던 순간, 배천명이 공손하게 다가와 차 문을 닫아주었다. 그의 행동은 오히려 소은지의 화를 돋웠다.“여섯째 도련님께서 이미 한 시간째 기다리고 계십니다.”배천명의 목소리는 공손하면서도 냉정했다.한 시간? 소은지는 속으로 혀를 찼다. 현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젯밤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두 알게 됐을 터였다.결국, 소은지는 체념한 듯 엔데스 명우의 차에 올랐다.겉보기에도 웅장했던 차량 내부는 기대 이상으로 널찍하고 화려했다.차에 올라탄 순간, 소은지는 목덜미에 닿는 강한 힘을 느꼈다. 곧이어 소은지의 시야가 휘청거리더니 뒷좌석에 강하게 눌렸다.남성 특유의 날카롭고 위협적인 기운이 소은지를 완전히 에워쌌다. 소은지는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를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잔혹함을 마주하며 소은지의 입가에는 도발적인 미소가 떠올랐다.“여섯째 도련님, 이게 무슨 짓이지? 얼마나 바람둥이인지 파리 사람들한테 더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은 거야?”“소은지.”엔데스 명우는 이를 악물며 무겁게 소은지의 이름을 불렀다.소은지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응수했다.“난 다른 여자들과 달라. 잘 생각해.”“어떻게 다르다는 거지?”평소도 차갑던 엔데스 명우의 기운은 소은지의 말을 들은 뒤 더욱 서늘해졌다.“난 네... 제수씨야.”엔데스 명우의 머릿속에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폭발할 듯 피가 서린 눈빛으로 소은지를 노려보았다.그 말은 엔데스 명우의 신경을 강하게 건드렸다.“너... 현우랑 잤어?”그의 목소리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47화

    그렇다.이유영은 아이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소은지는 이유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믿기 어렵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체념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큰 선물을 강이한에게 줄 수 있다면, 이제 내가 더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그 선물은 신지수와 신씨 가문이었다.서주에서 그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서주 사람들은 물론이고 파리 지역 사람들조차 다 알 정도였다.그러니 이유영은 연서라는 사람에 대해 알기 전부터 강이한에게 조금의 사정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유영은 신씨 가문이 강이한에게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알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그러므로 지금… 이유영이 혼란스러워하는 건 단지 그 십 년의 시간이라는 이유였을 것이다.그게 소은지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그 십 년이 만약 소은지의 인생에 일어났더라면 소은지도 이유영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십 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그렇게 오랜 세월 쌓아온 감정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유영뿐만 아니라 소은지도 마찬가지다.시간은 이미 침전되었고 그 속에 얽매이다 보면 박연준이든 강이한이든 결국 마주할 것은 더 거센 파도일 뿐이었다.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이유영의 평온함을 더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결국 그들 손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었다.“도대체 신씨 가문에 뭘 준 거야?”소은지는 호기심에 이유영에게 물었다. 이유영이 도대체 신씨 가문에게 뭘 주었는지 너무 궁금했다.강이한이 어떤 사람인지 소은지는 잘 알고 있었다.강이한은 지금껏 신씨 가문과 얽혀 있는 일은 피해 왔었다. 그리고 그의 성격상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은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었다.그래서 소은지는 더욱 궁금해졌다.도대체 신씨 가문에 뭘 줬길래 강이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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